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전국시대의 초나라는 진나라 부럽지 않은 또 하나의 초강대국이었을까?

베리알 2012. 12. 1. 08:23



  예전에 킹덤열전을 이어가던 때에 진나라와 나머지 육국과의 비교라던가, 창평군 이야기 등을

했었는데... 킹덤에 흥미를 잃은 후로 아니, 소년지 만화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너프 버프의 되풀이에

질리게 된 장본인 중의 하나가 작품에서의 초나라였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킹덤 외전 격인 작품들의 부각으로 인해 새삼 초나라와 창평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바... 그래서 춘추전국시대, 특히 이 킹덤의 시대인 전국말의 초나라는 어땠을까...라는

이야기를 더 잊어먹기 적어보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선 예전에 썼던 킹덤열전 창평군편의 보충 성격도...


 킹덤열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전국말의 초나라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여러모로 예로 들기도 좋고 비교하기도 좋아서 킹덤의 장면들과 내용을 이용할 뿐이다.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킹덤만 보고 있노라면... 진나라를 제외한 육국들은 다들 혼자서 진나라와 맞짱을 떠도 될 정도로

힘있는 나라들로 그려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진나라를 제외한 육국 중 가장 덩치가 큰 나라였던 초나라는

진나라고 뭐고 다 개무시한 채 나만 초강대국이다!...라는 분위기로 나오고 있다.


-원래 뭐 다 죽어 가던 나라들의 별볼일 없는 장수들도 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식이다보니,

초나라 정도 되니까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초강대국에 그 초강대국에 어울리는 스페셜 무장들만으로

이루어진, 혼자 급이 다른 나라라고 자랑을 하는 느낌이다.


-미리 말해 두자면, 그리고 몇번이고 말하지만 킹덤을 막 까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소재의 만화라고 해서 역사를 따라가기만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역사 교과서는 나로서도 사양하고 싶다.

 당연히 창작자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과 결과가 아닐까.

 소년지 식으로 버프와 너프를 반복하다 작품의 스토리가 배틀에 휘둘리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흥미롭게 보는 작품이 버프 너프의 늪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일단 우려스럽고...

 배틀이고 창작이고 다 좋긴한데, 그렇게 해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까...라는 점은 중요하다고 본다.

 역사 소재의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배틀과 버프 너프에 열중하다 맛이 가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선 그런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진행이 산으로 가고... 그러다 보면

점점 수습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산악 코스를 타게 될 위험성이 높으니까.


-사람에 따라서 허용점의 기준에 차이가 있을 뿐, 초반에 비해서 특히 이 합종전쟁편에 들어서

킹덤이 좀 변했다는 것은 대체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허세로 가득한 버프 너프의 배틀물 분위기가

강해지고...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스토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그런 배틀물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느껴진다랄까. 나로선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가, 이제 그런 감정조차 슬슬 사라지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도...



-영토는 뭐 대체로 이견이 없을 만큼 넓은 건 사실인 듯 하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비유를 하자면... 겉보기에는 덩치가 더 커보이지만 내용물이 비게가 많아서 실제 육체적인 능력은

실루엣보다 떨어지는 그런 상황?


-뭐, 사실 이건 초나라가 느슨한 요상한 나라였다기보단. 이 시기의 진나라가 이상한(?) 나라였다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



-이런 설명처럼 다른 열국들과 여러 곳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초나라가 한쪽에서 싸움을 벌이면 그 사이에 열국들이 다른 부위(!)를 찔러 오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킹덤에선 이런 지리 상황을 반대로 이용해서 열국들을 때리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


-실제 역사로 보면 물론 반대였다. 초나라가 맞닿은 나라들을 실컷 때리고 다닌 게 아니라,

그로 인해서 언제나 옆구리를 조심해야 하는...


-킹덤에서처럼 저런 스토리를 전개해도 사실 안될 것도 없지만, 문제는 그게 재미로 이어지느냐인데...

전형적인 허세 배틀의 과정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자, 그럼 슬슬 본론으로...


-진과 초는 실제로 킹덤의 이 시기에 한동안 싸우지 않았다.

(싸우지 않았다는 게 싸움이 한번도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분위기가 적대냐 아니냐 정도?)



-그 이야기에서 꼭 등장해야 하는 게 바로 이 초나라의 현재 왕, 고열왕이다.


