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미칠 만큼 짜증 밖에 남는 게 없는 어설픈 영화 - 블라인드 (Blind, 2011)

베리알 2011. 8. 10. 17:37


블라인드 (Blind, 2011)


  본의 아니게 엄청나게 기다렸던 영화다.

 왜냐하면, 요즘 CGV에서 7광구를 진절머리나게 푸쉬하는 바람에,

도대체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7광구나 퀵 정도의 작품을 제외하면,

도대체가 교차 상영이라도 하는 영화가 흔치 않았을 정도였는데, 오죽하면 무슨 예술 영화나

멀고 먼 제3세계의 영화도 아닌데, 하루에 한번 상영하는 영화들이 줄줄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 꼴 보기 싫어서 욕이 나오는 상황에, 7광구 상영에 협력하는 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 바...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결국 신작들이 개봉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오늘 개봉하는 블라인드는

하루 더 빨리(보통 목요일에 개봉하니까) 나온 덕분에 그만큼 관람에 목말라 있었다.

 그런 영화 외적인 요소 이외에도, 예고편이 꽤 흥미로워서 이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 대해 상반된 증언을 하는 증인들, 그중에 한명은 장님이기까지 한 상황...

이것만으로도 흥미가 동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평들도 좋은 편이고...


 그리하여 뚜껑을 열어 보았는데... 뚜시궁! 이것이 바로 비밀병기 지뢰라는 것일까.

 실망 수준을 넘어서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였다. 호평의 이유가 도대체... -.-;;;

(물론, 호평이 나올 부분들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암튼 영화 내내 입에서 미치겠네...소리가 나왔다. 거의 고문의 시간이었는데,

한나와 함께 현재로선 올해 최악으로 꼽고 싶다.

 (그러고보니, 둘다 예고편으로 기대를 했다가 완전 뒤통수 맞는 느낌이란 공통점이...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일단 소재 자체가 꽤나 흥미로운 영화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두명의 목격자가 등장해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한다!

이는 마치 라쇼몽이나 영웅처럼 그 얼마나 흥미로운 상황인가.




이 두 장의 대칭적인 포스터도 굉장히 잘 만들었다.

눈이 안 보이는 장님 증인과 눈이 보이는 증인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예고편도 그렇고 광고 쪽은 꽤 신경을 쓴 듯....



예고편을 봐도 그렇고 전단지의 요 부분을 봐도 그렇고...

하나의 사건을 놓고 상반된 진술을 펼치는 두사람의 증인이 등장,

상반되는 진술을 저마다 강력하게 주장하며 자신의 진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와중에 범인에 의한 직간접적인 위협이 다가오고 그러면서 두 증인은 그런 범인의 위협에

대립도 하다가 협력도 하게 되며 오월동주 같은 관계로 진실을 향해 사투를 벌이고...

이 얼마나 재미있는 내용인가!


...라고 착각하면 완전 낚이는 거였다. -.-;;;

어디까지나 미스테리가 아닌 스릴러 영화이기도 하지만

(둘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스테리 = 범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지 않고 진행한다. 고로, 관객은 범인을 찾는데 집중한다

스릴러 = 범인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진행한다. 고로, 관객은 등장 인물들이 진실을 모르고

위험에 빠지는 장면이나 범인의 범죄 장면 등을 보며 긴장탄다) 정말 너무한다 싶었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처지도 다른 두 증인이 등장해 두가지의 증언을 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증언 차이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데다가 금방 융합해 버리기 때문에

상반된 증언이란 도구는 사실상 거의 영화의 도입의 의미뿐이다.

 그냥 증인 두명이 나오는데 둘의 증언이 좀 달랐지만 곧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말할 이 영화의 다른 단점(작위적인 유치함)과도 연계되는데,

이 둘의 증언 대결이 별로 와닿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둘의 대립된 증언이 극의 축을 이룰 만큼

그럴싸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인이 무슨 100명 쯤 있는 상황도 아니고, 증거도 없고 다른 흉악 범죄와의 연관성도 보이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증인이라고 두명이 나왔다면 그들의 증언에 집중하고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파악해 사실로 다가가야 하는데... 이 영화, 그렇지 않다.

 

 처음에 나온 맹인 증인... 사실상 사건의 신고자이고 피해자이기도 한데,

맹인이란 이유만으로 찬밥처럼 버려졌다가, 무능한 형사 앞에서 장님의 어빌리티를 시전한 후에는

그녀의 증언과 의견은 성경처럼 절대적으로 떠받들여진다. 


 두번째 나온 멀쩡한 증인... 그냥 양아치 같으니 포상금을 노리고 왔나보다하고 찬밥 취급,

성경 같은 맹인 증인님의 증언과 다르니 님은 구라쟁이임! 도장 쾅쾅!...해서 쫓아 버린다. 


