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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와 조조의 극장용 팬픽 - 삼국지 명장 관우 (關雲長 The Lost Bladesman, 2011)

베리알 2011. 5. 19. 20:54

삼국지 명장 관우

(關雲長 The Lost Bladesman, 2011)



 기대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삼국지연의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나관중의 최대 걸작이 아닐까 싶을 만큼

호쾌한 부분이 바로 관우의 오관돌파인데다가, 그 오관돌파의 관우를 액션스타 견자단이

맡아서 한다고 하니... 이거 이거 여기서 액션을 기대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예고편도 뭐 순 액션 장면들만 넣었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헐~


 오관돌파 자체가 나관중의 소설이니만큼 그걸 그대로 따라서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재구성을 했다면 그 의미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 영화는 그저 오관돌파 부분을

관우와 조조에 대한 팬픽(원래 소설 연의에서도 관우에 대한 조조의 집착은 게이드립쳐도

될만큼 심했지만, 이 영화는 뭐 그보다 더 후끈후끈하다)으로 재구성했을 뿐이다.

 오관돌파에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이만큼 지겨운 관람은 한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런 관우와 조조가 나오고, 그외 이런 저런 등장 인물들이 나온다.

위 이미지에서처럼 완전무장(?)을 갖춘 관우는 거의 볼 수 없다.



아무리 극장 전단지가 허접한 세상이라지만 도를 지나치니 짜증이 난다.

이 오관돌파 부분은 거대한 운명을 결정 짓는 것도 아니고,

역사 속 가장 비장한 전투도 아니다. 뻥을 좀 뻥같이 쳐야 들어주지 이건 뭐... -.-;;;



제목이 명장 관우라지만, 실제로 주인공은 조조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조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조조밖에 없었다.


조조는 한때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에서 악역 보스로 그려지고

이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이 마치 실제 역사인양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희대의 간신 정도로 평가받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후로 정사 삼국지가 알려 지고 각종 삼국지 작품들에서 삼국지연의의

멋진 부분은 차용해 오더라도 조조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해서 넣는 등 여러 달라진 움직임 덕분에

지금은 꽤 그럴싸한 군주로도 평가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쓸만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의에서 그려진 나쁜 부분들은 상당수 유비킹왕짱을 외치는 나관중의 소설인 경우가 많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어떤 군주보다 군주라는 위치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제목은 명장 관우지만, 실제 내용은 명군 조조가 아닐까 싶다.



관우의 오관돌파의 희생물(?)들이다.

액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가며 스테이지마다 보스를 쓰러뜨리는 박력을 기대했는데,

그런 거 전혀 없다. 솔직히 오관돌파를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정작 오관돌파는 거들뿐인 영화같다.

오관돌파에는 포인트가 맞춰져 있지 않다.



원래는 유비의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는 관우인데,

이 영화는 유비의 다른 부인들은 조조가 미리 다 보내고,

남아 있던 관우와 유비의 첩 후보 둘이서만 오관돌파를 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두사람 사이에 로맨스를 넣었다.

결과물은? 피식~ -.-;;;



이 영화 자체가 상당히 뜬금없다. 이야기 진행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그중에서도 이 첩 후보는 수위를 달리는 뜬금없는 캐릭터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관우 보고 의를 행하라고 헛소리를 해대거나,

유비의 첩이 될 마음이 있기는 했냐고 묻고 싶을만큼 어장관리를 하고,

관우의 철저한 짐만 되는 놀라운 존재감...

후반부 관우와의 대사는 그냥 헐~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어이도 없고 뜬금없다.

마모도 마음에 안 들고 캐릭터도 마음에 안 들고...



이런 식으로 관우의 짐만 된다.

하지만 뭐 관우의 적(?)들은 그 이상으로 멍청하다.

목적은 있는데 수단에 대해선 저능아 수준의 판단밖에 못 한다.

예를 들어 관우를 죽이겠다고 덤벼들고 옆에선 여자 납치해서 도망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수작인가 싶다. 관우를 죽이고 싶으면 노병을 배치하고 함정을 파던가,

기껏 여자를 납치해서 도망칠 게 아니라 위협을 해서 관우를 무력화시키던가

빈틈을 유도하던가 해야 하는데, 이건 뭐... -.-;;;


 그렇게 오관돌파 과정은 액션도 별거 없고 과정도 참 머저리 같은 짓들만 반복해대니,

긴장도 없고 짜증만 난다.



