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지옥의 요녀보다 유혹적이고 지옥의 악마보다 무서운 그 이름 - 은교 (Eungyo, 2012)

베리알 2012. 4. 27. 16:10


은교 (Eungyo, 2012)


  그냥 기대작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기대작이었다.

 예고편과 영화 사진 등에서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양을 본 순간,

곧 죽어도 이 영화는 보고 죽어야할 것 같은 저주인지 축복인지를 받은 느낌이랄까.


 개봉날을 열나 기다리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는데...

 평범해 보이는 그냥 여고생이, 수천년 동안 남자를 유혹해 온 지옥의 요녀를 오징어로 만들고,

인간을 타락시켜 고통의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뜨려온 지옥의 악마보다 더 무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또한, 그에 비례할만큼 처절하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비참한 독거노인이 나올 줄이야...


 영화를 보고난 후 식욕조차 사라져 버렸다.

 남은 건 은교에 대한 사라지지 않는 갈망뿐...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일단, 책이 원작이라는데 "다행스럽게도" 난 그 책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았고,

덕분에 영화의 맛(혹은 원작의 맛을)을 더 잘 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의 예고편이나, 위 포스터의 문구 등을 보면 누가 봐도 은교를 사이에 두고 늙은 스승과 젊은 제자가

삼각 관계를 이루는 이야기 같고... 일단 이런 구성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상식 아닐까.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 작품은 노년의 시인 이적요를 사이에 두고,

젊은 제자(男)와 17살 여고생이 삼각관계를 이루는 얘기였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영화 초반에 제자 녀석이 아무래도 스승을 지나치게(?) 극진히 대접하는 게 수상쩍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


오랜 제자가 찾아와 열심히 가사도우미를 해주지 않는다면,

바로 독거노인으로 전락하는 시인, 이적요...

십팔사략에서의 고우영 화백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뉴월 더위 속에 쇠뿡알처럼 축 늘어져 살던" 이 이적요에게

어느날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일깨우는 싱그러운 자극이 뛰어들어 오는데...



그것이 바로 은교!!!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게도 은교가 뛰어 들어왔다. T T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렇게나 실감할 수가 없었다.

감독이나 촬영 감독이 아주 작정하고 혼신의 노력으로 뽑아낸 듯한 은교의 모습은,

설명한다는게 불경스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



은교는 쇠뿡알(^^;;;) 노인네에게서 사라져버렸던 새파란 청춘의 영혼을 단숨에 이끌어 낸다.



노인과 청년, 둘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해일의 1인 2역은 그럴싸하다.

물론, 노인 분장이나 노인 연기 자체는 아쉬운 부분들이 없으면 이상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이 이적요란 캐릭터에게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다.


 오히려, 박해일이 보여주는 이적요는 이제 누가 이 이적요를 가지고 1인 2역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슬프고 불쌍하고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만큼 먹먹할 뿐인 이 독거노인 이적요 그 자체였다.

 은교의 김고은양의 눈부신 유혹에다가, 박해일의 이적요 연기에 너무 심하게 몰입하는 바람에...

영화를 본 내가 심하게 내상을 입은 듯하기까지... T T



위대한 시인 이적요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오랜 제자, 서지우...


 영화 초중반에 걸쳐서 이렇게 쪼잔하고 옹졸하고 짜증나는 밴댕이가 있나 싶지만,

개그 분위기를 넘어서 영화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이제 그 어떤 영화의 악당보다 더 죽이고 싶은

대악당의 정체성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어느 정도냐 하면, 빙글 빙글 장면에서는 원래라면 그런 상황에서 보란듯이 과잉시키는걸

싫어하는 나인데도... 그 빙글 빙글에 박수가 아니라 More More를 외칠 정도였다.


 왜 세상은 나쁜 남자가 잘 먹고 잘 살고 잘 갖는 거냐고... T T



보통 팜므파탈 영화의 승패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물론이지만,

주연 팜므파탈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팜므파탈 영화가 아니라(생각해 보면 딱히 아니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그저 17살 여고생을 독거 노인에게 툭 던져 놓을 뿐인 영화임에도...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로 각자의 캐릭터들을 확실히 잡고 있음에도...

 그리고 영화 자체가 참 잘 만들어졌음에도...

 이 영화의 절대적인 가치는 이 은교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걸 연기한 김고은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사실 에로 영화 혹은 야한 영화 등등...

그런 영화들 엄청 찾아다니고 엄청 밝히는 건 당당한 사실이지만,

여태까지 내가 봤던 그 어떤 영화, 그 어떤 그라비아

또는 에로 그라비아, 아니면 그 어떤 AV와도 다른,

이 영화 은교는 자신만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유혹의 매력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영화를 보면 정말이지 나도 모르게 김고은양의 은교 발목 한번 잡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몸이 타오른다.


