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누구에게나 있었던 눈부신 나날들 - 써니 (Sunny, 2011)

베리알 2011. 5. 4. 21:28

써니 (Sunny, 2011)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게,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면서였다.

 뭔가 80년대스러운 분위기 물씬 나는데다가, 이쁜이 미소녀들이 여럿 나와서

재롱(^^;;;)을 부리는 장면들이 나오는 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느꼈다고나 할까.

 개봉날이 슬슬 다가 오고, 들려오는 시사회평은 맙소사 상당한 걸작이 나왔구나싶었다.

평론가들마다 어찌 그리 호평인지... 그래서 오히려 살짝 불안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지만

(평론가들이 줄줄이 호평하는 영화치고 그닥 재미 있는 경우가 없었다. 차라리 평들이 갈리는

쪽이 더 나았다) 그래도 어쩌랴 보고 싶은 영화이니 기대치 줄이고 달려가는 수밖에...

 뚜껑을 열어 본 결과물은 허걱!!! 이거슨 이거슨 감동의 도가니탕!!!

 단 한가지 제약은, 이 영화의 진국맛을 느끼려면 초등학교 시절의 사람으로선 불가능하다는 것...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누구에게나 Sunny란 말이 어울릴 그런 눈부신 나날들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별볼일 없다고 해서 그런 눈부신 나날이 없으리란 법은 없고,

지금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무슨 재벌같은 귀족 생활을 즐기지 않는 이상은,

저런 눈부신 나날들에 대한 추억은 아무래도 학창 시절이 아닐까 싶다.


 그 당시에는 지겹고 짜증나던 시절이었을지 몰라도, 지나고 보면 그 시절만큼 눈부신 나날도 없다.

 단순히 그 시절에는 잘났었다는 코미디 얘기가 아니라, 현실의 제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저 시절... 희망과 가능성을 그래도 가져볼 수는 있던 그런 시절... 인간 관계의 굴레가 조금이라도

덜 씌워져 있던 그런 시절, 별 볼일 없어 보일지언정 정말로 빛나던 나날이다.


(이 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어린 나미와 성인 나미의 대비를 통해 나온다.

어린 나미는 친구들, 그러니까 써니와 관련된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하지만, 그 감정마저 숨길만큼 나미와 써니는 하나였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누군가의 부인이 되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 나미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친구의 부탁으로 그때의 써니 멤버들을 모으자는 제안에

성인 나미는 남편과 딸을 돌봐야 한다는 말부터 꺼내며 거절하려고 한다.

 사실, 어린 나미가 잘했고 성인 나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건 아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힘든 일이다.

 자신이 원치 않아도 인간 관계의 굴레에 심하게 속박되어야 하며,

그 굴레는 점점 커져서 이윽고 나라는 정체성조차 버려야 할 때도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로 본 학생의 굴레라는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며 그것이 특권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그 특권을 모두 잃어버리고 진정한 굴레들에 깔려서 괴로워할 지경이 되어야

깨닫게 되는 슬픈 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과거는 써니, 현재는 시궁창 이렇게 말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써니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는 것... (물론, 영화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커다란 도움을 거치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을 깨닫느냐 못 하느냐랄까?


아역...이라고 하긴 좀 뭐한가? ^^;;;

어린 배역과 성인 배역의 싱크로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캐스팅 단계에서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고,

이후 각본에서 촬영까지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이 싱크로율을 맞췄을 것 같다. 진정 예술이다. ^^



이것야말로 그때 그 시절? ^^

지금과 달리 저 시절에는 무조건 저런 강렬한 원목색이 대세였다.

내부 계단도 자주 볼 수 있었고...

디자인들은 보다시피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 시절의 그 느낌이다.


 이 사진에서 에러가 있다면 인물들의 패션이 너무 배바지가 아니라는 점

(지금 기준에서 본다면 웃길 정도로 올려 입는 게 기본이던 시절...)과,

냉장고는 비교적 그 시절 느낌을 냈지만, 옆의 부엌 인테리어가 너무 깔끔하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이 사진의 해상도로는 구분이 안 되지만 오른쪽 하단 콘센트 모양이 220v짜리로 보이는데,

이 시기라면 아직 일반 가정에서는 110v형 콘센트, 그러니까 11자가 보여야 할 것 같다.

