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초나라의 여불위, 전국 사공자의 한사람 춘신군

베리알 2011. 6. 30. 20:36

 제목을 보고 지금 킹덤의 여불위처럼, 왕위를 노리는 나쁜 승상 춘신군이 있었다는 식으로

오해 하지 않기를 바란다. ^^;;;


 두 인물은 많이 다르지만, 유사점도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진나라에서 영정의 출생의 비밀에 여불위가 있는 것처럼,

초나라의 초유왕의 출생의 비밀에 춘신군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뭐 지금 상황에서 춘신군에 대해 다룬다는 건 큰 의미가 없을수도 있지만

(워낙에 킹덤에서 등장을 하지 않았으니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나와 봐야

어차피 별 볼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년 뒤면 죽기 때문에...


 그래서 춘신군과 여불위의 비슷한 점과 함께,

재미 삼아 킹덤에 등장한 춘신군의 외모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춘신군 얘기만 나오면 계속 이 이미지를 우려 먹는데,

다른 등장 장면이 (아직)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


-전국 사공자, 일본식 표현으로 전국사군으로는

제나라의 맹상군 전문, 조나라의 평원군 조승, 위나라의 신릉군 무기, 초나라의 춘신군 황헐...등을

말한다. 이들이 전국 사공자라 불리우는 이유는 각기 식객을 3000명이나 두고 있었다는 것인데,

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아닌, 말 그대로 놀고 먹는 사람들을 3000명이나 거느렸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실제로 전국 사공자의 열전들을 보면, 이 식객들을 먹여 살릴 비용 때문에 곤란에 처하는

일화가 나올 정도... ^^;;;


-전국 사공자들은 출생부터 남달랐다.

초나라의 춘신군을 제외하면 모두 왕족급의 고귀한 신분으로,

본인들이 식객을 모으는 걸 좋아했다고 해도, 그것과 별개로 그런 남다른 신분 덕분에

그런 엄청난 식객들을 거느릴 수 있었던 것...

 이에 반해 다른 사공자에 비하면, 맨땅에서 자수성가한 것이 춘신군이라 할 수 있다.


-사기 열전(뿐 아니라 사기 전체가 마찬가지지만)에는 오류가 꽤 많은데,

그중에서도 전국 사공자 부분이 독보적이다. 사건의 시간대별 비교를 하거나

세세하게 파고 들면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은데... 아무래도 이들의 열전이

역사적인 사건에 입각해 이뤄지기보단, 구전되는 에피소드에 의지한 부분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전국 사공자 부분을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 사공자에서는 아무래도 계명구도 등 유명한 고사성어 덕분에 맹상군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 유명세와 실제의 내용과는 차이가 크다.

 평원군은 거의 억지로 전국 사공자에 낑겨 넣어졌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고,

맹상군은 고사성어나 에피소드들이 유명할 뿐, 맹상군 본인이 내세울 건 그닥이다.

춘신군은 본인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다른 사공자와 달리 식객 에피소드가 없다는 게 흠.

신릉군은 전국 사공자 중 가장 레벨이 다른 인물로, 식객들의 에피소드는 물론,

그 본인이 대단한 활약을 펼쳤기에 전국 사공자의 으뜸이라 손꼽는 게 보통이다.


-춘신군과 여불위의 비슷한 점 그 첫번째.

둘다 특정왕이 왕위에 앉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여불위가 자초를 진나라의 왕으로 만드는데 공을 세운 것처럼,

춘신군은 초고열왕이 왕이 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초고열왕은 태자 시절에 춘신군과 함께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었는데,

아버지인 초경양왕이 병이 들었는데도 진소왕이 허락을 하지 않아 돌아갈 수가 없었다

(킹덤의 이미지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기에서 진소왕은 대체로 쪼잔하고 찌질한

역할로 등장한다. ^^;;;) 이에, 춘신군은 죽음을 각오하고 태자를 빼돌려 초고열왕이 되게 했고,

이 공으로 춘신군(황헐)은 춘신군에 봉해졌다.


-그러나, 그런 빛나는 전반부와 달리, 춘신군은 나이를 먹으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킹덤에서 곧 벌어질 대전에서 지휘를 맡았음에도 크게 패하자 초고열왕과의 사이마저

멀어지고 만다.

 사실 뭐... 이 패배는 춘신군 아니라 춘신군 할아버지가 와도 당연한 것이었을 테지만...


-춘신군과 여불의 비슷한 점 그 두번째.

둘다 왕의 출생의 비밀에 친부로 관여하고 있으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점이다.

 조나라 사람 이원이 자신의 누이 동생을 초고열왕에게 바치려 하다가,

초고열왕이 후사를 만들지 못 한다는 말을 듣고(성불구자? 무정자증? ^^;;;)는 먼저 춘신군에게

자기의 누이 동생을 바치고, 그 누이 동생이 춘신군의 아이를 임신하자 춘신군과 모의하여,

누이 동생을 초고열왕에게 바쳤다. 그리하여 이 이원의 누이 동생에게서 초유왕이 나오게 되는데...

이런 출생의 비밀이 누설될까 우려한 이원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보다시피, 여불위와 춘신군은 비슷한 점이 많다.

비교적 자수성가형 인물들이고, 왕에게 지대한 공헌을 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부귀를 누렸고... 그리고 다음 왕의 출생의 비밀에 친부로 관련되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등등...


