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히어로들이야말로 인간과 다른 이상한 괴물이 아닐까 - 크로니클 (Chronicle, 2012)

베리알 2012. 3. 23. 10:30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예고편이 꽤 흥미로웠기도 하고... 또한, 뭔가 좀 분위기가 다른 히어로 영화 같아서

개봉을 기다렸던 영화, 크로니클.


 평들도 좋아서 즐겁게 기다렸다가 봤는데... 생각한 것보다도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어떻게 보면 여태까지 나왔던 그 어떤 히어로 영화보다 어두운 히어로 영화일지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퍼맨 시크릿 아이덴티티의 내용과 같은 히어로 영화가 나온다면,

그 어떤 지구를 위협하는 위기나 무시무시한 악당들보다 어두운 히어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주인공이 그 힘으로 좋은 일을 하지만, 그 힘에 위협을 느낀 국가와 그 힘을

이용하려는 세력들로 인해서 오히려 가족과 삶을 터전을 잃고 도망다녀야 하는 이야기...

 완전체 수퍼맨 정도의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일부의 선택 받은 히어로를 제외한다면

지구상의 강대국이나 작정하고 달려드는 기득권 세력의 마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무한의 세금으로 무한의 감시와 무한의 작전이 가능하니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카피가 정말 마음에 든다.

어설프게 ~가 시작된다 등등의 이상한 카피를 안 붙이고,

간만에 작품과 잘 어울리는 좋은 문구를 넣은 것 같다.


 저 문장은 사실상 모든 히어로 영화에 대한 도전이자, 수퍼 히어로의 존재에 대한 고찰,

나아가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무거운 이야기다.

 과연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라는 게 존재할 것인가?


 인간은 그렇게 이타적인 동물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수억의 형제들을 죽이고 세상에 태어난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그런 이기적인 짓을 반복하며 이어온 정보들의 구현체인데,

그런 인간이 이기적이 아니라면 도태되는 게 현실 아닌가.


 인간이란 어떤 동물인가.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좋은 일에 쓰기보단 그 권력으로 자신보다 권력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며

쾌감을 느끼고 권력을 더 크게 만드는데 노력한다.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을 좋은 일에 쓰기보단 그 힘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누르며

쾌감을 느끼고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자는 그 지력으로 자기보다 지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농락하며

쾌감을 느끼고 지능과 정보의 격차를 더 벌리고 독점하려고 노력한다.

 

 남들보다 좋은 머리를 가졌다면 그 머리로 사기를 치고,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가졌다면 그 정보를 독점해 자기 부를 쌓고...

 그런 게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간에게 어떤 힘이 주어진다면? 과연 인간은 그 힘을 히어로 영화 흉내나 낼까?

 현실을 보면 절대 아니란 것을 뼈저리게 알 수 있다.

 힘을 가진 자들은 그 힘에 만족하긴커녕, 그 힘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자신의 힘을

더 키우려는 짓에 열심일 뿐이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권력을 쥐어주라고 말이다.

 콩알만한 완장 하나 찼다고 그 콩알에 취해서 GRYB을 떠는 인간들이 널려 있는게 세상이다.


 즉, 수퍼 파워를 얻은 인간이 그걸로 좋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인간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이상한 괴물인 것이다.

 수퍼히어로물에서 이상한 힘을 손에 넣고는 그걸로 자기 욕심을 채우는,

히어로의 적으로 등장하는 악당들이야말로 진짜 인간 냄새가 풀풀 나는 거지,

수퍼 파워를 손에 넣고는 그걸로 좋은 일에 쓰겠다는 히어로들은 문자 그대로 외계인이나 괴물일

뿐인 게 현실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참 흥미롭다.

 염력이 생긴 인간이라면 그 힘으로 어디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거나 악당들을 응징하기보단,

일단 여자들 치마나 들추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



그런 점을 더 뚜렷하게 해 주는 건 이 영어 문구일 것이다.

특히나, 설정상 아직 어린 학생들인 주인공들은 흔히 말하는 중2병과 합쳐져

이 영화의 독특함을 더해준다.



그야말로 우연히 만나 우연히 정체불명의 수퍼파워를 손에 넣은 꼬마들 3인방...



거창하게 세상을 구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보단,

일단 앞에 있는 여자애들 치마도 들추고,

이런 곳에 올라와 휴식도 즐기고...

이런 게 진짜 인간인 것이 아닐까.

물론, 이들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 덕분에 말이다.


어른이었다면... 여자애들 치마나 들추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니까.



남들은 모르는 비밀, 그것도 정말 기분짱인 특수한 비밀을 공유한 아이들은 서로 친해지지만...

처음부터 이들은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는 만남이다.



얼굴로는 중년이지만(^^;;;) 하는 짓은 꼬꼬마인 이 녀석은 모처럼 얻은 힘으로

(당장은) 그저 오락만 즐기면 되는 별 부족할 게 없는 잘 사는 일반인이고...



