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기...
일본에서 당당히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범죄 관련 만화 중 하나로,
이미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만큼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다.
한국어판 제목은 검은 사기인데, 실제로 이렇게 가져다 붙이는건 조큼 거시기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암튼 그렇게 나왔으니 뭐...
일본의 범죄 관련 만화는 탐정물에서 경찰물, 학원물과 깡패물 등등 여러 장르에 걸쳐서
그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흥미로운건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다.
즉,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법의 문제점이나 현실과의 괴리 등을 지적하는걸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시대 분위기에 맞춘 흥미로운 소재 중의 하나가 바로,
무력하지만 정의라는 허울을 단 법과 시스템 콤비와
실제적이지만 범죄라는 오명을 쓰기 좋은 개인의 복수나 범죄에 대한 처단...등의 대립을 다루는
내용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저 기계적으로 판례에 따라 내려진 판결로 죄값을 치른다고 끝내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해자들에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피해자 소시민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신선놀음과 현실이 충돌하는 걸 반영한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사기꾼에게 천만원을 사기 당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수십억 재산가라면 범인에게 소송을 거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고,
천만원 당장 없거나 못 받아도 그닥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소시민이거나
천만원이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하면... 천만원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시스템 하에서는 판례대로 판결 나면 그만이다.
그것이 징역이든 집행유예이든 벌금이든 뭐든 간에 말이다.
피해자의 손해에 대해선 형량에 참고는 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알바 아니란 거다.
민사소송으로 받으란건 후자의 소시민을 두번 죽이는 일이다)
검은 사기는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랄 수 있겠다.
선량한 사람들을 등처먹는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빼앗고 파멸하게 만들고...
돈 없고 힘 없는 소시민 입장에서 본다면 참 잘 하는 짓이다.
게다가, 이 검은 사기란 작품이 기타 작품들과 차별되는 점은,
확실하게 사기란 소재를 가지고 그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작품들은 다른 이야기들을 하다가 이런 부분을 다루거나 아니면 그걸 이용해 드라마를
강조한다던가 등등 일종의 수단이나 일시적인 소재 정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검은 사기란 작품은 작품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모로 느낌이 다르다.
그 검은 사기가 20권이 발매되며 1부 완결이란 형태로 일단 마무리 되었다.
아직 인물 관계에 있어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나 여러 떡밥 등을 생각하면
나중에 계속 연재가 되길 바라지만 여기서 일단락 된 이유를 모르니 음...
검은 사기 (クロサギ)
세상에는 세 가지의 사기꾼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을 속여 돈을 뺏는 백로, 시로사기...
자신의 매력으로 다른 이성의 몸과 마음을 농락하는 홍로, 아카사기...
그리고 그런 사기꾼들만 골라 사기를 치는 사기꾼인 흑로, 쿠로사기...
어린 시절 거대한 사기 프로젝트에 휘말려 파멸해 버린 아버지에 의해 몰살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쿠로는
사기꾼을 증오하며 사기꾼들만 골라 사기를 쳐 사기꾼들이 모은 돈과 재물을 빼앗고 사기꾼들을 파멸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 쿠로가 노리는 진정한 목표물은 바로 자신의 가족을 파멸시킨 거대 사기 사건의 주범인 미키모토란 사내...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서울문화사와 小學館에 있습니다 ]
선의의 피해자나 잘못된 누명 등 여러 위험에 대한 방지를 위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사기 사건은 이런 점에서 어려운 범죄이며,
다시 말해서 피해자들을 몇번이고 죽이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겠다.
이건 비단 사기 사건에만 관련된 얘기가 아니다.
법에 관련된 문제에 직면할 경우,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개소리라는걸 처음부터 알게 해주는 부분이 바로
변호사라는 존재이다.
특히 한국처럼 전관예우라는 썩어빠진 시스템이 존재하는 곳에선,
저런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전관예우가 없는 곳이라고 해도
어차피 돈 많이 써서 비싼 변호사를 쓴다는 점에서는 같은 문제겠지만...).
일개 소시민이 당장 저런 일에 휘말린다면...
