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영화와는 동떨어진 원래의 토르 - 토르: 천둥의 시대 (Thor: Ages of Thunder)

베리알 2012. 5. 3. 19:47


그러고보니, 왜인지 그래픽 노블 이야기가 DC에 편중된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이번에는 마블쪽 이야기를 적어둘까 한다.


 먼저 꺼내볼 게 토르...

 내가 알기로는 국내에 발매된 그래픽 노블 중에선 토르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게 유일한 것 같다.


 신화가 아니라 SF化된 이번 마블 영화의 토르와,

SF의 느낌이라고는 전혀 없이 완전히 신화의 느낌이 나는 표지의 토르와의 차이가 보여주듯이,

실제로 이 책은 영화의 토르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그래픽 노블들이 뭐랄까 겉멋(?!)을 부리다 못해서 불친절해지는 경향이 일부 있는데,

이 작품을 겉멋이라고 해야할지 아닐지는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불친절해졌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 할 수도...


-마블 영화의 SF 토르와는 전혀 다른,

문자 그대로 신화의 토르를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이 갭은 엄청난데... 예전에 영화 토르에서 북구 신화에 대해 살짝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북구 신화는 한마디로 야만의 시대의 야만인들의 야만의 신...이야기인지라,

아무리 어느 정도 순화되어 있다고 해도 그 느낌이 일단 색다를(?) 수 밖에 없는데,

마블 영화의 토르가 SF化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갭은 더욱 커진다.


-작가는 한낱 파워레인저 장비를 갖춘 미래인간 정도로 나오는 마블 영화의 토르와 달리,

야만의 신화에 나오는 거친 야만의 신 토르를 그려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불친절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상당 부분

실제 북구 신화에서 따오고 있기 때문에 마블코믹스의 토르를 아느냐와 별도로,

제대로 보기 위해선 북구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수이기 때문...


-하지만, 거기에 한술 더 뜬다. 일반적인 그래픽 노블의 전개를 해도 불친절할 판에,

이 작품은 아예 진짜 신화를 서사시로 묘사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물들의 대사가 대체로 사극말투(^^;;;)라는 거...

 하지만 거기까지였으면 이런 얘길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외의 설명 텍스트까지 모두, 아니 설명 텍스트에는 대사보다 훨씬 더 진하게

신화의 서술체를 사용하고 있다(성경 말투로 알려져 있는 ~느니, ~더라...라는 식).


-내용 자체는 불친절하지(마블 코믹스의 토르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는지가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내가 마블 코믹스의 토르에 대해 그 정도로는 모르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이 책 자체는 북구 신화에 대한 겉핥기 이상의 내공이 없다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주석도 없지(사실, 주석을 제대로 달자면, 북구 신화에 대한 요약 텍스트가 될 수 밖에 없을득...),

말투나 서술은 종교에 반감을 가진 나로선 견딜 수 없지...

 여러모로 추천해 주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북구 신화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지식도 많은 사람이라면야

마블 코믹스의 토르와 연계하여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토르는 둘째치고 로키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이번 마블 영화에서의 로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어벤져스까지 보고 났더니, 역시 로키 때문에 토르 블루레이를 구입해야 하나 심각하게 갈등중...),

영화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재탄생한 로키와 달리,

북구 신화의 로키에서 찌질한 면을 액기스로 뽑아낸듯한 이 작품의 로키는 존재 자체가 짜증이다.


-객관적으로 장점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러 작가들이 그림을 돌아가며 그렸기 때문에 정말 신화 챕터들을 읽는듯한 느낌이 나고,

신화의 토르에 가깝다고는 해도 역시 마블 코믹스의 토르인지라,

디스트로이어 갑옷을 입고 오딘소드를 든 채,

개망나니 아들 토르를 때려 잡으러 오는 오딘 이야기 등...

나름 인상적인 장면들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꽤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서평을 보면 다른 그래픽 노블에 비해서 비추가 많은 건 괜한 게 아니었다.


-특히, 원래부터 마블 코믹스의 토르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마블 영화의 토르에 관심이 가서 토르에 대한 그래픽 노블을 찾아 본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대부분의 다른 히어로들은 영화를 보고 관심이 가서 그래픽 노블을 찾아 보면,

나쁠 거 없거나 도움이 되는 그런 경우가 많은데... ^^;;;)


-특히 아쉬운 점 중의 하나라면... 이게 원래의 판본은 어떻게 배열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예 판형이 달랐을 득...?), 컷이 페이지에 걸쳐서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멋진 장면들이 꼭 잘린 기분이 드는 것도(실제로 잘린 게 아닌데도)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 잡설 ***

-그러면... 원래 마블 코믹스의 팬이라면, 이번 마블 영화의 토르에 대해선 불만 가득? (^^;;;)


-이참에 영화판 설정을 토대로한 SF 미래인간 토르 코믹스가 새롭게 나와도 좋지 않을까???


-오딘이나 토르, 로키 등 북구 신화의 신들의 찌질함 하나는 아주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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