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이도 저도 아닌 페티시 영화 - 써커 펀치 (Sucker Punch, 2011)

베리알 2011. 4. 6. 15:29

써커 펀치 (Sucker Punch, 2011)


 사실 포스터를 보고 이렇게 기대를 했던 경우도 드물었다.

극장에서 나오다가 한쪽 벽을 장식한 커다란 포스터에 여배우들이 저런 코스츔으로

한판 판타지 액션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는 그 자체로 강렬한 페티시를 뿜어 냈으니까.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후 나오는 평들은 처참했는데...

 그리하여 기대치 제로에서 직접 확인했다. 결과는...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초중반까지는 이거 정말 물건 하나 나오겠구나 싶었고, 왜들 그렇게 악평을 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초중반을 지나면서 이제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고... 엔딩까지 보고 나니,

정말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짜증이 났다.

 이 좋은 소재와 배우들,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도 결과물이 이뭥미!

 확실히 감독이든 각본가든 겸임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것 같다.

 그동안 영상빨 감독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였지만, 그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인지

이번에는 각본까지 해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는데... 밑천까지 다 털어내고도 사채 쓴 것 같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극장에서 한쪽 벽면을 이 이미지가 가득 채운 걸 본 게 첫만남이었다.

정말 기대치라는 말을 넘어서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저 상상만 하던 그런 영상이 지금 눈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괴작들은 논외로 하고...) 이런 게임 속 여전사들의 영화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미니스커트의 세라복에 미소녀, 검과 총, 거대한 사무라이 등등...

포스터만 봐도 막 두근두근 거리게 만들었는데, 영화는 딱 여기까지만 그 두근거림에 보답했다.

그 이후로는 정말 영 아니올시다로 간다.



베이비돌...

누가 봐도 덕후들을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코스츔이다.

특히, 교복을 베이스로 한 짧은 옷들에다가,

일명 황금분할이라 불리우는 무릎 위로 오는 양말(스타킹? ^^;;;) 니삭스에 미니스커트 사이로

살짝 보이는 허벅지 부분은 쓰러지게 만든다.


 베이비돌이란 캐릭터가 단연 눈에 들어왔다.

 외모에서도 다들 한몫씩 할 것같은 강인한 이미지의 동료들과 달리,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만드는 연약한 이미지에다가, 남자를 사로잡는 비밀스러운 춤 능력,

감싸주고 싶은(!) 입술 등등... 내 취향이 미녀들은 안 나왔지만서도, 베이비돌의 위험한 매력에는

끌릴 수 밖에 없었다.


스토리의 발단은 다소 황당할 수 있는데, 계부에 의해 어머니가 죽게 되고(직접적인 묘사나 언급은 없지만,

계부의 썩소나 분위기를 보면 어머니의 죽음은 계부짓 혹은 계부가 개입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기다리던 유산을 받으려고 보니 유산은 전부 두 딸들에게 준다는 유서에 열받은 계부가

두 딸들을 강간하려 들고 주인공은 동생을 지키려다가 결국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현실을 벗어나 환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고 거기서 베이비돌이라 불리운다.

이 환상의 세계는 단순한 정신 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 간판을 단 매춘업소!

(심지어 주인공의 기억을 없애려 수술을 하러 의사가 5일 후에 오는데,

환상의 세계에서는 주인공의 처녀를 강탈하기 위해 어떤 인물이 5일 후에 온다는 식이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동료들을 모아 탈출을 계획하게 되고, 탈출을 위한 준비로 필요한 아이템을

하나씩 얻는 걸 목표가 세워진다. 이 아이템들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베이비돌은

그 환상의 세계에서 다시 더 깊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포스터나 예고편 등에서 보이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현실 - 매춘업소의 베이비돌이 사는 세계 - 전사로서 베이비돌과 동료들이 활약하는 세계

...의 세계 구성은 꽤 흥미롭다.

 보는 남자들을 흥분시키는 베이비돌의 춤을 직접적으로 화면에 보여주지 않고,

그 과정을 베이비돌과 동료들의 싸움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무 흥미로웠다.


  첫번째 싸움까지 봤을 때는 속으로 평론가들을 씹고 있었다.

 아니, 별별 영화들(평론가들이 좋아할 감독이나 배우들의 작품?)에선 정말 별별 이유를 들어

영화를 포장하고 감독이나 원작자도 모를 자기들만의 해석을 내놓기도 하고,

참 같잖은 이유들로 쉴드까지 쳐주면서, 이런 흥미로운 겹환상의 세계에 대해선

왜 그리 악평들이야?...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서 아!...싶었다. 쳇! --+



주연들 중 가장 안습의 주인공이다.

저런 훌륭한(!) 복장으로 열심히 액션을 펼쳐주면 좋았을텐데,

헬기를 모는 등 주로 백업으로 활약하느라 비중도 적고 화면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나온걸 보면 액션을 할 수 있는가 본데,

도대체 왜 그렇게 꽁꽁 백업으로 묶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베이비돌에게 도움을 받은 뒤 베이비돌의 위험한 계획에 동참하는 로켓...



그리고 로켓의 언니 스위트 피.