소송에 완벽하게 이긴다고 해도 피해를 제대로 보상 받는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 써야 하는 부대 비용은 또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어떤 변호사를 고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
상대측이 굴지의 로펌의 대표적인 전관예우 변호사들을 줄줄이 고용했다는게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얼어죽을 평등한 법인가?
사기로 인해 돈을 잃었을 때,
소송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밟는게 나을까,
쿠로사기라는 존재가 현실에 있다면 그 존재의 힘을 빌리는게 나을까?
뭐, 실제로 쿠로사기 같은 존재가 세상에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을 좀 바꿔서...
힘 없는 소시민이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과연 쉽게 해결을 볼 수 있을까?
만약에 그 사기꾼에게 사기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법적인 절차...는 목적 자체가 피해자를 구제하고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하는게 아니다.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그 사기 피해로 인해 당장 죽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지금의 형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 등은 나몰라라하고,
그저 법전대로 정해진 형량이나 벌금만 때리면 그만인 시스템...
피해자는 범죄의 피해로 인해 당장 살길이 막막해지고 이후 인생이 망가지게 되어도,
가해자는 출소를 하건 벌금을 내건 그것만 하면 죄값을 치렀으니 떳떳하다...는 현실.
이건 참 부조리 그 자체다.
사적인 복수 같은건 시스템에서 금지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우, 피해자나 다른 사람이 사기꾼에게 사기를 쳐서 피해액을 돌려 받았을때
시스템 기준에서 본다면 명백한 사기꾼이니 잡아 넣을 뿐이다.
과연 그게 바른 길인가?
사기꾼은 그냥 사기 쳐서 돈 뜯어 먹고 배 쓰윽 닦으면 끝이지만,
피해자는 그로 인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인생이 망가질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 있을때...
피해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인생이 망가지거나,
법적인 절차에 들어 가도 피해도 보상 못 받고 그 피해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는 것과,
저렇게 사기꾼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돌려 받은 것...
과연 어느 쪽이 사회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의 처벌 시스템의 개션이 유치찬란한 처벌 나부랭이 같은 게 아닌,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그런 처벌을 병행한다면 어떨까?
다시 말하지만, 그런건 민사로 해결하라는건 돈 없고 힘 없는 소시민을 두번 죽이는 얘기일 뿐이다.
법, 시스템은 그런 개인의 복수나 역 사기 등에 대해선 그건 범죄라며 태클은 잘 걸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정도로 절박한 피해자의 사정 같은건 그냥 생까면서 말이다.
사기를 당해 돈도 날리고 빚까지 생긴 상황에서 시스템이 해 줄 수 있는건 저런 거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잡고 배후조종자를 파악해서 추궁하겠다고...
그런데, 그게 당장 절벽 앞에 선 피해자에게 "당장" 무슨 도움이 되나?
이상적으로야 그런 범죄자들과 조직을 파헤쳐 와해시키는게 사회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고
소시민들의 삶도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능성은 물론 Zero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저런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되었을 경우의 얘기일뿐,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선 암것도 못 하고 끝날 수도 있고(범죄 조직에 기득권이나 가진 자들이
연루되었으면 더욱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무엇보다 그런 거 진행하는 것은
당장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거...
위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쿠로사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범인들이 잡히거나 말거나와 관계없이 파멸에 이르렀을 것이다.
잘난 시스템에게만 맡겨둔 덕분에 말이다.
그런 현실과 시스템을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찔러 주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진짜 흥미롭다는게 이 작품의 장점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지금 위 사건은 프랜차이즈 사기인데, 본편에서 벌어지는 내용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그 비슷한 내용은 이미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만화 속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참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사기, 즉 가맹점 사기는 실제로 사기로까지 진행되지 않더라도,
기맹점의 횡포라는 형식으로도 얼마든지 다양한 모습으로 볼 수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작품의 배경이 일본이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한국이란 점 때문이다.
두 나라는 놀랄 정도로 시스템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은 데다가
(유사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인 조건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말이다.
친일파 척살 청산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일본이 거대한 선진국인데다가, 한국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좋은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나쁜 영향도 장난이 아니다.
