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
(劍雨江湖 - Reign Of Assassins, 2010)
진짜 무협영화를 본 기억이 언제일까.
추억의 무협영화를 DVD나 블루레이로 보는 것말고,
근래에 나온 영화 중에서 무협영화라는 이름에 걸맞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었나.
정체되어 있으면 곧 죽는 법... 유행은 계속 바뀌고 영화도 계속 바뀐다.
하지만, 추억과 고전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돌고 돌다 보면 다시 그 자리에 올 수도 있는 것이고,
당장의 유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도 추억을 감싸 안는 의미는 유행이 채워줄 수 없는 것이다.
무협영화에 대한 갈증을 느낀 지가 참 오래되었다.
아무리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지만, 동방불패던가? 이 영화의 성공 후 이제 무협 영화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동양식 SF로 바벨탑을 쌓아갔고 그 와중에 풍운 등 나름대로 이정표가 될
영화들도 나오긴 했지만 결론은 무협영화에서 멀어져갈 뿐이었다.
와호장룡이라는 걸출한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잠깐이었을 뿐이고 오히려 거기에 대항하려는지
스케일만 댑따 키우거나 무예가 아닌 곡예 또는 인간이 아닌 CG로 일관하는 영화들만 나오고 말았다.
결국... 예전의 그런 소박한(?) 무협영화들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그런 무협영화의 흔적을 양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건 진정으로
아이러니했던 건지도...
하지만, 하늘은 아직 무협영화를 버리지 않았나 보다. 그 옛날 무협영화의 고리타분함을 잔뜩 갖췄지만,
그래서 그 어떤 요즘의 새로운 영화보다도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맛의 무협영화가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이 검우강호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오우삼이고 정우성이고 사실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오우삼은 제작이고 뭐고 암튼 이름은 올려져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 오우삼의 향기는
거의 느낄 수 없다(비둘기도 안 날라가잖아!!! ^^;;;).
오히려, 오우삼이니 정우성이니 하는 게 이 영화의 본질을 느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수도...
천하를 뒤흔들고 어쩌고 전세계를 사로잡고 어쩌고 이런 거 다 필요없다.
이 영화는 정말 소박하다. 당연한 것처럼 된 대규모 인원 등장도 없고, CG 도배의 현란한 기술도 없다.
세계를 좌지우지할 엄청난 음모도 없고 천하를 정복하려는 대악당의 야망도 없다.
그런데, 포스터의 저 떼거리 배경은 어디서 합성한 건지... -.-;;;
있는 거라곤 정말로 소박한 꿈을 꾸며 사는 평범한(?) 강호인들의 이야기뿐...
다음에는 이 포스터의 큰 버젼은 없어서 아쉬웠다.
뭐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포스터가 이 영화의 정서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이 포스터를 보면서 천하를 지배할 절세병기라던가,
검기를 비처럼 뿌려대는 능력을 가진 절세병기라던가 하고 오애하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
간단하지만 필요한 영화의 배경을 오프닝에서 애니메이션과 함께 설명하고,
약간의 살수들의 사정이 지나가면,
이 영화는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가 되는데... 참 반가웠다.
그동안 지나치게 거대한 스케일을 다루던가 또는 지나치게 유치한 소꿉놀이,
또는 막장 연애를 다루다 보니, 이런 사람 냄새 나는 정말로 강호의 길거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연애를 본 기억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러브러브한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위기에 휘말리고... 평범해 보이던(^^) 부인은
남편 모르게 절세의 무공을 발휘해 그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언제부턴가 너무 진지하던가 진지와 유치의 줄타기에 실패하는 영화들만 판을 치는데,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여유와 웃음이 공존하는 이런 장면을 본 기억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배로 더 좋았던 것 같다. ^^
하지만, 충분히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로 인해 부인의 정체가 알려지게 되고,
그 부인을 쫓던 거대한 살수조직이 드디어 부인 앞에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하거나 낭비라고 느낄 부분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참 여유로운 여백의 미를 즐기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거기다가 적절한 유머까지...
천녀유혼을 봐도 그렇고, 확실히 옛날 영화들은 유치한 장난이 없었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들이 적절한 유머로 여백의 미를 갖추는 것은 물론, 그런 강약조절로 중요한 순간의
감정몰입도 더 잘 유도했던 것 같다. 요즘에는 뭐 아예 그런 강약조절 없이 강강강만 가던가,
아니면 약이라고 넣긴 넣는데 이게 콤비네이션 자리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연속기의 중간을 끊어 먹는
삑사리랄까라는 느낌...
이런 게 강호이고 이런 게 무협 아닐까? ^^
이 영화는 최신작임에도 규모도 정말 작고 등장 인물도 적고,
화려한 CG로 도배한 절세 무공도 없다.
이런 식의 연출은 사실 예전 인간적인 무협지에서 사용할 정도의 기술이지,
검에 내공을 실어 산을 잘라내고 부대를 전멸시키고 이런 것에 비할 수 없이 소박하지만,
이 작품 내에선 무서운 위력을 갖는 절세의 기술이다.
이런 점이 참 좋다.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맛이 나는게 진정한 무협영화 아닐까. ^^
(영화는 CG 등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 이상으로 아날로그에 집중하고 있다.
서플에 보면 이런 것까지 실제였나...싶은 부분들이 나올 정도로...)
무협기술만 소박하고 나오는 인원 숫자만 소박한 게 아니다.
유명한 살수들이고 그들이 쫒는 아이템이 천하제패의 무공이라고는 되어 있지만,
이들이 정말로 바라는 것은 진정으로 소박한, 아주 인간적인 것들이다.
