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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에서 밀려났나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1

베리알 2011. 8. 17. 16:16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혹성탈출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전설의 명작이다. 이어서 시리즈로도 꽤 나왔고,

팀 버튼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지만, 시리즈 작품들이 이어질수록 계속 질이 하락해

괴작들의 보고가 되고 마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비교적 일관된 이야기들을 보여주어

나름의 인정을 받기는 하지만, 1편이 보여준 그 어마어마한 임팩트에 비길 수 있는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는 흘러 흘러 2011년... 인류의 기술은 드디어 2011년의 수준에 달했고,

그 덕분에 혹성탈출의 진정한 후속작이 나오게 되었다. 내용상 프리퀄이니만큼 후속작이라고

하기엔 좀 뭐한 감이 있지만... ^^;;;


 혹성탈출1968의 이후 시리즈들에서 유인원들이 인류를 밀어내게 된 이유들을 말하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건 다 리붓... 유인원들이 인류를 밀어내고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이유가

오리지널 혹성탈출의 진정한 적자로 등장한 이 작품에서 확실하게 펼쳐진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예상대로(?) 인류의 위기는 인류가 자초한 것이다.

혹성탈출이 처음 나왔던 시기에는 냉전에 대한 공포, 핵전쟁에 대한 공포 등

지금과는 다른 공포들의 시대였고 거기에 맞춰서 영화도 나왔다면...

 그로부터 무려 40여년(1탄 기준으로 하면 40년을 넘는다!)이 지나서 나온 이 작품은,

공포의 초점을 다르게 맞춰 놓았다.

 이미 기존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의 전쟁이 펼쳐지는 21세기 지구의 식량과 의료...

이 영화는 의료 부분에서 지나친 욕심을 부린 인류가 스스로 자살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심각한 질병일수도 또한 장생에 대한 인류의 오랜 희망의 저항체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연구는, 엉뚱하게도 유인원의 뇌를 진화시키는 약을 개발하는 결과를 가져 왔고,

그것도 모자라 이 약은 유인원과 달리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보너스 효과까지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인류 스스로 자살의 방아쇠를 당긴 거나 마찬가지...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친(사실 뭐 인간이란 종에게 탐욕이란 끝이 없는 것이니,

지나치고 자시고 할것도 없긴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불행과 재앙으로 이어진다.


 각종 영화나 SF작품등, 인류의 미래에 대해 옛날부터 언제나 경고되는 부분인데,

하지만 정말 비극은 그런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탐욕에 의해 불행과 재앙으로 나아간다는 거...

지금 한국에서만 해도 후손들에게서 빌려 쓰는 것일 뿐인 소중한 자연을,

그저 극소수의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대규모 토건 사업의 재료로 희생시키는 일이

신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직접적으로 배를 불린 놈들도 범죄자지만,

거기에 협력해 콩고물을 얻어 먹는 놈들도 범죄자이고,

세뇌받은 입출력 외에는 자기 머리로 생각도 안 하면서 그저 박수 치는 노예들 역시 공범이다.



초반에 너무 엉성하긴 하지만(시저의 어미가 난리 치는 이유가 정말 황당할 지경이었다.

이런 실험을 위해 철저히 관리하면서 고작 그런 거 하나 파악을 못 하다니?), 이후에는

그 정도로 엉망인 부분은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인간 관객을 인간도 아닌 유인원 시저에게 동화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스토리와 연출은 이 영화가 걸작 혹성탈출을 이어가는 새로운 걸작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엄청난 지능을 가진 시저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시저의 갈등과 지략은 직접 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특히 위 사진처럼 유인원과 인간의 사이를 넘나들며 어떤 때는 야성을,

어떤 때는 인간 이상의 인간미를 드러내는 시저의 매력은 사실상 혼자서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톱의 힘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애완동물과 가족 사이 위치에서의 방황, 그리고 생전 처음 자신과 동족들과 만나고

주인 이외의 인간들 손에 넘어 가며 겪게 되는 시저의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다시 집으로 데려 가려고 겨우 달려온 주인 앞에서 차갑게 돌아서서는

안 보이게 인간의 슬픔을 표출하는 시저는 뭉클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다.



앤디 서키스가 연기(?)를 했는데...

정말이지 올해 아카데미든 어디에서든 시저에게든 앤디 서키스에게든

남우주연상 정도(?)는 꼭 줘야 하지 않을까. ^^;;;


개인적으로는 쥬라기 공원이나 T2 등과 함께, CG 기술의 대표적인 시대의 꼭지점 중 하나로 꼽고 싶다.

