음악을 듣는데 문득!

8090 강남역에 대한 추억 - Carpenters Gold - 35th Anniversary Edition (2CD) CD

베리알 2013. 1. 9. 11:40



Carpenters Gold

- 35th Anniversary Edition (2CD) CD



  이미 강남역은 불야성의 상징 중 하나이고... 사람 박 터지는 포인트이고...

뭐 암튼 빽빽하고 빡빡하고 어쩌면 현재의 시대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곳 같은데,

바꿔 말하면 예전에는 예전의 시대 분위기를 반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8090의 강남역은... 지금과 참 달랐다.

 뭐, 그때 이미 어르신네들은 강남 이게 다 밭이었어 밭~그러고 살았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나도 이제 그때는 그랬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긴 하다. ^^;;;


 지금의 강남역 상황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한때는 강남역 주변에는 작은 테니스장이나 주차장 등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그런 여유 공간들도 많았고,

지금은 도시 재개발 예정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낡은 가게들이 있던 시절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또한, 강남역을 중심으로 해서 참 건전한(?) 몇몇 지역 명소가 강남역을 대표했었고... 지금처럼

어딜 가나 먹자 놀자 마시자...판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심야까지 지하철에 택시까지 잔뜩 다니는

세상이지만, 한때는 9시만 되면 진짜 밤의 골목(!)을 제외하면 사람 찾기도 어렵게 스산해지던 거리...

밤을 새워도 저녁인지 새벽인지 분간이 안 가는 요즘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아, 뭐 생각해 보면 그때는 대충 나라 분위기가 다 그랬었다. 지금처럼 밤이고 낮이고 해대던 때는

아니었으니까.


 강남역 안의 상가들도 전혀 달랐었다.

 일단 지금처럼 핸드폰이 일반화된 시대가 아니었던지라... 강남역은 중요한 약속 장소로 활용되는 명소,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강남역 안에 넓직한 벤치 공간이 크게 두군데인가 있었고, 지금보다 상가들의

숫자도 적고 그 구성도 전혀 달랐었다. 내사랑 내곁에가 강남역 안에서 몇달을 흘러 나올 정도로

음반점도 몇개나 있었고... 오락실도 여러 곳이 있었고...

 지금은 그저 왁자지껄한 소리와 손님 잡는 소음 등만이 있을 뿐이지만, 그때 조용한 가운데 음악들이

나오고 간간히 오락실 소리가 들리던 그 편안함과 여유로움... 참 그립다.


 강남역 안에서도 역시 명소하면 동화서적이 있었다. 그때는 강남역 하면 동화서적이고, 동화서적하면

강남역... 당시로서는 주변에 그만한 규모의 서점이 없었고, 입지도 강남역이었기에 약속 장소로 잘

활용되었고, 요즘의 오프 서점들과 달리 손님들을 위한 읽기 배려가 전혀 없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점 여기저기서 저마다의 독서를 즐기던 그곳...

 주변에 다른 대형 서점들도 생기고, 시대에 밀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져 구석에서 재개장했지만

그것도 못 버티고 사라진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안타깝다.


 동화서적에서 참 많은 책들을 읽었다는 것도 추억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때의 그 독서를 도와주던 게

바로 동화서적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들이었는데... 대체로 흘러간 팝송이나 흔히 듣기 어려운 외국의

노래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지금이야 뭐 PC에서  휴대용 기기에서 핸드폰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던 것과 달리... 그때의 환경에서는 이렇게 들을 수 있던 음악들은 참 남달랐다.


 여러 다양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주 들었다고 기억하는 가수가 있으니

그게 바로 카펜터스(Carpenters)였다.

 카펜터스의 여러 다양한 노래들 중에서도, 유독 바로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Yesterday once More...

 그러니, 왜인지 내게는 이런 연결이 이어진다.

 8090 - 강남역 - 동화서적 - 카펜터스 - Yesterday once More

  상식적으로 카펜터스나 그 음악들은 당연히 8090이 아님에도... 내게는 어쩌다 보니 그렇다. (^^)


  워낙 전설적인 아니, 전설의 가수이고 노래들도 넘쳐 나는 바...

 동시대라면 꾸준히 같이 구입할 수 있다지만, 이런 고전 가수들은(CD의 시대도 아니고!) 처음부터 불가능.

 그렇다고 음반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CD를 구입하려고 보면 일단 기가 질려서 포기하기 십상일 정도로

진짜 넘쳐 난다. 원래 내놓았던 앨범들의 CD판에다가, 진짜 셀 수도 없는 각종 베스트 앨범들...XX주년

앨범들만 해도 뭐 셀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거 하나면 되겠지...할 만한 베스트 앨범도 없다. ^^;;;


 그래도 그 와중에 내가 구입했던 앨범이 있으니, 바로 이 앨범이다.





