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무한한 사랑의 이름, 모정 -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베리알 2011. 8. 4. 18:03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최근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한편이 제법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나 보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단 시간인 8일만에 50만 관객을 모았다는 기사도 나올 정도니 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최단 기간 50만 관객 돌파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08/h20110803204522111780.htm


 TV뉴스에선가 살짝 나오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갔었는데, 마침 시간이 난 김에 극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유명한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니...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쉽사리 저지르던 실수인

기본적인 스토리를 개무시하고 딴걸로 잘난 척 하면 그만이라는 한심한 부류에 들어가진 않겠다

싶었다.

 (딱히 한국 애니메이션들만 저지르던 실수는 아니다.

 최근의 모 대작 영화들과 관련한 스탭들의 인터뷰를 보면 극영화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말단 알바도 아니고 영화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정작 영화에 대해 가지는 생각의

꼬라지하고는 참... -.-;;;)


 직접 확인한 소감은... 그런 예상을 지나치게 넘어버린 것 같다.

 원작 동화가 정말 어린이를 대상으로 씌여진걸까 의심할 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단 어른을 위한 작품일 것 같다고 절실하게 느껴질 정도로,

한심한 부류를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의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했다.

 물론, 좋은 측면만으로는 아니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에 가까울 수도 있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무엇보다 난 이 작품이 이 아름다운 도전을 높이 사고 싶으며,

그 도전이 상당히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소위 말하는 대작 애니들이 기본도 못 갖추고 지리멸렬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정말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만큼 정성 들인 도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충분히 그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과도 냈다고 하겠다.



작품에 대한 참고가 될만한 영화 전단지의 설명들...



주요 출연진들이 한 곳에 모인 사진이다.


이 작품이 갖는 매력 중의 하나가 등장 캐릭터들에게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세계를 휘어 잡는 미쿡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의외로 캐릭터들에게 선악의 구분을

확실하게 그어 놓는 것과는 다른데, 이 작품의 매력이자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선악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 함정에 빠지기 쉬운 법... 악당에게 되도 않는

눈물과 용서의 자리를 마련해 시청자 빡 터지게 막장 드라마들처럼 되기 쉬운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진정으로 그 구분이 없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자연 생태계가 돌아가는 것에

그 누가 선악을 부여할 수 있을까. 부여할 수 있다면 그건 이 빌어먹을 세상을 만든 조물주뿐이겠지.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인간" 정도? 누가 뭐라 해도 절대악의 존재인데,

이 작품에서도 등장 캐릭터 중에 유일하게 악이라고 명찰 붙일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패러디인득... ^^

(폰트까지 비슷하다. ^^)


양계장에서 땅도 한번 밟아 보지 못 하고 그저 알만 낳는 기계 중의 하나였던 암탉,

잎싹은 어느날부터 마당에 나가기를 꿈꾼다.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을 위해 심지어 며칠을 굶기까지...

그러다가 죽은 걸로 착각한 인간에 의해 산에 버려지고,

거기서 생전 처음 야생의 위협인 족제비와 조우하지만,

또한 생전 처음 잎싹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든 청둥오리, 나그네와도 만나게 된다.

마당발 수달의 도움으로 숲에 살게 된 잎싹...

나그네에 대한 연정을 남몰래 품어 보지만, 그에게는 이미 짝이 있고...

어느날 밤, 나그네의 짝은 알 하나를 남긴 채 족제비에게 당하게 되고,

잎싹은 그 알을 자신이 품기로 한다.

나그네는 아기가 깨어나면 늪으로 가라는 말을 남긴 채,

잎싹과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족제비와의 최후의 대결을 벌이고 죽고 마는데...

잎싹은 슬픔을 뒤로 한채 아기와 함께 그 늪으로 가게 된다.



엄마가 된 잎싹...

그 옆에는 나그네의 아들인 아기 초록이가 있다.


하지만, 잎싹은 암탉이고 초록이는 청둥오리...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반항하는 초록에게도 잎싹의 엄마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재미있던 점 중의 하나가 잎싹의 이름 붙이기다.

 잎싹 스스로 자신을 잎싹이라고 안내를 하는 것처럼,

잎싹은 만나는 동물들마다 다 이름을 붙여 준다.

 그리고 이름이 붙은 만큼 그 동물들은 그냥 오리나 새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가 된다(^^).



결국 청둥오리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 초록이는,

아버지인 나그네가 그랬던 것처럼 가장 우수한 청둥오리만이 할 수 있다는 파수꾼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곧 어머니 잎싹과의 이별을 의미하고...

 초록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초록이를 사랑하던 잎싹은,

청둥오리인 초록이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으면서까지 늪에 살던 잎싹은,

인간에게 붙잡힌 초록이를 구하기 위해 인간에게 달려들기까지 했던 잎싹은,

초록이에게 방해가 되는 끈을 떼어내기 위해 부리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쪼아대던 잎싹은,

초록이만을 바라보고 살았음에도 그 자식이 떠나는 걸 응원해 주는 잎싹은,

결국 초록이가 파수꾼이 되어 떠나면서 홀로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만약에 이 세상에 무한한 사랑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이 아닐까.

