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인가 얼마 전인가 TV를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가 있었으니,
바로 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라는 것이었다.
참 끔찍했다. 예전에 본 기억으로는 볼만한 부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적어도 이날 본 내용은 아무리 좋게 표현하려고 해도, 국민들을 우롱하려고 혹은 혹세무민하려고
만들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그렇게 이용되기 딱 좋은 내용이라고 최소한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미리 말해 두지만, 난 이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전부가 그렇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날 이 방송분만 놓고 말하는 것이다.
이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를 전부 본 것도 아니고 자주 보는 것도 아닌지라,
실제로 전체에 확대해서 말할 수 있을지 없는지는 모른다.
[ TV 캡쳐 화면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습니다 ]
바로 요것...
아마 KBS1이었던 것 같은데, 프로그램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 나오기 전의 시간에
등장했던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호...했었는데,
바로 이어지는 화면을 보고 좀 벙쪘었다.
직업 이야기까지 나오니 더욱 벙쪘고...
정말 그럴까?
직업(과 재력)으로 신분 구분이 되는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
이런 걸 놓고 고급신분직이 아니더라도 그냥 길은 많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길은 많다고 정말 자신할 수 있나?
아마 몇십 년 전에 나는 판사가 될거야~라고 판사가 되었던 사람이 있고,
나는 제빵사가 될거야~라고 제빵사가 되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TV에까지 나오는 일류 중의 일류 제빵사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면, 대기업들의 프렌차이즈들의
폭격으로 진작에 운영하던 제과점이 망해서 빚에 허덕이고 있거나 노숙자가 되어 도망다니거나
어쩌면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사가 된 사람이라면 판사 중의 판사가 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큰 부정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마치 나는 귀족이다!...라면서 떵떵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위의 예는 그냥 극단적인 것이지만, 현실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예전에 존재했던 다양한 직업들, 지금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대형 프렌차이즈들의 횡포로
그 직업들 중에서 현재도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직업으로 추천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시대가 변했다느니 하는 말로 설명이 될 상황이 아니다. 이건 전적으로 가진자들의 횡포니까.
당장은 직업처럼 선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고 일어나면 어느 대기업에서 찔러 들어올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 무슨 길이 많아???
난 이런 식의 무대포 희망 주입을 정말 싫어한다.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사람들을 망상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의 세뇌란 말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문을 가진 단 하나뿐인 나라는 존재는,
한국 같은 천민자본주의의 매트릭스에서는,
70억 인구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나...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갈아치워도 상관없는 70억 개의 배터리들일 뿐이다.
70억 개의 배터리에 전압이 좀 더 센 녀석, 축전량이 좀 더 많은 녀석, 디자인이 특이한 녀석 등등
튀는 배터리는 필요 없다. 그저, 언제 어디서 어떤 배터리를 집어 들어도 일정 성능에
일정 규격만 갖추고 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배터리는 배터리일 뿐!!!...이라는 걸 뼛속에 각인해
배터리 신분을 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할 뿐...
이게 천민자본주의란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사람들이 손을 잡고 강강술래(강강수월래???)를 하면서 즐거워 하는 기분이 들기보단,
가운데 주안상을 차리고 앉아 질펀하게 노는 양반(!)님을 위해서
천한 것들이 인간산성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는거냐...라는 생각도 든다.
강강술래는 그럼 손에 손만 잡으면 그만이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덩치가 큰 사람, 극단적으로 덩치가 작은 사람, 다리가 불편한 사람,
팔이 불편한 사람, 신체 일부가 없는 사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리듬을 타지 못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만큼 그들을 배려하는 노력이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에 존재하지 않는한,
그렇게 손을 잡고 춤 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배려가 없이도 가능한 방법이 있긴 하다.
애초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신체가 남들과 좀 다른 사람들은 아예 배제하는 것...
한국 사회가 어떤 방법을 추구하며 오늘에 왔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볼때마다 끔찍한 말, 하나되는 어쩌구 저쩌구... 지랄.
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70억 인구 가운데 나는 하나 뿐이라는 얘길 하고선,
거기에 달라 붙어 마지막에 나오는 건 하나되는 어쩌구 저쩌구...
한국 사회에서 하나된다는 말은 참 더럽게 사용되었던 말 중 하나다.
하나 되기 위해서 갖가지 부조리들이 생기고 그걸 참고 견뎌야 하고,
사회 부조리나 비리를 지적하면 하나되는 걸 방해하는 반동분자라고 매도하고...
그저, 상위 1%의 귀족나리님들의 말에 토 안 달고 일사분란하게 잘 따르기만 하는,
그런 하나된 노예들이 필요했고 그걸 실천해 왔을 뿐...
암튼 다른 이야기야 뭐 내 개인적인 감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개인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학교나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런 광고를 하고 싶다면, 대기업과 갑, 가진자들의 끝없는 탐욕을 저지하고
그런 개같은 아귀들이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지는 못 했더라도,
최소한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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