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의 참을 수 없는 아웅 대기 - 상앙 여불위 외

베리알 2012. 5. 30. 14:16


(제목에 상앙 여불위를 가져다 놓은 것은, 그 책이 이런 이야기의 최고봉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책 제목이 짧아서 제목란에 넣기 편했을 뿐이다)



개인전으로 아이들에게 해로운 책으로 손꼽는 게 (완충 과정을 거친 책이거나

혹은 완충 역할을 할 정상인이 옆에 있지 않을 경우) 성경 같은 종교 책과 함께

위인전류를 손꼽는데...

 (외국의 경우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한국의 위인전은 말이 위인전이지

극단적으로 말해서 국가세뇌서라고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 유교에서 성인 누구누구의 발자취를 따른다던가, 성인 누구누구를 본받고 어쩌구하는 건,

그 대상이 되는 성인이 정말 킹왕짱 본받아야될 수퍼위인이라기보단, 그저 유교적인 세상을

만드는데 그게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 혹은 기득권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편리한 국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참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 그런 것이다. 이런 저런 위인들의 요런 저런 거를

배우고 본받아라...라는 것. 기득권 입장에서야 기득권이 지배하는 굴절된 세상이 이어지는 게 좋지,

자기들의 기득권에 상처를 낼 개혁이나 도전이 없는 게 좋다. 그러다 보니 그저 맹목적인 국가에 충성,

부모에 효도...라고 쓰고 사실상 어른들 즉 기성 세대에게 말대답도 못 하고 그저 복종,

전통과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결정체이니 옛것은 무조건 받들고 이어가야하는 것 등등...

이딴 걸 주입하는데는 어느 정도 머리가 큰 성인보다야 멋 모르는 아이들이 좋은 대상이고,

그 방법으로 위인전은 여러모로 실용적이니까.

 아, 사실 위인전 까려고 얘길 시작한 게 아닌데...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보니

이쪽 얘기가 길어졌다.


 

 세상에는 실존 인물을 다룬 책들이 많다. 위인전도 있고 평전도 있고 자서전도 있고 픽션도 있고...

다루는 실존 인물도 그런 사람이 있었나 싶은 고대의 희미한 인물들부터, 특정한 이미지로 굳어진

유명한 역사의 인물들, 그리고 현대의 인물들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정보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존재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참 무가치하게 느껴질만큼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우가 많아서 참 아쉽다.

 특히나, 한국에선 저런 책들의 목적이 대체로 위인전을 본받으라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측면에서도 효용성이 떨어지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정적인 측면은 극대화된다.

 한마디로, 깔 게 있으면 작정하고 제대로 까는 그런 분위기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거...

(잘못 구축된 유교관은 이런 곳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나쁜 일을

자꾸 캐서 뭐하냐는 식의 분위기가 그렇다)

 그래서 정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런 책들을 보긴 보지만서도... 그럴 때마다 참 암담하기까지 한

경우가 많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 >

-예를 들어 현대의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을(혹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동시대의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책의 경우... 위인전이나 다를 바 없는 오글오글을 실감나게(?) 체험하기 딱 좋다.


-위 이미지의 책은 감독 제임스 카메론을 다룬 책인데... 제목에서부터 이미 짐작하겠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위인전이나 다를 바 없다.


-제임스 카메론이 대단한 동시대의 인물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설 속의 성인들조차 완벽한

사람은 없을진대, 하물며 영화 감독이? 그런 현실와 이 책은 완벽한 괴리를 보여준다.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휘황찬란한 카메론어천가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의 이력에서 흥미로웠던 사건들(아마, 제임스 카메론에 대해 혹은 그의 작품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름들은 들어보았을 사건? 이벤트? 들일 것이다)에 대해 어떻게 써놓았나 보려고

했던건데... 헐헐.

 카메론어천가를 만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건 모두 활용해서 번쩍번쩍 꾸미는 건 기본,

어떻게 써놓았나 궁금했던 사건들은 사실은 제임스 카메론이 관여하지 않았거나 혹은 불가항력이었다는

식으로 슬슬 넘어가고 만다.


-문제(?)는 이게 비단 제임스 카메론만 받는 대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름난 과학자, 혹은 예술가 등등... 분명히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지가지 책들이

많이들 나오지만,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을지언정 대부분 그런 식이다.

 정도가 심해지면 대상 인물은 초인에 초능력자 수준이 되고 인생의 암초들은 모두

주변의 이상한 사람들이 일으킨 피해 혹은 누명이란 식이 되고...

 정도가 좀 약하면 대상 인물은 비범하긴 하지만 인간적인 나약함이나 주변의 불가항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나쁜 일들에 휘말린 피해자라는 식...

