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내가 만났던 한국군의 도손 대장 - 은하영웅전설

베리알 2012. 2. 21. 12:03


요즘 부쩍 사고 싶어 안달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은하영웅전설 완전판이다.

몇가지 부가 요소가 있는 초판을 전집으로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그리고 객관적으로 비싸지는 않은 것 같은 가격이지만...

그런 가격 자체가 대단한 고가라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 >



혹시나 초판셋트가 절판되어 버리면 아예 완전 할인 때까지 기다리게 될 건 뻔하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면 참 좋겠죠잉~ T T


 은영전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군시절의 중대장 하나가 생각났다.


 은영전에 보면 도손 대장이란 캐릭터가 나온다.

 예전 을지서적판의 묘사로 이런 캐릭터다.


  결국 본부장 대리로 선출된 것은 3명의 차장 중 최연장의 도손
대장이었다. 그러자 스스로 그 자리를 사양했던 뷰코크가 심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차라리 내가 맡은 것만도 못한데.'하며 혀를 끌끌
찼다.
  도손은 착실하다기보다는 소심하고 신경질적인 사나이였다. 헌병사령관,
국방위원회, 정보부장 등을 두루 거쳤는데, 언젠가 제 1함대 후방주임
참모직을 맡았을 때, 식량을 낭비한다는 명목 아래, 각 함정의 조리실
쓰레기장까지 뒤져 감자 몇 킬로그램을 찾아내 당직사관과 조리부 소속
장병들에게 징벌을 가함으로써 병사들의 원성을 산 일이 있는 말단 관리
타입의 인물이었다. 또한 사사로운 원한을 잊지 않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보복을 하고야 하는 것으로도 평판이 나 있었다.


사고로 본부장 자리가 비게 되자, 그 자릴 맡게 된 인물인데, 뷰코크가 혀를 찬 이유가 이렇다.

막장 드라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쪼잔한 악역 타입의 인물이랄 수 있는데,

함대의 참모라는 자리에서 저런 짓를 하는 한심한 모습이 나름 유명(?)하다.

 군 시절, 내가 본 중대장 중 하나가 저와 비슷한 캐릭터였다.

 멍청하기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원래 하극상을 우려해서 병사들끼리 있더라도

후임들이 대놓고 간부들을 막 부르지는 못 하게 하는데... 이 중대장은 딱 하나 있던 예외였다.

이 중대장이 오는 걸 보면 중대장이 온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바보대장 온다고 말하는 게 상식...

신병이고 후임이고 간에 바보대장이라 부르는 걸 전혀 터치하지 않을 정도로 무능한 바보였다.

 

 일단 뭐 외형은 전형적인 하사관이었는데(신기할 정도로 장교와 하사관은 대략적인 외형 차이가 난다),

군복을 입고 있어도 딱 일당 노가다 뛰는 공사판에 예비군복 챙겨 입고 온 느낌이랄까.


 도손의 저런 일화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부대원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좀 적게 해서 잔반이 많이 나오고 PX가 호황인 때가 있었다.

원인은 너무 간단했다. 식당 밥이 너무 너무 많이 없었으니까!!!

 취사병 중 하나가 음식 솜씨가 너무 없어서, 그날 그 녀석이 요리를 했구나...라는걸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 배고프고 힘든 군인들조차 밥맛을 잃게 할 정도였다.

 원인이 이렇게 빤히 보이는데... 이 멍청한 중대장은 거기서 놀라운 해결책을 내놓는다.

 원래라면, 당연히 음식에 대한 의견도 수렴하고 상황도 파악하고... 이렇게 갔어야 하는데,

이 무능하고 멍청한 중대장은 중대장씩이나 하고 있는 장교란 작자가,

식사 시간마다 식당에 나타나 급식을 타가는 걸 감시하며 밥을 적게 먹는 병사들에게 강제로

밥을 더 카가게 했고(사실, 군인들의 한끼 식사량은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다), 배식이

끝나면 잔반통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잔반 버리러 온 병사들의 식판을 일일이 확인,

강제로 잔반을 안 남기고 다 먹고 오도록 했던 것이다.