 또한, 극중에서 현재에 과거의 비디오 영상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대형 평면 TV에서 봐줄만한 화질로

와이드 화면을 가득 채운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써니 시절에 개인이 캠코더를 가지고 있는 비율도 극소수였는데, 거기다가 와이드?

 게다가 그 화질이 꽤나 좋았다. 해상도만 생각해도 DVD를 능가? ^^;;;


 아무렴 어떠랴. ^^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아줌마들이 모여서 이런 즐거운 시간을 보애기도 하고...


척 봐도 시대 구분이 확연히 될 정도로 화면 구성이 다르다. ^^



배경이 정말 예술이다. T T



이런 커다란 옷과 머플러(마후라!), 쥐 잡아 먹은 입술... 크아~ ^^


단점을 위에서 얘기하긴 했지만, 영화의 디테일은 상당한 수준을 넘어선다.

어린 나미가 지나가는 길거리에 mymy가 써져 있는 가게나,

LG는 알아도 금성은 모를 사람들이 많을 Goldstar,

(옛날에는 금성과 럭키금성이 있었는데... 럭키금성의 머릿글자를 딴 LG가 오히려...)

어린 나미가 입에 물고 있는 쫀득이인지 쫄쫄이인지 등등...


 지금은 각종 마약까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시절만 해도 본드가 그런 위치에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성인에게만 파는 물품들, 예를 들어 술이나 라이터 부탄 가스 등이 있는데

이 시절에는  그런 제약이 없어서 아이들이 어른들 술 심부름을 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암튼 그래서 본드를 마시고 일이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었고, 규모나 사안이 클 경우

언론에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예전에 한지붕 세가족의 유명한 아역 배우가

친구들과 본드를 마시고 여학생들을 @#$%^한 일로 나라가 시끌했었던 적도 있다.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정말 열심인 배우들...


4교시 추리영역인가? 뭐 이런 영화가 있냐고 평가받는 그 영화의 주연이었던 강소라양은,

그때 미모도 보이지 못 하고 그저 볼륨 몸매만 보였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한(?)을 풀려는 듯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확실하게 활약을 해준다.



심은경양...

미쿡에 다코타 패닝이 있다면 한국에는 심은경이 있지 않을까? (대충 같은 나이다. ^^)


로맨틱 헤븐에서도 그렇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가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보는 사람을 참 몰입하게 만든다. 출연작을 볼수록 한국 영화의 기대주로 성킁 성큼 자라는 것 같다.



조용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실제로 써니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캐릭터인 수지의 민효린양.


작정하고 연출한 듯, 민효린양 혼자 다른 차원의 존재로 보인다.

캐릭터가 캐릭터인지라 연기도 잘 어울렸고... 찾아 보니 86년생 헉! ^^;;;


 민효린양은 가수 활동도 했었고 드라마도 했었고... 크게 히트를 치지 못 해서 안타깝다.

 당시 두가지 Ver.으로 발매되었던 민효린양의 CD는 둘다 구입! ^^



싱크로율이 정말 죽음이다.

캐스팅부터 각본, 연출, 연기까지 모든 게 파이날 퓨전~



포스터나 관련 사진 등을 보면 어린 배역과 성인 배역이 다 나오지만,

유독 민효린양의 수지 배역만 성인 배역이 안 보이는데... 나름대로 의도한 바다.


 성인 수지로 나오는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국딩 세대일 테고,

그동안 잊고 있었다고 해도 그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지 정도의 포스를 가졌던 아이가 자란다면 그 정도 포스는 가지겠지!...하고 납득할테니까.

 

 이 영화를 보러 온 어른 세대를 위한 감독의 깜짝 선물이 아닐까. ^^



대형 무대 인사...? 역시 수지 역의 성인 배역만 안 보인다.



원래 수지Ver이 아니라, 나미Ver의 사진이 나와야 하는데,

다음에는 그 스틸컷이 없었다. ^^;;;


이 장면 역시 알만한 사람만 알 수 있는 명장면이다.

남자가 가만히 소녀의 뒤로 다가와 헤드폰을 끼워 주는 장면의 원래 장면은 아래와 같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바로 전설(?)의 영화, 라붐의 명장면이 되겠다.


리즈 시절...이라고 하기도 뭣한 어린 소피 마르소가 빛나던 작품으로,

이 순간 여기서 사용된 노래까지 그대로 써니에서 차용했다.


 라붐과 이 노래, Reality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느낄 것이다. 써니 영화에는 그런 장면이 참 많다.