-하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둘다 왕의 출생의 비밀에 관련되었다는 게 누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전에 킹덤 열전 여불위 편에서 언급(했었나? ^^;;;)했던 것처럼,

왕에게 임신한 여자를 붙여서 다음 왕의 친부 노릇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기 때문이다.

허접한 양반 나부랭이도 마누라, 며느리 하나 들이려면 온갖 확인을 다 하는데,

일국의 왕이 마누라를 맞이한다는데 확인 절차도 없이 모셔오지는 않는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만으로도 충분히 누명이지만...


-이후의 상황을 보면 이 둘의 오명이 누명이란 게 더 그럴싸해진다.

여불위의 경우, 전한 시기를 지난 한나라가 진나라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진나라를 폄훼하기 위해 친시황의 혈통에 재를 뿌리는 작업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나라는 진나라를 부정하지 않았고 상당 부분 그대로 계승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겠지만, 심지어 유방은 진시황의 행차를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감탄했었을 정도였고 말이다.

 하지만, 전한을 지나며 그 전의 시스템과 다른 유교의 시스템을 구축하며 진나라를 부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진시황에 대한 폭군 이미지가 그려졌을 거란 추측이 유력하다.


-춘신군도 마찬가지...

 진나라 다음 가는 대국 초나라였으니만큼, 왕위 계승이 날로 될리가 없다.

 게다가, 춘신군 역시 왕의 혈통에 재를 뿌리는 작업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원의 누이 동생이 낳은 초유왕이 죽고, 이원의 누이 동생이 낳은 초유왕의 동생이 초애왕이 되는데,

여기서 그 배다른 형제인 부추가(창평군도 이 위치의 배다른 형제다) 난을 일으켜 초애왕을 죽이고

새로 왕으로 등극하는데... 여기서 왕위찬탈의 정당성을 위해 가져다 붙인 소설이 바로,

초애왕의 출생의 비밀일 거라 추측한다.

 즉, 초고열왕의 자식이 아닌 초유왕과 초애왕은 자격이 없으니 정당한 계승자인

부추가 왕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는 이유로 이용당했을 거라는 것이다.


-사실, 여불위 에피소드와 달리, 춘신군 에피소드는 사기 자체에서 이미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다.

사기 열전 춘신군편에 보면, 이원과 누이동생의 에피소드가 나오는 단락의 첫문장이 이것이다.

"초나라 고열왕에게는 아들이 없으므로 춘신군이 이 일을 걱정하여..."

 이 문장 자체가 뻥치시네!!!...다.

 초고열왕은 이원의 누이 동생이 낳은 초유왕, 초애왕 이전에 이미 아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부추와 창평군으로, 이들은 초유왕이나 초애왕보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춘신군 열전의 저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거짓 위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볼수록 부추에 의해 날조된 에피소드란 것이 그럴싸하다.


-결국, 이런 재미있는(^^) 출생의 에피소드와 달리,

현실은 그저 왕위를 노린 왕자...라기보다, 왕자들을 중심으로 서로 권력을 겨루던 세력끼리의 다툼이

어린 왕 때문에(초애왕은 즉위 때 10살도 되지 않았다) 마침 터진 것이 부추의 난이며,

이는 역사에서 흔한 왕자들의 권력 다툼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이다.

 물론, 이 혼란이 초나라가 망하는데 일조를 하긴 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춘신군의 죽음은 왕의 출생의 비밀의 직접적인 관련자여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권력다툼에서 역습을 맞고 밀려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예고한대로 킹덤의 춘신군 외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겠다.

 킹덤의 저 장면을 보면 초고열왕은 나이 꽤 있어 보이고, 춘신군은 그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아니, 굳이 초고열왕과 비교를 안 해도 거의 청중년급 얼굴인데...

 킹덤에선 저 장면의 시기가 시황 3년으로 적고 있다. 약 BC 244년이다.

 사기의 춘신군 열전을 보면, 춘신군 황헐은 초나라 회왕이 진나라로 들어갔다가 잡혀서 죽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직접 봤다는 의미일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사건을 경험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회왕이 진나라에 억류된 것인 소왕 10년, 약 BC 297년이다.

 단순 계산해 봐도, 초회왕의 저 사건때 1살이라고 해도, 킹덤 시황 3년의 춘신군은 54살이다!!!

 저 사건 당시에 저 사건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인 20살이라고 가정한다면,

킹덤 시황 3년의 춘신군은 73살이 된다.

 즉, 어떻게 보든 간에 현재 킹덤의 춘신군은 아무리 적어도 54살보다 어릴 수 없으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보다 나이가 최소 십년 단위로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초회왕 언급 외에, 예를 들어 태자였던 초고열왕이 진나라에 볼모로 갔을 때

따라갔다는 얘길 봐도 저 정도 나이인 것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저 얼굴은 도대체...? ^^;;;

 킹덤의 단점 중 하나가, 진시황이 찾던 불로불사의 비법을 이미 터득한 사람이 많다는 게 아닐까?

하긴, 맨날 노인네들만 나와서 이러니 저러니 해봐야 뭔 재미가 있겠냐마는... ^^










(*** 개인적으로 역사에 있어서 짜증나는 악습 중 하나가

바로 왕을 기준으로 년도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비능률적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거리도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순서나 연도 계산 하려면 입에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연도를 파악하는데 오류를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이니만큼,

  서력을 기준으로 확 재정리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