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킹덤 열전] - 전쟁 방식의 변화 시대였던 전국시대의 무기들

베리알 2011. 2. 1. 11:12

이번 킹덤 열전은 킹덤 본편이 아직도 염파 vs 몽오의 대결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지라

(연재를 보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 같긴 하지만), 그동안 요청이 있었던 킹덤의 무기들,

즉 전국 시대의 무기에 대한 참고 정도의 얘기만 해보려고 한다.


 무기는 내가 관심이 없는 부분이고, 그래서 관련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그랬었다...는 정도로만 봐주시길. ^^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킹덤에선(킹덤뿐 아니라 대부분의 배틀물에서 그렇다. 시대가 고대면 고대 시기의

시대가 미래면 미래 시기의, 시대가 판타지면 판타지의 설정으로 나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캐릭터들이 제법 개성적인 무기들을 들고 등장한다.

 삼국지 = 관우의 청룡언월도...이듯이,

 킹덤 = 왕기의 창(뭐라고 부르던 사실 큰 상관은 없다)...인 것처럼,

싸움을 하는 캐릭터들에게 있어서 무기는 그 캐릭터의 개성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떠올리면 바로 무기가 떠오르고, 또 무기를 떠올리면 바로 캐릭터가 떠오를 정도다.

(청룡언월도란 말을 들으면 아마 대부분 바로 관우를 떠올릴 것이다. ^^)

 

 킹덤의 이런 다양한 무기들은 실제로는 과연 어땠을까?





[ 자제는 하고 있지만, 판타지의 극치 ]

-결론부터 말해서, 킹덤의 무기들은 노(쏘는 형식의 활)와 역사서에 등장할 만한 투박한 디자인의 검들을

제외하면 판타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왕기가 언월도 형태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직책이 좀 있다 싶으면 이 표공처럼

여러 형태의 언월도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 시기에 저런 언월도 형태의 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옆에 보이는 오경의 검도 마찬가지다. 저렇게 "복잡한" 변화를 검에 줄 수 있는 기술이 없던 시기이고,

설사 그런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해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나중에...



-그나마 이런 투박한 형태의 대도를 창끝에 단 무기는 왕기처럼 곡선 변화가 현란한 무기에 비하면

그럴싸 해 보일 수 있지만... 어쨌거나 결론은 픽션이다.

 관우의 영향(=삼국지의 영향=삼국지연의의 영향)인지 말을 탄 장수들이 언월도 형태의

창에 대도를 단 무기들을 애용하는 경우가 시대를 초월해서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언월도 형태의 무기는 당나라에 가서야 등장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삼국지(연의)의 대표적인 구라 중 하나가 관우의 청룡언월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적인 구라가 곧 역사적인 사실처럼 인식되게 되었으니... ^^;;;

 삼국시대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언월도인만큼, 전국시대에 그런 무기가 있을리가 없다.



-심지어 언월도처럼 확연한 곡선 변화가 없더라도,

이런 식으로 미려한 곡선을 갖춘 큰 칼을 창에 단 형태의 무기는 매우 일반적으로 등장하고,

저런 목적에 어울릴 것 같은 데다가 만들기도 쉬워 보이니 사용하지 않았을까...싶지만,

어쨌거나 아니다.


 이유는 뭐... 이 시절까지의 기술의 한계라고 하는 게 제일 간편한 대답이다.

 전국시대는 시기적으로 청동기 -> 철기로 넘어 오는 시기였는데,

이 정도 시기의 기술로는 저렇게 유려한 곡선을 갖춘 날을 사용하는 병기를 만들 수 없었다.



-킹덤에서는 심지어 방난처럼 기괴할 정도의 곡선을 갖춘 날 병기를 휘두르기도 하는데,

저런 곡선의 연출은 불가능했던다다가, 이 시기의 기술로는 저런 장면 연출도 어려웠다.

 킹덤에선 일반병사의 창에도 날이 잘 서 있고, 그 위로 지휘관급들이 되면 인간을 종이처럼

잘라버릴 정도로 날이 잘 선 무기들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이 시기는 무기에 그런 날을 유지시킬 기술이 없었기에,이 그림처럼 화려한 썰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이 시절의 무기들은 날이라고 해도 저렇게 번쩍번쩍한 수준이 아니었고,

대체로 무기들은 그냥 투박한 맛의 무기들이 일반적이었다.


 생각해 보라. 무기 vs 무기의 충격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난전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에 날을 좀 세우는(날이 선다는건 무기가 충격에 견디는 힘이 그만큼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것보단, 무기를 투박하게 해서 충격에 더 견디게 하는 쪽이 생존률을 높일 것이다.

