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신도 막지못한 찌질이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 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베리알 2012. 3. 29. 17:56



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크게 끌리지는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다.

일단 전작을 그닥 재미있게 보지 않았던 터라(비슷한 시기, 타이탄보다는 퍼시 잭슨이 재미있었다.

물론, 아테나 여신의 따님으로 나온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의 탓도 크지만... ^^;;;),

이 작품에 대해선 그닥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기대보다 나았던 점도, 기대보다 못 했던 점도, 기대했던 정도였던 점도 있었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실제 영화에서 이런 액션 장면들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화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관련 포스터를 보면 하나같이 페르세우스가 (포세이돈의)삼지창을 들고 설치는 것들인데,

영화에서 페르세우스가 삼지창을 사용해 대결하는 경우는 vs 아레스 정도가 고작일 뿐,

위의 키메라 장면은 영화 시간상으로도 페르세우스가 삼지창을 손에 넣지 못 했고,

나중에 크로노스 장면 역시 삼지창이 아니라 다른 무기(!)를 들고 나오기 때문에

약간의 과장 또는 허위 광고라고도... ^^;;;



일단 뭐... 주인공 헤어 스타일이 너무 변했기 때문에,

예고편으로도 충분히 단련되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적응이 안 되었다. ^^;;;


(전작의 헤어스타일이 훨-씬 나은득...)



1편의 그 대사건이 있은 후, 신의 지위를 거절한 채 평범한 어부로 살아가는 페르세우스...

아내도 얻었지만, 아들을 낳고 죽어 버렸다.

(그러고보니, 대체로 이런 스토리에서는 다들 아들이 나오네?)

아들 헬리오스(이런 이름이었나... 가물가물~)가 평범하게 자라길 바라지만,

페르세우스는 태생부터가 이미 데미갓, 그것도 전지전능한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희망은 어불성설...

 어느날 밤, 페르세우스에게 제우스가 찾아와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말하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지만... 조삼모사 페르세우스는 아들 때문에 거절한다.


 일단 미리 말해 두자면... 이 영화의 각본은 형편없어도 너무 형편없다.

 (하긴, 전작도 그렇고 신들의 전쟁도 좋은 편은 아니었던걸 보면

신화 소재의 작품들의 각본은 좋은 게 드문 걸까나...)

 세계의 멸망 위기에서도 고작해야 올림포스레인저(^^;;;) 몇명만 출동했던 신들의 전쟁처럼,

이 작품도 세계의 멸망 위기에서도 고작해야 신 몇명과 데미갓에게 모든 걸 맡긴다.

 도대체 몰입할 수가 없는 설정이다... (이런 점에서 퍼시 잭슨은 나름 이유라도 있지!)


 게다가, 듣보잡도 아니고 올림포스의 최고신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가 몸소 나타나

세계의 위기를 알리며 도움을 청하는데 아들 핑계로 거절하는 페르세우스라니!

 아무리 바보라도 세계의 멸망 위기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될거라는 걸 모를까?

 이건 뭐 당장 배 고프다고 우는 아이를 위해서 독약이 든 음식인 걸 알고도 배불리 먹이는

멍청한 부모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나...


 암튼 참 영화의 발단부터가 뭥미스러웠다.



세계의 위기를 자초한 주인공들... 아니나 다를까,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역시나 하데스가 등장한다.

이 글의 제목을 신도 막지못한 찌질이들의 분노라고 한 것은 이 영화의 악역들을 가리킨 것으로...

도대체가 이 하데스란 녀석은 제 아무리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다고 해서 찌질하고 멍청함이

감소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하데스가 푸대접을 받는 신인 것은 사실이지만...

(올림포스의 12신에 하데스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올림포스의 최고신 제우스의 직계 형제가

포세이돈, 하데스란걸 생각하면 굉장한 일이다)

 그렇다고 거기서 크로노스를 이용해??? (말이 이용하는 거지, 실제로는 그냥 셔틀... -.-;;;)


 신들의 전쟁에서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던 설정이 하이페리온이 신들에게 복수하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티탄들을 풀어준다는 거였다. 일단 티탄들이 올림포스 신들이 지배하던 세상을

그대로 놔둘리도 만무하지만, 역사까지 들먹이며 세상을 지배할 단꿈에 취한 하이페리온의 기대를

티탄들이 들어줄 이유도 없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이 작품에서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설정이 하데스가 제우스를 물리치고 세상을 지배하는

신의 자리에 서기 위해 크로노스를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크로노스가 누규?