-한때는 신흥 강국으로, 패자 코스프레 하는 송 양공을 손 봐주기도 하고, 중원을 위협하기도 하고,

주 왕실에 대놓고 협박질도 하고 나는 왕이다~라며 외치고 으시대기도 하고,

월과 오를 먹기도 하는 등, 참 잘 나가던 리즈 시절도 있던 초나라였지만...

 오와 월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지금 상식처럼 착착 나라를 완전히 합병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덩치만 커졌을 뿐 그 덩치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랄까.


-전국시대 초나라의 상황을 보면 볼수록 참 실속없이 덩치만 큰 바보를 보는 느낌이다.

진나라에 태자를 인질로 보내는 게 거의 일상이었으니 말 다했다.

(역설적으로... 신흥 강국으로 그 위세를 떨치던 진나라에서 초나라의 태자를 인질로

잡았었다는 점에서, 생각 이상으로 초나라의 존재가 진나라가 무시할 수 없는 위협꺼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같다. 아무리 빌빌해 보여도, 역시 그 덩치는... ^^)


-일단, 별 의미가 없다면 없지만 그렇다고 꼭 없는 것도 아닌 사실 한가지...

아래의 지도에서처럼 킹덤은 연재 초기에도, 그리고 요즘 연재분에서도 초나라의 수도를 진(陳)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초나라의 수도는 그 진에서 거양으로 옮겨온 지 십년도 더 된 상황이다.

(그리고, 이 합종전쟁이 끝나면 또 수도를 옮긴다)

 그냥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하고 이야기를 진행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뭔가 노리고 진행 중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냥 실수인 듯 하다?



-원래 초나라의 수도는 위 지도의 초라는 글씨에서 왼쪽으로 몇센티, 그리고 하단으로 좀 내려온 

정도에 있던 영이었는데... 이미 예전에 그 유명한 오자서 이야기에서 수도를 버린 적도 있었지만,

그후 오랜 시간이 흐른 이 전국말... 역사는 되풀이된다.


-진소왕 시절, 백기가 초나라의 수도를 쳐서 초나라는 위 지도의 초라는 글씨 위쪽에 있는 진으로

수도를 옮기게 되고, 초고열왕 시절에 거기서 좀 더 오른쪽 좀 더 아래인 거양으로 옮긴다.

 그리고, 지금의 합종전쟁이 끝나면 이제 더 우측으로 이동해 수춘을 수도로...


-수도를 옮긴다는 건 사실 단순히 도시를 옮긴다는 의미와 비교도 안 되는 중대한 사건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수도를 옮긴다니까 그 난리가 났던걸 보라! ^^)

 국가 시스템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옛날이라고 해서 그 의미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수도를 옮긴다는 건 둘 중의 하나다.

 해당 나라가 잘 나가서 땅을 펑펑 넓히다보니 수도를 옮기는 경우가 있고,

해당 나라가 빌빌대다 보니 알아서 수도를 안전한 위치로 옮기는(사실상 도망가는) 경우...

 초나라는 그중에서도 바로 후자였다.


-여러 위협 때문에 수도를 옮긴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 나라의 국운은 기울어져 버리는 것이고,

초나라처럼 그게 되풀이되는 상황이면... 이미 국운은 끝장났다고 봐도 무리나 과장이 아니다.

 다른 이런 저런 자잘한 이야기나 상황 설명보다도, 전국말의 초나라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도가 옮겨지는 과정을 봐도...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결론은 진나라가 무서워서 도망치고

있는 중이라는 일관성은 부인할 수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전국말, 초나라의 수도를 계속 바꿔대는 주인공이 바로 초고열왕...

 킹덤에서는 초나라답게(^^;;;) 폼 깨나 잡고 나오지만, 실상은 열심히 몸을 사리던 왕이었던 것이다.


-위에서 언급만 했던, 초나라 왕이 관련된 진나라와 초나라가 싸우지 않게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는 창평군과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킹덤에서의 쩌는 허세의 초나라만 보면 상상이 안 가겠지만...

 진소왕 시절, 초나라의 회왕은 강대한 진나라와 제나라 사이에서 어장관리를 하려다가

본전도 못 찾고 두들겨 맞는 수모를 겪는다. 그렇게 나라가 망신창이가 되는 것도 모자라서,

초회왕은 진소왕이 만나자는 자리에 나갔다가 그대로 붙들려서 감옥에 갇히는 개망신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개망신을 당하면서도 초나라는 진나라에 복수할 생각도 못 했다.

