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21세기의 기술로 만나는 20세기의 추억 -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베리알 2012. 3. 23. 09:12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딱히 기대하고 있던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SF에다가, 울버린의 히로인도 나오고... 예고편의 점프 장면이 흥미로워서 보려고 한 영화인데,

개봉 후 줄줄이 쏟아지는 무한한 혹평에 좀 당황스럽긴 해도 일단 기회를 내서 보게 되었다.


...혹평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는 것 같다. ^^;;;

하지만 마냥 혹평을 하고 버리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가 더 존 카터에 어울리지 않나 싶다.

붉은 별, 화성에 대한 이미지도 그렇고...



하지만 현실은 이쪽...


아마, 이 영화가 대차게 까이는 이유 중의 일정 부분은,

이 포스터 위의 문구 때문이 아닐까.

감히(?) 아바타와 스타워즈를 들먹이다니!!!...라는 느낌?


 하지만 어쩌랴... 믿을 수 없을지 몰라도 완전히 뻥카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직 다른 매체로의 구현이 쉽지 않던 시절, 그 옛날 공상과학소설과 모험소설들은 그야말로

상상력의 보고였고, 그 영향을 이후로 짙게 이어져 내려져 오는 게 사실이니까.

 그리고 한국에선 듣보잡, 혹은 다른 이름으로 알려졌더라도 저쪽 세계에서는 바이블 같은

그런 작품들도 많은 게 현실이니까.



이 영화는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이 사람 표기는 언제 어디서나 제각각이다. 나도 모르겠다. ^^;;;)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목처럼 화성의 공주...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가 누군지 모른다거나, 화성의 공주 즉 존 카터 시리즈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굉-장-히 많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작품의

원작자이다. 바로 타잔!!!

 그 유명한 타잔의 창조주가 바로 에드가 라이스 버로즈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에선 지구 속 세계에서의 모험을 그린 펠루시다 시리즈를 가장 좋아하지만... ^^

(펠루시다 시리즈의 후반부에는 타잔이 등장! 이것이 진정한 퓨전! ^^)


 버로즈의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 어떤 공통점이랄까 그런 게 존재한다.

 다들 원래 자신이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간 인물들이 그곳에서 모험을 겪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지식을 활용해 이세계에서 적응도 하고 저항도 하고...

 

 존 카터, 즉 바숨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지구인 존 카터가 화성에 가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존 카터...

일단, 원작과 꽤 다른 인물이다.

아니, 사실 이 영화 자체가 원작과 굉-장-히 다르다.

작품이 씌여진 시기(화성의 공주는 버로즈의 처녀작 정도 된다. 즉, 여러모로 매우 미숙한 시기에

만들어진 질풍노도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를 고려한다고 해도, 원작 내용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영화화하기엔 꽤 심심하고 (지금에 와선 보자면) 너무 전형적이고 너무 대충 대충스러운 면이 있기에,

21세기에 와서 영화로 만들자면 아무래도 재구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문제는 결과물이 과연 좋냐 나쁘냐인데, 아쉽게도 좋은 점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나쁜 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이 작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옛날 생각나는 쌍팔년도스러운

작품이라고 느끼겠지만, 원작을 잘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완전히 개작해 버린 영화에 분노와 실망을

느낄 법도 한데...



특히나 공주는 완-전-히 다르다.

배우 이미지 자체부터가 이미 달라도 너무 다름...

울버린 때의 이미지라면 원작의 공주와 비슷할 수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 여전사로 바뀌면서 코디 자체도 전혀 달라져 버린 바,

원작의 공주와는 완전히 별개의 인물이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울버린 때 배역과 더불어 아주 인상깊게 본 배우였던지라, 많이 아쉬웠다.

짙은 선탠과 이상한 화장, 갈팡질팡하는 캐릭터, 마음에 안 드는 의상 등은 배우의 매력마저

다 없애버린 것 같아서...

 영화 후반부 들어설 때까지는 울버린의 그 배우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뭐, 암튼 원작과는 매우 다르다.

 특히, 원작의 공주는 처녀가 아니라 소녀급으로 나오는 점이 다르고(^^;;;),

의상도 거의 벗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의 의상이지

저런 어설픈 여전사 의상이 아니다.



영화는 기본 플롯(화성에 온 지구인 존 카터가 화성의 위기를 구하고 공주님과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다시 지구로 KIN~)만 원작과 같을 뿐인지라, 암튼 모든 게 새롭게 구성되었다.

 이 애완동물(!) 역시 원작과 차이가 많이 난다.

 능력 면에서나 존 카터와의 교감 면에서나...


 뭐, 영화에서는 그나마 진짜 개그 캐릭터라면 개그 캐릭터였긴 하지만...



화성의 공주의 다음 권인 화성의 신들인가에서는 이들의 존재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화성의 공주만 본다면 오리지날 캐릭터로 보이는 녀석들에다가,

화성인들에 대한 묘사, 세력 구도 등도 완전히 영화만의 재구성에 가깝다.


여러모로... 매우 쌍팔년대스러운 어수선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뜯어고쳐서 아니, 완전히 새로 만들어서 겨우 그 정도라도 된 거라는 거...


 물론, 이점은 장단으로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영화 평이나 흥행을 보면 음...



영화의 주요 소재인 아홉번째 빛이란 녀석도,

원작 소설만 본다면 그냥 배경 설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주와 룰루랄라한다는 정도가 원작과 같은 부분이랄까... ^^;;;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면 아무래도 이 점프가 아닐까.

