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인간 냄새 물씬 나는 화통한 노인네 - 염파

베리알 2011. 4. 5. 22:07

이번  킹덤 열전의 주인공은 비교적 유명한 인물인 염파가 되겠다.

사실 뭐... 염파는 염파와 인상여 이야기가 너무나 유명해서 달리 얘기할 꺼리가 많지 않은

인물이지만, 킹덤에서 매우 흥미롭게 그려냈다는 점이나, 이 시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인물이기도 하니 언급해 보겠다. 마침 마무리도 된 것 같고...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염파란 인물이 누군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는 이 한 장면으로 알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이목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염파를 정면으로 이길 장수가

천하에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엄청난 인물이 조나라를 떠나 있는 이유는...

킹덤에서 나오는 것처럼 왕과의 불화로 인해 경질되자 그에 불만을 품어 거부했고,



그로 인해 보기 드문 성격의 내전(삼국지에 보면 지방관이 중복 임명 되어 서로 싸우고 승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수도에서 멀리 떨어질 수록 치안이나 시스템이

망가지는 게 보통이었던데다가, 삼국지의 시대 배경이 되는 후한말은 여러 황제의 난립과 혼란 등,

그야말로 보기 드문 세기말적인 말세의 시기였기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조나라의 내전은

지방관이 아니라 일국의 장군 임명이 관련된 사건이었던지라, 이런 형태의 내전은 드물다)이

벌어져 조나라의 장수인 염파와 악승이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일어 나고 말았다.



  악승의 이 대사를 보면, 일본 소년 만화(사실 대부분의 작품)에서흔히 볼 수 있는

중2병의 허세를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싱겁게 죽고 끝난 조괄에서 못다한 조괄의 묘사를 여기에 덧붙인 것 같기도 하다.

 조괄이야말로 정말 중2병의 레퍼런스가 아닐까. ^^;;;



전쟁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게서, 같은 규모의 군대로는 염파를 이기지 못 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염파의 이름은 전국급!



곧 죽을 것 같은 노인네가 무력도 무시무시하다.

몽오가 기껏 파놓은 함정을 스스로 돌파할 정도에다가,

전력(全力) 이상의 각오로 뛰어든 몽염과 병사 무리들도 파리떼 치듯 날려 버리는 위력!



주인공 신에게 왕기급의 위압감을 느끼게 했을 정도!



하지만 단순히 배틀 바보가 아니라,

그 와중에 냉철한 상황 판단까지 처리하는, 역시 시대를 풍미한 대장군!



분명히 패자의 입장이지만,

암만 봐도 승자 쪽에서 조건을 거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염파! ^^;;;



그 괴물 같은 능력은 논외로 하고,

염파는 여지껏 킹덤에 등장한 그 어떤 인물보다도 인간 냄새가 물씬 난다.



개자방과 서로 쳐다 보는 그윽한 눈빛은,

설명 없이 그냥 이 장면만 가져다 놓으면 여성향 동인지의 한장면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



신에게 금쪽같은 조언을 선물해 주고 뒤돌아 서지만...



죽을 때까지 현역이라는 패기의 노친네! 노병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작가는 염파의 이야기를 이쯤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한 것 같다.



육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조나라의 노장, 염파.

킹덤에서 몽오와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 노장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 조나라의 체면을 세워주던 영웅 중 하나 ]

-킹덤에서는 무리할 정도로 진나라를 약하게,

그리고 무리할 정도로 조나라를 강하게 그리고 있는데... 현실은 상당히 달랐다.

 착실하게 국력을 쌓아온 진나라 vs 지들끼리 맨날 싸우던 열국들의 힘은 이미 역전되어,

국력으로 진나라가 다른 열국들을 다 압도하던 시기였기에... 킹덤에서처럼 조나라가

진나라 때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열국들이 설설 기던 시기...

 그러나, 그 와중에 그래도 조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긴 했다.

 그나마 진나라 앞에서 우린 조나라다!...라고 외칠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조나라의 마지막 영웅들이었다.

 염파, 인상여, 조사, 이목 등 이들이 있었기에 조나라는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 조나라 병맛 왕들이 이어지면서도 버텼지만(사실 뭐 이 시기 진나라를 제외하면

열국의 왕 중에 쓸만한 인물은 거의 없었지만...), 슈퍼간신 곽개 덕분에... -.-;;;


-염파와 인상여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기에 생략...하려다가 간략하게만 언급해 보겠다.

 조나라의 장군으로 염파가 활약하던 시기, 조나라 혜문왕은 화씨의 벽을 손에 넣게 되는데,

진나라의 깡패(^^;;;) 소왕이 그 소문을 듣고 좀 보자고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는데...

