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명검에 대한 환상과 낭만에 대한 이야기들 - 월왕구천검 등등

베리알 2012. 1. 25. 19:35


관우 = 청룡언월도 (+적토마),

여포 = 방천화극,

장비 = 장팔사모 등등...

 뭔가 이름을 좀 날린 무장들에겐 이름 모를 무명의 무기가 아니라,

명기에 속하는 전용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삼국지에서 이렇게 뽀대를 뽐내 준 덕분인지, 이후 뭐 무협지고 소설이고 간에

인물들은 듣보잡이 아닌 다음에야 전용 무기는 꼭 들고 나오고,

소년지 만화에서도 엑스트라1, 엑스트라2가 아닌 이상은 전용 무기는 꼭 들고 나오는 게 상식이다.


 그야말로, 이것이야말로 소년들(+소년이고 싶은 아저씨들)의 낭만 아닐까. ^^


 하지만, 과연 그런 상식은 당연할 것일까.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당연히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A%B5%AC%EC%B2%9C >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에 발굴된 구천검, 즉 춘추오패로 보기도 하는 월왕 구천의 검이다.


-이 검이 실존하고 연구가 된다는 점은 명검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의미가 있다.

명검에 대해서 전설이나 환상, 소설이 아닌 사실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왕구천검(이하 구천검)은 그런 점에서 명검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분명히 지금 기술로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명검에 대한 환상 덕분에 여러가지 부풀려진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출토 당시 놀라운 보존...을 뛰어 넘는, 그야말로 고스란히 살아 있는 날에다가

거의 부식되지 않고 원본으로 전설에서 등장했기에 고대의 명검에 대한 전설에 일조할 수 있었으나,

발굴 후 불과 1세기는커녕, 이제 반세기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부식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열심히 보관에 공을 들였지만 말이다.

 즉, 명검들이 발굴되었을 때 놀라운 보존력을 보여준 것은 명검 자체가 그만큼 공들여서 만들어진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만큼 보존이 잘 된 덕분이 크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태 좋은 명검들이 발굴되는 경우는, 보통 무덤 등에 같이 묻히고 요행히 도굴을 피해서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된 채 묻히고 묻혀 있다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몇겹의 방어막으로

외부와 단절된 거나 마찬가지이니 그만큼 보존이 잘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백, 수천년이 지나도 녹 하나 슬지 않고 날이 살아 있는 명검...의 전설!

그러나, 진실은 지독히도 운이 좋게 보존이 잘 되어온 덕분인 게 명검의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간장과 막야를 철검으로 보는 의견도 있고, 어떤 작품들에선 그렇게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시기적으로 청동검일 가능성이 높은데다가(월왕구천은 전국오패-이런 건 없지만... ^^;;;-가 아니라,

춘추오패다! ^^), 구천검이 청동검인 이상 간장과 막야는 물론이고 그 이전의 검들 역시

청동검일 가능성이 높다.


-단, 사실 중요한 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저 검의 진위여부다.

이 점은 지금 이 이야기에선 논외로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킹덤에 대한 얘길 하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명검에 관한 얘길 하려는데

마침 적절한 장면이 있길래 찾는 수고를 아끼기 위해 넣어 본 것이다)


-명검은 이렇게 보란 듯이 자랑하는 게 보통...인데, 사실 어떨까?


-(기억이 불분명하므로 세세한 디테일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

이문열의 초한지를 보면, 항우의 손에 간장이 들어오게 되자 그 수하들이 전설의 명검이 들어왔다고

좋아라하고 이게 항우에게 이로운 징조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항우(인지 항량인지?)는 속으로

이 검이 진짜 간장이면 좋은 거고 아니라고 해도 이용해 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데...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긴 하다. ^^


-좋은 무기는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쓴다...는 건 전형적인 소년지식 설정이다.

