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방난을 위해 준비된 경험치 몹 - 극신

베리알 2011. 5. 15. 21:30

 그동안 본의 아니게 킹덤 열전을 전개할 내용이 없다보니 무슨 내용을 할까 생각만 하다가

꽤 오랜 시간을 침묵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마침 정적을 깰만한 전개가 펼쳐져 정-말-로

오랜만에 게시물을 작성하게 되었다.


 제목은 그냥 킹덤에서의 전개를 예상하고 가져다 붙인 것이니,

혹시나 극신의 팬이 있다면 노여워 마시길...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대놓고 돈이면 연나라를 버리고 진나라로 가겠다는 장수,

전쟁물에서 보통 꼭 등장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여태까지의 킹덤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질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이 캐릭터는 이미 하료초의 초반 모습으로 등장했다고도...? ^^;;;)



이목이야 그렇다쳐도, 무려 방난을 익숙하다고 표현하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방난과 같은 구도자들이 사는 산 근처에서 살았던 극신인지라,

그 시절 마을로 내려와 행패 부리려는 구도자들을 발라 버렸다는 전설의 무용담이 있었다나 뭐라나~



조나라에 그대로 있었다면(극신은 돈 때문에 조나라에서 연나라로 옮겨 왔다고 알려져 있다)

무려 염파 시대의 삼대천이었을 거라고 채택(그러고보니, 채택에 대해서 킹덤 열전을 했어도

됐을텐데, 등장이 한동안 끊기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평가하는데...


 일단 뭐 누구나 예상할 수 있겠지만, 방난과 이목 앞에 무너질 인물이라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 뭐 킹덤의 이목+방난 조합이면 무서울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

문제는 그 과정이 어떻게 될지 궁금할 뿐인 상황인 극신...


 과연 이 극신은 어떤 인물이었을까?...라기보단,

킹덤을 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때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얘기를 간략하게 해 보려 한다.



[ 방난에게 패한 전직 조나라 장수 ]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극신은 엄연한 실존 인물이다.


-이목과 방난 앞에 간단히 발리느냐, 아니면 방난을 괴롭혀서 경험치를 많이 주고 가느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킹덤에서도 (누가 봐도) 방난에게 당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실제로 그랬다.

극신은 조나라를 찔러 보다가 방난에게 패해 잡혀 죽었다고도 혹은 자결했다고도 전해진다.


(초를 쳐다 보는 저 음흉한 눈빛은 뭔가! 게다가 저 녀석 유부남이잖아!? -.-;;;)

-지금 상황은 진과 조의 동맹이 유효한 사이에 진이 위를 쳐서 성과를 냈고,

이제 조가 연을 치려는 순간...

 하료초가 숙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시기 조와 연은 사이가 아주 안 좋았는데,

계속 다투기도 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조나라가 장평대전으로 망해가는 기회를 노려,

연나라가 찔러 왔었던 전쟁 때문이다. 연나라가 패했지만, 이 일로 인해 조나라는 이후 역으로

연나라를 칠 기회를 계속 노리게 된다. 실제로도 이후 연나라를 침공해 여러번 연나라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위 이미지에 나온 연나라 위치를 보면 진나라와는 극과 극의 위치라는 걸 알 수 있다.

진나라가 서쪽의 끝이라면, 연나라는 동쪽의 끝인 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연나라의 세력권을 보고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이 시기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중국과 아예 별개의 구역이라고는 못 해도

이 시기에는 서로 노는 물이 달랐다...라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서쪽 끝의 진나라가 오랑캐 취급 받던 것이나, 연나라도 그 비슷한 취급을 어느 정도 받았던걸

봐도 이 시기 중국의 세력권이라는 건 상당히 좁았다.

 지금의 중국이나 땅덩이 자랑 하던 시절의 중국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통일 진나라의 땅덩이만 해도 어쩌면 피식~할 수 있겠다. 물론, 그 통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는 단순히 땅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접한 나라들끼리 사이가 좋은 역사는 거-의 없다.

특히, 역사가 좀 나라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유는 뭐 간단하다.

