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역사의 중요성 - 용랑전, 신삼국지覇LOAD 외

베리알 2012. 2. 13. 16:47

  만화든 영화든 간에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어떤 미디어든 간에 소재가 되는 실제 역사가 중요하다는 게 느껴진다.


 실제 역사라는 건 작가에게 있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일종의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보다 더한 지원이 되는 게 보통이다. 일단, 작품의 설정이나 무대를 완전히

오리지널로 창조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는데다가, 無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하는라

머리 싸매지 않아도 이미 매력적인 인물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적당히 개조만 하면 되고,

중요한 스토리도 사실상 이미 다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와 거리가 먼, 작가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많이 반영한다고 해도 차이점을 두기 위해선

그만큼 실제 역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완전히 새로운 무대와 캐릭터로 재창조해서

역사 소재의 작품이라는 딱지조차 벗어버릴 생각이 아닌한은 무대나 캐릭터 역시 실제 역사를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좋든 싫든 역사 소재의 작품은 해당 역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실제 역사와의 비교는 흥미거리이자 논쟁거리가 된다.


 특히, 역사 소재의 작품을 얘기하면 역사는 역사이고 픽션은 픽션인데 뭐여~라는

얘기도 볼 수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픽션이라고만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좋든 싫든 완전한 픽션의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게 태생적인 한계이고,

실제 역사와의 괴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게 작품의 매력을 높여주는 방향보다는,

낮춰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역사 내용을 뼈대로 삼는다면 작가가 상상을 어느 정도 덧붙인다고 해도 든든한 뼈대가 이미

있기 때문에 작품의 중심이 어느 정도 잡히지만...

 역사 내용의 냄새만 풍기게 해놓고 작가가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 한다면 사실상 역사 소재의

작품이 주는 장점들을 스스로 포기한 채, 작가의 능력으로 그걸 다 메꿔야 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엄청난 스토리나 캐릭터가 나오기보다는,

작품이 점점 무리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막장이 되거나 하는 식으로 망가지기 쉽기 때문에,

그런 재구성이 그닥 환영받지 못 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경우가 많다.




< 이미지 출처 : http://www.yes24.com >

역사란 사실 검증된 드라마의 보고 아니겠는가.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학산과 講談社에 있습니다 ]

역사 소재 작품의 얘길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용랑전이다.


이 작품의 시작은 정말 흥미로웠다. 현대를 사는 고딩이 갑자기 타임슬립해서

다른 시대도 아니고 바로 그 삼국지의 시대에 떨어진다니!

 작품 속의 주인공도, 이 작품을 보고 있는 독자들도 대략적이라고 해도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상황이니,

그 지식으로 앞으로 뭘 할까 기대하게 하는 이런 재미있는 상황들은 물론이고...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도 단순히 대략적인 결과만 알고 있을 뿐,

그걸 실제 그 시대의 현실로 구체화하기 위해선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점도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더불어, 역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듯 하면서도

살짝씩 어긋나는 이야기나 인물들을 보는 것 역시 흥미진진할 수 있는 꺼리...



사마중달을 이런 악역으로 설정한 것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제 아무리 제갈량의 밥처럼 묘사되던 삼국지연의에서조차,

결과적으로 제갈량은 사마의의 벽을 넘지 못 하고 죽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연의의 실제 주인공이랄 수 있는 제갈량이 그렇게 발버둥치고도 결국 넘지 못한 사마의란 벽,

이런 악역의 설정은 그래서 꽤 괜찮았다.

 더불어, 단순한 마왕급 먼치킨이 아니라 조운과 장비 두사람을 상대하기 벅차다니,

이 정도면 충분히 삼국지 세계에 존재하는 현실감 있는 최종보스랄까? ^^



주인공은 죽음의 위기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돌아오지만,

언제나의 소년지 설정처럼 약점이 있고 남용도 불가능한 반쪽짜리 필살기...

 뭐, 여기까진 어느 정도 납득할 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는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이후에 주체를 못 하고 뻔한 소년지 배틀물로 전락하고 만다.

미래에서 온 미래를 아는 자가 삼국시대에서 펼칠 수 있는 그런 재미있는 전개는 실종되고,

그저 개나 소나 말이나 내가 최고다면서 등장하고,

주인공은 계속 파워업하며 대충 대충 깨부수며 넘어가고...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주인공과 사마의의 비기였던 운체풍신술!

 몸을 원하는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궁극의 체술이었던 운체풍신술이었지만,

이후에는 뭐 그까이꺼 신세로 전락, 주인공조차 간신히 배웠다는 기술을 대충 다들 쓰는 분위기가 되고,

주인공은 당연히 다른 파워업 기술을 맨날 고생해서 얻는데 분명히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무적의 기술처럼 으시대더만, 알고보니 맨날 약점이 있는 불완전 기술들...

