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사기본기 번역판의 비교 - 민음사 vs 알마

베리알 2011. 2. 14. 22:10

킹덤이란 작품과 별개로, 예전부터 한국에서 유명한 중국 역사서 중 하나가 사기였고

(다른 하나는 삼국지겠지?) 이 사기란 책의 내용은 사기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지 않은 책에서도

수없이 인용하고 각색할만큼 한국인에게도 매우 친숙한 책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문제... 자기계발서나 4자성어, 또는 특정한 부분의 이야기(초한지라던가)만

유명할 뿐 사기 자체에 대해선 오히려 알려지지 않고 제대로 된 자료 찾기도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사기만 해도 열전 등이 그나마 알려져 있지, 본기는 여전히 뒷전... 사기라고 이름은 달고 있지만,

각 본기의 구분을 해서 내놓은 책은 드물고 사기라는 이름 하에 그냥 유명한 에피소드 이어 붙인

책들이 많았다.

 

 그냥 인기 좋은 에피소드나 인기인의 이야기들을 적당히 추려낸 사기 관련 책들이 나오는 와중에도,

정말로 사기 본기와 열전을 다루는 책들도 점점 출간이 되었으나 직접 번역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예전에 국내에 발간된 사기 관련 책들은 중국의 책을 번역한 것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을 다시 한국에서 번역한 게 많았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정말로 직접 번역했다는 말을 솔깃하게 하는 책들도 출간이 되고 있다.


 내가 본 책 사기 관련 책 중에서 본기에 대해 대표적이라 할만한 책 두가지를 간단히 비교해 보겠다.

 이 책들 외에도 사기 관련 책은 무수히 많고, 특정한 부분이나 특정한 시각에 대해선 이 책들보다

나았던 책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 사기본기 ]에 한정해서 본다면

이 책들만한 책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

 




< 이미지 출처 : www.yes24.com >

가장 최근에 발매된 알마의 완역사기본기란 책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잘 되어 있던 책이

이 민음사의 사기본기이다.


 일단 민음사는 삼국지정사 전권 번역본을 내놓았을만큼 중국 역사 책의 출판에 일가견이 있다고

해줘도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고, 책 자체도 잘 만들어져 있다.

양장, 뛰어난 종이질, 좋은 인쇄질에다가 번역에 있어서도 허접한 책들과는 레베루가 다르다.

 사기 이름을 달고, 그중에서도 사기 본기의 이름을 달고 출판된 책들은 여럿이 있지만,

번역에 있어서 이만큼 괜찮았던 책은 없었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번역자가 앞뒤를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써놓았다 싶은 부분들도 자주 보였으니까... 암튼 민음사는 그런 허접들과 다르다.


짤막한 소개글 부분 다음에 바로 오제 본기로 들어가며 본기가 시작된다.

부분마다 이렇게 짤막한 요약이랄까 소개랄까가 나오고 본편을 시작한다.


글씨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굉장히 깔끔하다.

한자 병용이며, 열전에서 각 인물편의 끝마다 주가 달려 있듯이,

각 본기마다 그 본기에 해당하는 주가 달려 있고 본문에 저렇게 번호로 표시되어 있다.


번역 자체는 이 책 이전에 읽어 보았던 어떤 사기본기보다 부드럽고 쉽다.

무슨 얘길 하는지도 모르고 썼구나 싶은 책들도 있었을 정도니 뭐...


이 사기본기 한편에 본기 내용을 다 담고 있으며,

가격은 정가 25000원, 페이지수는 대략 500 페이지 정도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알마의 완역사기본기이다.

그것도 사기본기[1]이다. 즉, 알마의 사기본기는 이게 (아마도) 반이란 얘기이기 때문에,

알마판으로 사기본기 전부를 보려면 이후 발매될 사기본기[2]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간의 소개들 후에 바로 본편으로 들어가는 민음사판과 달리,

알마의 사기본기는 보다가 질릴 정도의(말이 그렇다는거지, 이 내용들은 정말 중요한 것들뿐이다)

부가적인 텍스트를 먼저 깔고 있다.

