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얼어죽을 양반이고 신분이고 나발이고! - 방자전 (The Servant, 2010)

베리알 2011. 2. 24. 19:56

방자전 (The Servant, 2010)


작년에 개봉한 방자전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노출이 있는 19금 영화도 이 정도로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흔하디 흔한 춘향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참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의 아름다움에서 한발 물러서 보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한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케 하는 좌절스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가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나게 해 주었다.

이 포스터가 결정된 포스터인데...



이 포스터가 그 전에 신청했다가 심의반려되어 사용불가된 포스터라고 한다.

한국에서 심의라는 건 구세대부터 이어져 오는 유교위선국가의 대표적인 망령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심의는 그저 관람가만 정하면 되는 것인데, 이 나라의 심의는 무슨 특권이라고 가졌는지

온갖 것들을 좀스런 잣대로 참견하고 방해하고 금지한다.

 그치들 말대로라면 심의위원들은 다 괴물같은 범죄자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인들... 아니, 무식한 백성들은 보면 안 되는 것들을 실~컷 처보고 또 처보니 말이다.


 물론, 이 포스터 자체에 대해선 찬반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심의는 까여야 한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도록...

 개인적으로는 심의반려된 포스터도 마음에 들지만, 그 위의 포스터도 마음에 든다.

아마 춘향의 위치가 좀 더 뒤쪽이었다면 심의반려 포스터보다 더 마음에 들었을 수도?



이 영화는 방자의 순애보적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참 처절한 좌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자의 사랑을 순애보로 포장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바로 현실의 벽,

유교라는 괴물이 지배하던 양반 월드의 벽이라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방자와 춘향의 정사에서 춘향의 대사가 그 유교괴물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말해 준다.

춘향은 방자에게 끌리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당장 방자와 살을 부비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말한다. 우리 둘이 만나봐야 똑같다고...

 서로 끌리는 남녀가 몸을 섞는 와중에조차 여자로 하여금 이성의 끈을 잡고

이런 처절한 말을 하게 만든 게 바로 유교가 만들어낸 신분제라는 벽이었다.

 

 춘향은 춘향에게 아씨 소리를 하는 향단이도 있고 나름 어깨에 힘을 주고 살지만,

따지고 보면 양반의 신분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신분 향상이라는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한 인물이다.

 (번외적인 이야기 하나... 이 작품뿐 아니라, 조선 시대의 양반을 다루는 많은 작품에서

양반과 그외의 신분에 대한 묘사에는 문제가 많다. 양반 아니면 다 천민처럼 그려지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기서 춘향과 방자가 맺어진다면? 자식은 물론 양반이 아니다.

 하지만, 춘향이 양반댁 자제 예를 들어 이도령과 맺어진다면? 이제 얘기가 달라진다.

 춘향과 방자의 자식은 그들 계급일 뿐이지만, 춘향과 이도령의 자식은 그들 계급에서 반보나마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당연하지만, 기득권에서 이런 식의 출생으로 양반들이 늘어나는걸

두고볼리가 없다. 이렇게 나온 자식은 서얼로 차별당한다).


 사람 위에 무슨 사람이 있고 사람 밑에 무슨 사람이 있나.

 특히나 누구는 태어나면서 고귀하다고 보증을 받고 누구는 천하다고 낙인을 받을 이유가 뭔가.

 신분제라는 건 그래서 참 더럽고 추잡한 것이다.

 그저 기득권이 자신들의 리그를 확실히 하기 위한 수단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득권을 침범하지 못 하도록 하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

 

 유교는 이런 수단을 아주 애용하는데다가,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은 유교의 나쁜 점만을

극대화시켰던 망할 괴물이었다. 유교학자나 성리학자가 들으면 날뛸지 모르겠지만,

조선을 말아먹은 원인에서 성리학을 찾지 못 하거나,

지금 우리가 흔히들 유교의 전통이라고 쓰고 악습이라고 읽는 것들의 상당수가

성리학으로부터 또는 성리학의 영향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못 한다면

기본 역사 공부나 다시 하라는 말밖에 해 줄 게 없다.

 어차피 종교랑은 얘기가 안 되는 거니까...



이들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 잠재력과 관계없이

왜 누구는 날때부터 지게를 지도록 낙인을 받아야 하고,

누구는 뒷짐 지고 서방질하며 놀게 권리증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신분제는 유전학적으로 봐도 좋을 게 없다.

 교배의 범위는 넓으면 넓을수록,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좋다.

 좁디 좁은 교배풀에서 교배해 봐야 근친상간의 결과로 이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신분제로 고귀한 혈통을 보존하고 어쩌고 하는건 다 개소리다.