 

 적들도 그런 주인공의 어설픈 파워업에 맞추기 위해서 맨날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외치며 나오는데,

궁극의 강자처럼 보였는데 곧 허접으로 전락하는 식으로 밸런스 붕괴 정도가 개발란스!

삼국지 역사 속의 강자들도 모자라 흉노족의 선우들이 줄줄 나오고,

무슨 신선이니 투선이니가 나오고, 그것도 모자라 주인공의 정체까지 알고 있는 神도 나오고...

아무리 뽀록으로 계속 이겨간다지만, 맨날 내일 잘 나가~하는 적들이 나오는걸 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개발란스다.



더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멋진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런 과정들에서 줄기가 되는 뼈대 스토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


 삼국지 시대에서 까불던 주인공은 사정상(?) 흉노의 땅으로 튀는데...

이 과정에서 무려 13권인가 15권인가 분량을 소모하고도,

남아 있는 건 저런 주인공의 자위뿐이다!

 분명히 초강적들을 넘으며 주인공은 궁극의 기술들을 배우며 강해지긴 했지만,

이 작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형적인 나쁜 소년지 배틀물인지라,

초강적은 다음에 보면 허접이었을 뿐이고, 궁극의 기술들은 나중에 보면 그냥 불량품...

밸런스 조절도 못하다 보니 정말 별별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주인공을 약한 상황으로 모는데...

지겨워서 때려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게 당연하다.



결국, 작가는 그 삽질들로 망가진 스토리를 자기도 주체 못 하는 걸 인정했는지,

사실상 이 작품은 흉노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1부를 종료하는 식으로 넘어가 버리고...



훌쩍 뛰어 넘어 갑자기 조조와 주인공이 손을 잡고 형주에서 오나라와 맞서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중원요란편이라는 부제를 붙여서 말이다.


 역사 소재의 작품에서, 작가가 주체를 못 하고 폭주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배틀물 놀이에 빠져 있다 보니 뼈대가 되는 스토리조차 만들어내지 못한채,

결국 감당 못 하고 리붓이나 다를 바 없이 새롭게 시작하는 이 상황...

 그렇다고 2부가 제대로 가고 있느냐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신선들의 신처럼 보이던 투선의 기술을 배우고, 그런 인간들의 수준을 넘어선 진정한

신의 존재와도 싸웠던 주인공이지만, 역시나 어설프게 약점을 만들고 파워다운을 시키는 건 여전...


 그리고 어떤 면에선 삼국지연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촉나라 킹왕짱인 작품이기도 하다.

 인재 면에서 질에서도 양에서도 최강을 달렸던 위나라는 원래 삼국지연의에서도 동네북이었던

조인의 재연(^^;;;)이야 그렇다쳐도, 하후돈이나 허저조차 지나가는 삼류급으로 전락했고

그 유명한 장료조차 그냥 어디의 아저씨 분위기... 오호신들이 위나라의 장수들을 깔보는 정도가

아니라 듣보잡 취급하는 건 일상다반사다.

 오나라도 최근 감녕이 조금 활약을 했을 뿐, 주유는 어떻게 보면 삼국지연의의 쪼잔이보다

더 능력 없고 쪼잔찌질거리는 느낌...

 오로지 촉나라만은 삼국지연의 이상이다. 용의 군사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제갈량이

능력없게 그려지긴 하지만, 방통이 메꿔주고 있는데다가... 하후돈이나 허저 같은 쩌리(!)들과는 다른,

진정한 초강자들은 모두 다 촉나라의 장수거나 나중에 촉나라의 장수가 되는 인물들 뿐이다.

 

 여러모로 정말 개발란스의 작품...

 역사 소재의 작품에서 작가가 폭주해 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소재가 되는 역사의 줄기에서 손을 놓고 정줄을 놓아 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걸 아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이 용랑전이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삼양출판사와 小學館에 있습니다 ]

그와 대조적으로, 역사를 소재로 했으면서 처음부터 아예 막 나가는 작품들도 있다.

이 작품은 신삼국지 覇-LORD-라는 작품이다.

용랑전이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해서 그걸 뼈대로 삼으려다가 주체 못 하고 막장으로 치달았다며나,

이 작품은 처음부터 이름과 배경만 빌려오고는 작가의 오리지널 (개)막장 스토리로 달린다.


 일본의 야마타이 시절, 히미코여왕의 사랑을 받던 한 남자 료우가 중국 한나라로 떠나는데...



그 남자가 도착한 한나라는 흔히들 세기말이라 평가받는 후한말...

