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용두사미의 끝판왕이란 명성은 과연 명불허전! - 시크릿 인베이전 (Secret Invasion)

베리알 2012. 6. 6. 09:50



용 두 사 미

이 작품에 대한 평들은 혹평이 많고, 또한 그 혹평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두사미라고 해봐야 얼마나 용두사미겠어...라는 심정으로 보기는 했는데, 헐!


 내가 여태까지 본 수퍼 히어로 그래픽 노블에서는 물론이고,

살면서 본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Top을 노릴 정도로 진정한 용두사미였다.

 후반부에서는 솔직히 욕이 막 나올 정도였는데...


 뭐, 용두사미의 레퍼런스라는 점은 분명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용두사미로만 끝내기엔 이 작품은 아주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었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스토리는 알려져 있다시피 꽤 흥미롭고 충격적이다.


-상대방의 모습을 카피하는 외계의 초문명 스크럴.

 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퍼 히어로 가운데 엘렉트라가 스크럴임이 밝혀지고,

수퍼히어로들의 우두머리로 활동하고 있는(초인등록법안 이후의 시기) 토니 스타크는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천재 과학자 리드와 행크를 불러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하지만, 속속들이 그 정체를 드러내며 순식간에 지구를 잠식해 오는 스크럴 앞에서,

서로 간의 신뢰가 흔들린 히어로들은 위기를 맞는데...

 그리고, 함정에 빠진 토니에게 스크럴의 여왕이 다가와 충격적인 사실을 얘기해 준다.

토니 스타크는 사실 스크럴 전사로, 지구를 정복하려는 스크럴의 목적을 위해서

오래 전에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지금의 활약을 펼쳐, 오늘 히어로들을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해낸 스크럴의 영웅이라고!


-두말할 나위도 없이, 냉전과 메카시즘의 시대에 나왔던 신체 강탈자의 침입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이 소재가 얼마나 먹히는 거였는지, 이후로도 꾸준히 리메이크되었고,

결국 마블의 중요한 이벤트에까지 등장하게 된 것...

 하지만, 그런 향수를 가지지 않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닥 흥미가 없는 소재인 모양이다.


-초중반까지는 정말 흥미롭다. 여태까지 믿고 있던 동료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외계의 악당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 충격을 실제로 현실에 보여주는 각종 사건과 테러들

(스크럴에게 당하는 리드 리처즈의 모습은 후덜덜...)은 흥미진진 그 자체다.

 이 대위기 상황에서 심지어 싸이코 공권력 썬더볼츠와 그 수장인 돌아이 노먼 오스본이 스크럴에 대항해

히어로들에게 협력하고, 적의 적은 아군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위기 상황에서 히어로들과 힘을 합치는

빌란들은 전지구적인 대규모 대결이 벌어지게 만든다.


-그 와중에 스크럴이었다고 밝혀진 토니 스타크 이야기나, 정체성의 갈등에 폭주하는 캡틴 마블

(한국에 발매되는 그래픽 노블들이 다들 그 한편 완결이 아니고, 특히 이런 식의 연결된 흐름의 이야기들은

앞에 벌어진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는 상황인지라, 이렇게 앞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는 경우에는

그 이야기를 접할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다. 캡틴 마블에 왜 이 상황인지가 주석으로라도 설명이 부연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캡틴 마블 부분이 붕 뜨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작품에서 히어로들로 완벽하게 위장하는 스크럴들이

그 시험작으로 캡틴 마블을 만들어냈는데, 프로토타입이라 스크럴의 의도대로 완벽히 만들어지지 못 하고,

원래의 캡틴 마블의 정체성까지 완벽하게 복사가 되어, 스크럴이면서도 스크럴을 거부하는 캡틴 마블의

카피판이란 흥미로운 결과가 나와 버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서로를 믿지 못 하고

혹은 과잉 믿음으로 이성을 무시하고 감성에 맹신하는 상황의 아이러니 등등...

 뭐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몰입시킨다.


-문제는 외계의 초문명이, 그것도 오랜 시간 공 들여 준비한 지구 정복 작전이...

정말 싱겁다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시시껄렁하게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지부진했으면 그냥 그려려니하겠지만, 앞에서 내용이나 분위기 모든 면에서 몰입시켜놓고는

마무리는 용두사미의 레퍼런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강의 용두사미라고 딱지 붙여서 봉인하기엔 초중반까지가 너무 아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게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또 따로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모 종교를 연상시키는

스크럴의 모습과, 그런 스크럴에게 동조하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일단 첫페이지가 종교적 기록 같은 페이지로 시작하는데, 그게 그냥 가져다 붙인 게 아니었다.

스크럴들은 심지어 자기네 행성이 맛이 간 상황에서도 기록된 말씀이 옳았다느니 하면서

광신집단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는데다가, 이후 임무를 수행하면서 끝없이 나오는

그분은 널 사랑하신다~타령은 두말할 필요없이 (내가 아주 싫어하는) 모 종교의 그 모습이다.

 지구를 정복했다고 전지구에 내보낸 방송은 지역별로 거기에 맞춘 유명인의 모습들과

유명한 히어로들의 모습을 사용하고 있는데, 딱 종교에 눈이 먼...이라기보단, 종교의 이름을 사용해

혹세무민하는 사기꾼들의 모습 그 자체가.

 그리고, 거기에 응해서 스크럴들을 환영한다느니, 스크럴들의 입 발린 말만 믿고(스크럴들은

지구의 여러 위기나 전쟁, 재앙, 어려움 등 지구인들이 해결하지 않고 있는 그런 문제들을 자신들이

해결하겠다며 광고를 내보낸다) 이제 유토피아가 왔다느니 경찰들 꺼지라느니, 히어로들을 보면서

스크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러 온 분들인데 (그분들에게 감히 테러를 하는)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무뇌아들의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의 재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용두사미의 레퍼런스라고 해도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마지막에 적의 대장을 잡는 장면이 그대로 언론을 탄 덕분에, 전지구적인 위기에서 인류를 구해낸

영웅이 된 (사이코) 노먼 오스본이 이 위기와 기회 덕분에 썬더볼츠라는 조그만 조직을 넘어서,

토니 스타크를 밀어내고는 수퍼히어로들을 통괄하는 수장의 자리에 오르는데...

 그런 노먼 오스본을 어벤져스 타워 지하에서 기다리는 자들은!?!?!?

 엔딩 임팩트만 놓고 보면 그래픽 노블 수위를 겨룬다고 해도 좋다.


-그림이나 작화는 괜찮은 편이고, 표지보다 사실 뒷표지가 이 작품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마블 작품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표지나 뒷표지와 실제 본편의 그림체는 전혀 다르다. (^^;;;)


-뒷부분에는 각종 표지 그림들을 모아 놓고 있는 것도 볼만하고, 작품 챕터마다 스크럴의 공포,

다시 말해서 신체강탈자의 공포를 그려놓은 이미지들은 작품의 재미와 별개로 섬뜩하다.


-용두사미라는 말에 이 정도로 어울리는 작품도 쉽게 찾을 수 없을테지만...

그런 초신성급의 단점 뒤에서도 나름의 장점이 숨어 있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지구적인 이벤트인만큼, 마블의 히어로들이 떼거리로, 그리고 마블의 각종 히어로 조직들도

줄줄 등장하는데... 뭐, 그걸 일일이 다 알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충 감이라도 잡고 있는다면

작품을 즐기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