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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을 바라지 않던 그분이 돌아왔다 - 쿵푸팬더2 (Kung Fu Panda 2, 2011)

베리알 2011. 5. 26. 22:09


쿵푸팬더2 (Kung Fu Panda 2, 2011)

/ 디지탈 더빙



  쿵푸팬더1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작품이다.

픽사에 비해서 뒤진다는 평을 듣던 드림웍스에 대한 인식을 바뀌게 해 주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종합적으로 킹왕짱이었다랄까.

 하지만, 기분 좋게 보고 나서 들려 오는 2탄의 소식... 기대보단 우려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쿵푸팬더1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완결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매트릭스 역시 The one이 된 네오에서 끊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하는데, 쿵푸팬더1을 보면서 매트릭스 생각이 났었는데 후속편에서도 역시나

매트릭스가 떠올라서 안타깝다. 쿵푸팬더 역시 1에서 용의 전사라는 The one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후속편이 나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고... 최근 개봉판 쿵푸팬더2를 보니 이런 내 예감이

들어맞아서 안타까웠다.


 전형적인 안좋은 속편의 공식 그대로다. 물량 늘리고 스케일을 키우고 등등...

 형편없다고는 못 하겠지만(나름대로 중후반은 볼만했다) 아쉬움이 크다.

 아이언맨도 1편은 걸작 히어로 영화인데 2편에서 2탄의 늪에 빠진 것처럼,

쿵푸팬더도 1편은 걸작 애니메이션인데 2편에서 2탄의 늪에 빠진 것 같다.

 슬프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예고편을 보면 이렇게 무적의 5인방과 포가 기세 좋게 귀환한 것 같지만,

내용은 음...



1편을 워낙에 재미있게 봤지만,

2편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은근 많기 때문에 쿵푸팬더2도 기대치 제로로 귀환을 기다렸는데...

암튼 아쉽다.



1편이 정통(!) 쿵푸 영화였다면,

2편은 쿵푸 영화가 어느 정도 식상해진 다음에 나온 변형 쿵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1편이 비급이나 절세 무공 등이 중요한 아이템이 되었다면,

2편은 그런 절세 무공과는 별개의 절세 무기(?)가 등장해 쿵푸와 겨룬다.

단순히 절세 무기라면야 그냥 쿵푸 영화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쿵푸팬더2의 절세 무기는 무공의 연장이 아니라 과학의 범주랄까.

위 전단지에 나온 센 성생의 비밀병기라는 것은 다름 아닌 대포다.

그리고 실제로 작품에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절세의 방어 신공을 가진 초고수조차

그 대포 한방에 죽어 버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그리하여 그 절세 무기를 넘어서는 절대 무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용의 전사인 포...밖에 없겠지? ^^



유감스럽게도 안 좋은 속편의 패턴들이 줄줄 예시되어 있다.


두배로 돌아왔다 -> 일반적인 블럭버스터 속편의 망작 지름길이다.

뭐든 그냥 두배만 되면 2탄이 아니다. 아이언맨2도 그랬는데, 이 쿵푸팬더2도 그런 우를 범했다.



  원래 쿵푸 영화에서도 1대1이나 1대다 정도라면 모를까,

다대다의 대결은 제대로 표현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액션이다.

 쿵푸팬더1에서는 1대1, 혹은 1대다의 대결이 대부분이고 그 연출들은 다들 멋졌다.

하지만 쿵푸팬더2는? 무적의 5인방과 포가 함께 하는 이상 좋건 싫건 다대x의 대결은 기본이 되고,

적들 역시 타이렁이라는 마치 북두의권의 권왕 같은 강력한 보스 하나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군대급 떼거리들과 싸우게 되기에 대부분 다대다의 대결이었다.

 결과물은 예상대로 별로다. 정통 쿵푸 영화에서도 다대다의 대결이 인상적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

쿵푸팬더2 역시 그 선을 넘지 못 했다. 위 사진처럼 대결 사이에 저런 제삼자를 끌어 들여

긴장감과 웃음을 주는 효과는 따라하려고 했지만, 액션 자체는 영 아니다.

 그저 정신 없고 난잡할 뿐... 다대다의 묘미는 전혀 살리지 못 하고 있다.


 각종 액션 장면들이 볼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쿵푸팬더1과 달리,

쿵푸팬더2는 기억에 남는 액션 장면도 없다. 쿵푸영화에 대한 존경이 가득했던 전편의 느낌도 없다.

쿵푸팬더1은 진정 쿵푸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비유하자면 쿵푸팬더2는 쿵푸를 아이템으로 사용한

서양 블럭버스터 속편 느낌 정도?



 유감스럽게도 영화 내내 그렇다. 무적의 5인방에 포까지 6이나 되는 아군이 있는 만큼,

적들은 그야말로 떼거리로 나오지만... 그만큼 액션에 집중할 수 없이 산만하다.


 차라리, 무적의 5인방과 포...라는 아군에 대응해서,

적들이 친위대 5인방에 두목...이라는 식이었다면 어땠을까?

 사실 쿵푸팬더2의 진행은 굉장히 난잡해 보인다. 적의 보스를 찾으러 왔다가 도망치고

다시 왔다가 도망치고 잡히고 등등... 이게 무슨 적의 보스를 당해내지 못 해 물러났다가

절세 무공을 익히고 다시 오는 그런 방식도 아닌지라 긴장감도 없고 지겨운 느낌까지 든다.