그렇게 고귀하면 가족들끼리만 보존하지 뭘 다른 가족을 참여시키나.

범위의 차이가 있지 논리는 똑같다. (옛날에는 그래서 귀족들은 친족들끼리 돌리기도 하고,

왕족은 왕족끼리 심지어 형제나 사촌들끼리만 돌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에도 신기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력 재벌이나 정치인들의 계보도가 신기할 정도로 얽히고 섥혀 있는건

좋게 말하면 그들만의 리그인 신분제의 강화,

직설적으로 말하면 지들끼리 돌리는 거다. 



그럼 양반은 날때부터 고귀하고, 또 그 신분을 보장받아야할만큼의 뭔가가 있을까?

이런 소릴 믿는다면 민주사회가 아니라 왕조시대에서 살아야 하는 구시대의 사람이란 자랑일 뿐이다.

유전이란 것은 보다 나은 형질을 기대하는 선에서의 얘기지,

유전으로 고귀함이나 인간의 가치 자체가 전승된다고 하는 말을 하고 있으면

그건 기득권이 주입한 우민화 정책의 성공화 사례라고 스스로 광고하는 꼬라지다.


 이몽룡은 벼슬길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타고 났으나,

그가 그런 특권을 가질 자격이 있어서 그런 특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계집질이나 하던 한량이냐 나라의 부조리를 바로 잡도록 노력해보겠다는 사람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애비에미가 누구냐로 일단 걸러서 특권을 부여하고 누구는 꿈도 못 꾸게 하고... 이건 개소리다.

 

 작품에서 몽룡은 심지어 자기 출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우롱하고 나라조차 기만하지만,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진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그 애비에미가 누구이냐가 중요하다니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없다.



몽룡이 벼슬을 하게 된 것은 그가 제대로된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애비에미 잘 만나서이다.

몽룡이 벼락출세를 하게 된 것은 그가 자기 직무에 충실하고 진짜 공을 세워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기만하는 Show를 잘했기 때문이다.


이건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정치가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그리고 그런 시궁창을 만드는데 일조한 멍청한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저런 죽음의 손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모른다. 아니, 믿지를 않는다.

그래서 혼자 저 손을 잡고 뒈지면 그나마 다행인데, 현실은 훨씬 나쁘다.

그로 인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마저 저 손에 이끌려 물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에게 권력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

몽룡이 1번이라면 그 2번이 변학도가 되겠다.


 스스로 계집질에 매달려 왔고, 더 많은 계집질을 위해 벼슬을 하려 했다고 말하는 인물에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현실 그대로다.

 정치한다고 나서는 인물이나 공직에 있는 인물들 중에 속으로 저런 류의 생각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속으로는 저 이상의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인간에게 권력을 맡긴다는 것은 위험하다. 맡기기 전에는 최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맡긴 후에도 손 놓는 게 아니라 꾸준한 감시와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각종 고시제도에 대한 비판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사법고시...

 세상 물정 경험할 사이도 없이 책만 파다가 무한정의 권력을 손에 쥐어 주니

법원이 그 모양 그 꼴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로스쿨?

 로스쿨의 현실이 뭔지 보여주는 뉴스가 최근 나왔다. 현대판 음서제의 공식 등장으로 말이다.

 시험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검증 절차라고 할 수 있다. 100%의 효과는 없을지라도,

일단 조금이라도 필터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조금의 필터 조차 없으면

그 조금의 필터 역할도 없어지는 것이다. 필터 대신에 나왔다는 게 신분제의 고착, 강화를 가져오는

음서제라는 건 완전 어불성설이고 말이다.

 고시 제도에 대한 비판의 해결은 검증 절차의 강화와 이후의 감시 견제 시스템의 확립이지,

그나마의 검증 절차조차 없애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검증 절차의 강화나 감시 견제 시스템의 확립은 기득권이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득권이 원하는대로 신분제 강화로 가는 거꾸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이 아닌 소시민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노예로 살기 싫으면 말이다.

 아니, 설사 그 본인은 노예로 사는 게 즐겁더라도 그 자식들도 노예로 만들지는 말아야지!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몽룡이 벼슬을 받는 장면이다.

내시들이 와서 전해주는데, 낮술 처먹고 놀다가 늦게 나타나선 하는 꼬라지도 완전 부실하게

날림으로 하고도 뻔뻔한데...


