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흑역사라해도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 한국 슈퍼 로봇 열전 (페니웨이)

베리알 2012. 6. 8. 15:58


  한국이 왜 이런 기형적인 개판이 되었을까?

이유는 수도 없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역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흑역사의 산증인이자 그 결과물의 최선두에 선 두 사람,

독재자의 딸래미와 삽질로 족했을 노가다 십장이 자유민주주의니 헌법이니 얘기하고 있고

거기에 박수를 쳐대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현실이야말로... 이 시대가 왜 무지의 시대인지 보여준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랑스럽든 수치스럽든 역사는 역사다.

 설령 그것이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라도, 보기 싫다고 외면만 하면

그런 역사를 쉽게 되풀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버린다. 괜히 21세기에 합법독재가 이뤄졌겠나.


 바로 그 중요한 점을 이 책은 열심히, 유익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여준다.

 흔히들 한국의 로봇 애니메이션은 흑역사로만 가득한, 꽁꽁 숨기고 지워버려야할 그런 금기로만

치부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자세가 아니다. 흑역사가 있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고,

그로 인해 무슨 결과가 나왔고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파악을 해야만,

그런 흑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앞으로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귀중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런 흑역사가 100% 흑역사인 것도 아니다, 한국의 로봇을 대표하는 태권브이가 비록 표절이니

뭐니 여러 단점들로 치덕치덕 얼룩져 있다고 해도, 과연그 태권브이는 내세울 점 하나없는 창피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누군가 돈까스가 포크 커틀릿을 카피한 조악한 짝퉁일 뿐이라고 얘기한다면, 피식할 것이다.

비록 그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결과물은 안 나왔을지 몰라도 한국 슈퍼 로봇의 역사는 앞으로 나올

돈까스 또는 그 이상을 위한 버릴 수 없는 과정들의 기록이다. 혹시 또 모른다. 그 안에는 이미 돈까스

비스무리한 경지에 도달한 성과가 있었는지...


 표절과 상술, 흑역사 등등으로만 치부한다면 정말로 한국 슈퍼 로봇의 역사는 그렇게 되어 버린다.

 우리는 그 역사, 비록 많이 검게 치우친 흑역사라고 해도 거기서 뭔가를 얻어야지,

마냥 버리고 부정하고만 있어선 그 흑역사가 끝도 없이 되풀이될 뿐이다.


 정말 소중한 책이 나왔다.

 이런 책을 안 산다면, 과연 무슨 책을 사야할 것인가. (^^)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일단 가격은 수치상으로는 두말할 필요 없이 비싸다. 숫자상으로는 무려 정가 24,500원!!!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내용은 제쳐놓고 그냥만 봐도 그렇다. 350 페이지를 넘는 분량에 올 칼라,

허접하지 않은 종이질에 초판 (접이식) 브로마이드에 뒷면에 스티커 제공...

외형으로만 본다고 해도, 단순 수치상 절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게다가, 이 책 내용은 정말 돈 주고도 못 살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프롤로그에서 68년작 황금철인(난 보지 못 했다)로 시작,

이어서 번개아텀과 태권브이로 시작하는 한국의 슈퍼 로봇 역사가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한국의 슈퍼 로봇 역사가 흑역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외부적인 이야기들까지 풍부하고

자세하게 설명되며 결국에는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에까지 이르는데...

(태권브이 부활 프로젝트에 얽힌 진정한 문제, 판권 이야기가 정말 참... -.-;;;)


-일반적인 상식이 된 오류들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

그저 표절이니 쓰레기니 치부만 되어온 부분들에 대한 판단을 재고하게 하는 앞뒤 상황 설명과

흑역사 속에 묻혀 있던 여러 진주들(진주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그때 그때 다르고, 생각들이 다르긴

하겠지만... 적어도 난 그 흑역사 속에서도 빛나는 진주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건질 수 있는 모든 게 다

진주란 것은 아니지만...)의 발굴은 한국 슈퍼 로봇의 역사를 다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귀중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뭐, 나의 그런 주관적인 표현을 떠나서... 이 책은 이 책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에 다시금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기억의 한조각을

공유하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봤으면 싶다는 작가가 바라는 만큼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페니웨이님은 유명 DVD 커뮤니티인 DVDprime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분이고,

괴작 영화들을 소개하는 등의 내용으로 유명한 블로그의 블로거로도 유명한 분이다.


-개인적으로 굳이 아쉬운 점을 꼽아 보자면...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이 구할 수 없는 귀중한 사진 자료가

가득한 역사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분의 일러스트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이미지 크기가 작아 아쉽다는 것인데... 이건 솔직히 나의 지나치게 배부른 투정이다.

그때 그 자료들을 이렇게 책에서 이미지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경이롭다는 게 현실이니까. ^^


-어린이가 관련된 사건 사고 등으로 만화와 애니가 사회악이 되어 말살되는 이야기...

