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오늘날의 DC 세계관을 만들어낸 전설의 작품! -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 무한 지구의 위기

베리알 2012. 9. 1. 21:50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믹스 세계관은 영화로든 애니로든 코믹스로든,

특정한 작품에 국한된 정말 깨는 특정한 설정이 아닌한, 대체로 어느 선의 보편 설정을 유지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게 처음부터 그런 설정이 있었고 그게 유지되어 온 게 아니라...

1년이고 10년이고 코믹스의 세계관이 쌓이고 확장을 거듭하고 서로 크로스오버를 하다 보니,

이게 도무지 눈 뜨고 못 봐줄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제작진에서 일종의 대청소 이벤트를

감행해서 정리를 해 설정의 평균을 확립하고, 이를 토대로 계속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춘

기원 작품들을 내보낸 덕분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퍼히어로 작품을 그닥 즐기지 않았고 지식도 없다고 해도,

수퍼히어로 영화나 코믹스 이야기를 하는데 별 부담이 없는 좋은 세상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그게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거...


 DC에서는 그냥 이 지구상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과 빌란만으로도 넘쳐날 지경인데도,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 지구라는 세계를 몇개나 있는 걸로 설정해서

지구1이니 지구2니 하면서 이름까지 붙이고 각각의 우주에서는 별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펼쳐지는 사실상의 난장판(^^;;;) 스토리를 진행했었다.

 지금이야 수퍼맨 하면 크립톤에서 온 (거의) 유일한 생존자인 칼엘이고

스몰빌에서 자라고 메트로폴리스에서 기자일을 하며 로이스가 애인이다...라는 건

수퍼맨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다 알 정도의 일종의 상식이지만,

저렇게 멀티버스의 시절에는 수퍼맨이라고 해도 별별 수퍼맨들이 다 있었다.

 심지어, 각각의 멀티버스들은 세계 자체조차 달라서... 지금 우리의 현재와 비슷한 역사로

진행되어 온 지구가 있는가 하면, 아예 다른 역사로 진행되어 지구도 있는 등... 쉽게 말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관 그리고 다른 히어로와 빌란이 활약하는

각각의 지구들이 따로 몇개씩 더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히어로 세계관조차 진입 장벽이 장난이 아닌데... 사실상 그런 진입 장벽이 몇단계가 더

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들 각각의 우주들의 히어로와 빌란들이 서로 시공간을 넘나 들며 조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이 밑도 끝도 없는 확장은 도를 지나쳐서,

심지어 전통적인 코믹스의 팬들조차 버거울 정도가 되었었으니, 초심자들에게는 그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막장 난장판을 정리하기 위해서 DC에서 칼을 꺼내 들었고,

1985년 연재가 된 이 작품은 수많은 희생을 뒤로 한채, 결국 그 모든 지구를 하나로 통합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코믹스팬들도 공부(!)의 짐을 덜게 된 것이고, 초심자들도 무지막지한 장벽 없이

손쉽게 이 수퍼히어로의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암튼 그 역사적인 대사건, 그 역사의 작품의 바로 이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 무한 지구의 위기다.


 예전부터 국내에도 번역되길 희망하는 의견들이 극히 일부의 수퍼히어로 팬들에게서 있긴 했지만

전망은 거의 불투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단순히 옛날 작품이라 그런 게 아니라...

이 작품이 DC코믹스의 거대한 진입 장벽을 부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수퍼히어로 코믹스보다도 높은 진입 장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줄을 이은 멀티버스들과 그 각각의 세계의 히어로들과 빌란들이 사실상 총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제대로 즐긴다는 건 DC의 수퍼히어로들에 대해서 어지간한 애정과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네임 밸류로는 굉장히 유명한 전설의 작품이지만,

직설적으로 말해서 초마이너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그런 작품이 떡하니 국내에 출시가 되었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경악스러운 일이다. ^^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표지로 보면 마치 요즘 기준의 예술적인 작화가 펼쳐질 것 같지만...

그동안의 DC코믹스와 달리, 마블코믹스의 스타일이다.

 즉, 표지 그림과 내용 그림이 전혀 다르다는 것...