마치 갑옷 기사를 연상시키는 코스츔인데, 실제로는 뭐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총질만... -.-;;;



정신병원에서 매춘업소의 가상 세계로 점프한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 상태에서 베이비돌의 춤을 통해 또한번 이런 대결의 가상 세계로 점프하는 건 놀라움이었다.


 베이비돌이 난데없이 미니스커트 세라복을 입고 이런 가상의 세계에 나타나,

무기들을 받고는 저런 거대 사무라이들과 대결을 펼치는 첫대결을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꿈꿔오던 미소녀 액션이 실사 영화로 스크린으로 펼쳐졌기 때문에!

 액션 자체도 언월도에 저런 캐틀링에 일본도가 차례로 나오며 참 우와~할만한 장면들만

펼쳐졌기 때문에 간만에 물건 하나 나왔구나!...하고 속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건 첫대결뿐이었다.

이후로는 그저 우중충한 가상의 세계, 그것도 1차 세계대전 분위기의 요상한 세계에서

우중충하게 뛰어 다니니 실망감이 컸다.



도대체 이런 가상의 세계에서까지 무작정 총질을 봐야할 이유가 뭘까.

그렇다고 총질 액션이 무슨 이퀼리브리엄이나 언더월드급이었던 것도 아니다.



굳이 이런 복장들 입혀 놓고 총질로 낭비했다는 생각이 강할만큼,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소문난 잔치에 볼 거 없다는 느낌이다.

 대형 탄피 날아 다니는 장면 정도를 빼면 참 이렇다할 것도 없이 심심했다.



그저 총질이다. 이런 참호 분위기에서도 총질이고...



용이 잠자는 판타지 분위기에서도 굳이 총질이다.

총질 액션도 언더월드나 이퀼리브리엄처럼 이렇다할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식하게 계속 쏴대고 쏴대고 쏴대기만 하는 그런 무의미한 물량뿐.



용의 등장도 참 싱거웠다.

이미 드래곤 길들이기의 용의 움직임을 본 다음인지라,

이렇게 미적대는 어색한 용을 보면 실소가 나올 분...



이 포즈 너무 좋아하는 잭씨... ^^;;;



이 영화의 (그나마의) 포인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베이비돌이다.

베이비스러운 체형에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마스크,

그러나 이율배반적인 페티시 의상들에 유혹적인 입술의 이율배반적인 유혹은 장난이 아니었다.


 에밀리 브라우닝... 성형인지는 몰라도 마스크는 어릴 때에 비해 역변한 것 같긴 하지만,

입술의 포스는 여전히 간직한 채 큰 것 같다. ^^



나도 영화감독이나 할 걸 그랬나?

여배우들 데려다가 저런 의상 입혀서 이런 액션 영화 찍어 보게... ^^;;;





 첫번째 대결 이후부터 영화는 힘을 잃는다.

 기대치를 한껏 높인 첫번째 액션과 달리, 이후의 액션들은 그저 지루한 총질뿐이다.

 스토리 역시 짜증만 난다. 액션이 유쾌상쾌통쾌한 것도 아닌데, 스토리를 참 찌질하고 궁상 맞고...

액션 영화인데도 풀 길이 없는 꿀꿀한 우울함만 계속 쌓인다.

 마무리로 오면 이건뭐 나랑 싸우자는 거임??...이다.

 영화 내내 화끈한 맛이 없이 꿀꿀했으면 엔딩이라도 좀 잘 만들던가,

오그라들게 우울한 마무리에다가 중2병에 걸려서 쓴 것같은 나레이션 대사는 짜증x100이다.

 

 죽을 짓을 한 놈들을 죽이고 복수하는 시원한 내용도 아니고,

피해자들이 발버둥치다가 줄줄이 죽어 가고 망가지는 우울한 내용... 짜증이다.

 그렇다고 그런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할 화려한 액션도 없다.

 액션도 그냥 어둡다(영화 배경 색깔이나 밝기도 어둡다). 그냥 무식하게 총질만 해서 지겹다.


 혹평이나 악평이 당연하다.

 잭 스나이더는 허세 좀 고치고 무의미한 액션을 지양하는 걸 배워야 한다.

 어떻게 된 게 액션도 이렇게 퇴보한 느낌이라니, 참...


 그래도 영화도 별로고 그닥 내 취향의 처자들만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쓸만한 첫번째 액션과, 상당히 공을 들인 듯한 주인공들의 페티시 의상들의 매력에

블루레이로 보고 싶다는 미련이 좀 남기는 한다.













*** 잡설 ***

- IMAX로 감상.
솔직히 대형 화면을 가득 만족하는 화질이 아닌지라, 굳이 아이맥스로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운드도 이수 5관이었으면...


-솔직히 이럴 거면 제목이 뭔 써커 펀치냐?

Sucker들에게 이렇다할 복수도 못 하고 실컷 당하고 아프고만 있는데... 아, 짜증!













[ 써커 펀치 (Sucker Punch, 2011) ]

< 영화>

장점 - 아저씨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베이비돌 / 작정하고 페티시를 노린 의상들(+액션 조금)

단점 - 열나 꿀꿀하네, 거 참! / 지겨운 총질, 총질, 총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