 여기서 인상여가 등장해 화씨의 벽을 무사히 돌려받는 것은 물론, 이후 이 일로 꽁해 있던

소왕이 조나라 왕을 불러 창피를 주려고 하자 거기에 맞짱을 떠서 소왕에게 쿠사리를 준 일화는

유명하다.

 그리고 이 공로들로 인해 인상여는 벼슬이 상경에 이르는데... 전장에서 뺑이를 친 자신보다,

주둥이 잘 놀린 듣보잡이 상경이 된 것에 화가 치민 염파가 인상여가 눈에 띄면 손 좀 봐주겠다고 하자,

인상여는 알아서 염파를 피해 다니고... 이에 인상여의 부하들이 삐져서 그만둔다니까,

인상여는 진나라의 깡패 소왕이 지금 조나라를 두고 보는 것은 자신과 염파가 있기 때문이기에,

자신이 비록 창피를 당해도 조나라를 위해 염파와의 사이가 틀어져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 소식을 들은 염파가 웃통 까고 가시나무 매를 짊어지고 가서 때려 달라고 잘못을 빌자,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우정을 나눴다고 하는 알흠다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염파의 이야기를 보면 다른 역사 속 인물들과 달리 참으로 인간 냄새가 느껴진다.

듣보잡이 자기보다 벼슬이 높아지니 삐지지만 알아듣게 얘기하니 금새 잘못을 깨닫기도 하고,

왕이 자기 대신 애송이(^^)를 장군으로 삼자 삐져서 반항도 해 보고,

그래도 조나라를 그리워하며 죽을 때까지 컴백을 꿈꾸고...

 그래서 킹덤에서 그려진 염파는 사실 역사의 염파와 매우 유사하다.

 예전에 사기와 킹덤의 차이가 가장 적은 인물로 이목을 꼽았는데,

지금에 와선 염파가 그보다 더 앞순위라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역사 속 염파의 장점은 확대하고 단점은 줄여서 매우 그럴싸한 포장으로

재탄생한 게 킹덤의 염파일지도... ^^

 암튼 사기의 염파도 킹덤의 염파도 인간 냄새가 물씬 난다.

 상상해 보라. 조나라 왕이 보낸 사자 앞에서 노인네가 나 아직 죽지 않았다며

밥 통으로 먹고 고기 쌓아 놓고 먹고 갑옷 입고 말 타고 나 봐라~하고 있는 모습을. ^^

(사기에 따르면, 사자 앞에서 염파는 끼니 때마다 쌀밥 한 말에 고기 열 근을 먹어보였다고 한다)


-염파가 인상여의 벼슬을 놓고 삐졌다는 일화에 염파 이 밴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황을 알고 나면 염파가 그럴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염파는 이미 전장에서 열심히 활약을 하며 전공을 쌓아 그 위치에 올랐던 거지만,

인상여의 경우 화씨벽의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조나라 대빵 환관의 무명 식객에 불과했다.

 그런 인물이 피 터지게 싸운 것도 아니고 입 좀 잘 놀렸다고 벼슬이 자기보다 높아졌다는데,

그런 초고속 승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도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전쟁과 교섭은 누가 더 가치가 있을까?

대답은 하나마다다. 전쟁에서 아무리 승리를 해도 전쟁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절대 보편의 진리다.

 (물론, 교섭을 위한 수단으로 강력한 군대의 존재는 필수 조건일 수 있다)

 군대란? 세상에서 그 자체로는 가장 쓸모없는 집단일 수 있다.아니, 쓸모없다는 수준을 넘어서

거대한 기생충이랄까?(어디까지나 비유지, 군대를 기생충처럼 해충으로 본다는 얘기가 아니다!)

 군대는 그 자체로 무식한 소비만 한다. 거대한 인력과 엄청난 돈을 투입해 유지하지만,

그런 인력과 돈을 들이고서도 생산 활동은 하지도 않고 오로지 소비만 한다.

(얼마전 군인 폭행 사건에 열받은 사단장이 군인을 외출외박을 금지시키니까

도시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것이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도심지를 벗어난, 특히 전방 쪽에서 군생활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군대가 있는 지역의 도시들은 군인들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군인들이 쓰는 돈 + 군인 가족들이 쓰는 돈...이 사라진다면? 덜덜덜~인 것이다)

 자기만 그렇게 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더 나쁘다.

 군대의 유지에는 인력과 돈을 넘어서 사회적인 자원도 엄청나게 투입된다.

 인류 역사의 최첨단 기술의 발전은 상당 부분 전쟁들이 부추긴 덕분에 나왔고,

이런 최첨단 기술들이 아낌없이 만들어지고 아낌없이 소비되는 곳이 군대다.

 전쟁 기술의 발달에 쓰이는 돈과 노력이 사회 발전이나 복지를 위해 쓰였을 때 어떤 +의 효과가

있을지는 상상초월이다.