 차라리 왔다 갔다 하는 횟수를 줄이고 매력 없는 보스 대신에 친위대 5인방을 배치했으면

액션이 훨씬 볼만하고 몰입도도 올라갔을 것 같다.


 그렇잖은가. 주인공들이 적의 자코들을 상대하는 액션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기 어려운데,

그나마 주인공들이 그룹이 되면 더욱 산만해질 뿐...

 적도 좀 그럴싸한 적이 설정되어야 싸우는 묘미가 있는데, 이 점에서 쿵푸팬더2는 치명적이다.

심지어, 적의 보스는 타이렁같은 무투파도 아니다.

 절세 무기가 아닌, 절대 무기를 제압하는 방법은 사실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이지

새롭거나 참신한 방법은 아니다.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에서 무당파의 절세 고수가 시전했었고,

주성치의 영화 소림축구에서도 나왔던 것. 대포라는 아이템이나 태극 마크가 나왔을 때부터

이미 포가 어떻게 막으리란 건 예고된 셈이다.



그나마 볼거리도 박력도 부족한 다대다 액션의 활기가 이 부분이다.

거리에 잠입한 포와 5인방이 늑대병사들을 상대로 펼치는 추격전 부분이

그나마 이 영화에서 괜찮았던 부분이랄까. 특히 사자탈을 활용한 부분이 괜찮았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중국 영화에서 사자탈 장면이 나오면 왜인지 반-드-시 재미가 없었다.

사자탈 자체에 나쁜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자탈만 나오면 갑자기 영화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랄까. 그 유일한 예외가 바로 이 쿵푸팬더2가 될 것 같다.

단점은 많지만, 쿵푸팬더2는 그래도 볼만했다는 수준은 되니까)



특히 2편에 대해 아쉬운 점 중의 하나가 이런 여백의 묘미랄까 강약의 묘미랄까.

1편은 정말  액션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 보는 맛이 있었다.

위 그림과 같은 쿵푸 영화의 정서는 뚜렷하게 살아 있으면서도,

넑직한 배경이 주는 여유가 있었는데... 2편은 그런 게 없다.

 물량으로 퍼붓는 영화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다. 물량은 그냥 퍼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쿵푸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이런 여백의 묘미인데... 썰렁한 개그나

전편의 재탕 개그 정도로 때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2편의 핵심 줄거리 중 하나인 포의 출생의 비밀...

 사실, 1편을 보면서 궁금한 생각이 드는 정도였지, 이걸로 영화 한편을 때울 정도는 아니었다.

출생의 비밀이 안 나온 채로 1편으로 쿵푸팬더가 마무리되었어도 불만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2편은 그 출생의 비밀로 한편을 때운다. 그것도 쿵푸영화에 대한 1편 정도의 애정도 없이 말이다.



  쿵푸 영화의 악역이 쿵푸로 별볼일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

 유감스럽게도 그 어불성설이 이 쿵푸팬더2에 적용되었다.

 악당이 되는 동기는 어느 정도 1편의 타이렁과 공유하는 정서가 있지만,

악당 자체의 매력이나 완성도를 보면 비교도 못 하게 찌질하다.

 1편의 타이렁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2편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껴질 정도...

 따지고 보면  2편이 재미 없는 이유도 악당에게 매력이 없는 게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악당이 된 이유야 그렇다쳐도, 이건 뭐 카리스마도 없고 공감할 부분도 없고,

뛰어난 쿵푸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포 오타쿠...

  타이렁이 매력적인 악당의 한 극이라면, 이 센인지 뭔지는 볼품없는 악당의 한 극인 것 같다.



정말 더빙 배우의 얼굴 느낌을 어찌 이리 살려내는지... ^^

예언으로 이 모든 사단과 비극을 일으킨 무시무시한 점쟁이 할멈이다.

양(염소?)이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센의 비단옷을 자꾸 먹어대는 설정은 (그나마) 재미있었다.



화려한 더빙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더빙으로 감상한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자막과 함께 영화를 볼 경우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에, 쿵푸팬더1의 경우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보는 듯한 화면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더빙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걸 기대하고 2편도 더빙으로 일단 봤는데... 2편은 그런 동양의 정서는 없다시피했다.

그나마 더빙으로 몰입도를 올려서 봤는데도 이 정도 재미밖에 못 느꼈다니,

다시금 2편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더 느끼게 되는 듯...



 1편의 장점은 상당 부분 퇴색되었고...

 2편의 새로운 장점은... 찾기 힘들다.

 대놓고 후속편을 예고하는 마지막 장면은 음... ^^;;;

  그래도 암튼 간에 볼만한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1편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지...












*** 잡설 ***

-대놓고 미묘한 남녀 관계로 발전한 타이그리스와 포!


-볼때마다 포의 아빠가 생각나는 센...


-특수효과의 발전은 인정할만하다. 특히, 포나 타이그리스의 물에 젖은 털 표현은 꽤 인상적...


-엔딩 크레딧은 꽤 긴 편. 끝나고 숨겨진 장면은 없음.













[ 쿵푸팬더2 (Kung Fu Panda 2, 2011) ]

< 영화>

장점 - 3로 가기 위한 가교(그러나, 3 자체가 별 기대가 안 되는...)

단점 - 쿵푸영화가 아닌 쿵푸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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