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사기를 보려는 분들을 위한 Tip 몇가지 1

베리알 2011. 8. 12. 17:25


 사기... 두말할 필요가 없이 유명한 책이지만,

역설적으로 유명한 책이 갖는 문제점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너무 유명한 고전 영화나 고전 소설, 고전 저서들의 경우에

이들은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봤다고 거짓말하는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것처럼,

더구나 사기 같은 역사 책은 더욱 그런 리스트에 어울린다. ^^;;;


 느낌으로는 많이 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닌 게 사기다.

 고사성어나 유명한 일화 들은 어디서나 튀어 나옴으로 그 정도는 알고 있을 수 있겠고,

또 자기계발서 같은 거 봐도 많이 인용되는 게 사기다.

 또한, 양이 방대한 고전인 만큼, 짧게 축약된 얇은 책이나 어린이용 책? 아니면 만화로

보는 정도가 그나마 양호할 지도...

 그렇기에, 그런 것들은 많이 봤어도 정말로 사기라는 책은 생각보다 제대로 본 사람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와 각종 삼국지 게임 덕분에, 소설 삼국지연의를 넘어서

정사 삼국지를 본 사람들이 늘어난 것처럼... 사기 역시 킹덤이라는 화제의 만화가 나옴으로써,

보다 제대로 된 사기를 접하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


 그렇게 사기를 접하려는 분들을 위해서 알아두면 좋은 몇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다.

예전부터 사기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던 분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겠고,

또 무슨 강의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참고를 위해 대충 적어두는 내용들이니만큼,

심각하게 딴지를 걸지는 마시길... ^^;;;

(사실은 형편없는 내 기억력을 위한 메모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www.kyobobook.co.kr >


(사기 얘기니 그냥 이 이미지를 가져왔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그러고보니, 이 완역사기본기는 2권 소식이 없네...)





-사기는 정사다?

사기에 관해, 그리고 정사에 관해 크게 오해하는 부분이 아마 이것일 것이다.

 사기는 正史니까, 그래서 정확하고 바른 역사라는 거... 이는 큰 오해다.


 정사의 正은 정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정이다.

정사라는 얘기는 잡서나 야사가 아니라 정권에게 정통성을 인정받은 역사서라는 얘기지,

그것이 정확하고 확실한 사실만 기록했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역사에 관해 관심이 좀 있는 분들은 벌써 눈치채셨겠지만, 정통이라는 건 절대적으로

정치적인 단어다. 정통성을 인정받는데 있어서 그 책이 바르냐 아니냐보다는,

그때 그때의 정치적인 상황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에서 정사로 인정받는 역사서들은 시대에 따라 가감이 있기도 하고

목록에 변화가 있기도 하다.


 때문에, 정사라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역사서라고 인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역사서는 어떤 경우에라도 정치와 뗄 수 없고, 아무리 객관적으로 쓰려고 그래도

작성자의 주관이 어떤 식으로든 들어가며 작성 당시의 시대 분위기 역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정사라는 이유만으로 그 책을 맹신하거나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이야 정사라고 딱지가 붙여져 있는 책들 중에도, 씌여진 당시나 그 이후 한동안은

역사서가 아니라 일종의 문학서로 여겨졌던 것들도 또 그런 시대도 있었다)


 특히, 이 부분이 한국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중국의 망할 공정 때문에 남의 일 보듯 할 수가 없다.





-사기는 사마천이 썼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하기도 뭐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기의 저자는 사마천이다.

 하지만, 사기(얘기가 나온 김에 이 명칭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사기가 처음부터 사기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계속 이런 저런 이름이 붙여져 왔는데,

결국 지금에 와서는 사기라고 통용되는 것일 뿐이다)를 쓰기 위한 작업은 사마천의 부친인

사마담이 시작했고, 사마천이 이를 계승해서 완성시킨 것이 사기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사마천의 궁형 사건이 개입하게 되는데...


흉노와의 싸움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중과부적으로 항복한 이릉을 놓고,

한무제가 분노를 터뜨리자 사마천은 그런 이릉을 변호했고... 이 과정에서 한무제의 분노는

엉뚱하게 사마천으로 옮겨져 사마천은 옥에 갇히고 만다. 여기서 이릉이 흉노에게서 벼슬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한무제는 아예 사마천에게 역적 두둔의 죄를 물어 사형을 내리는데...

사마천은 50만 전을 내거나 궁형을 택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결국 사마천은 궁형을 택해 목숨을 부지하고 사기를 계속 집필하게 된다.


 지금도 태어나는 성 정체성의 혼란을 놓고도 그릇된 혹은 구시대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으니,

옛날에 궁형을 받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나 유교가 오랫 동안

지배했던 동양적 사고관에선 이 자체를 용납하기 어려웠겠고, 덕분에 이후 시대가 흐르며 나왔던

사기에 대한 비판 중에는 사마천이 그런 일을 당했던 것을 걸고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을 정도...

 

 어쨌거나 그런 어려움을 딛고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책이 바로 정사로 인정 받고 세상에 인정 받았던 것은 아니며,

사기가 세상에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사마천이 죽고 나중의 일이다.


 또한, 사마천이 궁형을 받은 사건을 놓고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이야기도 존재한다.

사마천 부자가 역사서를 집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한무제는 넌지시 그 내용을 파악했고...

거기서 사마천이 한나라의 역사에 대해 기술해 놓은 것을 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한무제 자신이 그 전의 왕조를 뒤엎고 새 나라를 세웠다기보단, 한나라의 계승자이니만큼,

그 이전 시대에 대한 평가는 아무래도 좋게만 했으면 싶었을 게 인지상정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왕의 사후에 바치는 시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마천에 꽁해 있었고,

이를 폭발시킬 기회가 이릉 변호였다는 것...