 하지만, 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사악한 존재인지라...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전쟁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장수들의 이야기가 주로 보이고,

전쟁의 활약과 무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별로 주목을 못 받는데...

 그 실상을 알면 놀랠 노자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믿어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겠지만, 전쟁에서 어지간히 공을 세운 장수보다,

알아서 항복해 온 유지들이 훨씬 더 대접받는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아군에 10이 있고 적군에 10이 있을 때, 둘이 전쟁으로 승부를 낸다면?

아군 지휘관이 전쟁의 천재이고 적군 지휘관이 바보여서 아군 피해가 2, 적군 피해가 8로 끝났다고 하자.

그럼 남은 건 10이 된다. 20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아군에 교섭의 천재가 있었든, 적군에 계산이 빠른 지휘관이 있었든

암튼 적군이 항복해 왔다고 하자. 그럼 20 전부가 남아 버린다.

 전쟁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필수적인 피해(살아 남았다고 다 온전한 사람들도 아니고,

전투의 과정에서 각종 파괴와 약탈, 뒷처리 등등... 10 남았다고 10 남은 게 아니다)를 생각하면

10이 남은 것보다 사실 20이 남은 게 수치 이상으로 남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전쟁의 천재와 바보의 대결을 가정한 상황이라 이 정도 차이지,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이건 뭐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차다.

 그래서 손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상이라고 얘기한 것이다.


-누가 더 명장인가...를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꽤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계속 말하지만 진나라는 착실하게 쌓은 국력 풀 데가 없어서 터져 나올 지경이었고,

그외의 열국들은 그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물고 뜯으며 서로 쓰러지던 중이었기 때문에,

초강대국 진나라의 장수들이야 뭐 신나게 뭐든 할 수 있었겠지만,

내일이 어떨지 모르는 열국들의 장수들은 그에 비하면 참 쪼들렸다.

 진나라의 맹공 앞에 수비에 치중하는 장수들 얘기가 나오지만, 사실상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초강대국 진나라의 맹공이란 건 막아내는 것만 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염파에게 맨날 지다가 제나라를 떠나 떠돌다 진나라로 온 게 몽오라고 나오지만,

실제로 그랬을지는 알 수 없다. 시기적으로 봐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래봐야 아마 조나라와 큰 전투에서 깨지고 제나라에서 더 버틸 수가 없어 다른 길을 찾았다는

정도겠지, 애송이 시절부터 계속 싸우고 깨졌다는 건 픽션이겠다.


-킹덤에서처럼 위나라 왕이 이런 거짓 공작으로 염파를 이용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해도 좋다.

전에도 말했지만, 염파는 그냥 위나라로 투항하거나 스카웃되어 간 게 아니라,

조나라에서 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내전을 벌이고 도망친 상황이다. 왕을 갈아버리겠다는

본격적인 목적만 없었지 사실상 반란으로 취급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왕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외국의 침입이 아니라, 안에서의 칼날 즉 반란이다.

 외적의 방어에 적극적으로 군사를 배치하기보다, 외적의 침입에 좀 시달려도

부하 장수에게 많은 군사를 주고 싶지 않아하는 게 일반적인 왕들의 모습이다.

 반란 진압의 공로가 전쟁의 공로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반란을 진압하는 직책이

최상급인 경우도 보통인 것만 봐도, 그리고 역적에 대한 처벌의 무시무시함이나,

각종 미신 등(예를 들어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이는 반란의 싹이라고 바로 죽인다던가...

이런 경우 그저 아기에 대한 죽임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일가나 그 지역에 대한 몰살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은 반란에 대한 왕들의 공포심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조나라 말기 왕들의 병맛짓에 대해선 사기에 나온 바보같은 에피소드 아니더라도,

별별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킹덤에서 괜히 남색 에피소드가 나온 게 아니다. ^^;;;

(물론, 진나라 통일 즈음의 열국들 중에 제대로 된 왕은 거의 없긴 했다.

진나라가 옆의 나라들 먹는거 보고선 진나라에 가서 박수 치면서 축하하던 경우도 있었으니... -.-;;;)


-킹덤에서 이목이 진나라의 동맹을 꺼내면서 연나라에 집중하고 싶다는 얘길 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조나라와 연나라는 원수 같은 사이였다. 틈만 나면 서로 찔러 대고 앙갚음 받고...


-킹덤의 작가는 아무래도 조나라, 아니 조나라의 마지막 영웅들에 대해서 꽤나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조나라를 세게 그리는 거야 당장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능력은 다 갖추고 적들 때려 잡을 거 잡으면서도 전쟁이 싫다는 이율배반적인 이목이나,

조나라를 떠난 후 인정 받지 못 하고 떠돌다 곽개에 의해 당하기까지하는 염파 대신에

인간적인 매력으로 잔뜩 무장한 채 멋지게 마무리되는 염파를 봐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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