금강불괴 같은 유치한 수준이 아니라, 수퍼맨 정도의 절대적인 실력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한,

싸움이라는 건 언제나 목숨을 걸어야 되는 법... 지금 이 일격을 대충 날리다간,

다시는 그 다음 일격을 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게 현실인데, 봐주고 아끼고 이런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영화나 만화, 소설에선 수십번이고 수백번이고 수천번이고 휘둘러도 멀쩡한 명검들이지만,

광선검이 아닌 다음에야 실제로 그런 명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도장에서 대련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의 전투에서 휘두르는 경우에는 무기로 공격해야 하는게 사람의 몸이나 갑옷뿐 아니라,

바위나 나무, 풀, 돌 등등... 어디서 뭘 어떻게 때리고 막아야 할지 모르는데, 이런 상황을

한번도 아니고 목숨이 붙어 있는한 계속 진행해야 한다면 고작 무기 한 두개로 버텨낼 수가 없다.

게다가 이건 그냥 버티고 못 버티고의 문제가 아니라 못 버티면 다음 무기를 꺼내는 게 아니라 죽는 상황!

 즉, 무기란 것은 아끼고 아끼는 소중한 소장용 장식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모품인 것...

 때문에, 누구하면 무슨 검!...이런 상황은 존재하기 힘들다.

 단, 특정한 무기의 달인은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무기들을 다 다룰 수 있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서 숙련도가 높은 무기가 따로 있을 수 있는 법이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이라면 가장 자신 있는 무기를 애용하는 게 인지상정...

대도에 익숙하다던가, 극에 익숙하다던가 등등 특정한 형태의 무기를 소모품처럼 바꿔가며

계속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단지, 애니 등에서 최후의 필살기로 날리는 기술들은 최후까지 아껴두었다가 사용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극심한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마지막 결정타로 아껴두어야 한다던가,

사용에 제약이 있거나 횟수 제한이 있어서 남발할 수 없다면 될 수 있는 한 적을 약화시킨 후에

때려서 명중율을 높여야 하니 말이다. ^^


-보통 명장의 명검 이야기는 실제의 역사에서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니라,

전설로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 아니면 삼국지연의 같은 통속소설에서 강조되는 부분이다.

삼국지연의의 경우, 역사의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은

사실 구전되어 오는 인기 이야기들의 짜집기인데...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 + 인기 있는 이야기...를

만족시키는 게 유명한 호걸들의 일기토인 경우가 많고 거기에 맛을 더하는 흔한 양념이 바로

명검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들은 계속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해당 시대의 필터를

거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이야기에 반영되기 쉽다.

 예를 들어, 전국시대의 어떤 이야기 A가 있을 때, 이 이야기를 당나라 시대에서 재구성한다면

당연히 당나라 필터를 거치게 되는 것이고, 이 이야기를 명나라 시대에서 재구성한다면

당연히 명나라 필터를 거치게 된다.

 이를 반영하는 게 시대를 초월하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내용의 시대에는 있지도 않았을,

그러나, 그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는 이 후대에는 존재하는 그런 무기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추가되고 녹아들어가는 것...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이 분야의 갑이다. ^^;;;



-실제 전쟁에 있어서 저런 마의 무기(?)는 실제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보전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구석이 있는 꺼리인데다가, 레벨이 다른 신무기의 존재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장기말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저 고대에는 레벨이 다른 명검의 존재는 지금의 첨단 전투기 정도의 의미가 있을 지도...? ^^


-중요한 점은, 인류 문명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은 전쟁이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문명과 문명, 집단과 집단이 접촉했을 때 서로 대화를 나누고 좋게 교류하는 것보다,

서로 죽고 죽이는 편이 훨씬 더 활발한 교류를 낳는다.

