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연적하의 순애 러브 스토리 - 천녀유혼 (倩女幽魂 A Chinese Fairy Tale, 2011)

베리알 2011. 5. 19. 07:02

천녀유혼 (倩女幽魂 A Chinese Fairy Tale, 2011)



뭐, 설명을 한다는 게 이상할 것 같은 전설의 작품 천녀유혼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현존하는 중화권 최고 미녀인 유역비를 주인공으로 해서 나온다고 했는데,

딱히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리고 개봉 후 혹평 퍼레이드가 예상대로였는데...


 그래도 어쨌거나 천녀유혼의 리메이크이고, 유역비 주연이니 볼까 해서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괜찮은 리메이크였다. 말에 주의해야 한다. 괜찮은 영화가 아니라,

괜찮은 리메이크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뭐,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 마음에 들긴 했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리메이크란 점에서, 여러모로 최근 개봉한 옥보단3D와 비교가 안 될 수가 없겠는데...

어떻게 보던 간에 상대조차 되지 않을만큼 옥보단3D가 딸린다. ^^;;;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리메이크로서는 꽤 그럴싸하다.

 생각해 보자. 리메이크라고 하면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아니면 새롭게 재구성하거나다.

과연 천녀유혼 원작(천녀유혼 원작이라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1987년의 천녀유혼 1편을 말한다.

천녀유혼 자체가 중국의 요재지이에 있는 기담을 소재로 만든 각색이고,

1987년 Ver.이 최초가 아니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줄줄줄 나왔다)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하다. 왕조현 대신에 누군가를 섭소천으로 넣을 수는 있겠지만,

장국영 대신에 누군가를 영채신으로 넣을 수는 없다. 일단 뭐 미모도 미모이고,

장국영은 아직 빛나던 시절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라져 버렸다.

빛나던 시절에서 멈춘 전설을 상대로 이길 방법은 없다. 때문에, 원작 그대로 재현한다는 건

처음부터 미션 임파서블인 것이다.

 그럼 나머지는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인데... 천녀유혼2011은 이 방법을 택했다. 그것도 꽤 효과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한다고 해도 장국영의 영채신을 누군가는 맡아야 하고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아저씨로 화제가 되었던 시절의 원빈이 온다고 해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전설의 역할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아예 그 전설을 버려서 부담을 벗어 던지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원래 주인공이었던 영채신을 조연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이야기의 촛점을 영채신이 아니라,

연적하로 옮겨와 버린 것이다. 캐스팅을 봐도 영채신은 아예 장국영과의 경쟁이나 재현은 생각도

안 한듯 이상한 녀석으로 때워 버리고, 대신에 연적하 자리를 고천락이라는 거물로 채웠다.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이 영화는 구태의연이나 단순한 원작의 재현을 벗어나,

2011판이 가지는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리메이크로서는 일단 합격점이다. 그러나 영화로서는...음? ^^



시놉부터 완전히 다르다.


 영화와 별 관계는 없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오른쪽 끝의 하빙이란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누가 봐도 하설풍뢰에게 연심을 품은 소녀...로 보이는데,

전단지에 보니 사촌동생이란다. 확실히 '하'설풍뢰와 '하'빙을 생각해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사촌오빠를 향한 연모가 숨어 있는 것일까? ^^;;;



  영채신...

 원래 원작에서도 민폐랄까 좀 사고뭉치인 점이 있기는 했지만,

장국영이란 배우가 연기함으로서, 대체로 영채신이란 캐릭터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쪽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르다.

 외모부터 이미 보호본능따위는 실종시켜 버리는 이상한 밉상인데다가,

하는 짓은 민폐로 가득한 멍청이다.

 섭소천♡연적하에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전설과의 경쟁을 아예 포기하기 위해서

감독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정면 돌파 승부수가 아니었을까?...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원작에 비해서 역할의 비중이 팍 줄어버린 영채신이다.

 비중은 줄었는데, 부정적인 측면은 크게 부각되어 꼴보기 싫은 캐릭터가 되었다.



  연적하...

 원작에서는 나이 자실만큼 자신 노인네 퇴마사였는데, 여기선 쌩쌩한 미남자로 나온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그냥 있는 게 아니란걸 보여주듯, 섭소천과의 로맨스가 추가되는 것도 모자라,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로 엄청난 신분상승을 했다.

 원작만 생각하고 영채신♡섭소천의 러브 스토리만 기대하고 가면 대실망한다.

 원작과는 다른 리메이크로서, 연적하♡섭소천의 러브 스토리를 기대하고 가면

예상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위 사진의 미남자가 사랑에 괴로워하며 망가져 요런 털보 아저씨가 되는데...

그래도 잘난 놈이다. ^^



남성 -> 여성으로 변화된 만큼(원래 나무요괴가 남성이면서 여성성을 갖춘 아수라백작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성이면서 남성성을 갖춘 느낌으로 달라졌다) 나무요괴의 대사나 하는 짓 등등도 큰 변화가

있다. 더 악랄하고 야비하고 쪼잔하고 지독해졌다랄까. ^^;;;


 섭소천... 원작과의 차별화를 크게 드러내는 인물 중 하나다.