 베는 형태의 무기와 달리, 찌르는 형태의 무기는 날카롭지 않아도 충분히 역할을 한다.

 무장들이 주로 화려한 베는 무기들을 들고 설치는 킹덤과 달리,

투박한 창 종류의 무기들을 들고 다녔던 것이 현실의 역사였던 것이다.



-검에 있어서도 윤호의 무기처럼 복잡한 손잡이나 장식은 불가능...이라고 봐야 하고

(하려고 한다면 가능하긴 했겠지만, 장식용도 아니고 실전에서 휘두를 무기,

자기 목숨을 맡겨야 하는 무기라면 저럴 노력과 시간이면 무기의 내구도나 살상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다) 특히 이 시기 검들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굉장히 두꺼워서

저런 얇은 검들은 볼 수 없었다.

 이 시기의 유물들은 보면 알겠지만, 이 시기의 검들은 검 형태의 몽둥이라고 봐야할 정도다.



-왕기에게 단번에 썰려 버린 섭맹이 휘두는 저런 무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



-이건 기술을 떠나서 만화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몽둥이 수준의 참격을 저런 가느다란 금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공중에서" 받아낸다는 것은 불-가-능.



-전차는 킹덤에서보다 크기가 더 작았고 옆에 저런 무시무시한 무기도 없었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시기에 무기에 효율적인 "날"을 부여해 베는 맛을 구사한다는 게 어려웠고,

그렇기에 전차 옆에 저런 걸 달아 놓으면 사람들을 잘 베어 넘기기보다, 어딘가에 걸려서 전차에

장애가 되기 쉬웠을테니 말이다.

 전차가 도태되고 기병의 싸움으로 바뀐 이유가 지형의 변화는 물론, 장애물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전차가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으니(킹덤에서처럼 장애물을 만들면 피해가는 게 픽션만은 아니다),

어딘가에 걸려서 전차를 전복시킬 위험이 큰 저런 무기를 다는 것은 사고유발자라고 할 수 있겠다.

 

 전차 -> 기병으로의 변화는 춘추 -> 전국으로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는데,

춘추시대의 전투란 굉장히 단순해서 적당한 평지에서 서로 나란히 정렬한 전차를 부딪히는

정도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후 전국시대에는 그런 방식에서 탈피하여 굳이 평지에서 예약된 전투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전투가 일반 생활로 들어와 버렸기에 전차는 더욱 실용성이 떨어졌다.



-양단화가 휘두르는 저런 가는 검(도라고 하든 뭐라고 하든 간에) 역시 절대 불가능...

한가지 가능성이라면 이민족의 제련 기술에 기대를 해 볼 수는 있겠다.

 역사를 보면 (중원 열국 입장에서 보기에 이민족인) 이민족 중에는 당시의 중원을 능가하는

제련 기술을 갖춘 이민족들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 가는 검을 실제 전투에서 사용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투박해 보이는 무기들이 그나마 그럴싸해 보일 수 있겠지만,

역시나 이렇게 날을 잘 갖춘 무기들이 저렇게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나마 설명에 나온 이런 형태가 실제 유물에 근접한 무기라고 하겠지만...

이 역시 너무 가늘고 장식이 많다.



-현재까지 킹덤에서 등장한 무기 중에 가장 그럴싸한 무기라면,

노 외에 바로 이 무타의 도끼 정도가 아닐까?

 실제로 저 정도의 곡선 날을 구현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도끼 형태의 무기는 역사도 길고 동서양을 가리지도 않을만큼 실용성도 인정받는 무기였다.

 

 이 경우 아무래도 무타가 이민족이고 일반병사가 아닌 킬러이니만큼 저런 식의 무기를

쥐어 주었겠지만, 실제로 전투에서 저런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긴 창 종류를 기본으로 하는 전투인지라, 저런 무기를 사용한다는 건

보조로 장비하고 있는게 아니라면야 자살행위...



-전에도 말했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쏘는 활, 즉 노야말로 현재 킹덤에서 가장 그럴싸한 무기다.



-하지만 가장 많이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나오는 창에 있어선 역시 판타지를 보여준다.