 이 작품을 보면서 내 가슴을 후벼파던 것은 충격의 엔딩이 아니라, 내내 잎싹의 모정이었다.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 보고 싶었던 게 양계장을 나가 마당으로 가고 싶던 이유였을만큼,

잎싹은 모성애로 가득한 캐릭터다. 암탉 잎싹으로서의 자신보다 초록이의 엄마로서 살았던 모습에서

이 세상의 어머니가 겹쳐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세상은 이 영화와 같다. 잎싹은 죽도록 초록이를 키웠지만, 초록이는 다 컸으니 떠나간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내년이란 오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위 스틸컷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이 진행되면서 점점 늙고 병들어 가는 잎싹의 모습 변화가

보이는데... 보면서 정말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서 점점 나이 들어 가는 모습이 겹쳐 보여서

미칠 것 같았다)

초록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법을 배워둘걸...하는 잎싹의 대사는 그래서 복잡하다.

 그 상황까지 와서도 앞으로 자식을 위해 뭔가를 더 해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초록이 엄마로서의 잎싹이 아닌, 암탉 잎싹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 했다는 아쉬움도 보인다.

어느 쪽이건 간에 자식은 그저 한없이 죄송할 따름...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아이들 대상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애초에 그 동화가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움직임, 배경 등은 그냥 허접하거나 그냥 다르기만 한 게 아니라,

비로소 한국 애니메이션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애초에 이 동물이 세계에 (인간을 제외하면) 악이란 없다.

먹히는 잎싹이 초록이의 엄마이면서 물고기 등을 잡아 먹는 포식자인 것처럼,

먹으려는 족제비는 아무것도 못 하는 새끼들의 엄마이면서 새들을 잡아 먹는 포식자인 것처럼...

그저 이런 자연계를 만들어낸 조물주의 의도만이 궁금할 뿐...




이런 식으로 배경의 묘사 등은 섬세하고 일본 것도 아니고 미국 것도 아니고 그 어느 나라도 아닌,

한국 것이란 느낌을 준다. ^^



더빙 광경...


재미있는 점은, 미국 유명 스튜디오에서 애니를 만들 때 더빙 배우의 외모를 반영하는 것처럼,

이 작품도 캐릭터마다 더빙을 맡은 배우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



짧지만 강렬했던 포스의 최민식... ^^



한국 영화는 닥치고 주먹이다! ^^


 성우를 사용하지 않고 유명 배우를 기용한 작품치고는 더빙은 준수한 편이다.

더빙 성우가 아닌 데서 오는 차분함(반대로 더빙 성우들의 더빙에서 오버함을 말하기도 하지만...)이

조금 아쉬운 느낌은 있지만, 이 정도면 연기자들을 데려다 쓴 것치고는 만족할 수준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퓨전율이 장난이 아니었다. ^^



굳이 젖꼭지를 강조한 건... 이 애니, 설마 배트맨 앤 로빈을 잇는 게이 코드? (^^;;;)



임신 기간과 통해 있었던 문소리씨...

아마 작업 중의 느낌도, 이 작품에 갖는 애착도 남다를 것 같다.

마침 오늘 따님을 출산하셨다고... 추카추카! ^^


문소리, 결혼 5년만에 첫 딸 출산…남편 장준환 감독도 활짝

http://bntnews.hankyung.com/apps/news?popup=0&nid=04&c1=04&c2=04&c3=00&nkey=201108041500403&mode=sub_view



음악은 의외로 마지막 즈음의 멜로디를 제외하면,

화면과 달리 한국적인 느낌은 없다.

뭐,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

하지만, 개성적인 면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는다.



엔딩곡은 아이유가! ^^



단순한 어린이용이라 할 수 없는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 등,

여러모로 괜찮은 하나의 작품이자 상품으로 나온 이 작품이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용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보면... AV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위 화면처럼 5.1채널의 사운드와 화면의 박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럿 있음에도,

그다지 효과적인 다채널을 위한 화면도 사운드도 아니었던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초록이의 비행 장면 등에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드래곤 비행을 기대했다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나왔을 때

접대용 챕터로 활용할만한 수준의 장면이 있는게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작품으로서는 좋았지만, 역시 상품으로서는 아직은 길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보는 내내 어머니가 떠올라서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대놓고 가족영화라고 하긴 여러모로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 걸린 이 작품을 안 본다는 건 아쉬운 일일 것이다.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느낌이 남을 것이고, 어른들에겐 어른들의 느낌이 남을 것이니까...













*** 잡설 ***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보면 담담하다고도, 또 어떻게 보면 충격일 수도 있겠다.

어린이들의 반응을 보니까 대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아이들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선 같이 온 엄마를 붙들고 우는 아이들로 나위었다.


-차마 자주 돌려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블루레이로 간직하고 싶다.


-엔딩 크레딧 후에 쿠키 없음...


-같은 장면을 놓고도 어린이가 받아 들이는 것과 어른이 받아 들이는 것이 다를,

그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다. 사소한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의도적인 건지 몰라도, 화질은 최신작에 디지털임에도 쨍하다는 느낌은 없음.


-이 작품의 블루레이를 해외판으로 구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부디 괜찮은 흥행 성적은 기록하여 한국에서 최고의 판본으로 블루레이가 나오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의 흥행 리스트를 봐도 그렇고 한국에선 이상하게 해피 엔딩보단

배드나 새드, 모호하지만 어두운 엔딩이 먹히는 게 현실인 게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그걸로 한국인의 한의 정서니 뭐니 가져다 붙이는 거 보면... -.-;;;

 그렇기에 이 작품을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인정은 하면서도,

과연 한국에선 픽사나 드림웍스의 애니 같은 작품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은 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

< 영화>

장점 -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운 도전!

단점 - 외국 애니의 맛과 다른 한국 애니의 맛은 그저 맛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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