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충격과 놀라움의 이목 이야기 - 정비석 초한지 1권 간단 감상기

베리알 2011. 3. 4. 19:47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제대로 다 읽었는지 아닌지도 기억이 안 나는 정비석 작가의 초한지를,

킹덤과 겹치는 부분인 1권의 일부만 읽어 보았다.


 ...뚜시궁!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에 빠진 기분이었다.


 압권은 조나라의 멸망 부분으로... [ 역사장편소설 ]이란 말이 무색한 내용이었다.

비유하자면, 임진왜란을 그리는데 원균을 조선을 구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장렬히 전사한

충신 중의 충신으로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그런 원균을 방해만 하는 간신으로 그렸다랄까?

 이목과 곽개의 충격적인 관계를 다른 분들의 언급을 보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net >


바로 이 책이다. 1권 만리장성...

범우사는 예전에 사르비아 문고인가로 기억나는 출판사다.


 초한지하면 대충 진시황의 전국 순방에서 그 행렬을 바라 보는 유방과 항우의 대조적인 감상을 시작으로

하는 게 보통인데, 이 소설은 진나라 부분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해서 아예 통일 이전의 진나라,

즉 진나라가 통일 작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아스트랄 그 자체!


 정비석 초한지의 감상평을 보면 고증은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렸다는 식의 평가가 은근히 자주

보이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조나라의 멸망 즈음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면...

(지금 책을 펼쳐 놓고 쓰는게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 내 기억의 실수가 있을 수 있음)


 이목은 조나라에서 승상을 십년이나 해먹으며 나라를 말아 먹어 왔고,

진나라의 침공을 앞두고 열국들에 도움을 요청해 연합군을 구성해 싸우자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곽계(라고 표기되어 있음)는 적이 눈앞에 닥쳤는데 다른 나라에 도움을 요청할 시간이 어디있냐

우리가 죽기로 싸워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곱게 의견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성질 더러운 이목이 반대 의견을 내는 곽계를 때려 잡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우유부단한 조나라왕은 신하들의 이런 반목을 진정시키지도 못 하고

결정을 내리지도 못 하고...

 결국 진나라의 침공에 곽계가 특공대를 조직해 돌격했다가 장렬히 전사하고 조나라 멸망...


 진정 아스트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내가 그래도 여지껏 나름대로 이 시기를 다룬 책들을 여럿 읽어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뚱맞은 설정은 정말로 처음 봤다.

 이목이 변방에서 흉노를 막아내고 있었다는 것은 어디서나 공통인 부분인데,

이 부분 자체를 날려 버리고 조나라 승상을 십년...

 이 즈음의 조나라 승상은 곽개라고 전하기도 하고 공적을 쌓은 이목이 승상의

자리를 뺏지 않을까하는 불안에 이목의 모함에 열을 올렸다는 얘기도 전할 정도다.

 조나라의 멸망이나 곽개의 처리도 공통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와 전혀 다르고...

 그렇다고 정비석 작가의 설정이 사실은 숨은 진실이었다고 볼 여지도 전혀 없어 보이고...

 역사장편소설이라기보단, 무협판타지라고 장르를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찾아 보니 연재 시기가 80년인가로 되어 있던데, 이 시기에는 그래도 일본의 사기 관련 책들이

어느 정도 번역되어 나온 시기일텐데 어디서 저런 얘기를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다.

 역시나 알려진 것처럼 고증은 안드로메다로...가 작가의 특징일까?

 암튼 더 이상 읽을 용기도 의지도 나지 않았다. -.-;;;


 곽개의 후손들은 정비석 작가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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