 이 시기의 진나라의 힘과 초나라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초회왕이 진나라에 잡혀가자, 초나라에서는 제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던 태자를 돌려 받아

(왕은 잡혀 가기나 하고... 태자는 맨날 여기저기 인질로 바치고... 초나라 현실 참~)

다음 왕으로 세우니, 이 왕이 초경양왕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초회왕은 탈출을 감행하다 진나라가 무서운 다른 열국들의 도움도 못 받고,

도로 진나라로 잡혀 왔다가 (아마도 홧병으로) 죽는다. 그리고 진나라는 그 시체를 초나라에

돌려 주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초나라는 진나라에 복수는커녕, 그냥 너랑 안 놀아~ 하고 만다.

 그리고, 몇년 뒤 진나라가 협박을 하자 열심히 달려가서 다시 수교를 한다.

 참 멋진(?) 초나라 시절이다.


-그리고 그후, 백기의 침공도 있고 초나라에서도 반항도 좀 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결국, 초경양왕은 진나라에 태자를 인질로 보내니, 바로 웅원 또는 웅완이라고 한다.

(원과 완의 한자가 비슷한 모양인지라, 분석하는 사람이나 번역하는 사람마다 다른 모양... ^^;;;)

그리고 이 태자를 모실 고위관리를 덧붙이는데... 이 사람이 바로 춘신군 황헐!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초경양왕이 병이 들어 죽네 마네 하는 상황이 오고...

후계자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운 태자는 춘신군의 도움으로 진나라를 탈출,

초나라의 왕이 되니 이 왕이 바로 초고열왕이다.

 그리고, 진나라가 뒤이어 곱게 돌려 보내준 일등공신 춘신군을 영윤으로 임명한다.


-이 초고열왕이 진나라에 있던 시절에 진나라에서 낳은 자식이 바로 창평군이다.

모친은 초나라 태자에 걸맞는 진나라의 신분 높은 여자 내지는 진소왕의 딸(즉, 공주)이 아닐까

추측들을 하는데, 진실이 뭐건 간에 창평군은 어마어마하게 고귀한 신분이라는 것...


-암튼, 이렇듯이 초고열왕은 진나라와 각별한(?) 인연이라면 인연이 있었기에,

그리고 진나라 왕실에서 초나라 외척들의 세력이 꽤 구축이 된 상황이었기에...

이후, 당연히 진나라와 초나라의 관계는 매우 가까운 상황을 유지한다.









-출생의 비밀(^^;;;)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쉬는 타임...


-어차피 꼭 그걸 고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는 게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예상대로 합종군은 후방 보급을 기대하지 않는, 일종의 독립 부대들의 모임이 맞는 것 같다.

애초부터 진나라의 땅을 완전히 정복하며 전진해 온 게 아니라, 대충 밟고 피하며 후다닥 달려오는

전술이었던지라, 합종군이 들어온 루트는 그 즉시 다 막히고, 진나라에 들어온 합종군들은

알아서 다 자급자족을 해야하는 상황...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이야기는 사실 보통의 이야기가 아니다!

합종군 50만은 보급을 기대하지 않고, 처음부터 자신들이 소모할 보급품을 모두 다 가지고 왔다는 건데...


-무기가 기타 장비들은 일단 차치하고... 가장 중요한 식량!

 예전에 본 삼국지 관련 책에서 대충 10만명의 군대가 1개월 전쟁을 하는 동안 7만석이 소모된다고 한다.

합종군은 50만의 군대이니까, 1개월 전쟁에 35만석 이상이 필요하다는 건데...

 현재까지 합종군은 (오는 동안의 기간은 생략해도) 17일 이상이 지나고 있는데,

작전 모양새를 보면 보급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탱자탱자 시간을 보내는 바,

사실 최소한 몇개월분의 보급품은 확보한 상황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냥 한달 채울 것만 생각하고

왔다고 하면... 다른 무기나 장비를 제외하고, 순수 식량만 해도 35만석을 가지고 출발했다는 얘기인데...

 전용 트레일러나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철도나 고속도로가 깔린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정말 놀라운 운반 보관 능력을 엿볼 수 있다. ^^;;;



-다구나, 합종군은 서로 믿지고 않는 상황... 보급품 문제로 서로 치고 박고 싸워도 이상하지 않다.