-이 작품은 무려 30여년 전인 85년에 나온 작품인데... 그래서 작화가 요즘 경향과는 다르지만,

그게 꼭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옛날 느낌의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액션이나 표정 묘사 등은

요즘의 그래픽 노블들과 비교해서도 더 앞서는 면이 있다(솔직히, 요즘 그래픽 노블들은 그저 화려한

채색이나 흥미 있는 스토리이기만 하면 그만이다...라는 심보로 나오는 작품들이 늘어난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컷 배열로 펼치는 연출도 30여년전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정말이지, 옛날 스타일이라 부피가 작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요즘 그래픽 노블 스타일로 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면... 분량이 아마 못 해도 이 원작의 5배 이상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그 정도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스토리와 대사를

이 작품이 갖추고 있다는 야그이기도 하다)


-아마 요즘의 세계관에만 익숙한, 혹은 그런 세계관으로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참 생소할...

그러나, 옛 코믹스 팬들에게는 정겨운 멀티버스 장면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런 다양한 지구들이 히어로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체 모를 대재앙으로 순식간에 멸망해 가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그 핵심에 있는 소재가 바로 반물질인데... 2012년에 와서도 신의 입자 어쩌고 하는 과학계지만,

그 이전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와 우주의 역사를 바꿀 환상의 존재로 예견되고 있는 게 그 반물질이다.

SF 작품들에서도 오버테크놀로지의 극한을 보여주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할 정도로,

실제로 이 반물질은 그 존재를 확인하고 인류가 그걸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마치 먼 미래의 초기술이 갑자기 지금의 인류 앞에 떨어진 것같은 무시무시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겨우(?) 지구 규모의 신이 아니라 우주 규모의 신 그 이상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환상의 존재다.


-바로 그 반물질에 의해 멀티버스들은 파괴되어 가고, 이 상황을 막기 위해 초월적인 존재,

모니터가 등장하여 각 멀티버스들의 수퍼히어로들을 모으지만...

 그 모니터와 대칭되는 반물질의 악의 존재, 안티모니터는 그런 모니터의 노력을 비웃듯이

계속적으로 멀티버스들을 없애며 힘을 키워 간다.


-위에서 거창하게 말했던 것처럼... 실제로 반물질이 존재하고 그걸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건 초월적인 우주 존재 그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야그다.

 지금 우리가 아는 상식이나 물리법칙 등등... 일상처럼 당연한 그 모든 것들이 일상이 아니게 된다면?

이게 그냥 일상의 레벨이 아니라 물질을 이루는 원자, 분자, 또 그 이하의 초미시 레벨에서까지

다르게 된다면... 그 상황에서 우리의 상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 반물질의 존재 앞에서는 수퍼파워도, 신이고 나발이고 그런 것도 다 소용이 없게 된다.

 이 물질의 우주에서 아무리 우주적인 존재라고 으시대봐야, 그 힘이 안 통하는데 어쩔 것인가.

 바로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


-덕분에... 그 수많은 수퍼히어로들이고 뭐고, 그 무수한 신들이고 뭐고 간에 다 쪽도 못 쓰고 발린다.

어느 정도인지 간단히 예를 들자면, 수퍼맨 세계관의 최대 악당인 브레이니악이 위협을 감지하고

협력하자고 렉스 루터를 부르고 또 수많은 빌란들을 불러서 그에 대항하려고 할 정도이고...

또한 역시 수퍼맨 세계관의 또다른 최대 악당인 아포칼립스의 다크사이드가 조용히 몸을 사리고

도망치게 할 정도였다.

 그 잘났다는 그린 랜턴의 원로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정도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크라이시스였던 것이다.


-암튼... 안티모니터 덕분에(?), 그 멀티버스들의 지구들은 모두가 하나로 합쳐져,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히어로과 빌란, 사람들과 생명의 희생이

있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목숨을 희생했지만 자신의 멀티버스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희생의 결과는커녕,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 비극의 인물도 있을 정도...


-지구 차원에서 벌어지는 리셋과는 그 규모나 의미가 완전히 다른,

진정한 의미에서 우주적인 규모의 초대형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 브레이니악과 루터, 다크사이드가 알아서 서로 힘을 합칠 정도라면 그 위험성이 설명이 될까.

아니면, 오아의 그 가디언 늙은이들이 몰살되었다면 설명이 될까.