물론, 문제는 이 작품은 19세기말 20세기초에 나온 작품이고 지금은 21세기라는 거...


 영화만 본다면, 하나같이 갈팡질팡해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처럼,

존 카터의 능력도 제대로 구축이 안 된 느낌이다. 화성의 전사들을 한방에 때려 눕히는 괴력의

소유자라는 건 영화에서도 보여주긴 했지만, 영화 전체로 보면 존 카터는 그저 무능력한 메뚜기일 뿐...


 이런 괴리감은 고전 작품에서 가끔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6백만불의 사나이가 유행하던 시절에야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하는 내용이 우왕~했겠지만,

그 정도는 이미 드라마의 주역이 아니라 드라마의 일회용 캐릭터로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세상인지라...

존 카터의 놀라운 능력이 지금에 와선 싱겁기 짝이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아직 과학이 지금 정도로 발달하기 전에는 오히려 이런 상상의 나래가 더 풍부했던 것 같다.

(일반인이 지금 정도의 과학 상식을 갖추게 된 것은 정말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일반인의 상식이 아니라, 과학계의 학설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시대였으니까)

존 카터의 경우 중력의 차이로 인해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는 설정인데,

(이전에도 있었긴 하겠지만) 이후로도 이런 소재는 꾸준히 애용되어 오는 단골 소재다.

 드래곤볼에서도 중력 수련이 나올 정도로... ^^

(예를 들어 초기 수퍼맨의 설정은 존 카터와 많이 닮아 있다. 중력의 차이에서 오는 신체적 변화로,

지구에서 초인으로 존재한다는 설정인데, 그래서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존 카터처럼 긴 점프가

가능한 정도였다는 등등... 물론, 이 설정은 수퍼맨이란 캐릭터가 확립되면서 우리가 아는

크립토나이트에 약한 수퍼맨으로 금방 바뀐다)


 실제로 중력의 차이로 그런 게 가능할까? 물론 아니라는 건 지금은 아이들도 알 것이다.

 중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단적인 예로, 중력이 변화하면 기압도

변화할 수 밖에 없고 평범한 1 기압에서 생활하는 인간에게는 약간의 기압 변화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약간의 기압 변화만으로도 호흡곤란이나 고막 파열을 겪는 게 인간이다).

 게다가, 인간의 몸이란 지극히 경제적인지라... 낮은 중력에서는 금방 그 중력에 맞춰서

몸이 변화한다. 중력 차이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한마디로 말해서 고중력에서 익숙해져봐야, 원래의 중력으로 가면 곧 다시 약해지다는 거...

 때문에, 중력의 변화에서 오는 초인적인 신체 능력이나 초능력 등은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비록 현실이 어떻고 과학이 어떻고 하는 건 아무렴 어떠랴.

 문자 그대로 공상과학소설이라면 그런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상상의 나래들이 실제의 과학마저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게 현실인 것! ^^



태양열 비행기는 멋졌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화성의 건축 상황...

하긴, 태양열 비행기 자체가 이미 지나치게 언밸런스하긴 하다.


 이런 부분도 원작과의 차이가 좀 큰데...

예를 들어, 영화에서 화성인들이 사용하는 총은 그냥 총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화성의 중력을 감안한 덕분인지, 굉장한 위력을 갖는 장거리 화기로 묘사된다.



울버린 때의 매력은 어디다 팔아 먹은 거여... T T


옆의 아가씨들이 니플레스만 안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





내가 노인네라 그런지, 쌍팔년도 느낌 물씬 나는 산만하고 별 거 없는 SF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매력은 있던 영화였다(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좀 더 잘 만들었으면...하는 아쉬움이 강해서!).

 특히나, 존 카터의 과거 이야기가 사투와 오버랩되는 장면이나 서막의 기능을 확실하게 하는

마무리 장면 등은 영화만의 장점으로 아주 좋았던 부분들이다(원작 소설인 화성의 공주의 마무리는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기도 안 찰 수 있다...).


 암튼 나로선... 왜인지 이 작품의 후속작을 보고 싶다. 열렬하게는 아니지만... ^^;;;













*** 잡설 ***


-AV퀄리티, 즉 사운드는 기대보다 떨어진다. 디즈니란 이름답게(?) 아이들을 위해 이상하게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죽인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도 그런 듯...

서라운드 활용은 제법 하고 있지만, 소리 자체의 박력과 존재감은 기대보다 떨어진다.


-번역자 이름을 못 본 듯...


-역시 인디언이 나오는 옛날 이야기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시체의 산과 피의 강으로 만들어진 천조국이여...


-원작 소설과 영화는 정말 다르다. 이야기 자체는 물론이고, 캐릭터들조차 이름만 빌려온 것 같다.


-원작 소설이 심하게 옛날스럽다고 해서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버로즈의 작품들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국내에 원작 소설은 예전 어린이용 문고 이후로, 얼마 전에 정식 계약판으로 화성의 공주가 나왔었고,

최근에 2권까지 합쳐진 판본이 새로 발매되었다.


-디즈니는 화성에 한이 맺힌 걸까? (^^;;;)










[ 존 카터:바숨 전쟁의 서막(John Carter, 2012) ]

<영 화>

장점 - 원작보다 좀 더 매력적인 존 카터, 그리고 원작을 능가하는 마무리

단점 - 21세기의 기술과 돈으로 이런 쌍팔년도스러운 작품이라니! (아, 이건 장점일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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