백성들은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고 나쁜 관리들은 설쳐 대고,

유비 관우 장비는 탁현의 세 악당으로 유명한 바로 그 시절! ^^;;;


(실제로는 유비 관우 장비가 탁현의 세 악당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왕가의 후손이니 도원결의니 의리가 어떻고 하는 건 삼국지연의의 사족일 뿐,

실질적으로 이들의 존재는 그냥 무허가 무력집단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장비는 여자 작부를 고용한 술집을 부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관우는 장비에게 여자 작부를 고용하라고 충고를 해 줄 정도의 인물인 세상! ^^;;;


(후반에 좀 자뻑하긴 해도 그럴싸한 인물의 화신처럼 그려지는 삼국지연의와 달리,

실제로는 관우에 대해선 오만방자하고 여자를 엄청 밝히고 뭐 그런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온다.

물론, 쌈박질 실력이야 어디서나 보증수표지만...)



설정 파괴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재구성이란 걸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무려, 짝사랑하는 여자를 유비에게 힘으로 빼앗기는 장비가 나오는 삼국지라니!


 그리고 이 료우는 포악한 유비를 단칼에 베어버리고는 자신이 유비 행세를 하게 된다는

사차원 스토리로 전개가 된다.



짝사랑하는 여자가 유비한테 당하는 순간,

그 앞에서 이러고 낑낑대고 있는 장비... 이게 정말 그 장비란 말여!?



조운은 여자이고(수염은 위장),

여포에게 강간당해 아이를 낳고...

이것을 누가 삼국지의 세계라 할 것인가!? ^^;;;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이 신삼국지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높이 평가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만의 캐릭터와 스토리!


 용랑전처럼 어설프게 작가 멋대로 써나가다가 주체를 못 하고 도로 원래 스토리로 기어 들어오는

그런 한심한 상황을 펼쳐 보일 거라면,

차라리 이 작품처럼 도로 기어 들어올 필요조차 없이 작가가 펼치는 스토리로 그냥 밀고 나가는 쪽이

훨씬 더 훌륭해 보인다. 막장이라고 해도 어쨌거나 작가만의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으니까.

선입견을 걷어내고 본다면, 적어도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 장각은 또 어떻고! ^^


 







 원작 파괴나 역사 파괴라고 불리울 정도로 아예 막 나가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 있어서 소재가 되는 그 역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만화든 영화든 역사를 소재로 한 어떤 작품을 보면서 실제의 역사가 어떻다는 걸

안다는 것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픽션의 이야기를 실제 역사인양 착각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바람직한 자세 아닐까? 사람들이 역사를 소재로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런 자세를 가졌었다면... 드라마나 만화의 역사 왜곡이 위험하다는 얘기는 어쩌면 훨씬 덜했을테고,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운(그래서 더 재미있는?) 역사 소재 이야기들이 씌여졌을지도 모른다.


 만화에 있어선 이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언제부턴가 만화들은 직간접적으로 배틀물로 흐르며 연재를 질질 끄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역사 소재의 작품에 있어서 배틀물은 참 쉬운 유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A라는 강자가 나왔다면 이후에는 AA라는 강자가, 그 다음에는 AAA라는 강자가 나와야 하고...

지금 1이라는 숫자가 나왔다면 이후에는 10이라는 숫자가, 그 다음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나와야 하고...

이게 배틀물의 흔한 패턴이니만큼 이런 뻔한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역사 소재의 작품을 보면서 역사를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매력적인 작품이 그저 그런 배틀물로 전락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라도 말이다.


 뭐, 요즘 개나 소나 배틀물만 판을 치는 세상인 걸 보면 정말로 배틀물이면 무조건 좋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졌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배틀물 패턴도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싫어했고 지금은 더욱 그런 패턴 싫어하는 나로선, 흥미로운 역사 소재의 작품이 배틀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숫자 뻥튀기나 규모 뻥튀기를 곱게 보지 않는 이유가,

그런 것들이 배틀물로 가는 정석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멋진 스토리, 혹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펼치기 위해 역사와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하는건 이해해줄 수 있지만, 배틀물로 가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건 참아줄 수가 없다.

 

암튼 역사 소재의 작품에 있어서 작품의 재미와 별개로 실제 역사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이나

실제 역사와 비교해 가며 즐기는 방법들은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실제 역사와 다르다고 투덜대는 건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겠지만,

뻔한 패턴이나 막장 연장, 배틀물로의 전락에 대해 제동 장치 역할도 할 수 있을 테고...

 그런걸 떠나서, 예를 들어 공작왕을 보고 나서 오다 노부나가가 괴물 마왕이었구나~하는 것이나,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 원균 맹장 명장 킹왕짱~이라고 다니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













*** 난 배틀물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난 배틀물을 보기 위해서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니기에

만화가 재미있어지기 위해 배틀물 요소가 들어가는 것은 어떨지 몰라도,

배틀물로 질질 끌어 가기 위해 만화가 이용당하는 꼬라지가 싫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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