 물론, 이를 납득하기 위해선 확인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 얘길 덥석 받아들이긴 무리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권력과 정치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그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만 하기도 뭣한 이야기겠다.

 




-정사로 인정받은 역사서인데

정확한 사실 기록만 남아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역시 큰 오해 중의 하나다. 정사라는 건 위에서 말했듯이 저작물이 정권에 의해

정사로 인정받았다는 완장을 찼다는 것뿐이지, 내용이 완전무결하다고 검증했다는 게 아니다.


 게다가, 정사들은 다들 저자가 있고 어떻게 보면 이 저서들은 다들 그 저자들의 예술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 내용을 함부로 고치면 안 되겠지? 그래서 뻔히 오류가 보이더라도 이를 굳이

수정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사라고 해서 마냥 맹신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여러 치명적이고 당연한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정사는 대부분 개인들이 만들었기에 오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이야 PC로 작업하면 알아서 오류를 찾고 검증하기도 쉽지만, 죽간으로 저서를 만들던 시대,

이런 검색 작업이 쉬웠을까? 죽간 하나 끝내고 다음 넘어 가고... 몇개 더 가다가 내용 확인한다고

다시 옛날 죽간 펴고... 개인 혼자 이짓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힘들다.

 때문에, 개인이 이런 작업을 했다는 것에 대해 사마천에게 초인적인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칭호는

붙여주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이 곧 오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마천이 직접 중국을 돌면서 조사하고 자료들을 모으고 그걸 자신이 검증했다고 해서

곧 정확하다는 증명은 아니다. 자료들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개인의 검증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사기 열전에는 사마천 본인이 오류임을 알면서도 그냥 넣었다고 평가받는 부분들이 있을 정도...

 

 그것뿐이면 다행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죽간은 상하기 쉬운 매체라 필연적으로 계속 옮겨 적어야 하는데, 이렇게 보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류가 안 생기면 이상하고, 제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소실되어 누락되는 글자도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내용을 널리 보기 위해 옮겨 적는 작업 역시 마찬가지...

 몇다리 건너다 보면 무슨 내용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를 위험이 있는 것이다.

(나중에 종이가 보급되고 인쇄술이 등장하고 한 후에도 이게 일반화 수준까지 오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으며, 오히려 이런 인쇄의 시대에 와서는 인쇄하는 사람 마음대로

인쇄 작업을 줄이겠다고 내용을 아예 빼버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쇄라고 만능은 아니다. ^^;;;)


 그것뿐만이 아니다.

 현대의 작문법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겠지만,

옛날에는 문장부호라는 자체가 없었다. 즉, 문장의 끊고 맺음이나 연결 등이 확실치 않았다는 것...

때문에, 같은 문장을 놓고도 해석이 달라지는 게 보통이었다. 먼 훗날 마침표를 찍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문장가나 역사가, 혹은 저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와서 자기들 나름대로 다 찍어 댔고...

 그래서 사기 같은 책이 있으면 그에 대한 주석서가 따로 나왔는데 이런 주석서 역시 그런 마침표를

찍는 방식이나 내용 해석의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가 나오는 게 유행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유명 외국 소설을 놓고 국내의 출판사들이 각각 번역가들을 고용해서

출판사마다 번역본을 내놓고 서로 경쟁한다고나 할까?

 그런 시대를 거치고 거쳐서 어느 정도 정립된 판본을 정해서 인정을 했으니, 그 사이에

원래의 사기와 얼마나 달라졌을지는(물론, 스타징거가 드래곤볼로 변했다고 할 정도의

변화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 누구도 보장하지 못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정사는 정치적인 것...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사서에도 어떤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어떤 수정이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진시황의 여불위 친자설이 그렇다. 이에 대해선 딱 부러지는 정설은 없다고 해도 좋다.

그냥 사기에 그렇게 나와 있을 뿐(이게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점 중의 하나인데, 사기에는 여불위 친자설을

반드시 뒷받침하는 내용으로만 써있지 않다. 후대의 해석 오류나 그 시절과 후대의 어법 변화에서 오는

차이 등을 감안하지 않아서 오해한 부분들도 있다), 이에 대한 사실여부에 대해선 의견들이 다양하다.

 어느 정도로 다양하냐면, 예전에 한나라의 유교 국교화 작업 이후 고의적으로 깎아내리기 작업이

들어간 결과라고도 본다는 얘길 했었는데, 어떤 역사학자들은 좀 더 시대를 땡겨서,

유방의 부인인 여후 시절에 이런 수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유방 사후,

한나라를 여씨들의 세상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후에 의해 진시황은 사실 여불위의 자식이니 여씨,

그렇기에 진나라를 계승한 한나라(다시 말하지만, 초가의 한나라는 진나라를 계승했다고 해도 좋을만큼

진나라에서 많은 부분을 답습했고 따로 배척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여씨가 이어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말이다.

 어느 내용을 믿건 간에, 역사가 얼마나 정치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이런 수많은 위험 요소가 있는 만큼, 정사라고 해서 마냥 믿으면 곤란하다.

현실을 보라. 당장 오늘날 일어났던 사건을 놓고도 정치적인 성향과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을 본 것같은 얘기를 하고 전혀 다른 원인과 사후 대책을 얘기하지 않나.

역사란 그런 것이고 정치란 그런 것이다.









짤막하게 하려고 했는데, 얘기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지다 보니,

나머진 또 다음 기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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