 다름 아니라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 등 올림포스 신들의 아버지이며,

그 올림포스 신들이 힘을 합쳐 지배자의 왕좌에서 끌어 내리고 영원의 지옥, 타르타로스에

가둔 전 시대의 괴물이 아닌가. 올림포스 신들이 힘을 합쳐서 간신히 물리쳤던 구시대의 악당을,

가장 강력한 제우스나 기타 올림포스 신들이 크로노스에 의해 제거된 상황에서

크로노스가 하데스를 이뻐해줄 이유가 어디 있을까? 더구나, 하데스 역시 크로노스의 원수라면 원수...

 이 똥배짱과 멍청함에 영화는 시작부터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었다.



하데스의 협력자이자 패륜아로 등극한 아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무식하고 멍청하다지만, 도대체 뭘 믿고 크로노스와 협력을 하는지... -.-;;;


 그런데 뭐... 사실 아레스는 이렇게 나와도 나름 납득이 가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로마 신화의 마르스야 군신으로 대접받지만,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는 전혀 달랐으니까.

(일반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말하고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는 신들의 달라진 이름만큼이나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는 올림포스 12신에 어떻게 들어가 있어???...라고 할 정도다.

 전쟁의 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전쟁 수행 능력(즉, 전략, 전술 능력)은 전혀 없고,

그저 자기 X리는 대로 살육만 즐기는 파탄자일 뿐이니까.

 그럼 1대1 대결은 잘하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기보다 약한 인간들이나 짓밟고 다니지,

신들 사이에서는 큰소리도 못 내는 쪼다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아버지인 제우스한테 인정도 못 받고 이쁨도 못 받는다.

 아레스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문제아인데, 그런 문제아와 극과극으로 비교되는 이쁜 자식,

아테나가 있으니 더욱 그렇다! (제우스의 아테나 편애, 아레스 차별은 유명하다)


 즉, 아레스란 신의 위치로 봐도 이런 찌질한 반란을 일으킬만 하고,

또한 아레스란 신의 능력이나 지력을 봐도 이런 멍청하고 무모한 반란도 그냥 일으킬만하다.

하데스 혼자였으면 몰입이 어려웠을지도 모르지만,

아레스라는 희대의 멍청이신이 개입한 덕분에, 영화의 발단-전개에 나름 몰입이 가능했다. ^^;;;


...어쨌거나, 결국 이 영화는 형제가 형제를,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잡는 막장 패륜극이다. ^^



일단 뭐 악당이랍시고 나오는 것들의 면모가 그 모양이니,

기타 크리쳐들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왼쪽의 미노타우르스는 '그게 미노타우르스였어?!'...라고 반문할 정도로

이게 미노타우르스인지 아닌지도 모를 디자인과 능력으로 그냥 길가다 만난 몹1이고,

키메라는나름 때리고 부수고 싸우고 하지만, 키메라라는 느낌이 잘 안 난다.

세번째 녀석은 최종보스의 출현을 앞두고 나온 녀석들로 나름 인간들을 상대로 학살을 하지만,

최종보스 출연을 위한 시간지연 총알받이일 뿐...

그럼 최종보스는?



솔직히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이렇게 처리하다니 허허허...였다.


나름 크로노스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격적으로 등장하자마자 바로 예고된 절대무기에 얻어 맞고(멋있게 맞는 것도 아니다.

정말 힘 빠질 정도로 시시하다) 그대로 퇴장한다.

 여러모로 이 작품이 1편에 이은 2편이란 걸 보여주는 걸지도...? ^^;;;



이 작품에서의 데미갓은 참 별볼일 없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다 한다.

진짜 신과는 1대1 대결을 제대로 벌일 수 없을 정도로 약한데다가

(위 장면은 무려 포세이돈의 창과 하데스의 창을 들고 아레스에게 돌진하는 장면인데,

한큐에 무기 다 놓치고 두들겨 맞는다), 부모신의 능력도 특별히 이어받지 않는다.

 


영화는 기대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커졌다.

영화 내내 롤러 코스터라는 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정신없이 사건들이 터진다.

거대하고 화려한 특수효과들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푸짐한 코스 요리를 먹은 것 같은데, 먹고 나니까 뭐 남아 있는 건 없는 느낌이랄까.



포세이돈의 아들로, 개망나니로 인생 종칠뻔하다가 때마침(?) 찾아온 세계의 위기 앞에서

포세이돈의 아들빨로 영웅 파티에 합류하게 되는 인물...


암만 봐도, 쟈쟈 뱅스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느낌이다.



