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는데 문득!

공개된 상업적 작품은 과연 창작자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베리알 2012. 2. 5. 21:27


  예전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최근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이야기를 보니까

이에 관한 투덜거림이 떠올랐다.

 과연 어떤 형태의 작품이 있고, 그것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공개(공짜로 뿌린다는

야그가 아님... ^^)되었을 때... 그 작품은 그저 만들어졌을 때처럼 창작자 혹은

창작 집단 혹은 저작권리자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거창한 저작권 이야기는 아니다.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일단 뭐 조지 루카스 얘길 꺼냈으니 그 할배부터...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케이스가 조지 루카스와 스타워즈가 아닐까 싶다.


 스타워즈는 여러 기념비적인 신화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작자의 똥고집이 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알려져 있다시피, 이 작품은 처음 극장 상영 후,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 등으로 발매되면서

혹은 극장에서 재개봉을 하면서 여러 수정이 가해진 대표적인 작품이다.

 문제는 이게 거창한 감독판이니 확장판이니 이딴 식으로 판본을 나눈 게 아니라,

그저 특수효과 보강하는 식인지라 따로 판본 같은 걸로 구분되지도 않고,

무조건 수정된 녀석을 강요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중요한 장면에서의 수정 등(Ep 6의 엔딩이라던가)도 이루어져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문제는 역시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XX판 이런 식으로 구분이라도 해서 구판과 신판, 그리고 신신판 등으로 나누고

보는 사람이 그에 맞게 선택이라고 하게 해 주면 좋을텐데, 조지 루카스의 똥고집으로 인해서

그런 선택은 아예 불가능하다.

 

 스타워즈란 작품이 조지 루카스의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 스타워즈를 이 위치로 만든 것은

조지 루카스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다. 팬들의 간섭이나 의견이 지나친 부분이 있을지언정,

엄연히 그들은 조지 루카스에게 오늘날의 부와 영화를 안겨 준 공신들인 것이다.

 그런데 조지 루카스의 그런 고집은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무리 창작자로서 창피한 부분이 있고 미비한 부분이 있는 작품이더라도,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 이상은 사실상 모두의 작품이 되는 측면이 있을텐데 말이다.

 

 DVD나 블루레이 등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원래 허접한 극장판의 개선을 바라고 구입하는 게 아니다.

이런 식이었으면 부가 판권 시장에는 무조건 극장판 없이 XX판만 득시글 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

 즉, 극장에서 봤던 그 판본을 다시 보고 싶다는 희망, 또는 극장에서 느꼈던 그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그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다.

 극장판보다 달라진 여러 판본들은 거기에 따르는 부가적인 즐거움에 가까운 것이고,

어디까지나 오리지날 극장판의 재감상...이 큰 비중인 것이다.

 그렇기에 감독이나 제작자 등의 마음데로 뭔가 수정을 하고 바꾼다면,

최소한 완전한 오리지널 극장판은 따로 제공하면서 그런 짓을 하는 게 상식적인 태도이고,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서 봐 준 사람들을 위한 도리 아닐까.

 그런데, 이런 걸 개무시하는 제작자 + 감독 + 업체들을 보면 참 안타깝고 짜증난다.


 특히나 조지 루카스옹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영화를 감독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도 자신의 현실은 보지 못 하고 그저 천상천하유아독존 꼬라지라니...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영화판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금 하려는 얘기에 비하면, 사실 조지 루카스옹의 똥고집은 애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루카스옹이야 그래도 대충 겉치장에 매달리는 수준이지만, 아예 본질이 망가진다면?


 이 계열의 대표주자로, 무협소설의 김용을 꼽고 싶다.

 손대면 손댈수록 망가지는 마이다스의 손,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단, 작가가 보기에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더라도 해당 작품이 이미 일반에 공개된 후라면

그런 부분들은 작가의 영역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걸 망각하고 자아도취에 빠졌는지 나중에 이런 저런 수정을 하고 재설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로 이런 식의 시도는 사족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한심한 결과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지만, 김용은 이런 경우의 대표주자라고 하겠다.


 사실 뭐... 김용의 작품에 대해선 예전부터 여러 말들이 많았다.

 대필 의혹 등도 유명하고, 작품들의 수준 편차는 김용이란 사람이 발전은 커녕 현상유지도 못한 채

사실상 퇴보하는 사람인가...라는 평을 듣게 만들기도 하고, 그의 작품들에서 인상적으로 평가받는

명장면 중에는 김용의 의도가 아닌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 등등...

 이걸 확인사살 시키는 게 김용의 끊임없는 수정들이 아닐까.


 어차피  다양한 작품들이 서로 연계고리를 가지다 보면, 어느 정도의 오류는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걸 어설프게 고치려고 하다보면 밑도 끝도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기 쉽다.

 김용의 경우, 작품들 간의 다양한 오류는 유명하지만, 그걸 고치고자 김용이 수정한 후에

나아졌느냐하면 천부당 만부당이다.

 어차피 실제 역사서나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통속 소설에서 어느 정도 굳어진 이상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그런 것들인데 말이다.


 더 나쁜 건 오류 수정을 하려고 시도하려는 게 아니라,

작가의 마음에 안 든다고 내용을 멋대로 뜯어 고치는 경우로... 그야말로 테러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오랜 생명력을 갖는다는건 그 작품이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그 작품의 어느 부분이 뛰어나고 어디는 개판이고 이런 걸 떠나서 작품 자체가

유기체로서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독자들의 항의로 수정을 한다고 해도

납득해주기 어려운 상황에(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한국 드라마 개판 되는 꼴이 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거 아예 개무시하고 더 막장으로 치닫는 일부 인기작가들도 있긴 하지만),

고작해야 작가의 마음에 안 든다고 지멋대로 뜯어 고치면 유기체는 병신이 되던가

죽을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 천룡팔부...

 김용의 수정으로, 엔딩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이 세계(?)에선 유명한 사례 아닐까.

 원래의 엔딩을 싫어했다는 사람, 여태까지 본 적도 없는데...

그걸 그저 작가 마음에 안 든다고 손을 대다니???

 바뀐 엔딩은 그럼 환영 받나? 이거 욕 하는 사람 외에는 보질 못 했다. -.-;;;

 천룡팔부뿐만 아니라 녹정기의 위소보 엔딩도 뭔 생각인지 참... -.-;;;


 천룡팔부의 명장면으로, 소봉와 아주의 오해로 비극이 벌어지는 장면은 소설에서도

그리고 천룡팔부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인데,

이 장면도 사실 김용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 김용 대신 대필하던 문하생이 멋대로 만들 결과물이란

확인불명의 이야기들이 돌기도 했었는데... 김용이 쓰잘데기 없는 수정으로 작품을 망쳐 놓는 걸 보면,

정말로 그런 이야기가 사실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수정이라고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정말 이 김용이 예전의 그 김용이 맞는가 싶으니까.

 


 암튼 이런 여러 경우들을 겪을 때마다... 어떤 작품의 생명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하고,

그 생명이 누구 손에 달려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원작자 혹은 창작자의 비중을 개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개인이 혼자 보고 자위하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 일반에 공개된 수준의 작품,

특히 무슨 상업 작품이라면 더욱 더 그 작품들이 작가 혼자 멋대로 끄적이고 덧대고

그런 짓거리를 쉽게 할 그런 개인만의 것은 아닌 게 아닐까 싶다.


 

  옛날 질낮은 구세대의 미디어나, 헌책방이나 뒤지고 뒤져서 낡고 낡은 판본의 책을 찾아 다니게 만드는 현실을 어찌 정상이라 하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