 보다시피 워낙에 로리 페이스인지라, 원작에서 청초함과 함께 성인 여자로서의 위험한 매력을 갖춘

왕조현의 섭소천과 달리, 천진난만한 소녀 느낌이 강하고 사이 사이에 가끔 보이는 유혹의 매력에선

왜인지 원조교제 느낌까지 느껴질 정도로 유역비의 섭소천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긴다. ^^;;;



배우도 마음에 안 들고, 하는 짓도 하나같이 밉상인데...

섭소천과 하룻밤도 보내는 등 혜택은 혼자 다 보는 얄미운 캐릭터, 그것이 바로 2011판의 영채신이다.



원래 퇴마사로서 활동하던 연적하에게 죽을 뻔하지만,

미모에 끌린 연적하가 살려주고, 이후 연적하와 섭소천이란 관계 즉, 퇴마사와 요괴로서의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지만 인간과 요괴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 하고 둘다 괴로워하다가...

 그런 괴로움을 보다 못한 연적하가 섭소천의 기억을 없애 버리고 자신은 방탕한 퇴마사로서

난약사 일대에서 요괴들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섭소천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던 연적하...


 그런 연적하를 옆에 두고,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지만 새 남자랑 저러고 있으니,

저 꼴을지켜보며 "내가 네 애비애인이다!"...라고 외치지도 못 하는 연적하의 가슴은...



캐스팅 소식을 듣고 왕조현과 스타일은 전혀 다르긴 해도,

현 시점에서 섭소천을 맡을 배우는 유역비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니 예상보다 더 괜찮았다. 왕조현과 차별화도 확실하고...

 


예상보다는 괜찮게 유역비만의 섭소천을 만들어냈다는 것이지,

왕조현의 섭소천보다 좋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물론, 유역비의 섭소천 훌륭하고 현존 중화권 여배우 중에 섭소천 맡을 사람 유역비 말고는 없다는 것도

확실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무리 로리 페이스로 위험한 매력을 풍겨도

왕조현의 섭소천과의 사이엔 깊은 강이 존재한다.



바로 이렇게!!!

극장에서 천녀유혼2011을 보고 나올 때는 생각보다 유역비의 섭소천도 좋고,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왕조현의 섭소천에 근접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천녀유혼을 다시 돌려보고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25년 정도... 헉!) 수많은 매체에서 울궈먹던 장면이지만,

울궈먹을 만한 장면이니까 울궈먹은 거다.

이런 식으로 천녀유혼1987에선 섭소천의 인상적인 장면들이 존재하지만,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섭소천짱!...이란 건 당연하다. ^^;;;) 2011판은 다르다.

 이런 장면을 상대하기 위해 일부러 잡은 듯한 환상적인 유역비의 얼굴들이 물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심지어 입을 살짝 벌리고 자는 귀여운 색기 충만한 장면까지도 천녀유혼1987의 왕조현의

장면들에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2011판이 괜찮은 리메이크라고 했지만, 영화로서 안타까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적하의 부각, 영채신 민폐꾼...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둘 사이에 위치한 섭소천의 균형에 실패하여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에서 인상적이지 못 한

어장 관리녀만 남았다고나 할까.


 암튼 1987판과 같은 애절함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유감이었다.

 물론, 고천락의 연적하에 심하게 몰입해서 그 애절함에 가슴 아프긴 했지만,

그런 중요한 순간에도 영채신과 어장 놀이하는 섭소천을 보면서 그 애절함조차 씻겨가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물론 이런 섭소천의 위험한(!) 장면도 없고...



이런 전설의 장면도 없다.



원작이 갖춘 유머가 실종된 것도 아쉽다.


이런걸 동양화의 여백의 미라고 해야 하나? 예전 중국(홍콩? ^^;;;) 영화에선

적절한 유머의 배치가 영화의 매력을 더해주었는데, 이번 2011판은 그런 유머가 없어서 아쉬웠다.

 부패기 일상화가 된 썩은 관리, 민초들을 괴롭히는 시스템, 귀신보다 인간이 무섭다는 진리 등등...

천녀유혼1987이 지니고 있던 다양한 여백들이 실종되어서 영화는 심하게 남녀의 정분만이 강조되는데,

그래놓고도 정작 그 사랑에 대한 아련함에 있어서 천녀유혼2011 쪽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또한, 섭소천의 여러 정체성도 제거되었다.


쓰으윽 날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저렇게 천을 날려 공격하거나 조종을 하는 등의 섭소천 어빌리티도 제거되었다.


 1987판의 섭소천하면 떠오르는 게 한둘이 아니지만,

2011판의 섭소천하면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원작과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정말 필요한 부분들도 같이 버린 것은 아닐지...



특히나 이런 애절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도 아쉬움이다.

모방해서 카피할 것까지는 없더라도,

2011만의 무언가를 위해 노력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특수효과도 차라리 아날로그의 결정체였던 1987판이 좋았던 것 같다.

