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또 한번의 진화 - 라푼젤 (Tangled, 2010)

베리알 2011. 2. 12. 00:43

라푼젤 (Tangled, 2010) / 3D 디지탈 자막


평이 하도 후덜덜한 작품인지라 꼭 보고 싶었는데... 망할 극장들의 상술 때문에

3D 외에는 선택권이 없어서 고민고민하던 차... 우연찮게 기회가 생겨서 비록 3D지만

라푼젤을 보고 왔다. 소감은... 기술력의 승리랄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대부분의 동화란 것들이 다 그렇지만,

성인을 위한 엄한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이야기가 바로 원래의 라푼젤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디즈니에서 애니로 만들어진만큼,

그런 요소들은 흔적도 없이 제거되고 어린이들을 위해 완벽하게 재창조되었다.


21미터 금발소녀에 주목... 이거 중요하다. ^^



주인공 파티(?)랄까.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남자 주인공(정말이다. 하는 일도 별로 없는 캐릭터다 보니... ^^;;;).

언제 어디서나 라푼젤을 따라 다니며 조언자 역할을 하는 카멜레온, 파스칼.

이 영화의 진정한 남자 주인공인 말의 탈을 쓴 슈퍼맨, 막시무스.

그리고 이 영화 최강의 무기(!)인 후라이팬과

라푼젤의 탑이 보인다. ^^



라푼젤은 CG 애니메이션이, 그리고 3D 애니메이션이 다시 한번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 본 (CG) 애니메이션들은 재미와 별개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진화를 이뤄낸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슈퍼 배드나 볼트는 재미는 있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진화를 한 것은 아니었다.


쿵푸 팬더는 그때까지 별볼일 없던 CG 객체들의 액션에 무게감을 부여한 진화를 이뤄냈다.

이전까지(그리고 일본 애니의 CG기술은 아직도) CG 객체들의 액션은 영 싱거웠다.

무슨 종이 인형 같은 것들이 치고 받는 느낌? 이 한계를 깬 것이 바로 쿵푸 팬더였다.

쿵푸 팬더의 액션에서 비로소 CG 액션은 진정한 액션의 경지로 진화했다고 본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드래곤이라는 형태로 CG 객체의 비행에 진화를 이뤄냈다.

이전까지(그리고 일본 애니의 CG기술은 아직도) CG 객체들의 비행은 완전 싱거웠다.

무슨 종이 비행기가 질질 거리는 느낌? 이 한계를 드래곤 길들이기가 깼었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제작진이 드래곤의 비행에 허구가 아닌 물리법칙을 고려했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드래곤의 비행은 그 정도의 드래곤들이 그에 어울리는 무게와 부피를 가지고

실제의 속도감과 존재감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경지로 진화했었다.


 그리고 라푼젤... 라푼젤의 진화는 여러모로 놀랍다.

 그동안 다른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비해서 여러모로 뒤져 있다는 평가였는데,

그 차이를 디즈니가 단숨에 뛰어넘을 정도로 거대한 진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쁜 CG 캐릭터의 구현에 성공했다는 것!

 그동안 CG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인상적인 캐릭터들은 동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연하다. 그만큼 실감나게 혹은 이쁘게 CG로 인간을 구현한다는 게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인간 캐릭터를 드디어 중심으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라푼젤은 진정으로 매력적인 CG인간을 보여준다. CG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음에도,

역대 디즈니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이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력을 갖춘 라푼젤은,

단지 그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분을 들게 할 정도다.

 그동안 동물이나 로봇들의 주역에 밀려 구색이었던 인간들이 드디어 반란에 성공,

이제 인간들이 당당히 CG 애니메이션에서 매력적인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18금 게임이나 전문가가 그럴 목적으로 만든 CG 미소녀들조차 뛰어 넘는 매력을 이 라푼젤은 갖추고 있다.


솔직히 영화 자체에 대해선 조금 실망이었다. 재미 없다는건 아니지만 쓰나미 같은 대호평들에

납득할만한 작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문득 깨달은 게 CG 캐릭터들의 매력이었다.

반할만큼 매력적으로 나오는 라푼젤, 디즈니의 캐릭터 느낌 물씬 나면서도 CG로 훌륭하게 구현된 인물들,

그에 걸맞는 멋진 배경 등등... 이들의 매력이 너무나 대단하기에 라푼젤이라는 영화의 매력을

몇배로 Up시켰던 게 아닐까.

 영화가 종합예술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음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요소의 매력이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면 전체의 합조차 바꿔버릴 수 있다는 사실까지 새롭게 얻게 되었다.

 그 정도로 이 작품에서 라푼젤의 매력은 그동안의 CG애니메이션에 대한 상식을 초월해 있다. ^^



라푼젤 이야기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 조금 해볼까.


이 애니메이션에서 라푼젤의 저 머리 길이는 어마어마한 걸로 그려진다.

맨 첫번째 이미지에서 21m라고 했는데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이하는 아닐 것이다.

21m의 머리카락? 연약한 소녀로 보이지만, 이 작품 최강의 괴물이 바로 라푼젤인 것이다.


 1m 정도로 머리를 기른다면 그 무게가 수백 g이라고 한다.

 라푼젤은 엄청나게 풍성한 머리카락에다가 그 상태도 최상으로 보이니

라푼젤의 머리카락은 최소한으로 봐도 1m당 그런 무게를 갖고 있을 것이다.

 21m라면 수백 g x 21...이란 이야기다. 300g을 잡아 보면, 머리카락 무게가 무려 6kg을 넘는다.

만약 500g을 잡는다면 10kg를 넘을 수도 있고 말이다.