-사실 뭐... 킹덤에서의 우수한 진나라 장수들을 생각하면 애초 합종군이 쳐들어 왔을 때 모조리

각개격파를 했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보급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적당히

질질 거려 주기만 해도 합종군이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는 것도 당연할 것 같다. ^^;;;



-이어지는 잡담 몇가지... 역사를 따라갈 필요는 없긴 하지만, 이렇게 장당을 여기서 퇴장 처리하다니!

  앞으로 진나라의 통일 과정에 있어서 나름 외교적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장당이기에,

그런 장당을 여기서 이렇게 배틀로 하차시키는 걸 보면...

어쩌면 앞으로 여불위의 처리나 각종 진나라 국내 문제, 그리고 진나라의 통일 과정은

흥미진진한 정치적인 암투나 이벤트를 벌이기보단... 적당한 배틀물의 연속이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든다. 허세와 너프와 버프로 가득 한... 흠.



-웃기다면 꽤나 웃기는 장면인데... 예전에 몽씨 집안의 미스테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몽무의 이름이

등장해 짬밥을 쌓아온 역사는 새파란 애송이, 간명의 것과는 비교한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한다.

 뭐, 아무래도 일종의 오타나 오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몽씨 집안의 역사는

이런 곳에서 저런 취급을 받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



-킹덤에서 누가 보면 사귀는 사이인 줄 착각할 듯한, 묘한 우정의 창평군과 몽무... ^^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능성이 낮은 설정이긴 하지만...

난 이런 게 역사 소재의 작품의 매력이자, 소년지 만화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이야기를 깔아서 나중의 복선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사나이들의 우정이라는 흥미롭게 이용하기 좋은 설정도 만들어 내고...

 게다가, 보통 이런 설정은 나중에서야 에피소드 때워먹기로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예를 들어, 장편 만화에서 후반 즈음에 느닷없이 주인공들이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었거나,

또는 그런 기억을 갖고는 있지만 그걸 얘기 안 하고 있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분량을 때우거나,

어설픈 후반 인맥 만들기를 시도하거나 하는 경우 등등... 이런 거 정말 싫다)

이렇게 앞에서부터 당당하게 만들어 놓고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 ^^



-몽무와 창평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킹덤 외전...


-위쪽에서 얘기했지만, 창평군은 진나라에 인질로 와 있던 초나라 태자가 낳은 아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투덜거림의 주인공은 사실 창평군이 할 게 아니라,

창평군의 아버지인 경양왕이 하고 있어야 짬밥이 어울린다는 거...? ^^


-두사람의 이런 관계 설정이 역사와 다를 가능성이 많다고 까고 싶다는 야그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런 관계 설정이나 이 킹덤 외전편들이 마음에 들었다는 야그다.

 버프 너브의 배틀물 분위기가 강해진 요즘의 킹덤에 비해서... 역사의 이야기들을 어떤 곳은 그대로,

어떤 곳은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재구성한 외전의 설정이나 이야기들은 훨씬 마음에 든다.

 여러모로... 합종군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킹덤 작가에게 큰 변화가 있었거나...

혹은 담당이 바뀌었거나... 또는 작가에게 중요한 도움을 주던 조력자나 어시가 그만두었거나?

 암튼 달라도 너무 다르게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초나라 이야기를 남겨 보는 것도...

킹덤 외전이 마음에 들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



-아버지한테 안겨 본 적도 없는 사실상 잉여 자식 취급인데... 실제로 그랬을까?


-진시황 부친인 자초의 조나라 시절을 너무 궁핍하게만 다룬 이야기가 유명해서 그런지,

이렇게 왕자들을 인질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들에서 그들을 지나치게 잉여 혹은 소모품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인데... 실제로 그랬을까?


-물론, 잉여나 소모품 취급을 받은 경우가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이들은 존재 자체로 중요한 인물들이었고 실제로도 중요한 역할들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단적으로 얘길 하나 해 보자면... 인질로 가치가 없을만한 인물이 인질로 존재할 수 있을까?

인질은 인질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인질인 것이다.


-당장 진시황의 부친이 쩌리 취급을 받긴 하지만, 이 진시황 시대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진시황을 암살하려고 했던 연나라의 태자 단... 쩌리 왕자가 아니라, 분명히 태자다.

 초나라에서 제나라에 보냈던 인질도 태자였고, 초나라에서 진나라로 보냈던 인질도 태자였다.