안드로메다... 아아! 정말 이 영화 처음 스틸컷 봤을 때부터 난 속으로 외쳤다.

안드로메다 공주는 안드로메다로 보냈어!?


 전작에서도 안드로메다의 미모가 별로라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작은 그 1편의 안드로메다 공주가 천하절색으로 보이게 만든다.

 나름 전작에서 흐른 시간을 고려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아냐...


 배우 본인의 미모도 내 취향이 아닌데다가, 작품 내 코스츔이나 스타일이 정말 별로였다.



고생 끝에 결국 안드로메다와 짝짝쿵하게 된 페르세우스...



 볼거리는 확실하다.

 3D를 노리고 만든 듯한 화면들은 2D로 봐도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였고,

영화 내내 그냥 롤러코스터로 몰아부친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너무 공허해서 그 맛이 오래 남지 않는데다가...

 유행 따라가려는 건지, 흔들리는 화면과 줌을 지나치게 남발해서 화면에서 뭔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때문에, 화려한 장면들이 줄을 이어도 미처 소화를 못 시키고

계속 다른 음식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난 정말 이런 화면 싫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액션이나 크리쳐들이 아니라,

크로노스가 갇혀 있고 이제 제우스가 붙잡혀 있는 타르타로스라는 세계다.


 미궁이라 미노타우르스가 나온 것 같은데,

원래 미궁의 설계자는 인간 나부랭이(^^;;;)인 다이달로스였지만,

이 영화에서 타르타로스의 미궁의 설계자는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토스!

 그래서 그런지 미궁의 규모나 액션은 단순한 미궁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이 미궁에서(물론, 영화 전체로도...) 쓸데없는 흔들기나 클로즈업 남발을 줄이고,

있는지 없는지 모를 미노타우르스 대신에 좀 더 생동감 있는 미궁의 모험을 만들었다면

영화가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암튼 이 영화에서의 미궁, 즉 타르타로스라는 거대한 인공지옥의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결국 신들의 시대가 끝나가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작부터 이미 인간들이 기도를 안 해서 신들이 배고프다고 제우스가 하소연을 하더니만,

세계의 위기에서도 이미 다 죽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올림포스의 신들,

그리고 하데스만 남고 포세이돈과 하데스가 사라지는데...

 위 신전의 모습처럼, 인간들에게 신의 존재가 날로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과연 하데스는 이제 올림포스의 주신이 되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암튼 기대한 것보다 스케일은 더 컸었고,

기대한 것보다 각본은 더 형편없었고,

기대한 것만큼 여자 캐릭터의 매력이 없는 영화여서 그런지,

분명히 롤러코스터를 방불케하는 액션이 계속 이어지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던가 혹은 신이 났다던가 하는 느낌은 남아 있지 않다.



 오히려, 시작전 광고에서 근래 삼성인가 어디인가의 카메라 광고에 나오는 고시생 고영욱

인상적이었고, 영화를 기다리다가 보게 된 아래 영화의 광고가 더욱 땡겼다!

김고은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말 캐스팅을 잘한 것 같다.

 어벤져스 예고편도 같이 봤었지만,

그걸 제치고 당장 최고 기대작으로 등극... (^^;;;)













*** 잡설 ***


-번역자의 이름이 안 나온 것 같은데, 엄-청-난 의역(축약!)을 자랑하고,

내 막귀로도 이건 오역이 아닌가 싶은 부분들도 있었다.


-사운드는 나쁘진 않았지만, 킬러 챕터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어서인지 인상적이진 않았다.


-분장 때문인지, 아레스가 나올 때마다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했나???...싶었다. ^^;;;


-그나마 이 영화에서 여자로 보이던건 안드로메다 일행이었던 코리나...

하지만, 정말 멍청하고 한심한 짓을 하고 바로 사라져 버린다.


-엔딩 크레딧에는 요즘 유행인 중국 쪽이나 러시아 쪽 이름 대신에,

남미스러운 이름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쿠키 없음.


-분명히 예고편에 나온 장면들 외에도 다른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만,

예고편의 장면들이 특히 좋았다는 것은 아니면서도, 다른 장면들이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나도 그랬지만, 극장 안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장면은 "이 길이 아닌가벼~" (^^)






[ 타이탄의 분노 (Wrath of the Titans, 2012) ]

<영 화>

장점 - 인간의 손이 아니라,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미궁!

단점 - 인간적으로 너무한 각본 / 남는 게 없는 롤러코스터, 그리고 그걸 도와주는 흔들기 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