(심지어, 영화 후반 은교가 악마보다도 무서워지는 장면에서도

그 발을 클로즈업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감독과 촬영감독 모두 무서운 사람들이다. ^^)



솔직히 예쁜 여자는 많고 예쁜 영화 배우도 많다.

하지만, 정말로 매력적인 여배우를 만나기가 어디 쉬운가.


 하지만, 그 어려운 기회가 다른 차원에서 포탈이라도 열린 것처럼 눈앞에 나와 주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매력의 여배우를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은교 역의 김고은양은 그냥 예쁜 여배우가 아니라, 레베루가 다른 매력이 있는 여배우다.


 이 영화에 출연해 준 김고은양에게도,

 이 영화에 김고은양이 출연하도록 만든 감독과 기타 관계자들, 그리고 김고은양의 부모님 등등...

모두에게 머리를 조아려 감사, 또 감사의 인사를 드릴 뿐이다. T T



웃을 때의 매력 또한 남다르다!



이런 미소 앞에서 이적요에게 심각하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 아닐까? (^^;;;)



이 영화가 어떤 평가를 받고, 얼마나 흥행을 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영화와 관계자들은 매력의 여배우 김고은양을 스크린에 소환해낸 점만으로도

역사적인 소명을 이뤄냈다고 하고 싶다!



...한국 영화는 역시 닥치고 주먹! ^^



삭제 장면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부디 HD 화질로 블루레이에 수록되어 하루 빨리 블루레이가 발매되기를! + +




 단순히 슬프다던가 어떻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닌,

뭐라 묘사할 수조차 없는 먹먹한 심정을 남기는 영화였다.

 보는 내가 심하게 김고은양의 은교에 빠져 들고,

그래서 심하게 박해일의 이적요에 몰입한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그냥 먹먹하다. 미치도록 다시 보고 싶지만, 이 먹먹함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이런 먹먹함은 로리타 소설을 읽고 로리타 영화를 보면서

험버트에게 몰입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험버트에게 가졌던 먹먹함은 이 은교의 이적요에게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은교의 이적요는 천상천하 최강의 슬픈 독거노인이다.













*** 잡설 ***

-PPL이 은근히 많이, 그리고 은근히 대놓고 나온다.


-초중반까지는 어떻게 보면 로맨틱 코미디 기분으로 볼 수 있는지라 극장 안에 웃음이 가득했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숨소리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조용히 몰입하는 관객들이 인상적이었다. ^^


-의외로 관객으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상당한 연령까지 보이던데,

반응들은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음악은 영화 몰입을 한층 더 부드럽게 한다.


-100%는 아니겠지만... 경험으로 본다면 이과와 문과는 서로 차이가 있는 편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제대로된 진로 지도도 없이 그저 되는대로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라고 하고

그에 맞춰서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므로 이과와 문과를 따로 만들어낸다는 점은 있겠지만...

 암튼 그런 이상한 교육의 덕분이든 뭐든 결과적으로 이과와 문과는 차이가 있더라~


-영화 시작 전에 정말 멋진 광고를 보았다. 츠바키란 브랜드 광고인데,

무려 미즈하라 키코가 엄청나게 유혹적으로 나오는데...

...하필 본 영화가 은교여서 아주 희미해져 버렸다.

 그나마, 미즈하라 키코 아니었으면 아마 그런 광고를 봤는지도 까먹었을 듯...


-블루레이는 반드시 나와야 한다! + +


-그때까지는 다운로드 서비스 뜨자마자 받아서 버틸 것이다! + +


-1.85:1의 화면비는 환상이다. 은교에 대한 탐미적 욕망을 두눈 가득 느낄 수 있다.

더불어, 2.35:1은 특정한 영화에서만 쓰여야할 화면비라는 걸 처절하게 다시 또 느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선 의외로 머리가 좀 잘리게 나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아쉽다. 정말 아쉽다. T T)


-화면은 정말이지 은교를 보여주기 위해 魂을 실었다는 게 가슴으로 느껴질 정도다.


-객관적으로 노출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자연스럽기에 강렬하다

(꽁꽁 사리던 간기남과 너무나 극명한 비교가...).

 하지만, 에로 영화나 그라비아 영상물 즐겨본 분들은 알겠지만, 노출이 다가 아니다.

 그냥 감동이라는 말밖에 못 하겠다. (^^)


-김고은양, 성형 결사 반대! T T













[ 은교 (Eungyo, 2012) ]

<영 화>

장점 - 영화는 끝났지만, 난 여전히 은교에 빠져 있다. / 김고은양의 발굴!

단점 - 독거노인들에게 꿈과 사랑과 희망을! 나쁜 남자들에게 저주와 저주와 저주를!!! 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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