무슨 거대한 괴수나 엄청난 괴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위 사진과 같은 "실감나는" 모습은 물론,

인간도 아니고 유인원도 아닌 그 사이의 존재를 묘사하는 표정은,

영화를 보는 인간에게 유인원을 응원하게 만든다.



특히 재미있는 점이 영화의 시선이랄까.

기존의 혹성탈출과 달리 유인원이 주인공이란 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유인원의 시선으로 보는 세계를 보고 있으면 나 자신도 유인원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게다가, 기존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가져온 자잘한 선물(?)들도 있고,

무엇보다 혹성탈출로의 연결을 이어주는 고리들은 꽤 흥미롭다.

예를 들어 TV에 찰턴 헤스톤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화성으로 우주선이 출발하고 실종되는 TV뉴스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말이다.

 특히,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여러 도구들(?)은 사전정보 없이 직접 부딪히면 쾌감 300%!!! ^^



시저란 유인원에 집중하다보니 인간들은 들러리인가...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역설적으로 이들 인간들이 인간들로 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시저가 빛이 나는 것...


 애초 윌(오른쪽 남자. 시저를 데려다 키운 사람)이 신약의 개발에 열을 낸 것도

중증 치매로 점점 망가지고 점점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다 못 해서였고,

이 윌과 그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끼여 있는 시저의 캐릭터가 살아난다.


 윌의 여친... 이 사진은 굉장히 안 나온 사진이다. 영화에서는 국내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나왔던

이민정 느낌 물씬 나는 매력적인 아가씨로 나온다.

 암튼 시저의 직접적인 가족들, 그리고 이 가족들이 시저로 인해 겪는 행복과 주변과의 갈등,

그리고 이 가족을 벗어난 인간들과 시저와의 관계 등등... 분명히 영화는 시저의 이야기지만,

그 시저의 이야기는 적절하게 준비된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져 간다.

(하긴, 시저란 존재 자체가 인간에 의해 탄생된거고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안습의 배우가 있으니... 바로 말포이!!!

 여기서도 어쩜 이렇게 말포이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걸작의 후속작이라 출연한 건지, 이 영화가 걸작이 될거라 예상해서 출연한 건지,

본인이 말포이스러운 캐릭터를 좋아해서 출연한 건지, 암튼 간에 왜 이 배우가 이런 역할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 말포이스러운 캐릭터도 이미지 고정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음...

 그래도 어쨌거나 효과는 만점이다. 사실상 시저의 업그레이드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역할인지라

꽤 중요한 캐릭터인데... 말포이가 그런 찌질한 짓을 하고 있으니 정말 실감이 난다랄까. ^^;;;





 개인적으로 호평이 자자한 영화가 있으면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심정을,

혹평이 자자한 영화가 있으면 그래도 뭔가 장점은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다크나이트 같은 경우는 나쁘다기보단 좀 실망을 했던 경우인데(히어로물이 아니라

걸작 스릴러? 암튼 호평을 넘어서 그런 영화라는 극호평들까지 보고 갔었는데...

히어로물의 경계를 넘어서는 근처까지 갔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현실감이 안 느껴질 정도로

병신짓들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몰입도가 너무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 혹성탈출2011도

완전무결에 가깝다는 호평들이 쏟아져서 과연?...하고 봤는데, 도입부의 엉성함을 제외하면

이후에는 그야말로 빠져 들어서 봤었다. 과연 호평 인정!...이랄까.


 암튼 요 몇년 사이 허접한 프리퀄이나 비기닝 등이 판을 쳤었는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더불어 가장 손꼽을만한 프리퀄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













*** 잡설 ***

-엔딩 크레딧이 시작하면서 바로 쿠키 아닌 쿠키 영상이 나온다.

한마디로 하자면, 인류 멸망의 예고편? 어쩌면 혹성탈출1968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부분... ^^;;;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의 화면과 더불어 굉장한 임팩트를 준다.


-유인원에게는 진화를, 인간에게는 죽음을 가져다 주는 ALZ-113의 설정은 꽤 그럴싸하다.

유인원만 진화시키는데 왜 인간은 죽이느냐 뭐 이런 게 아니라, 영화에서 이 약이 퍼지는

방법이나 능력이 절묘해서다.