 듣보잡 쩌리를 보냈던 게 아니라는 건 당장 이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태자라는 게 반드시 다음 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왕자들과 태자와는 격이 다르다.


-초고열왕만 해도, 진나라에 와 있을 때 초나라왕이 그를 보좌하도록 진나라로 보낸 인물이

듣보잡 관리가 아니라 고위 관리였던 춘신군이었다.

 즉, 이런 식으로 소위 인질로 보내지는 왕의 자식들에게 인질로서의 성격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중요인물들이었고 그들의 역할 역시 빌빌한 인질이 아니라 외교관 위의 외교관 역할로

보는 게 옳다.

 당장 조선의 임금들 이야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인질들이 벌이는 외교관으로서의 기능은

절대 무시 할 수 없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질이라는 딱지를 붙인 외교관으로서

쌓은 인맥은 양국의 관계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돈으로도 사지 못할 자원이다.

 게다가 이런 왕족들은 직접적으로 양국의 왕실을 이어갈 수 있는 연결 부품이 될 수도 있다.

 인질로 잡고 있는 나라로서도, 인질로 보낸 나라로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활용했지,

이런 좋은 아이템을 어찌 찬밥 취급부터 하겠는가.


-예전에 사극 등에서 궁녀 이미지를 잘못 박아 넣어 궁녀의 이미지가 꽤나 왜곡되었단 얘길 한 것처럼,

사극이나 고전 이야기 등등 다방면에 걸쳐서 이런 국가간 인질 교환에 대해서 너무 쩌리 잉여 취급만

하다 보니 인질로서의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런 것만이 아니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킹덤 본편만 본다면 상상이 안 갈 정도로 감성적인 외전의 창평군... ^^;;;


-아무래도 (배틀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좋아하는것 같은) 킹덤 본편에선 창평군의 반란은

안 나오면 이상할 것 같은데... 실제로 창평군의 반란은 저렇게 감성적이었을까, 아니면?


-답은 물론 알 수가 없다. ^^;;;


-하지만, 여러모로 실제의 창평군은 저런 감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 같다.

 정확한 준비로 초나라 정벌을 위한 전초기지에서 딱 타이밍 맞춰서 이신의 뒤를 때린 것도 그렇고,

초나라 왕의 자식이라고 해도 초나라에서 고위 관리 중의 고위 관리(승상!)를 지낸 사람이

단번에 초나라 최후의 대표직을 맡을 수 있던 것도 위급한 상황도 상황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들었던 것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진나라 승상에게서 진나라에 대한 (군사적인 부분을 포함한) 초고급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초나라와 항연이 마다하지도 않았겠지만... ^^


-하지만, 역시나 의문이 남는 것은 반란의 방아쇠...랄까.

 초나라의 왕자라고는 해도 사실상 진나라 사람으로 태어나 자라온 창평군인지라,

만약에 제 아무리 초나라 외척들과 끈끈한 커넥션으로 초나라인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해도,

이미 전국칠웅이 진나라에 의해 통일될 거라는 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을텐데...

 그리고 전국칠웅 최고의 정보력을 갖춘 진나라의 자료들로 본다면 아무리 대국이네 뭐네 해도

초나라가 진나라 앞에서 버틸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 같은데...

 비록 정치적으로 입지가 줄어 들더라도 진시황을 거스르지 않고 진나라에 남아 있었다면

남은 여생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텐데...

 굳이 그걸 마다하고 좌천되었다가 반란까지 일으키고 결국 진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지경까지 간 창평군. 어쩌면 창평군은 정말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순정파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감정이 메말랐다고 소문이 난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인 것 같다. ^^;;;

(어쩌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창평군의 반란에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가 나중에라도 드러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진나라 정도는 당장 쌈싸먹어버리겠다는 킹덤에서의 초나라와 달리,

실제로 전국말의 초나라는 진나라가 무서워서 수도를 옮기며 계속 도망이나 다니고,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장관리나 하려고 하고, 태자는 맨날 인질로 보내고...

 그렇게 살고 있던 덩치만 큰 호구...에 가까웠던 측면이 있다.

 물론, 초나라가 그렇게 작업을 걸던 나라들이 그때 그때의 최강자들이란 점도 있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는 부분이 많기는 해도 나라의 크기나 국력에서 누구도 쉽게

깔 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란 점은 분명했겠지만... 암튼, 허세병 쩌는 상황은 아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