특히, 사회적인 개선점이나 긍정적인 시스템 등은 배워올 생각을 안 하는데,
사회적인 문제나 범죄 경향 등은 악착같이 모방해 퍼진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전통적인 각종 사기 수법 등은 물론,
피싱 등 비교적 최신 기술에 의한 사기에다가
거대 국책 사업에 얽힌 사기 등등...
그 복사본 들은 참 한국적인 모습으로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아닐까?
징역 X년 때리고 벌금 좀 먹이는게 중요한가?
범죄로 일어난 피해의 피해액을 보상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지!
(물론, 피해만 보상하면 그걸로 장땡이라는건 아니다.
그렇게 되면 합법적인 면죄부를 기득권 기생충들에게 주는 거니까)
흔히 보이는 상황이다.
사기꾼이나 가해자를 기껏 잡아서 유죄까지 받아도
피해자는 절망에 빠져야 하는 부분...
이런걸 해결하려면 역시 강제로라도 피해액을 토해 내게 하는게 형벌에 추가되거나,
혹은 그에 관련된 시스템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전재산이 28만원 밖에 없어서 추징금이나 벌금을 못 내겠다는 범죄자가 있다고 했을때,
그 개인에게 어떻게든 강제로라도 돈을 더 뜯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던가
(예를 들어 장기 강제 적출 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장기 적출되느니 토해 내겠지.
거기까진 안 가도 당사자가 자가용을 탈 경우 사용할만큼의 기름을 벌금으로 내야
자가용 운행이 가능하다던가 하는 식은 쉽게 가능하지 않겠나)
주변인들의 도움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당연하지 않나?
(예를 들어 당사자의 주변인 A씨가 한끼식사를 대접한다고 할때,
대접하려는 식사의 가격이 1만원이라면 그 3-5배의 금액을 벌금으로 내야
대접이 가능하다던가...
당사자를 집에서 재우려는 주변인 B씨가 있다면 1일당 고급호텔 숙박비의 몇배를
벌금으로 내야 재울 수 있다던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추징금이나 벌금은 못 낸다면서 노가다를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탱자 탱자 놀고 먹고 있는다면 그걸 척살해야 하는게 시스템의 의무일 것이다.
전에 얘기했지만, 법이란 전적으로 있는 자들의 도구다.
힘없고 돈없는 소시민으로서 그런 법에 정의나 선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 그 자체!
한국에서도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국책사업이나 토목사업들에 겹쳐 보이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어떤 자연 지역에 무슨 공사를 벌일 경우,
그에 대한 환경 평가를 하게 되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이 환경 평가를 의뢰하는 게 공사 희망 업체다.
즉, 지금 위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얘기이며,
여러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공사들의 이면에는,
부실 혹은 고의로 누락된 환경 평가 보고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누굴 위한 시스템이란 말인가?
본 작품에서는 사방댐으로 인한 대형 국책사업을 소재로 하는 에피소드인데,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사방댐은 몰라도 이 에피소드가 각별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운하니 4대강이니 하는 현실이 지금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각 권마다 끝부분에서는 이렇게 해당 권에서 나왔던 사기에 대해서
정리 보강 설명을 해준다.
이 작품을 단순히 만화라고만 보고 웃어넘길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앙케이트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은 이미 유명한 개인 정보 수집 방법 중 하나다.
재판에 대한 것도 딴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국내에도 이런 식의 막가파 고소 내지는 고소를 이용한 협박 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돈에만 눈이 먼 각종 법무법인들의 합의금 요구 사건을 들 수 있겠다.
이 책을 보고 아, 나도 요런 식으로 사기나 해볼까...하는 인간말종이 분명히 없지는 않겠지만,
국가 기관에서 감싸주고, 비싼 변호사들 잔뜩 고용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기득권층이 아니라면,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위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줄인다는 이유에서라도
이 책은 필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시스템이나 법이란 건 힘 없는 소시민들을 지켜 주는게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겠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데다가
좋은 방향으로 갈 희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더러운 사기꾼과 기생충들의 먹이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노력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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