멋대로 가져다 붙인 명장이란 말이 부끄러운 찌질한 관우다.

무려 관우라는 인물을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나 매력 없게 만들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


오관돌파까지 왔을 정도면 싸움질도 꽤 하고 전쟁도 꽤 겪었을텐데,

마치 산 속에서 글공부만 하다가 막 하산한 세상 물정 모르는 서생을 보는 듯한 한심한 대사나,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한 모순된 행동들은 짜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원래 관우란 인물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영화의 관우는 그것과 별개로

정말 이상한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그에 반해 어지간한 삼국지 작품에서는 대부분 그럴싸하게 그려지는 조조...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철딱서니 없는 관우와 첩 후보와 달리,

비교적 자기 중심을 그럴싸한 조조 레벨에서 유지시킨다.

 영화 제목이 명장 관우가 아니라 명군 조조라고 착각할 만큼 말이다.



관우의 청룡도가 대표적인 삼국지연의의 허구란 것은 너무 유명하다. ^^



그래도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점 중의 하나는 이렇게 노의 기본 활용이었다.

예전 중국 역사 작품들에선 궁병 하면 무조건 궁을 사용하는 걸로 그려졌는데,

실제로 엄청난 명장이나 정말 숙련된 특수 병과가 아닌 이상,

궁병의 기본은 노였으니 말이다.

  노는 장점이 굉장히 많은 병기다. 일단 사용에 있어서 궁과 달리 많은 숙련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숙련도에 따라 성능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궁과 달리 숙련도의 차이에 따른 성능의 변화가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궁 같은 경우 겨냥 후 대기한다는 건 매우 힘들다.

활시위를 가득 당긴 상황에서 마냥 표적을 겨냥한 채 대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활 한번 쏘고 기운 다 뺄 것도 아니고 일단 시위를 당기면 쏘기 전까지는 계속 힘을 소모하게 된다.

 노는 발사 대기 시킨 후에 겨냥을 하면 되기 때문에 겨냥의 정확도도 올라갈 뿐더러,

얼마든지 대기가 가능하다.

 전국시대 즈음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노는 한나라에 와서 더욱 발전되는데,

핵심 부품(^^)을 목재가 아닌 청동재 등으로 대체하면서 노의 힘이 더욱 올라갔다.

 학자들이 예전 기록이나 유물 등으로 유추해 볼때, 일반적인 궁은 그 큰 길이에도 불구하고

힘에 있어선 최대치가 노와 차이가 없거나 그 이하였고, 더 중요한 것은 노의 경우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지만 궁의 경우 편차가 크다는 점...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 이상의 힘을 기대할 수 없는

노와 달리 궁의 경우 정말 잘 활용한다면 신궁의 위력이 나올 수 있다지만...





 암튼 굉장히 짜증났던 영화였다.

 오관돌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들도 거의 없고(예고편에 나온 게 거의...),

 그렇다고 액션이 없어도 좋을만큼의 매력적인 드라마는 커녕,

공감 전혀 할 수 없는 철부지 막장 인물들의 될대로 되라는 진행 등등...

그야말로 그냥 관우와 조조의 팬픽 하나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일반인이 만들어서 엉망진창인 그런 팬픽 말이다.













*** 잡설 ***

-영화에서는 그닥 묘사되지 않았지만, 유비의 부인들은 (대체로) 절세미녀들이었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라스트보스의 뜬금없음은 이 영화의 어처구니 없음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삼국지연의에 보면 동탁이 멍청한 소제를 폐하고 똑똑한 헌제를 세웠다고 나오지만,

내가 보기엔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 동탁이 저능아 중의 저능아가 아닌 이상,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새 황제를 내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고로 간신이 설치기 좋은 상황은 멍청하고 무능한 왕이어야 편한 법이니 말이다.

구 왕을 폐하면서 기존 세력을 몰아 내고, 새 왕을 세우면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다는

의미라면 모를까, 왕을 꼭두각시로 놀려 먹으려는데 그 왕이 똑똑하면 좋을 게 없는 법이다.















[ 삼국지 명장 관우

(關雲長 The Lost Bladesman, 2011) ]

< 영화>

장점 - 엔딩 노래 하나만 좋았다. 끝!

단점 - 유치찬란한 팬픽을 내 돈과 시간을 써서 극장에서 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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