 그러고보니, 라붐과 써니에는 비슷한 면들이 좀 있다.

 이런 장면도 그렇지만, 주인공이 낯선 곳으로 전학 와서 벌어진다는 점도 그렇고,

잘 생긴 남학생을 보고 뿅 간다는 점도 그렇고... ^^;;;


 라붐... DVD는 그냥 아쉬운대로 디지털 매체니까 봐줄만 했었는데,

프랑스에서 출시된 블루레이를 보고선 충격의 감동이었다.



참 이쁘게들 모인 사진이라 그냥 넣어 봤다. ^^



대체로, 감독들은 데뷔작을 보면 이후가 보이는데... 요 감독 역시 그런 것 같다.

과속스캔들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써니로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단번에 기대주 감독으로 우뚝 서버렸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점을 말하기에는 이 영화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보통 별개로 다루는 것과 달리, 유기적으로 연결된 마치 표리일체의 동시 진행을

보는 듯한 연출이 예술의 수준이었고 환상적인 캐스팅과 연출은 감동스러울 지경...

 대표적으로, Touch by touch가 흐르는 장면에 절묘하게 시위대와 진압대,

써니와 소녀시대를 배치한 장면은 크윽! ^^


 그래도 단점을 얘기해 본다면 축제 사건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라는 것.

 그 시절과 현실과의 단절을 가져 오는 대사건인데,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이상 잘 어울리는 것도 없을 듯 하다. 그거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성적인 범죄나

조폭영화 단골 장면인 피떡 되는 주인공들 나와야 할텐데 그런 것들 보다야 뭐...


 암튼 사전 정보 제로로 보면 더욱 좋고,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의 세대를 위한 정중한 선물 같았던 영화였다.













*** 잡설 ***

-비슷한 시대를 다루었던 위험한 상견례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OST CD가 발매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


-민효린도 이쁘고 강소라도 이쁘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써니의 라이벌 조직인 소녀시대의 리더!!!

 그 리더가 누군가하면 바로 김신아양으로... 가루지기의 그 달갱이를 맡았던 처자다.

 가루지기 때부터 응원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잘 안 풀렸던 모양.

 그동안 엉뚱하게(?) OST등에서 노래도 부르던데, 암튼 이번 써니로 제대로 좀 풀려보길 기대한다.

 미모면 미모, 역할이면 역할, 개그면 개그, 암튼 제일 마음에 들었다. ^^

(그래도 참 너무한다. 다음의 써니 영화 이미지 중에 어떻게 김신아양 나온 게 하나 없나?

그 정도 비중이면 좀 있어야지. -.-;;;)


-수상한 고객들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지 싶었던 엔딩이지만,

써니의 엔딩은 그걸 능가한다. 그래도 제목처럼 Sunny하게 끝나려면 그래야지? ^^


-어른 나미의 여고생 딸 역할의 배우... 누군지 모르겠지만, 왜인지 이런 역할만 맡았던 것 같다.

한창 반항기에 지지리도 밉상인 캐릭터. 이번 작품도 뭐 후반부 좀 개선되지만 역시나...


-화질은 최신 영화임에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조선명탐정이나 평양성이 등이 꽤 좋았고, 그외의 영화들도 화질들이 괜찮았는데,

근래 본 한국 영화 중에서 화질은 가장 안 좋은듯...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지, 써니 화질이 형편없다는 야그가 아님~


-영화에선 비록 좋게 넘어간 듯 싶지만,

심각한 사회 문제인 청소년만능주의가 여기서도 드러났었다.

 사실상 먼저 폭력을 휘둘러서 기회를 제공했고, 나중에도 서로 맞주먹질을 했는데도

경찰차에 실려 가는건 어른들뿐...

 교육이나 갱생의 기본은 용서와 관용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가 어떤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무게가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안 그러니까 이렇게 개판이지.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유머로 사용되었는데...

바로 개신교의 전도 행위가 이야기 진행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거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개신교 천하가 된 지금 세상에서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 버렸지만...


-엔딩 크레딧 후에 쿠키 없음.


-감독이 의도하고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국딩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이라면 그 사고(!)에서 예전 조용원 사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 같다.














[ 써니 (Sunny, 2011) ]

< 영화>

장점 - 국딩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감동 3배, 재미 3배!!!
단점 - 초딩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촌스런 시절 나오는 좀 웃긴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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