 이 약에 노출된 인간은 몇시간이나 하루 만에 죽는 것도 아니고, 몇주나 몇달의 잠복기가 있는

것도 아니라 며칠 정도 후에 죽는데... 그 타이밍이 정말 절묘하다.

 이 작품에서라면 인류는 거의 절멸하게 된다. 다른 교통 수단도 아니고 비행기와 공항을 통해

전세계의 도시들로 이 약품이 퍼지면 인류는 사실상 절멸하고 인류의 문명도 끝장난다고 할 수 있는데,

아마 인류가 이 사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즈음이면 오지나 깡시골 등의 일부에서나 소수의 인류가

살아남은 상태일테니 말이다.그래서 그 기간이 절묘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작품에서 묘사된 것보다

짧다면 제대로 퍼지기 전에 확산이 멈출 가능성이 커진다. 또, 너무 빨리 이런 괴현상이 있다는 게

알려지기 때문에 인류로 하여금 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또 만약에 작품보다 더 늦어진다면

이번에는 시저 일당이 절멸할 가능성이 커진다.

 작품에서는 일단 금문교의 대소동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을 하기 전에

인류는 펑펑 죽어갈테지만, 발현이 그보다 늦어진다면 사태 파악을 할 시간을 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핵병기로라도 해당 섬 자체를 완-전-히 날려 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어쩌면 윌의 옆집 남자가 아닐까?

중증치매 환자에 유인원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이웃을 두고 그동안 사느라 여러 고생이

많았을 텐데, 결국에는 그들 덕분에 사실상 자기도 죽음을 당하고(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그 가족들도 다 죽었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온 세계로 인류의 멸망을 퍼뜨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저와 눈물 겨운 이별을 한 윌이지만,

결국 윌과 여자 친구는 제대로 결혼도 못 해 보고 바로 죽게 되는 겨? ^^;;;


-후속작 스토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ALZ-113의 세계적인 창궐 앞에서 인류는 상당수 죽게 되고, 인류의 문명 자체가 사실상 멈추게 될테고

그리하여 새로운 진화의 주역인 유인원들과 살아 남은 소수의 인간의 대립...

 그리고 ALZ-112의, 또한 인간과의 교감을 가지고 있던 시저와 달리(정확하게는 모태능력? ^^),

ALZ-113의, 인간에게 대한 안좋은 기억과 악착같은 생존깡을 가진 외눈박이(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지금 당장은 시저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 별개의 세력을 구축해

대립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도구를 적절하게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는한,

맨손의 인간이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유인원과 싸움을 해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품에서처럼 진화된 유인원이 등장하고 때맞춰(?) 인류는 역사상 전례없는 괴질로 절멸을 향해

가게 된다면, 인간이 유인원에게 밀리는 건 당연지사...


-이 작품의 제목은 참 숙명(?)일지 모르겠다.

예전에 일본식 표기를 무조건 쓰던 시절의 혹성탈출... 이미 진작에 행성으로 고쳐 쓰고 있는데,

이 혹성 시절에 나왔던 작품들은 여전히 혹성의 영양하에 있으니 말이다. ^^;;;


-극장에서 정말 엄청난 곤란을 겪었다.

샤워도 안 하고 며칠 뒹굴다 나온듯한 쩔은 땀내의 덩치남이 앉아서

그 냄새로 숨 막히게 하는데...인간들에게 손질을 받지 않은 유인원이 옆에 있다면

이렇게 냄새로 괴로웠을까...싶어서 영화에 더 몰입했을지도? ^^;;;


-그러고보니, 진정한 프리퀄(리붓이건 뭐건 간에)로 감탄한 작품들은

공교롭게도 진화가 주요 소재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도 그렇고, 이 혹성탈출2011도 그렇고... ^^


-(추가) 영화 볼때부터 생각하고 있던건데, 정작 감상을 쓰다 보니 잊어 먹었네.

극중 유전자에 조작이 가해진 증거(?)로 눈동자 색깔이 변하는 게 나오는데,

생각해 보면 유전자 조작에 대해 이런 증거(!)가 남는다는 설정을 사용한 작품이 은근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아마 기동전한 나데시코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이쪽은 황금색 눈동자가 되던가? 어디나 공통점은 다 밝은 눈인가? ^^;;;)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

< 영화>

장점 - 40년 동안 내공 수련을 통해 반로환동한 듯한 2011년의 혹성탈출!!!

단점 - 영화가 정말 좋기 때문에 좀 엉성한 도입부가 상대적으로 더욱 엉성하고 아쉬울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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