 

-이게 어떤 건지 느낌이 안 온다면, 국내에 나온 이승만이나 박정희 찬양 책들을 좀 보면

바로 감이 올 것이다. 찬양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해서 찬양을 하지만,

흠집잡힐 만한 부분들은 기껏해야 그런 일이 있었었나 싶게 슬쩍 넘어가면 다행이고

온갖 핑계와 핑계와 핑계들로 방어막을 구축해 놓은 구역질 나는 상황이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해당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 이런 책들이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인데...

저런 식으로 좀 제대로 된 수준에서 기술을 해놓은 책은 또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말로 정보를 얻는데 좋다고 하기도 애매한 현실...


-우스개소리로 위쪽 김씨 왕조에서 솔방울을 던지면 수류탄이 되었다고 비웃어대지만,

주인공의 직업이나 현시대에 맞춰서 변화가 되었을 뿐, 흔히 보이는 저런 류의 책들은

본질적으로는 솔방울 수류탄 수준과 인연을 끊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런지...









-이게 동시대, 근시대만 해도 그 모양 그 꼴인데... 아예 픽션으로 소설을 쓸 정도의

고대 인물이 되면 이제는 뭐 문자 그대로 무한의 공상의 나래가 되어 버린다.


-위의 책은 상왕 여불위... 설명은 저 표지에 나온 대로이고,

진나라의 통일 즈음에 활약했던 여불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이다.


-동시대, 혹은 근시대의 인물들만 해도 주인공 만능 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아예 대놓고 소설의 나래를 달아주는 이런 경우에는 이제 뭐 제어 장치가 흔적도 없어진다.

위 책은 여불위가 주인공이라 설정해서 그런지, 여불위가 데우스 엑스마키나다.


-진나라와 열국의 상황이 돌아가는 건 다 여불위의 뒷조정 덕분이고,

심지어 노애의 등장, 처분, 그리고 그로 인한 여불위의 처분에서 죽음까지도

모두 자신의 아들 영정을 통일 진나라의 제왕으로 세우기 위한 여불위의 계획대로다!...라는 게

이 소설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동시대의 인물조차 누구의 시점에서 쓰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인데도 주인공과 악당이 달라지는데

이런 고대 배경의 소설에서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아예 제어장치가 없다.

 이 작품은 여불위가 주인공이니 모든 게 다 (드러나든 안 드러나든) 여불위의 공로가 되는 것이고,

진시황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선 이제 모든 건 다 진시황의 공로가 된다.

 삼국지야 조조고 유비고 간에 누구를 주인공으로 하더라도 어차피 서로가 적이니 아무리 누구를

띄워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지만, 여불위나 진시황처럼 같은 편(?)...인지, 같은 나라인지가 되고 보면

이제 그런 한계조차 없다. 겉으로 드러나게 주무르든, 뒤에서 주무르든 그 손은 주인공의 것인 것이다.


-그래서 참... 말도 못 하게 유치하다. -.-;;;

 예전에 킹덤 열전에서 언급했듯이 여불위란 인물은 단순한 장사치가 아니라 시대의 초영웅급

사기 유닛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여야지 전국시대를 끝내고 진나라로 가도록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절대신, 데우스 엑스마키나가 여불위라는 식이니 이건 뭐 어쩌라고...


-지금 여기선 여불위 이야기이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다른 시대 다른 사건들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참 봐주기 어렵다...


-그나마 내가 위의 상왕 여불위를 다 본 것은, 그저 18금 적인 부분이 어디까지 이어지나

궁금해서였다. 이 부분만큼은 나름대로 잘도 가져다 붙였다고 인정할 만하다... (^^;;;)


-물론, 위인전이나 평전 같은 것도 아니고 그저 역사소설이라고 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다뤄지는 사건들이 실제 역사라고 해서 그 내용까지 역사로 믿으면 안 된다는 건 기본이다.

창평군이 뜬금없이 등장해 초왕이 되는 시절의 사기발췌번역본 시절의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암튼 뭐... 주인공이 개고생을 다하고 맨날 메저키스트처럼 당하다가 끝에서야 후다닥 마무리하고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이런 것도 정말 싫어한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으로,

시대가 현대이건 과거이건 간에 악역한테 내내 당하다가 마지막에서야 뒤집고는 복수 한번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끝... 한국에는 메저키스트가 그렇게 많나???), 그리고 주인공한테 주인공 보정을

좀 걸어주는거야 누가 말리겠나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지, 원맨쇼도 한두번이지

일개 전투라면 모를까 아예 해당 전체 역사를 원맨쇼로 끌고 가버리면 그게 재미가 있나...

 

 











*** 위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책들이 이런 면에서 단연 갑으로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저 이런 이야기를 하려니 당장 떠오르는 기억이 저 책들이라 언급한 것뿐이다.

내가 저 책들을 그렇게나 최고로 형편없이 재미없게 오글거리게 봤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저 책들을 굳이 콕 집어서 안티로 활약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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