최근의 YS니 컷오프제니 나오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들이다.

 이 책을 보면 그동안 막연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과거의 그런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암튼, 몇십년 전이나 21세기나 한국은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그런 흑역사들에서도

확인이 된다. 참 서글프다.

(문화 사업에 대한 이런 -사실상의-탄압은 비단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감스럽게도

왕이고 독재자고 그 대가리를 소시민들의 손으로 자르지 못한 역사가 예나 지금이나 문제인 것 같다.

외국이 저절로 오늘날과 같은 자유를 얻어낸 게 아니다. 단적인 예로, 나가이 고가 온실 속에서

탱자 탱자 그런 작품 역사를 쌓아왔다고 착각하면 오산이다. 부럽기 그지 없는 일본의 환경은,

그저 일본이 내수강국에 오타쿠의 나라라서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러고보면, 한국인들은 기득권이나 지배자 입장에서 보면 참 다루기 쉽고

빨아먹기 좋은 국민성이 있는 건 아닐까...싶은 망상도 해본다. 에휴... 물론, 단순히 그렇게만 보면

또 곤란하기도 하다. 한국은 현대 국가로 오는 중요한 길목에서 전쟁과 수십년의 독재가 있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반공 부분에 대한 역사 확인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사실상 어린아이들에 대한 학대라고밖에는 묘사할 말이 없던 국가적인 폭력이었는데...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더 현대까지 그런 만행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에 다시금

개탄했다.

 그와 더불어... 이승복을 소재로 했던 초잔혹영화의 제목을 알게 된 점도 개인적인 수확이었다.

 영유아 살해조차 금기시 되는 게 지금이지만... 반공 만능 주의의 시대에는 반공이란 이유만 붙이면

인권 탄압, 인권 말살 이런 거만 다 처리되는 게 아니라, 반공 딱지만 붙이면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연출들이 심의문제 없이 화려하게 펼쳐졌는데... 그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반공만화들의

표현 수위는 사실상 감상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잔혹행위였다.

 만화는 아니지만, 그때 그런 반공 영화 중에 무장공비에 의해 이승복 집안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대놓고 영화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었다. 어린아이의 입을 칼로 찢는(물론 피 좔좔!) 장면이

그-대-로 화면에 나오지를 않나(이런 거 보면 지금까지도 성인 영화의 노출에 그토록 보수적인

영화판과 심의에 대해 싸늘한 비웃음만 나올 뿐이다), 아기를 벽에 내던져 죽이는 장면도 그대로...

그런 하드고어 화면이 반공 딱지만 붙이면 어린아이들에게 권장되던 시절이었으니,

진정 미친 세상이었다.

 암튼 이 책에서 같은 장면을 언급하는 걸 보면, 그 영화의 제목이 1985년작인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나

보다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시절의 여러 사정 설명이나 표절이라고 하긴 아니다 싶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표절이라고 의심 가는 부분에 대해선 가차없는 지적들을 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

(마이크로 특공대 다이야트론5에선 다이야트론3가 빅파워드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언급하는 식으로,

작품들의 각종 로봇들에 대해서 그 카피의 원작이나 혹은 참고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 세세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고 있는데, 나중에 우뢰매 이야기에선 우뢰매 5탄인 뉴머신 우뢰매의 완구가

역시 그 빅파워드에서 가져온 거라는 점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게 좀 아쉽다?)


-역시, 데일리는 오직 천은경뿐!!!

( 이미지 출처 : DVD 박스를 직접 촬영 )



( 이미지 출처 : DVD 박스를 직접 촬영 )

-몇년 전 발매된 우뢰매 전편 박스셋 DVD...

발매 즉시 정가로 구입했었고, 조악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참 즐겁게 감상한,

그리고 지금도 아끼는 DVD다. ^^

(비슷하게 쏟아진 이런 특촬물 유행과, 우뢰매의 다른 시리즈 중 조악한 녀석들 덕분에

도매금으로 우뢰매 같은 영화~라는 수식어가 사용되고는 있지만, 특히나 우뢰매 1탄만큼은

지금 봐도 참 잘 만들어졌고 장점이 많은 영화다)


( 이미지 출처 : DVD 박스를 직접 촬영 )

-박스셋에 동봉된 (얇은) 책자도 가치 Up! ^^

(이 책에서 우뢰매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생각난 김에 우뢰매 DVD 박스셋을 언급해 보는 거지,

우뢰매 DVD 박스셋과 이 한국 슈퍼 로봇 열전 책은 서로 간에 아무 관련이 없다. ^^;;;)



-내가 구입한게 1판 1쇄인데... 편집인지 인쇄인지의

오류가 있는 부분이 하나 기억난다.

P.289에 보면 주석1에는 원래 일본의 특촬물 초전자 바이오맨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내용이 아니라, P.060의 대공마룡 가이킹에

대한 주석의 내용이 P.289에 그대로 나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