2011판은 CG는 여기저기 쓰이는데 그닥 인상적이지도 않고,

내가 감상한 극장의 문제인지 사운드가 힘이 있는게 아니라 시끄럽기만 해서,

더욱 더 특수효과에서도 2011판에 매력이 없던 것 같다.


 보통 보면 중국쪽이 사운드 오버질을 좋아한다.

 뭔 얘기인고 하니... 미쿡이나 유럽에서 고전 영화 리마스터링이 나오면,

사운드가 5.1Ch로 리마스터링되어도 5.1Ch이구나...할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재구성을 하지만,

중국(홍콩? ^^)쪽에서 고전 영화 리마스터링이 나오면 스펙은 삐까번쩍하게 넣지만,

내용물은 완전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5.1Ch의 티를 낸다. 전체적으로 완벽한 5.1Ch를 구현하지는

못 하면서, 특정 장면들에선 5.1Ch이라고 스피커마다 써붙인 느낌...

 암튼 그런 게 그쪽 스타일인지 중국쪽 영화의 사운드를 보면 오버스러운 경우가 많다.

천녀유혼2011도 사운드에 강약 조절은 없으면서 무진장 시끄럽다. 몇몇 5.1Ch의 서라운드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사운드가 괜찮은 부분도 있지만, 암튼 보다가 머리 아플 정도로

이상하게 짜증 나는 사운드...

 특수효과도 그것과 비슷하다. 적당하다기보단 오버스러운 과유불급?

 특히 짜증 나는 건 섭소천에게 요괴의 얼굴을 씌우는 장면들이다. 씌우려면 좀 이쁘게 씌우던가,

기껏 캐스팅한 절세미모의 배우에게 왜 그렇게 흉칙한 얼굴을 붙이는지?

 예전에 본 렛미인 헐리웃판과 비슷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이상한 CG로 미모를 가려서

괴물로 보이게 하는... 괴물로 보일 필요가 전혀 없고, 또 괴물이라고 해도 이쁜 괴물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꼭 그렇게 나 CG 쓸 수 있다고 외치는 듯한 유치함이 안깝다.



단점만 주르륵 썼지만, 2011판도 의외로 섬세한 장점이 있다.

이런 요괴들의 경쟁 구도라던가, 숲에서 헤매는 장면, 연적하의 버릇이나 연적하의 볼일(!) 등등...

의외로 1987년에서 따온 장면이나 설정 등이 (알아볼 수만 있다면) 천녀유혼 팬들을

그나마 즐겁게 한다. 그나마...



 리메이크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영화로서 결과물은 아쉬움이 많다.

 그 시절 영화들이 갖는 여백의 미도 실종되었고, 언제 어디서도 미모가 빛나던 섭소천 대신에

때와 장소에 따라 괴물도 되는 이상한 섭소천이고...

 과연 이 영화가 천녀유혼이라는 전설이 시리즈도 리메이크할 수 있다는 한발짝이 될지,

역시 천녀유혼이란 전설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확인이 될지는 두고봐야겠다.







 


 

 



*** 잡설 ***

-원래 빌빌한 소시민이었던 영채신과 달리, 2011의 영채신은 무려 국가의 관리다.


-번역이 그 유명한 홍주희... 번역은 역시나 영어 자막을 보고 했나 보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중국어 배우는 인구가 크게 늘었음에도 중국 영화 번역은

원어의 자막을 보고 한국어로 바꾸는 게 아니라, 대부분 중국어 -> 영어...의 과정을 거친

영어 자막을 보고 다시 한국어로 바꾼다. 즉, 중국어 -> 영어 -> 한국어...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어권 영화(또는 일본을 제외한 비영어권 영화)들의 번역을 보면 뭔가 좀 어색하고 이상한

경우가 많다.

 이번 천녀유혼도 결정적인 포인트를 내가 집어내지는 못 하겠지만(난 중국어 전혀 모른다),

역시나 작품 내내 뭔가 이질적이고 낯선 느낌이 있기는 했다. 호칭이나 자잘한 부분을 지나치게

생략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아쉬운 점...


-도대체 마지막 장면에 영채신의 얼굴 클로즈업하는 건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뭐 이쁘지도 않고 감동도 없고...


-사탕(뭐, 그 시절에는 나름 귀하긴 했겠지만...)으로 아이들을 꼬셔 유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탕으로 요괴를 꼬셔 유혹하는 시절이라니! (^^;;;)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 숨겨진 장면은 없음.


-영어 제목이 Chinese Ghost Story가 아니라, Chines Fiary Tale이다.

단순히 중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한다.

천녀유혼1987이 기본적으로 우리식 전설의 고향류의 귀신물이었기에,

웃기는 와중에도 공포적인 분위기와 연출이 있었다면,

천녀유혼2011은 전설의 고향이라기보단 동화 느낌이라고나 할까.

공포적인 분위기도 전혀 없고 그런 연출도 없다시피 하다.













[ 천녀유혼

(倩女幽魂 A Chinese Fairy Tale, 2011) ]

< 영화>

장점 - 섭소천 배역에 도전할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여배우, 유역비의 확인. / 연적하의 순애보

단점 - 맛이 달라도 너무 다른 천녀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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