전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면서 맨날 할 수 있는게 없다면서 구경만 하던 스펙터가 전면에 나서서

심지어 떼거리 마법사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죽을둥 살둥 달려들었다면 설명이 될까.

 하긴, 여러 개의 멀티버스가 하나로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상초월이겠지만... ^^


-책은 정말 놀랍다. 번역한 사람들이 죽도록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등장 인물들에 일일이 이름이나 출신 지구 등의 정보를 표시하고 있으며,

스토리상 중요한 이벤트에는 그 이벤트 에피소드의 출처를 표시,

그외에도 보는 사람의 편의를 위한 옮긴이의 수많은 짤막한 참고 설명 등등...

 보는 사람이 미쳐버릴 정도의 방대한 분량의 세계들인데, 그걸 일일이 번역한 사람들은 대체... ^^;;;


-물론, 그런 최대한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극소수 중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나로서도... 정말 몇몇 인물들 외에는 그냥 어디서 들어본 듯 하군~ 혹은 대충 대충~ 이러면서

넘어간 캐릭터들과 연관 에피소드들 천지였으니까.

 그 덕분에, 그 넘쳐나는 히어로와 빌란 속에서 낯익은 인물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그 기쁨은 몇배가 되기도... ^^


-사실 수퍼히어로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사적인 전설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꼭 봐야하나...라고 한다면 유감스럽게도 글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수퍼히어로 좀 좋아한다고 해봐야 지금 상식화된 하나의 세계관에 대해 좀 아는

정도에 그칠 뿐... 그 하나의 세계관 보기도 벅찬 상황에 케케묵은 시절의 멀티버스 이야기까지

알아야 한다면 어쩌면 전공서적 보는 것보다 더 벅찰 수도 있고...

 이 책이 나온 게 거의 30여년 전, 즉 이 책 이후로 단일화된 세계관으로 진행이 된지도

벌써 강산이 3번이나 변했다는 것이다. 수퍼히어로 세계에 대해서 진짜 공부하겠다는 심정으로

파고들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의 이야기는 요즘의 수퍼히어로 이야기들을 즐기는 데 있어선

몰라도 상관이 없다는 야그다.

 진입 장벽은 무시무시하고... 읽는다고 해도 딱히 일상에서 크게 도움이 될 성질의 것도 아니고,

사실상 일종의 말소된 의미없는 역사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아마 수퍼히어로물에 좀 관심이 있단 정도로는 이 책을 보는 게 무리이고 소득도 없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의미에서 매니아들이 아닌 이상은...


-비슷하게 옛날 작품들이라고 해도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와는 그래서 성격이 전혀 다르다.

다크 피닉스 사가야 영화 엑스맨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다가,

지금의 상식적인 엑스맨 이야기들과도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다크 피닉스 사가를 보는데 있어서  그저 엑스맨에 대해 좀 아는 것 정도 이상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에 반해 이 크라이시스 쪽은... 현재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영화도 없었고(계획도 없고),

지금의 상식적인 DC 수퍼히어로 이야기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면서,

이 책을 보는데 있어서 요구하는 것은 이제는 사라진(?) 고대의 수퍼히어로 지식의 전문가 레벨이니,

여러모로 상황이 전혀 다르다.


-암튼... DC의 수퍼히어로 역사에 있어서 우주적인 의미 이상의 역사적인 이벤트임에는 분명하지만,

역사 시험을 방불케하는 무시무시한 진입장벽이나(뭐, 모르는 히어로나 빌란은 그냥 건너 뛰고 혹은

대충 넘어가면서 읽어도 상관이야 없겠지만... 이 부분을 잘 하면 그나마 이 책이 볼만하겠지만,

이 부분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면 이 책은 외계어로 된 전공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매니아들에게나 의미 있을, 지금은 의미 없는 말소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뿐이니...

 여러모로 (라이트) 수퍼히어로 팬들에게는 수지가 맞는 장사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시 강조하지만, 역사적인 이벤트 혹은 엄청 유명한 이벤트라는 점에 혹해서 달려 들기엔,

요구는 너무 많고 소득은 너무 적은 편이다. 수퍼히어로에 대한 자신의 지식과 관심, 열정을 잘 판단한 후에

볼지 안볼지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물론, 이 책은 정말 재미있고, 캐릭터들은 매력적으로 잘 살아 있고,

이벤트들은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수퍼히어로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봐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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