또한, 그런 캐릭터들을 설명하기 위해 장황하고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거나
되는대로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클레시라면 클리세라고도 할 수 있을,
소박하고 평범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흘려 줄 뿐...
복면을 하고 나와 단칼에 죽는 정말로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닌 이상,
그래서 이 영화는 주인공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영화 내내 More! More!!...를 외치게 만드는 서희원... (^^;;;)
분명히 주인공 같긴 한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한 정우성... ^^
구미호 때 피식하게 만드는 연기를 보는 게 엊그제 같은데,
1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쌓다 보니 이제 제법 연기의 힘이 뿜어져 나온다.
사실 누가 악당이고 누가 정의냐를 뚜렷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놓고 (개)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다음에서 영화 정보를 찾아 들어갔더니, 포토 목록에 50여개인가 암튼 엄청나게 뜨길래
대박 전세계적 히트작도 아니고 신기하다...싶었지만 그래도 신나서 보고 또 봤는데...
이미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이런 정우성의 사진들이다. 실망, 실망... ^^;;;
옛날 옛날부터 무협영화를 봤던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작품이지 싶다.
이런 영화를 만나게 되길 그 얼마나 기도했던가... 암튼 감동이다. T T
*** 잡설 ***
-정말 이런 일을 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내가 홍주희 쉴드를 치는 날이 올 줄이야! -.-;;;이 영화에 나오는 주요 소재인 라마대사의 시신은, 라마대사가 맞다. 달마대사가 아니라 말이다.
즉, 라마대사로 번역한 홍주희의 번역은 정확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중문 자막으로 보면, 즉 한문 자막으로 보면 라마대사 부분에서
달마가 아닌, 정확하게 라마라고 한자가 나온다. 개봉 때 그걸 놓고 비난이 많았는데,
사실은 홍주희의 번역이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나름대로 영화의 잘못이기도 하고 홍주희 탓도 없지는 않다.
영화에선 라마대사라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것처럼 나오지만, 이건 누가 봐도 달마대사를
변용한 것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디자인을 보면 달마도의 주인공인데...
모로 보나 당연히 달마대사라고 보는 게 (유감스럽지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리고 번역가 홍주희는 그동안 악행(?)이 너무 많았으니... 홍주희 번역이라면 일단
까고 들어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겠나.
-거세로 절세무공을 얻는 이야기는 참 흥미롭다.
아니, 절세무공이란 것을 얻기 위해 기본적인 연마 외에, 이상한 희생을 강요하는
그런 경우들 자체가 참 재미있다랄까.
일체의 비린 것을 먹으면 안 되는 무공도 있고(피한방울이라도 먹으면 바로 폭싹~),
동정을 지켜야 하는 무공도 있다(몽정은???).
그리고... 아예 되돌릴 수 없는 거세라는 영역까지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힘을 얻고자 하는 걸 보면, 사실 이해가 가기도 간다.
무공이야말로 강호의 위치를 정하는 힘인데, 돈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위치를 정하는 힘인걸
비교해 생각해 보면, 그런 절세의 힘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인들 못 하겠나 싶다.
푼돈 몇푼에도 사람이 죽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블루레이 판본은 한국 극장 판본과 다르다고 한다.
어느 특정한 판본을 상영한 건지, 아니면 극장 상영 때 멋대로 자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극장 상영시 여러 장면들이 삭제된 판본이어서 원성이 나왔었다고 한다.
특히, 별 필요없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이 영화에서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었다고...
블루레이는 다행히 제대로 나왔나 보다.
[ Blu-Ray ]
( 이미지 출처 :
www.technodvd.co.kr )
-한국판
놓고 걱정들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암튼 다행이다.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구성. 아웃케이스의표지 이미지는 사실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차라리, 뒷면 이미지가 더 낫다. 그에 반해 킵케이스 표지는 멋드러진다.
디스크 프린팅도 좋은데... 문제는 양면 표지인 킵케이스의 내부 표지다.
영화와 뭔 상관이 있는지도 모를 이 한심한 이미지는 도대체... -.-;;;
-1Disc
-사운드 : 북경어 광동어 7.1ch Dolby TrueHD
보통 중국어권의 영화들 사운드가 좋은 말로 좀 과장되고, 나쁘게 말해서 오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꼭 좋다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어쨌거나, 신나게 즐기면 되니까! ^^
대놓고 나 다채널 서라운드여~하는 장면들이 아니더라도 영화 내내 서라운드 활용은 뛰어나고,
산을 뒤흔들고 바다를 가르는 SF신공은 없지만,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낼 뿐인 평범한(?) 칼날에도
놀라운 존재감을 부여하는 힘 있는 사운드는 신나는 감상을 하게 해 준다.
특히, SF적인 무공이나 현대 병기가 아닌, 기껏해야 칼이나 침 등의 구식 병기(^^)를 사용하는
영화 특성은 간만에 참 흥겹기까지하게 액션들을 즐기게 해 준다.
-자막 :
한국어 지원.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북경어 광동어 자막을 지원.
-서플 :
Making Of, 예고편.
메이킹은 몇개의 영상을 짬뽕해 놓은 것 같다. 나온 장면 또 나오기도 하고...
어쨌거나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검우강호
(劍雨江湖 - Reign Of Assassins, 2010)<영
화>
장점 - 21세기에 부활한 진정한 무협영화!
단점 - 서희원 More, More! (^^;;;)
<
블루레이>
단점 - 낮은 가격까지 생각하면 거의 없음 / 속 터지는 속 표지 정도가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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