비록, 날을 몸통에 묶는 식으로 조잡하게 만들어 놓긴 했지만, 날 자체는 확연한 삼각 형태와

베일 것 같은 예리함을 보여주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시기의 무기라는 것은

날이 서 있는 예리한 병기라기보단 몽둥이에 가까웠고, 고급 무장들의 병기조차 날이

제대로 서 있었을까 의문일 정도의 시기인만큼, 징집되는 일반 백성들까지 제법 날을 갖춘

무기를 들고 나오는 것은 판-타-지.



-이 시기의 무기는 창 형태의 무기에 날을 더 세우느냐 마느냐할 정도의 시기였다.

그렇기에 왕분이 사용하는 것처럼 이런 미묘한 곡선을 갖춘, 그리고 옆에 따로 날이 또 나온

이런 식의 창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기의 유물들은 물론, 이 시기를 다룬 그림들을 보면 그나마 말을 탈 정도의 무장들조차

들고 있는 병기는 그냥 창이나 투박해 보이는 극이 고작이었다.

 극이란 창날 옆에 좀 더 달려 있는 범용 무기로 서양의 할버트란 무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킹덤의 무기 중 가장 압권이라면 바로 이 몽무의 무기가 아닐까?

일반 병사들을 때려 부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중장기병(물론, 이 시기 저런 형태의 중장기병이

있었을 리는 없다. ^^;;;)들조차 종이 찢듯 분해해서 날려 버리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날의 예리함에 의지 않는 이런 둔기 형태의 무기가

이 시대 무기의 일반적인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유물들을 봐도 하나같이 두꺼운 무기들에 둔탁한 형태였기 때문에,

무기들은 날 자체의 예리함보다는 그냥 뾰족한 걸로 찌른다는 느낌 정도였을 것이다.

 말 그대로 예리한 검보다는 둔기에 어울리는 스타일인 것이다.

 하지만, 몽무가 휘두를 정도로 저런 무식한 무기는 작가 상상력의 극대화일 것이다.

 저걸로 중장기병들도 종이처럼 박살을 내고도 무기가 무사한 걸 보면,

아무리 몽무가 힘이 세건 잘난 무장이건 뭐건 간에 결론은 힘이 책략을 능가하는 현장이 아니라,

진나라의 제련 기술이 조나라의 제련 기술을 능가하는 현장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





 종합하자면, 전국 시대는 전쟁 자체의 모습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였다.

 전차를 대신해 기병과 보병 위주의 새로운 전술이 일반화되었으며,

그로 인해 따로 전장을 구분하지 않고 어디서나 전투가 벌어져 전쟁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또한, 전장의 구분이 없어진만큼 수도 정도에나 성곽을 쌓던 춘추시대와 달리,

자국의 영토를 구분하고 방어하기 위해 장성이 많이 세워졌다.

 철제 무기가 등장하던 시기였으며 청동기 무기의 성능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기도 하다.

 단, 무기의 예리함을 강화하기보단 무기 자체의 내구성에 집중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킹덤에서처럼 무기=잘 날이 선 예리한 무기...인 것이 아니었으며,

킹덤에서처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무기들이 아닌 기본적으로 투박한 무기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쟁이라는 목적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기술의 한계 때문에 그렇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언제나 최첨단 기술을 발전시켜 온 전쟁이라지만,

이 시기의 최첨단 기술은 고작해야 투박한 무기를 좀 더 견고하게, 좀 더 날카롭게...정도였다는 것이

현실이고 킹덤은 판타지라는 것... ^^


 그래도 킹덤은 상당히 자제를 하는 편이긴 하다. 여태까지 등장한 무기 형태들은 무장의 개성을

구별하면서도 그래도 아직은 어느 한계선을 벗어나진 않았으니까.

앞으로는 고삐 풀린 판타지 무기들이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 잡설 ***

-요즘도 그렇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개념 없는 역사 선생들이

청동기 농기구가 없는 이유가 청동이 물러서...라고 하는데, 완전 헛소리다.

 당장 생각해 보라. 청동기 무기가 있는데,

무기로는 가능한 청동기가 농기구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청동기 농기구가 없는 이유는 청동기를 만드는데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에(청동은 재료들을

일일이 적절한 비율에 맞춰 섞어 만드는 합금이다. 만드는 과정도 까다롭지만,

청동의 재료도 쉽게 구해지는 것들이 아니다)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무기를 집중해서 만들고

농기구 같은 건 그냥 돌(^^)로 때웠던 것이다.

 철기는 상대적으로 재료 구하기는 쉬웠지만, 제작 과정이 어려워서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 온도를 올린다는 자체가

최첨단 기술이 추구하던 목표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곤란... ^^)

상대적으로 청동기가 먼저 사용되었던 것 뿐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