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그린랜턴 영화가 실패한 게 당연한 이유 -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Green Lantern: Secret Origin)

베리알 2012. 9. 10. 18:00


  개인적으로 그린랜턴이란 히어로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국내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은 히어로인데다가, 예전에 그나마 이 히어로를 접할 수 있는 게

DC 히어로들이 떼로 나오는 그런 작품들이었는데, 이런 작품들은 아무래도 히어로들의 개성을 잘

살려내기보단 하나의 그룹으로 뭉쳐놓기 위해서 이런 저런 손질을 많이 해대는 바... 그린랜턴의

진짜 능력이나 매력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수퍼맨조차 그냥 멍청한 몸빵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잘 알지도 못 하는 그린랜턴은 그저 반지에서 뿅뿅 거리는 셔틀(반지로 임시 구조물을 만들거나 해서

다른 캐릭터들 탈것을 지원한다던가하는 식으로 암튼 그냥 후방지원셔틀...)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제 인터넷 시대가 되고, 국내에도 정식으로 수퍼히어로 코믹스들이 발매되는 상황이 되면서...

이 그린랜턴이란 히어로에 대해 새롭게 진가를 파악할 기회가 주어지긴 했지만, 애초 인기 없던

히어로에 대해서 사람들이 그런 기회를 쉽게 즐길리가 만무했다. 그나마 그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게

지난번에 만들어진 영화일텐데... 하하하. -.-;;;


 수퍼맨도 꾸준히 기원 설정이 수정되어 오는 것처럼, 그린랜턴도 기원이나 설정들이 변화가

있어 왔고, 그중에서도 그린랜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할 조단을 중심으로,

그린랜턴의 기원을 새롭게 시작한 작품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매되었으니... 그것이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 (Green Lantern: Secret Origin)이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그린랜턴 영화가 왜 실패했는지, 아니 실패한 게 당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한 그린랜턴의 매력을 잘 살려내기보단, 그저 초딩 영화스럽게 그리고 극장 영화로 만들어지는,

수퍼히어로물이 흔히 겪게 되는 함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만들어졌다는 것을...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게 원래 국내에 발매된 그린랜턴 시크릿 오리진인데...

얼마 전에 오프에서 보니, 이 시크릿 오리진의 책 표지가 영화 그린랜터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출판날짜를 보건대, 기존에 발매된 책을 회수해서 출판사에서 표지만 바꾼 것 같다.


-일단 국내에서 바닥 인지도인 그린랜턴에 대해서 영화의 이미지를 사용한 덕분에...

표지를 봐도 누군지도 모를 뜬금없는 느낌이나, 저런 대놓고 녹색 쫄쫄이의 선입견을 최소화하고,

영화의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코믹스로 이어갈... 가능성은 있기는 하겠지만, 어쩌면 조금 장밋빛?

 극장에서 본 그 혹평 영화와 관계 있다는 게 어쩌면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르는데...? ^^;;;


-영화를 만들 때 참고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도 겉에서 본 큰 줄기의 스토리는 비슷하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그린랜턴 세계관의 최강의 적 중 하나인 페럴렉스를

엉뚱하게 낭비한 거나 다름 없는 영화와 달리, 이 코믹스에선 페럴렉스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 그린랜턴 세계관에서 가장 유명한 빌란이기 때문에 되는대로 영화에 끌어 들이고,

판타스틱4 2탄이 이미 대망의 실수를 보여줬음에도 빌란의 원래 개성이나 능력은 다 개무시하고,

그저 무조건 크게 대빵 (외모만)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들면 그만이라는 망상을 똑같이 되풀이한

나쁜 결과물이 영화일 것이다.

 실제로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후반부 최종 보스는 정말 중요하긴 하다. 수퍼맨 리턴즈에서

아무도 후반부 활약을 언급하지 않고 앞에서의 비행기 장면만 언급하는 것이나(진짜 명장면이긴 하다. ^^),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 라스트 배틀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고깃집 싸움만 언급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의 만듦새의 문제 아닐까? 마블 영화의 영웅이 된 아이언맨1의 경우,

최종 보스가 시시하기도 하고 별로 존재감도 없긴 했지만 사람들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고

재미있게 봤다고 하는 걸 보면... 최종 보스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역시 영화 자체일 듯.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그저 옐로우 링을 등장시키고 시네스트로가 타락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이 원작 기원에선 페럴렉스나 옐로우 링은 등장하지 않는 대신에, 시네스트로란 캐릭터에 대한 설명,

그리고 DC의 화제의 거대 이벤트였던 가장 어두운 밤으로의 연결 고리를 준비하고 있다.

 뭐, 영화화하자니 아무래도 가장 어두운 밤 이벤트를 그대로 영화에 이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

영화에선 그렇게 재구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페럴렉스를 물리치기 위해

옐로우 링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나, 페럴렉스를 물리친 후에 옐로우 링의 존재나...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 도저히 이 영화가 그린랜턴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페럴렉스에 의한 거대 빌란 장면들이 없어진 대신에, 그 자리를 등장 인물들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는데 사용하고 있고... 덕분에, 영화에서 그저 이상한 갑갑한 녀석이었던 시네스트로나,

두려움을 모르는 자라고는 도저히 봐줄 수 없었던 그냥 똘끼만 있는 할 조단 등은 나오지 않고,

해몬드와의 관계도 전혀 달라져 있다.


-등장 인물들의 개성이나 행동의 당위성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반지 그 자체!

영화에선 너무 초딩스럽게만 표현되고, 또 대놓고 PPL을 하는데 낭비되었던 것과 달리...

이 코믹스에선 반지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어 그린랜턴이란 히어로의 진짜 매력을 드러낸다.


-AV적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었던 영화의 장점인 공중전 장면이나 대형 싸움 등은 사라지겠지만,

가장 어두운 밤의 연결 고리만 적당히 수정해서 이 시크릿 오리진의 내용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강하게 남았다.


-할 조단이 어떤 캐릭터인가 간단히 보여주는 장면...

이제 막 그린랜턴 훈련을 마치고 지구에 온 할 조단 앞에 시네스트로가 나타나고,

고참 앞에 예의를 갖추라는 둥, 상급자를 의심치 말라는 둥, 너보다 더 강한 자에게 도전하지 말라는 둥

선배의 조언인지 선배의 꼬장인지를 늘어놓는데, 이에 대한 할 조단의 대답...

 아, 네. 근데, 난 그런 거 안 통하는 사람이야~

 영화의 할 조단은 그냥 캐릭터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확실히 그린랜턴을 대표하는 할 조단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똘끼를 부릴 줄은 알아도, 맨날 무서워하고 있었고...


-암튼, 이 시크릿 오리진은 그린랜턴의 새로운 기원이기도 하면서,

DC의 화제의 이벤트였던 가장 어두운 밤을 시작하는 한발이었기도 했다.

 

-왜인지 유치하게 보이고, 왜인지 재미 없을 것 같은 그린랜턴...이라는 선입견,

그 선입견을 없애는데 효과적인 책이었다.

 난 이 책으로 그린랜턴이라는 히어로에 대한 선입견을 상당히 없애고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후 국내에 출간된 다른 책들도 제대로 찾아보게 되었으니까... ^^


-영화에 실망한 그린랜턴의 팬이나, 그린랜턴에 대한 (나쁜) 선입견이 있는 수퍼히어로 팬들에게,

일단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좋~은 작품이다. ^^





(책 자체로 보면 의외로 부실한 편이다. 다른 수퍼히어로 코믹스들이 작가나 혹은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나 정보 등을 싣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딱 본편만 들어 있어서 조금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