 정말 군대에서 별별 못 볼 꼴을 많이 보긴 했었지만, 대한민국의 군대에서 중대장 하고 있는 장교란

작자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을 보고 있자니, 참 이 나라가 용케도 유지되고 있구나...랄까.

 참 다행인 것은, 위에서 시키는건 무식하게 해대지만 스스로 나서서 뭔가 하지는 않는,

그러니까 최악의 지휘관이나 상사 타입인 무능하고 부지런한 타입에서,

부지런한 부분은 좀 좀 모자란 그런 타입이었다. 대신, 무능 부분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지만...

 아마, 은영전을 본 사람들이 그때 부대에 많이 있었다면 바보 도손이라 불리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사로운 원한을 잊지 않는다는 도손처럼,

그 중대장은 꺼리를 열심히 기억해 두었다가 외박 자르고 휴가 자르고 포상 자르고...

정말 짜증나는 찌질이였다.



 얘기가 나온 김에 도손의 일화 좀 더...

 도손이 지휘하는 와중에 쿠데타를 계획하는 반란군(?)들의 대사 한토막이다.

 

"그보다도 다음 일을 의논해보자. 쿠브르슬리 본부장은 비록 목숨을
건졌다 하더라도 앞으로 2, 3개월간 공인으로선 죽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대행으로 올라앉은 도손이란 작자는 사무 능력은 고사하고 인망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형편없는 녀석이다. 머지않아 통합작전 본부의 운명에는 혼란이
닥칠 것이다. 즉 우리의 행동을 연기시켜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D데이에 대비, 모두 가일층 분발하라!"


  사무 능력도 없고 인망조차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 와 있는게 이상해 보이나?

 하지만, 현실은 그렇다. 능력으로 기용되는 사람은 전형적인 소모품 취급이다.

실컷 부려먹고 언제든 대용품으로 대체하면 그만...

 높은 자리에 올라 가는 사람들은 소위 인맥을 잘 구축해 줄을 잘 서고,

그런 인맥 라인 속에서 아부를 잘 하고 얄랑거리길 잘 하고...

위에서 뭔 소리 하든 네네 하고 아래 사람들을 닦달하는...

그런 한심이들이 대체로 라인을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이렇게 무능하고 멍청하고 라인에 얄랑거리기를 잘하는 타입의 사람은,

실제 필요한 능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능한 대신에,

실제로는 없어도 될 능력인 뒷공작이나 다른 경쟁자 짓밟기는 놀랍게 잘 한다.

괜히 무능하고 멍청한 사람이 승진 자리를 밟아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도손도 예외는 아니다.


  얀의 부하들도 훈장과 감사장 속에 파묻히긴 했으나 그들의 상관인 얀이
승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 역시 승진의 기쁨을 맛볼 수는 없었다. 예외를
꼽는다면 단 한 사람, 센코프 준장이 있을 뿐이었다. 행성 샨플
해방전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샨플 주민들로부터의 강한 요청(압력)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그보다
더 유력한 것은, 단 한 사람만 승진시킴으로써 얀 함대의 인적 결속에 금이
가게 하려는 통합작전 본부장 대리 도손 대장의 계략이라는 설이었다. 그후
쿠브르슬리 대장이 퇴원, 제자리로 복귀했으므로 그것이 본부장 대리로서의
그의 마지막 업무가 되고 말았지만.


정작 해야할 일은 못 하는 주제에, 이런 나쁜 머리는 돌아간다.

 




암튼 그런 바보 중대장이 지금쯤 어느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다.

최선의 경우는 개과천선하고 진정한 장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겠지만 이건 아닐테고...

진작에 승진 라인에서 탈락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저런 수준으로 승진해 올라갔으면 올라갈수록 장난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