이 꼬꼬마 역시, 모처럼 얻은 힘으로 (당장은) 그저 오락만 즐기면 되는 도련님이다.

이들에게 모처럼 얻은 수퍼파워는 일종의 유희를 제공하는 덤에 불과하다.

당장 부족한 것도 없고 어려움도 없기에, 그런 덤은 문자 그대로 덤이니까.

뭐, 꼬꼬마 단계를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아직은) Boys인 것이다.



하지만, 앤드류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초능력이 생기기 전에는 친구 하나 없이 왕따를 당하던 신세였던데다가,

어머니는 심하게 아프지만, 약값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어서 고통 속에 누워 있는 걸

지켜 볼 수 밖에 없고,

아버지는 실제로는 도움도 안 주면서 자기 덕에 먹고 사는데 감사하라는 찌질한 폭군에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알콜 중독으로 걸핏하면 폭력이나 휘두르는 쓰레기다.

 부족할 게 없이 자라도 엇나가기 쉬운 한참 예민할 시기를,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보내야 하는 앤드류에게 있어서,

어느날 얻게 된 수퍼파워는 다른 녀석들과는 그 의미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러니, 앤드류에게 있어서 수퍼파워는 (당장은) 고작해야 오락거리인 다른 녀석들과는

그 의미가 다를 수 밖에 없었겠고... 앤드류의 초능력이 강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결국 다른 도련님들과 달리 앤드류는 그 힘을 좀 더 활용하게 되고,

이는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게 되는데...



가장 정상적인 녀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사실 가장 위선자일지도 모른다.


 압권은 역시 앤드류의 아버지를 살려주는 장면일지도...



영화의 재미와 별개로, 이 영화의 의미라면 단연 이 배우일 것이다.

마치, 세상에 좀 더 찌들은 데뷔 때의 디카프리오를 보는 듯한 눈빛과 표정을 보여주는데...

앤드류 역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을 보여준다.



굉장한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좀 빈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나름 화려한 액션 장면들은 예고편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좀 싼티가 난다(특히 떠 있는 장면... 염력을 활용한 사실상의 중력 제어가 가능할텐데,

하나같이 줄에 매달려서 허우적 대는 듯한 모습은 참 아쉬웠다).


 캠의 활용은 괜찮은 편이다.

 초반에는 DVD 수준의 화질이지만, 카메라가 교체된 후에는 괜찮은 화질로 바뀌고

그전에도 캠의 흔들림이 적은 편인데다가 초능력에 의한 제어로 넘어간 후에는 매우 안정적이라,

흔들림을 저주하는 나같은 사람도 편안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의 폰카, 주변의 CCTV 등을 활영한 장면 연출들은 확실한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기도 했고...



영화가 굉장히 짧은데,

삭제 장면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왜일까? (^^;;;)





어떻게 보면 정말 멍청하고 한심해 보일 수 있겠지만,

주인공들이 아직 꼬꼬마들이라는 점이나, 앤드류의 상황을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된 정신 성장도 없고, 불우한 환경에, 모처럼 얻은 힘으로 스스로를 먹이 사슬의 정점으로

올려 세우는 중2병 꼬마의 발상이란 게 겨우(?) 그 정도란 게 당연하지 않을까.



 독특한 히어로 영화로, 히어로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작품이 아닐까 싶다.









 




*** 잡설 ***


-의도된 초반 화질을 제외하면, AV퀄리티는 생각보다 좋은 편...


-쟈쟈 뱅스 같은 캐릭터의 쓸데 없는 수다나, 쓸데 없는 지지부지한 설명 등으로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정말 묵묵하게 할 말로만 채워져 있는 영화라 러닝타임이 무척 짧은데도 모자라다는 느낌이 없다.


-힘을 가진 자의 고뇌나, 돈이 많으면 많은대로 고민이라는 얘기를 볼 때마다... 참 우습다.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배부른 자의 고민 아닌가.

 돈이 없어서 끼니를 때울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

돈이 많아서 이번 식사에는 어느 나라의 별미를 먹을까 고민하는 삶... 어느 쪽이 좋은 건지는

초딩이라도 아는 것 아닐까.

 돈(힘)이 없어서 고민하는 삶보다는, 돈(힘)이 많아서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다.

 돈 때문에 인간 관계 망가진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망가질 인간 관계는 언젠가 망가질 것밖에 안 된다.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싸우고 없으면 없는대로 싸운다.


-마하의 속도는 소리보다 빠르다는 것... 레이더도 없는 인간이 항공기들이 싸돌아다니는 하늘에서

비행을 한다는 건 정말 위험하다. ^^;;;


-중2병은 정말 위험하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 크로니클 (Chronicle, 2012) ]

<영 화>

장점 - 장미빛 환상에서 한발 탈피한 (군더더기 없는) 히어로물

단점 - 저예산의 한계 / 여배우들을 더 활용했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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