( 이미지 출처 : www.amazon.de )


-2004년인가 카펜터스 35주년 기념 앨범 중 하나로(35주년 이름을 붙인 앨범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두장의 CD로 나온 녀석이다. 이 녀석조차 거기에 DVD를 덧붙인 녀석이 따로 있기도 하다.


-국내에도 정발판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독일판...

(당연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다 나왔었다)



▶ 패키지

-GOLD라는 글자에서 삼양라면골드...가 떠오르는건 아니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은은한 황금색으로 되어 있는 게 의외로 분위기 난다.

카펜터스 정도의 전설의 가수의 기념 앨범을 보는 느낌이랄까.


-2p 쥬얼에 두장의 CD가 들어 있고, 제법 두툼한 속지가 들어 있다.


-속지에는 리차드 카펜터가 2003년에 쓴 카펜터스와 이 앨범에 관한 얘기가 앞부분에 몇페이지에

걸쳐서 나오고, 이어서는 수록곡들에 대한 가사가 아니라 해당 노래에 대한 설명들이 달려 있다.

가사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 설명들은 의외로 보는 재미가 있다.

 다행히(?) 독일어나 유럽어가 아니라, 영어로 되어 있다. ^^



▶ 트랙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CD 1
01. Superstar
02. Rainy Days And Mondays
03. Top Of The World
04. Maybe It's You
05. Let Me Be The one
06. Reason To Believe
07. Jambalaya (On The Bayou)
08. Leave Yesterday Behind - (previously unreleased)
09. Your Baby Doesn't Love You Anymore
10. Bless The Beasts And Children
11. It's Going To Take Some Time
12. Rainbow Connection, The - (previously unreleased, from "The Muppet Movie")
13. only Yesterday
14. Sweet, Sweet Smile
15. There's A Kind Of Hush (All Over The World)
16. California Dreamin' - (previously unreleased)
17. Solitaire
18. We've only Just Begun
19. This Masquerade
20.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The Recognized Anthem Of World Contact Day)

CD 2
01. Yesterday once More
02. Please Mr. Postman
03. Hurting Each Other
04. I Need To Be In Love
05. Merry Christmas, Darling
06. Close To You, (They Long To Be)
07. All You Get From Love Is A Love Song
08. Sing
09. Make Believe It's Your First Time
10. Ticket To Ride
11. Goodbye To Love
12. I Just Fall In Love Again
13. I Believe You
14. Tryin' To Get The Feeling Again
15. For All We Know
16. Touch Me When We're Dancing
17. I Won't Last A Day Without You
18. Mr. Guder
19. Song For You
20. Karen's Theme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구성이라고 생각되어서 질렀었다.

20개씩의 트랙으로 채워진 두장의 CD이니, 나름대로 이만하면 할 수 있는 한의 노래들은

끌어모아 놓은 것 같다. 뭐, 그렇다고 100% 만족은 아니지만 그나마... ^^;;;

















-막연히 과거는 미화된다고 하지만... IMF 이전까지의 8090 시절은 각별했던 것 같다.

 단순하게 그 시절이 객관적으로 킹왕짱 살기 좋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때는 희망이

그 실루엣이라도 보이던 시절이니까.


-살림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앞으로도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

그지 같은 정치도 독재의 시대를 넘어서 더디더라도 한발 한발 나아간가는 희망...

국민성도 선진국까지는 얼마나 남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더디게나마 전진은 하고 있다는 희망...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개뿔.


-살림은 줄이고 절약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안 보이는 절망...

그지 같은 정치는 퇴보를 거듭하다가 심지어 독재자의 딸이 민주공화국에서 투표로

대통령이 되는, 해외에서 비웃음거리가 되는 절망...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각종 차별과 감정들은 국개들이 늘어만 간다는 절망...

 희망이 대놓고 뽐내지는 않더라도, 그나마 실루엣이라도 존재했다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

정말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나마 국개들의 개체수가 줄어간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국개들의 개체수가 줄지 않았다는 현실과 급속하게 늘어간다는 미래 앞에선... 하아.


-그래서 이 8090에 대한 향수가 각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 10년 20년 30년 뒤에는 과연 무슨 향수나마 가질 수 있을까.

 아, 꼭 그렇지도 않겠다. 이번 당선자를 보면서 벌써부터 가카가 그리울 거라는 향수가 찐-하게 창궐하고

있는 걸 보면... -.-;;;


-과거에 대한 추억, 그리움은 많고도 많지만...

 가끔씩 이렇게 카펜터스의 음악이 나오던 강남역의 동화서적에 대한 그리움이 떠오를 때는

참 멜랑콜리해지는 것 같다.

 이 CD는 그런 멜랑콜리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그렇다. ^^





*** 강남역의 화장실은 그때보다 지금이 확실하게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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