 깨알같은 글씨로 되어 있는 사마천의 연보로만 14페이지에 달하며 사마천의 답사 지도까지 더하면

분량은 더 늘어난다. 역자 서문을 지나면 진짜 [ 서문 ]이란 제목으로 저렇게 보임안서와 태사공자서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 두 텍스트는 사기본기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텍스트다. 이릉의 사건에 연루되어 궁형을 당한 사마천이 사기를 작성했다...라는 간략한 정보를 넘어,

진정한 사기 작성 이유와 사마천의 심정, 당시 상황 등이 사마천에 의해 서술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사기의 작성 이유에 대해 이보다 더 실감할 수 있는 텍스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태사공자서는 원래 사기의 마지막편에 실린 내용인데, 민음사판은 사기열전의 끝부분에 배치했고

알마판은 사기본기의 첫머리에 싣고 있다.

 원래 위치로 보면 민음사판이 맞겠지만, 글의 성격으로 보면 알마판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본다.

 또한, 보임안서는 원래 사기에 실린 내용이 아니지만, 이 글은 태사공저서와 함께 사마천과 사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글이기에 이렇게 실어 놓은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민음사판은 본문에 한문 혼용이지만, 알마판은 본문에는 순한글로 되어 있다.

양쪽 다 장단이 있겠지만 이런 역사책 그것도 중국의 역사책을 번역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한문의 사용을 본문에서 비껴갔다는 점 자체는 높이 사고 싶다.

 

이런 식으로 책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가적인 내용들이 알마판에 가득하다.

이런 지도까지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본문에서 다루는 아이템이나 인물에 대해서도 관련 이미지와 정보를 따로 담아 두는

부분도 많아서 본문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민음사판이 순~ 텍스트로만 되어 있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점이다.


페이지수는 민음사판에 비해서 더 많지만, 총 두께는 비슷한데...

민음사판에 비해서 종이가 얇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가격... 알마판은 사기본기 완결이 아니기 때문에 2권까지 구입을 고려하면,

정가는 저 가격의 두배, 즉 사기본기만으로 정가 7만원을 생각해야 한다.

 민음사판은 사기본기가 단 한권으로 2만 5천원으로 끝난다. 할인율 등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가로만 비교한다면 3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알마판의 책에는 사기 이해를 위한 풍부한 자료들이 갖추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어마어마한 가격 차이를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에 대해선 음...





민음사 / 알마판

가격 - 2만 5천원 / 3만 5천원 x2 = 7만원

책크기 - (가로x세로x두께) 14.5cm x 21cm x 3.5cm / 16cm x 22.5cm x 3.5cm

인쇄 색깔 - 몇가지 색깔 인쇄 / 칼라 인쇄

텍스트 크기 - 서로 비슷 (3-4mm 정도?)

페이지 - 516 / 583

종이 - 질이 좋고 흐늘거리지 않게 살짝 두꺼움 / 질이 좋지만 민음사판에 비해선

아주 약간 떨어지고 종이가 얇음

번역 - 양쪽 다 좋음 (세세한 부분에 있어선 서로 차이가 많이 있음)

(※한자어 번역, 그것도 고대 문장의 번역은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옛날에는 문장을 마칠 때 마침표를 찍어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마침표를 찍는 것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있을 정도로 중구난방 해석이 가능하다. 옛날 중국에서는 하나의 역사서를 놓고

다양한 주석서가 나와서 경쟁하던 시대가 있을 정도...)

주석 - 그냥 주석만 달려 있음 / 주석에 명언 등에 대한 풀이가 있기 때문에 주석 자체만으로도

민음사판에 비해서 내용이 더 많은데다가, 해당 왕조의 주요 사건은 따로 요약해 놓고 있고,

왕조의 가계도도 따로 정리해 도표로 붙여 놓았다. 관련 인명표, 관련 지명표 등등도 붙어 있어서

주석에 있어선 민음사판이 완전히 초라해 보일 정도...


 결론적으로, 번역 자체는 둘다 훌륭하다고 넘어간다고 하면,

책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부가 자료가 더해진 알마판의 매력은 민음사판과 비교가 안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책의 가격 또한 알마판이 민음사판과 비교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비싸다.

알마판의 내용은 정말 훌륭하지만, 그 정도의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고 사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늘에서 돈이여 떨어져라!)


 역시 선택은 개인에 달려 있겠다.

 어쨌거나 양쪽 모두 훌륭한 번역본이니까,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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