 형사가 아무리 무능해도 정도가 있지... 애초 사건 수사를 늪으로 빠뜨리는 게 맹인 증인의

범행 차량이 모범택시라는 증언인데 이를 뒷받침할 정황이나 증거는 전혀 없는 상황에

그냥 그 증인이 모범택시라니까 한치의 의심도 없이 모범택시라고 믿고 헛다리 짚으며,

심지어 다른 증인까지 쫓아 버린다.

 영화에서 맹인 증인이 탔던 차량이 모범택시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맹인 증인 본인이

주장하는 것뿐, 심지어 그 증인이 모범 택시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가당치 않은 것뿐이다.

 그걸 확인도 안 하고 철썩 믿어 버리니, 다음 증인이 외국차라고 하는데도 그냥 너 꺼지셈이다.


 이렇게 진행 과정에서 쉽사리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인 게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것도 아주 작위의 끝을 달린다고 할 정도로 유치하게 말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공포 영화 풍의 클리세로 무장해서 공포 영화 흉내를 내봐야,

긴장감 전혀 없다. 그저 반사작용만이 있을 뿐...


 

경찰들의 어려움 운운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능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경찰서...

범인에 대한 짜증 이상으로 이들의 무능함에 짜증이 났다.



캐릭터 자체는 나름 구축이 된 캐릭터지만, 이게 형사인지 초짜 순경인지 모를 캐릭터다.

범인과 대면하는 장면은 굉장히 긴장감이 조성되어야 할 장면이지만,

경력 형사라고 볼 수 없는 초딩 수준의 대처를 보고 있으면 짜증뿐...



이 영화가 전부 다 그지 같다는 건 아니다. 몇몇 장면은 나름 잘 만들어졌다.

위 사진의 지하철 장면은 꽤 괜찮았지만,

문제는 그 상황까지 가는 것도 그 상황에서 이어지는 것도 다 병맛이라는 거...


 예를 들어 이 맹인 증인... 초반에 그런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는데도 긴장감 전혀 없다.

신고를 하고 집에 돌아 왔으면 아니 그전에 경찰서에서라도 혹시 빠뜨린 물건이 없나 확인 한번 안 하나?눈이 안 보이는 만큼, 이런 부분은 오히려 더 철저해야 할텐데... (게다가 경찰학교 경력자인데!)

 일반인 증인 쪽도 마찬가지다. 자기 나와바리나 다름 없는 곳에서 쫓기다가 시시하게 당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런 일을 당해 놓고도 암 생각없는 건 덩치만 큰 초딩...

 

 그래 놓으니 범인이 교묘하고 용의주도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런 범인에게 농락당하는 사람들이 워낙 멍청하고 한심하게 죽으려고 빽 쓰는 캐릭터들이란 생각만 드니,

범인이 온갖 악행을 펼치고 있어도 이 증인과 경찰들을 응원하고 싶지 않다.

 

 그전에도 범인에의 수사망을 좁혀갈 기회들이 계속 있었지만,

사실 이 지하철 장면까지 왔으면 범인은 바로 밝혀지는 상황이었다.

 지하철 역사 내의 그 무수한 CCTV들만 따라 가도 역사 밖까지 얼마든지 범인을 추격할 상황...

심지어 CCTV에서 범인의 동선만 확인해도 지문이 한바가지 나올 상황인데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경찰이 하는 짓은 고작해야 CCTV 보면서 몽타주나 그리고 있고... 장난 치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능한 뛰는 범인 아래에 저능한 기는 경찰과 증인들이 있다는 식의

관계가 저절로 성립이 되어 버리고... 그러니 극에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었다.


 이 영화 정말 유치찬란하다.



중후반부는 정말 늘어짐의 끝을 달린다.

몇번이고 범인을 잡을 기회를 아예 버린 채 최종장으로 달려 가는 캐릭터들을 보면,

빨랑 뒈져 버리고 영화 빨랑 끝내라는 생각만 든다.


 사실상 범인을 잡았어야 하는 지점이 지나고서도 무능하고 한심한 경찰들과 증인들 덕분에

범인은 계속 활개를 치며 주인공들을 노리러 오게 되고... 여기서 정말이지 그동안의 유치함을

업그레이드한 황당유치가 펼쳐진다.

 범인이야 뭐 그냥 싸이코패스니 별 Show를 해도 그려려니 하겠는데, 여기에 당하는 사람들은 뭥미?

경찰들은 하나같이 소꿉장난질을 하다가 범인에게 당하고 있고, 이 중요한 증인들에겐 호위도 없고,

(TV중독의 무능한 형사 하나 붙여 놓는 건 호위가 아니다! --+) 범인에게 쫓기는 이 증인들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수준이고...

 이 마지막 장면에서 증인들이 범인을 제압할 상황은 몇번이고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삽질을 하면서 마치 범인에게 나 더 때려봐라~하는 식으로 상황을 몰고 간다.