 현대에도 영토 분쟁이 벌어지지만, 그 방법은 반드시 직접적인 침공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분쟁 없이도 기득권을 위해 준비된 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구를 사용해

침공(!)을 하는 쪽이 훨씬 보기에도 좋고 이득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력으로 영토를 뺏는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방법이었으니... 고대에는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영토를 넓히는 방법은 인접한 국가를 치는 방법밖에 없다. 먼나라를 치는 건 너무 어려운 일

(먼나라로 가는 길도 순탄치 않고, 그 보급선 감당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에다가...

세상에 어느 나라가 함부로 다른 나라 군대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주겠는가)이고, 설사 점령했다고 해도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정작 싸움은 피터지게 해놓고도 그 열매는 엉뚱한 놈이 채가는 게 다반사...

 결국, 좋든 싫든 일단 옆에 놈부터 패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두번 주먹질을 교환해도 인간 관계가 파탄나는데(주먹으로 우정을 확인한다느니 하는 소년지스러운

판타지 이야기는 만화라는 걸 명심하도록!), 그 횟수가 쌓이고 쌓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인접한 나라들끼리는 원수가 따로 없을 수밖에 없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나라들이 이웃해 있으면서도 서로 사이 안 좋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웃해 있는 나라들끼리는 원래 사이가 안 좋은 게 정상(?)이다.


-그런 연나라의 위치 덕분에 연나라는 진나라처럼 이질적인 나라이기도 했다.

중화의 아저씨들이 진나라를 서쪽 오랑캐 취급했던 것처럼,

연나라 역시 어느 정도 그런 취급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중산국에 대한 얘기를 굳이 킹덤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중산국이 연나라에 있어서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해 주고 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나라나 위나라 등이 진나라나 초나라 쪽으로 세력을 넓히긴 무서우니, 만만한 게 연나라인데...

그 연나라와의 사이에 소국이라도 저런 방패가 버티고 있으니 그것부터 쳐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중산국은 위나라에 의해서 한번 망했다가 재기하지만,

조나라의 무령왕에 의해 확인사살 당한다.


-중산국은 위에 언급된 백적의 나라라는 얘기가 보통 알려져 있다.

(전국칠웅 정도의 나라들에 대해서도 그 구성이나 변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고,

유물이나 연구에 의해 계속 새로운 의견이 나오고 있을 정도인지라, 중산국이나 백적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하게 이거다~할 이야기는 없다)


-나름 유명한 이야기인데, 곽외를 우대하니 인재가 모였다는 부분만 알려져 있는 것 같아서

연나라가 괴멸상태에 빠졌었다는 앞부분의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 보겠다.

 연나라의 왕 쾌 시절, 자지(실제 이름이다. ^^;;;)라는 연나라 사람이 그 재상으로 있었는데,

멍청한 쾌는 녹모수의 꾐에 넘어가 태자를 폐하고 재상인 자지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만다.

 당연히 폐위된 데 불만을 품은 태자와 그 지지 세력들이 뭉쳐서 자지에 대항했고,

여기에 더해 자지로 대표되는 신세력에 불만을 가진 구 기득권 세력들이 합세하여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연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나라꼴이 이 모양이니, 옆에 있던 제나라가 굴러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나라를 쳤고,

쾌는 알아서 겁 먹고 자살, 자지는 잡혀서 젓으로 담궈졌다고 전해진다.

(고대 중국 이야기를 보면 인간의 살로 젓을 담근다는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이게 진짜로 젓갈을 담근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에 대한 표현인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킹덤에서 진왕 정이 제시한 중화통일이라는 패러다임이 가히 혁명적이었을만큼,

이 시기에 옆나라를 친다는 것은 진짜 자기 나라로 만든다기보다 그저 뜯어 먹고 마는 그런 수준인지라,

제나라의 강탈에 지친 연나라 백성들의 반항으로 제나라는 물러 가고 연나라는 간신히 살아난다.

 이때 연나라의 왕이 바로 소왕이고, 당연히 이 소왕은 제나라를 칠 생각은 굴뚝 같았으나,

당시 제나라는 한창 전성기였던지라 손만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소왕은 뛰어난 인재들을 모를 생각을 했고,

여기서 곽외의 고사가 나오게 된다.

 

-곽외의 말대로 곽외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자, 그 소문을 듣고 열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이때 모인 사람들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명장 악의였다.

 악의만큼 알려지지 않은 사람 중에 바로 이번에 킹덤에 등장한 극신이 있었다.