 게다가, 이런 무게를 들기 좋고 움직이기 좋게 작은 부피로 몸에 착 붙이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저렇게 길게 늘어 뜨려서 다루기 무척 어렵고 몸과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상태로 움직이는데,

머리카락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활약한다.

 진정 초인 라푼젤이다.

 

 원래 라푼젤 이야기에서 머리카락을 잡고 사람이 올라오도록 버틸 정도니,

완전 근육질의 초인인 것도 당연하다. 이 작품에서는 도르레를 사용하는 걸로 거기서 피하기는 하지만,

도르레라고 해서 무게를 0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이래저래 초인 라푼젤이다.

 

 이게 무섭게 드러나는 장면이 물에 빠진 장면이다. 21m의 머리카락에 물을 잔뜩 먹였음에도,

여전히 아무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듯 움직이는 라푼젤... 21m의 머리카락이 물을 먹으면 그 무게는

상상도 못할텐데 말이다. 역시 동화에서도 디즈니 애니에서도 라푼젤은 초인 라푼젤인 것이다. ^^;;;



라푼젤 이야기 자체에 재미를 크게 느끼지 못한 이유는 이야기가 너무나 디즈니 애니스러워서였다.

라푼젤의 엄마로 나오는 이 마녀... 세상에 거의 20년이 되도록 라푼젤을 키웠는데 모정이라고는

1g도 없는 순수 악당이라니, 이거 너무 하잖아!

 이런 식으로 디즈니 작품들은 캐릭터의 위치를 너무 확실하게 편 갈라 놓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진다. 기술 부분에서의 가산점을 빼고 순수하게 이야기로만 본다면

나에게 있어서 라푼젤은 근래의 디즈니 애니인 볼트보다 재미가 많이 떨어졌음은 물론,

유니버설의 슈퍼배드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지거나였을 것 같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그런 차이를 확 뒤집을 정도로 이 작품의 CG 인간들은 매력적이다. ^^


 디즈니답게 음악도 좋고 뮤지컬 장면들도 괜찮았지만,

OST를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디즈니다움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과 캐릭터들...일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나오는 남자들이 어디 있나! ^^;;;


 원래 이런 상황이라면,

 라푼젤의 미모에 반해서 라푼젤을 어떻게 좀 해보려는 건달의 거짓말에 빠져

라푼젤은 건달과 함께 여관으로 오게 되고... 여관에 있던 불한당들은 라푼젤의 미모에 혹해서

건달을 죽이고 라푼젤을 데리고 @#$%^&한 일을 한다...가 상식적(?)인 것일 것이다.

 라푼젤의 노래 한방에 다들 개과천선이라니, 이것참... ^^;;;



이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얼굴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수병위인풍첩의 겐마인가? 아니면 그 감독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스타일인가.

암튼 어디서 본 캐릭터 얼굴인데 기억이 안 나네 흠...



막시무스와 다른 의미에서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게 카멜레온 파스칼이다.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막시무스처럼 전면에 서서 직접 활약을 펼치는 걸 보면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에 반해 그런 직접적인 활약은 적을지라도 이렇게 옆에서 쭈욱 지켜보면서 도움을 주는,

이런 캐릭터가 더 그럴싸하게 보이는 걸 보면... 역시 이제 늙었나 보다. ^^;;;



왕국의 전경...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손꼽는 3D 기술의 극치 장면인 등날리기...

 CG 애니메이션의 기술은 다시 한번 진화를 이뤄냈다.

 그러면 3D 기술은 어떨까?


 3D 기술 역시 큰 진보를 이룩했다.

 화면에서 몇개의 객체가 있을 때 그 거리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 보일 정도로,

3D 기술도 레베루가 올라 있다.

 무기를 날리는 장면이나 머리카락이 활약하는 장면 등등 3D가 정말 볼만한 장면들이 아니더라도,

영화 전반적으로 3D 기술은 잘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선? 잘 봐줘야 절반의 성공이다.

 3D 기술에 있어서 진보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계 역시 명확하다.

 눈의 피로도는 아직 높은 편이고, 고작(?) 이 정도의 3D 효과를 보려고 어려움과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아직은 가능한 정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화면의 객체 위치에 따라가 서로 입체감이 달라 보이는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이렇게 비싼 요금을 지불할 정도냐...하면 나로선 아니다.

 눈도 아플 뿐더러, 입체감의 반대급부도 크다.

 즉, 입체감을 강조하는 객체 이외의 객체나 배경 등은 상대적으로 흐릿해지는데 난 이게 싫다.

대화면으로 이런 작품을 볼 때는 화면 구석 구석까지 시원한 장면들을 보는 재미도 재미인데,

3D 영화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싫다.


 암튼 CG 애니메이션에서도 3D 구현에서도 새로운 진화를 이뤄낸 디즈니의 성공(!)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이야기 자체에 있어선 디즈니의 한계이자 장점이 여전했다는 것이다.

 나로선 라푼젤의 성공은 놀라운 기술의 승리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놀라운 기술이긴 하다. ^^





***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어두운 장면이다.

어두운 장면에서는 3D 효과 자체가 팍 줄어 들어 버리고,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화면이 제대로 안 보인다.

 아마 지금의 3D 표현 기술의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하는데...

 밝은 장면은 딱 좋을 정도인데 암튼 어두운 장면은 좀 화가 날 정도로 어둡고 흐릿하다.

 특히, 주가 되는 객체 이외에는 뿌옇게 보일 정도의 화면도 나온다. ***


 











[ 라푼젤 (Tangled, 2010) / 3D 디지탈 자막 ]

<영 화>

장점 - 동물이고 로봇이고 이제 다 가라! 이제 인간들의 CG 시대가 도래했다!

단점 - 디즈니의 디즈니에 의한 디즈니를 위한 동화 스토리와 캐릭터 / 어두운 장면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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