 범인도 여기에 훌륭하게 협력한다. 아무리 증인들이 제 할일을 안 한다지만,

공포 영화의 불사신 캐릭터를 무색하게 만드는 범인의 능력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


 때문에, 지하철 장면에 이어서 나름 인상적이라 할 만한 장님 증인의 역습 장면에서도

(작품 초반에 이런 상황이 올거라고 대사로 언급하긴 하지만... ^^)

그 장면에 감탄하기보단 악당의 끈질김에 질리고 그렇게 악당이 계속 활개 치게 놔두는 증인들에게

치가 떨리고 만다.


 그래놓고 마무리는... 정말 욕 나온다.

 아무리 크로스카운터 상황이라지만, 그동안 그 불사신 같던 악당이 여자 증인의 한방에 KO라니!

그동안 그 범인에게 당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초딩이 아니라 유치원생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 정말 유치찬란하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지나칠 정도로 강조와 과잉이 된

장면들은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보단,

이 영화가 정말 오버질하는구나...하는 생각만 들게 되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오버질이나 유치찬란함을 빼놓으면 인물들의 연기를 다들 좋았다.


 특히 김하늘... 그동안 그 어떤 장님 캐릭터보다 자연스러웠다.

장님 연기에서 흔히들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장님인걸 티를 내기 위해서 일부러 시선을 피하는 건데

김하늘의 장님 연기는 이 부분 처리가 참 좋았다.


 유승호 등 다른 캐릭터들도 캐릭터 자체의 병맛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어쨌거나 다들 연기는 괜찮게 소화해 낸 것 같다.


 문제는 범인... 연기 자체만 본다면 뜨악한 싸이코패스여야 할텐데,

영화에서는 공포감이 느껴지기보단 오히려 코미디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타까웠다.

상황들이 너무 유치하다보니 범인도 우습게 보이고,

불사신처럼 계속 활개치는 모습은 끈질기다기보단 비현실적이어서 역시 역효과...

 여자분들은 나름 무서웠다고 하긴 하던데, 그래도 이구동성으로 질리게 안 죽는다는 말은

덧붙였었다. ^^;;;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괜찮았던 건 이 맹도견이 아닐까.

눈망울이 참 슬퍼 보이던데, 알고 보니 영화 경력이 상당한 분(!)이었다. ^^



한국 영화는 닥치고 주먹! ^^;;;



서비스씬을 하려면 확실하게 하지,

이건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녀~ -.-;;;



 차라리 두 증인의 상반된 증언이 팽팽하게 두 개의 축을 이뤄 서로 맞서고,

여기에 범인이 가세해 이 두 축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꼬기도 하고 끊으려고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범인을 피하려 두 축이 서로 몸부림치며 현을 튕기는 식으로 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마음에 안 드는건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후련함이나 쾌감보단 찝찝함과 짜증과 불쾌감만 남는다는 것이다.

 영화 내내 범인의 악행은 보여주는데, 그런 범인을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방목하는 듯한

증인들과 경찰들을 보면 악행에 대한 분노가 범인이 아니라 증인들과 경찰에게도 향하는 듯 하고...

 그동안 신나게 악행을 즐긴 것에 비하면 범인의 최후는... -.-;;;

 암튼 왜 이 영화가 호평인지 모르겠다.

 몇장면 정도의 매력은 있지만 말이다.







 






*** 잡설 ***

-사실, 영화가 찝찝하게 작위적이 될거란건 오프닝에서 예고가 되긴 했다.

그 오그라들게 작위적인 연출이라니... -.-;;;


-사운드가 짜증스럽게 강조되어 있다. 소리에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신경만 긁는다.

특히 영화 본편보다 시작전 크레딧이 짱 짜증... -.-;;;


-기왕 18세이용가면 이쁜 처자들이나 더 활용해 보던가...

15세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18세도 아닌 듯한 이 찝찝함...


-OST 사용이 뭐랄까... 요 장면에서는 요런 기분이 되라고 매번 가르치는 것 같아서 별로였다.


-술에 취해 떡이 된 친구를 혼자 보내는 친구들이랑은 친구 맺지 말라는 교훈...


-지하철 장면이 굉장히 낯이 익은 느낌이었는데... 크레딧에 보이는 글자, 이수역! ^^;;;


-엔딩 크레딧 후에 쿠키 없음.


-사실 어떻게 보면 조선명탐정하고 비슷한 면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다 보이는 영화라는 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재미있게 보게 만들 다른 요소가 있는가와

영화를 더 짜증나게 보게 만들 다른 요소들이 잔-뜩 있는가의 차이.


-이 영화의 범인은 정말 불쾌하다.

특히, 다른 인물들의 무능함이 거기에 더해졌을 때 불쾌감은 배가 된다.













[ 블라인드 (Blind, 2011) ]

< 영화>

장점 - 아직 이쁜 김하늘, 등장 장면을 더 늘려달라고 하고 싶은 다른 처자들.

단점 - 찝찝하고 불쾌하고 짜증나는 영화. / 죽고 싶어 빽 쓰는 캐릭터들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절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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