 극신은 조나라에 있었다가, 돈에 넘어가 연나라로 왔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이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악의가 유명하기 때문에 극신에 대한 얘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연나라에 온 것도 정말로 돈을 바라고 온 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라선 조나라의 방난과 친구라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어쩌면 킹덤에서 염파 때문에 출세길을 찾아 떠난 몽오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염파, 방난 등 잘 나가는 다른 장수들 때문에 극신이 연나라로 왔을지도 모르고,

또는 조나라에서 뭔가 큰 사고를 치거나 대판 깨지거나 해서 도망쳤을 지도 모른다.

 암튼 진실은 저 너머에... ^^;;;

 

-예전 킹덤 열전 마이너리거 2탄에서 방난에 대해 킹덤의 젊은 모습과 달리,

노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했는데 극신 역시 방난과 친구였다는 얘기는 믿지 않더라도,

활약한 시대나 사건들의 연도를 생각해 보면 방난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노장일 가능성이 높다.

 암튼, 노장들은 죽지 않고 사라져 간다는 말도 있듯이, 방난과 극신이 싸워 극신은 패하고 죽는다.

 마이너리거 2탄에서 언급한 것처럼, 킹덤의 武덕후 방난과 달리, 실제 역사의 방난은 많은 경험치를 쌓고

조나라의 후기를 대표하는 장수 중 하나가 되었는데... 그런 방난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이 극신이

경험치 몹으로 사용될지 아니면 그저 이목과 방난의 조나라가 이렇게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넘어가는 썰렁한 도구가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사실, 저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이면서 이겨보이지요"라는 대사가 꽤 인상적인 게,

이런 만화 스토리를 끌어가기 위해 킹덤에선 진나라를 약화시키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시기에(사실은 훨씬 이전부터) 연나라는 조나라에 비해서 열세가 되었고,

주제도 모르고 조나라를 찔러 보다가 된통 당하고 이후 조나라에게 계속 쪼인트 까이는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다(제나라와 연나라가 서로 당하고 먹히는 일을 반복하지만, 따지고 보면 서로 제대로

얻은 것은 없이 그저 쌍방 간에 엄청난 손실만 가져왔을 뿐이다. 한마디로 둘다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면서 주저앉았다는 얘기...). 킹덤의 극신 같이 돈을 밝히는 인물이 있었다면,

연봉이 줄어드는 한이 있어도 연나라에서 나왔을 거라는 얘기다. 저 대사처럼 이목이 마음 먹고

연나라를 뭉개버리려 하지 않아도, 삽질만 하지 않으면 연나라를 상대로 조나라가

고전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나라조차 이미 진나라에게 반항하기도 어려운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이었으니...

킹덤에서처럼 열국들이 진나라 찔러 보고 진나라가 고생고생하며 막아 내고, 뭐 그렇게들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암튼 이건 좀 생각해 볼 문제긴 하다. 지금 킹덤은 전형적인 소년지 만화답게,

나오는 새로운 적들마다 다 자기는 세다고 허세병에 빠져 있는 상황인데... 뭐 좀 한다는 장수들이면

삼대천이니 육장이니 다 비웃으며 나왔다가 발리고 있으니 말이다. 장수들의 비교 대상으로 적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장수들마다 다 허세병인 것도 좀...

 원래 이미 압도적인 국력을 자랑했어야하는 진나라인데, 지금 상황만 보면 그저 열국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은 진나라이고, 진나라 정도는 쌈싸먹어 주겠다는 열국들인데, 열국들마다 이 모양이면

진나라가 무슨 수로 통일을 할 수 있을까. ^^;;;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작가 본인이 춘추전국시대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거나,

혹은 스토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지원을 받던가 담당 기자가 이쪽에 지식이 있거나 간에,

이 킹덤이란 작품의 역사 수준은 여태까지 나왔던 역사 소재의 (판타지) 만화 중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인 것 같다.

 삼국지처럼 아무나 대강의 지식을 쌓고 있는 시대도 아닌데, 등장하는 인물이나 전개를 보면

고사성어 책 하나 읽었다고 나올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금 느낀 게 극신의 등장인데,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고 할 만큼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이렇게 적절하게 끌어내서 사용하는걸 보면 정말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