 전쟁 중에 적이 신기술을 등장시킨다면? 그 기술이 전쟁의 향방에 별 관련이 없는 수준이라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요하다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그 기술을 훔쳐 오거나

그 기술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부작용이 따르긴 하지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인간은 리미터가 해제되어 초인이 된다. (^^;;;)


-전국시대에 철기는 그걸 다루는 기술 자체가 극비 중의 극비로,

철기로 유명한 나라들은 그 기술을 유출시키지 않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다른 나라들은 그걸 훔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철기로 유명한 나라들은 유출을 막으려 노력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외의 나라들이 과연 그렇게까지 열심히 훔쳐오려고 했는지는 좀 의문이다.

 물론, 그 기술을 안 훔치려고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죽어라 훔쳐왔다고 하긴 뭐하니까.

 실제로 진나라의 통일 과정에서 철기의 선진국인 나라들이 광선검으로 진나라 병사들을

막아낸 것도 아닌 것을 보면, 이 시기의 철기 기술의 한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언급했었지만 청동기 말기 -  철기 초기...라는 건, 전성기 청동기 vs 전성기 철기라는

의미가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기왕 킹덤의 장면을 인용한 김에 하나더...)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지금 바로 위의 저 장면은 정말 중요한 장면이다.

만약에 작가가 의도하고 저 컷을 넣은 거라면, 작가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여러 실망스러운 전개에도 불구, 작가가 아직 소년지 만화의 매너리즘에 완전히 빠지지도 않았고

그래서, 킹덤도 전형적인 소년지 전개로만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일단 무기의 형태나 곡선으로 청동기 철기의 구분을 하는 건 킹덤에선 무의미하니 넘어간다고 하겠지만

(무기에서 저런 곡선을 구사하게 된건 철기의 시대가 되고도 한참 후의 일이다),

중요한 건 항익이 치켜든 저 칼의 무늬다!


-보이는가? 항익이 치켜 든 칼날에는 물결치는 듯한 무늬가 드러나 있는데,

이는 흔히 만화에서 날이 잘 선 검날의 표현에 사용하는 무늬로서...

이는 그냥 장난으로 혹은 멋으로 저런 무늬를 그리는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다.


-잘 만들어진 철검의 경우, 물결이 치는 듯한 혹은 뱀이 꿈틀 대는 듯한 혹은 용비늘 등등...의

여러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저런 무늬를 드러내게 되는데...

 그렇다! 저 무늬 자체가 저 검이 철검(그것도 전국시대의 초기 철검 수준이 아니라, 명검급!)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간장이나 막야가 청동검인지 아닌지 그 자체는 만화에서야 중요하지 않겠지만,

만약에 작가가 의도하고 저런 무늬를 넣었다면 이는 이 작품에서 항익의 막야도가 철검임을

의도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무시무시한 명검의 힘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킹덤에서는 여러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했는데, 청동기는커녕 최고 수준의 철기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양과 위력을 차치하고 본다면, 날이 서 있는 걸 표현할 때는

언제나 청동기의 한계 안에서 머물러 있었을 뿐, 저렇게 대놓고 뚜렷한 무늬를 그려낸 적이

(내 저질 기억력으로는) 없었다. 

 즉, 만약에 지금 저 막야도가 대단한 철검으로 등장한다면... 작가는 그동안의 연재에서

처음부터 청동검과 철검을 구분한 채, 적절한 시기에 철검의 등장을 구상해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켜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건 소년지식 인플레에 허덕이는 작가 레벨에서는 할 수 없는 차원!


-심드렁하던 킹덤이지만, 정말로 인상적인 장면이 간만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그렇게 항익이 자랑하던 칼의 등장을 놓고도 계속 질질 끌었던 것도 어느 정도 납득할 정도...

물론, 현재까지야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고,

앞으로의 전개가 정말 그렇게 될지 아닐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냥 멋 내려고 그리다보니 저렇게 나왔을 뿐, 철검이고 청동검이고 전혀 생각없이 그냥...이라던가,

그냥 그냥 우연히~라면 그저 허허허!-하고 말아야겠지만... ^^;;;

 암튼, 꺼져 가던 관심이 조금은 꿈틀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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