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괴작도 아닌 희대의 졸작이란 바로 이런 것! - 거리의 무법자, 1992 [DVD]

베리알 2012. 8. 13. 16:26

[ 거리의 무법자 (Street Fighter, 1992) ]


  1992년... 내 기억으로 이 시기가 스트리트 파이터2, 즉 SF2의 인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던걸

일상처럼 실감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오락실(원래는 업소용이라 부르지만... ^^;;;)에서는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 하면 어설픈 대전,

대전 게임으로 나와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유명한 고전 게임에서부터,

어떻게 이런 게임이 대전 게임으로 나오는가 싶을 정도의 고전 게임들까지...

가지가지 온 세상이 SF2의 물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만화 역시 마찬가지... 저작권 탓인지, 일본에서 물 건너 온 일본제 SF2 만화는 별로 찾아볼 수 없었지만,

홍콩제 SF2 만화는 그야말로 발에 채이고 채였다.

 원래 한국은 뭐가 뛰면 개나 소나 망둥이로 뛰는 것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었으니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드라마 V가 나오던 시절에는 만화가 나오는 잡지란 잡지마다

저마다의 V 관련 만화를 싣고 있었고, 쥬라기 공원이 히트하자 갑자기 공룡 만화가 같은 잡지에서도

여럿 실리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넘쳐 났었다. 물론, 그런 급조 만화들은 대부분 허접의 극치였지만...)

이 SF2 역시 한국에서도 안 나오는 게 이상할 터...


 당시, 소년 잡지 만화계에서 아이큐 점프와 겨루던 소년 챔프에서 이를 소재로한 만화가 연재된다.

 그야말로 캐릭터 냄새 정도나 카피해온 수준의 조악한 수준이라면 수준이었지만... 작품의 방향을

아예 개그물로 설정한 내용 자체는 의외로 봐줄 구석이 있었다. 의외로...


 그런데, 그것만으로 성이 안 찼는지... 아니면 그 짝퉁 만화가 생각보다 인기가 있었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대원에서 날씨가 덥다고 살짝 돌아버렸는지... 그걸로 극장개봉(원래는 극장 개봉

계획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물건이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제목은 역시 저작권을 피하기 위함일 듯...


-이 물건은 진정한 졸작이라고밖에는 달리 해 줄 말이 없다.


-내가 상당히 싫어하는 영화 연출 중의 하나가, 캐릭터가 등장하면 그 소개를 텍스트로

화면에서 나불나불 거리는 것인데, 이 작품이 안 그래도 바닥 수준인데 그런 단점까지 또 추가하고 있다.

(이런 연출의 최고봉은 단연 천사몽... 중2병의 선구자같은 느낌이다. -.-;;;)


-그것도 그냥 나불나불거리는 게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키와 체중에서 작품과 관련도 없고

캐릭터 참고에 도움도 안 되는 내용들을 캐릭터마다 2페이지 정도로 타이프 치는 연출로 보여주는데,

안 그래도 50분도 안 되는 짧은 러닝 타임에서 그런 삽질로 시간을 잡아 먹으니...


-게다가 이 작품은 연작을 구상했는지 원래 잡지에 연재하던 작품의 초반 정도만 보여주는데,

심지어 등장 캐릭터조차 다 출연하지 못 하고 후속 떡밥만 던진 채 끝나는데... 물론, 후속작 이야기는 없다.


-원작(여기서 말하는 원작이란 소년챔프에 연재되던 만화)에서 가져온 게 장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단점만 가져온 것도 원초적인 문제점...

 원작의 개그 센스를 잘 살리는커녕, 원작에서 지저분함만 파워업해서 가져온 걸로 스토리를 끌고 나가니...

도대체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애초 작품의 정체성도 상당한 문제가 된다.

 이 작품은 SF2를 기본으로 해서 패러디를 만들었다기보단,

기본 구성 자체를 SF2가 아닌, 또다른 SF2 만화에서 가져오고 있는데...

다름 아닌 천하만화라는 잡지에서 연재하던 스트리트 파이터 만화에서 설정을 따오고 있다.

 당시 범람하던 수많은 홍콩의 SF2 만화 중에서, 유일하게 캡콤의 정식 라이센스를 받았다고

선전하던 작품인데... 캐릭터 명칭부터 달라이신 등을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원래 SF2와는 상관도 없는 천하만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신무천황이니 뭐니 하고 있으니...


-결론적으로, SF2를 베이스로 한 소년챔프 만화의 장점도 가져오지 못 했고,

그렇다고 천하만화의 스트리트 파이터 만화의 장점을 가져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SF2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각보다 괜찮은 숨은 수작은 커녕, 한철 장사 하겠다고 나온 거 치고도 바닥인 수준...

진정 희대의 졸작이라고 할만하다.


-DVD는 딱 그런 작품에 어울리는 수준이다.

원래 작품의 화면비는 와이드였다고 하는데(정말???) 옆이 잘린 4:3이고,

화질은 뭐... 논하기도 지치는 수준이다.

음질은 DD 2ch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체감은 라디오보다 못 하다(대사 구분이 고행의 수준... -.-;;;).


-개인적으로... 이 대원클래식이란 시리즈는 굉장히 이뻐라한다.

제 아무리 졸작이니 괴작이니 해도 이 추억의 작품들은 나름대로 장점들이 있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켜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을 제 아무리 질이 나쁘다고 해도 DVD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환영했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대원 클래식 구입 중에서 유일한, 그리고 가장 실망한 케이스가 바로

이 타이틀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선 추억을 상기시킬 건덕지가 (거의) 아무것도 없었고,

DVD질도 역시 좋질 않고...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단 하나의 의미를 꼽으라면 성우...밖에 없다.

사대주의에 쩔은 관료와 정치가, 교육계, 그리고 기업들의 GRYB 덕분에

국내의 문화 사업 내수 시장의 든든한 한 축이자 관련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으나

완전히 고사한 성우 시장... 이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목소리는 다들 익숙한 성우분들의

연기만큼은 이 작품에서 추억을 연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이자,

굳이 이 작품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자면 단 하나의 존재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스트리트 파이터 관련 작품들을 찾아 보는 사람들이나,

혹시나 괴작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돈과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현재 구입하고자 한다면 거저 수준으로 구입이 가능하지만... 그 가격이라도 역시 말리고 싶다.

더불어, 50분밖에 안 되는 러닝타임인데 정신과 시간의 방이 이런 느낌일까...라는 걸 체감할 수도~)















[ 거리의 무법자 (Street Fighter, 1992) ]

<영 화>

장점 - 옛날 성우분들의 회상 / 정신과 시간의 방의 원리를 탐구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단점 - 존재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칠 것 같진 않다...


< DVD >

장점 - 거저 수준의 가격

단점 - 싼 가격에 혹하면, 인생에서 가장 긴 50분을 낭비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