 개인적으로 역사에서 긍정적인 역할은 단 1g도 없으면서 해악만 잔뜩 끼친 제도로 생각하는 게

내시 제도다. 애초 이런 이상한 제도가 존재해야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이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역사가들이 내시가 아니라

내시에 대한 평가가 박했을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반론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거 아무리

감안해도 역사에 막장짓만 한 게 내시들이다.


 도대체 이런 한심한 제도를 누가 만들었을까? 또 왜 이런 한심한 제도를 계승해 왔을까.

 암튼 참 이해할 수 없는 역사다. 내가 그 시절의 기득권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역시나 미친 존재감의 오달수... ^^



춘향 vs 향단의 대결은 향단의 압승이다.

무엇보다 H씬에서 향단이 완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향단의 H씬들이 정말 볼만하고 재미있었다. 그에 반해 춘향은 별로... ^^;;;


 하지만, 정말로 마음에 들었던 건 다름 아닌 마노인이 눈독 들인 이 하녀였다.

 H씬이 없어서 아쉬웠다. ^^;;;



 역사의 발전 과정이란 것은 별개 아니다.

 그저 더 약한 쪽에서 더 강한 쪽의 기득권을 빼앗아 나누는 것.

 빼앗는다고 하니 어감이 이상하군. 이런 경우에는 더 강한 쪽 즉 기득권이 부당하게 강탈해 누리고 있는

권리를 원래의 주인인 보다 많은 사람들이 되찾게 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왕의 권력은 쪼개졌고, 귀족들의 특권도 빼앗아 백성들의 위치가 조금씩이나마 상승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시 거꾸로 시계바늘을 돌려 방자전을 재현하려고 하고 있다.

 쪼개진 권력들이 지들끼리 짜고 뭉쳐서 독재를 이루기도 하고,

 귀족들은 국민들의 권리를 빼앗아 다시 자신들의 위치를 높이려 하고 있다.

 21세기의 민주사회에서 음서제라는 게 가당키나 하나? 하지만 그 어처구니 없는 짓이 벌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고위 공직자 하겠다고 나서는 것들치고 왕년에 나쁜 짓 안 했다는 놈도 없다.

 다른 직종도 아니고 대법원장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냐니까 안 했다고

거짓말 하다가 나중에서야 말을 바꾸고서도 당당한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대법원장 하겠다는 사람조차

다운 계약서 정도는 기본 사양으로 갖춰야 하나 보다. 그런 사람이 무슨 대법원장?

 하루 하루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정말로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 Blu-Ray ]

(이미지 출처 : www.technodvd.co.kr )


-한국판

이 타이틀은 한국에 CJ에서 출시가 되어 있다. 통상 블루레이 유저들 사이에서 CJ테리언이라고

불리울 만큼 소장 가치가 있는 한국 영화 시리즈의 009번째 타이틀.

-1Disc

-사운드 : 한국어 5.1ch DTS-HD MA

스펙은 그렇긴 한데, 실제 체감하긴 어렵다. 대사는 최고로 좋지는 않지만 들어줄만 하고

(그래도 일부 자막을 켜야 하는 부분도...) 리어 스피커 활용은 별로 없이 대부분의 사운드는

전방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뭐 음악은 정말 좋았다. 유감스럽게도 OST는 발매되지 않았다!

메인 테마 정말 좋던데... T T

-자막 : 한국어, 영어 자막 지원.

한국에서 발매되는 한국 영화에는 영어 자막을 필수로 넣어야 한다고 한다. 외국에서의 접근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나? 그래서인지 정말 짝퉁스러운 제작사에서 나온 타이틀이 아닌한, 한국 영화

DVD나 블루레이는 영어 자막이 거의 반드시 들어 있다. 심지어 한국어 자막은 없어도 영어 자막은

있는 경우도... 개인적으로 접근 방법이 틀렸다고 본다. 한국 영화에 영어 자막 운운할 시간에,

외국 영화에 한국어 더빙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그외 : 블루레이의 메뉴 화면이 꽤 인상적이다.

인상적인 메인 테마와 함께 적절한 대사에 화면 등등... 분위기 짱!









 *** 잡설 ***

-CJ테리언의 단점은 위아래로 빼는 아웃케이스가 너무 휙휙 빠진다는 것...

잘 모르고 랙에서 타이틀 꺼내다가 쑤욱 아래로 떨어질 위험성이 다분하다.


-사실, 실제로 춘향전의 진실은 방자전인지도 모른다.

춘향전은 알려져 있다시피 몇개 지역의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재구성해 만들어진 게

현재의 춘향전인지라 정말로 이 이야기의 진정한 근원이 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특히나 이런 미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방자전 본편에서도 고위층에서 미담을 X빠지게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미담이란 건 지배층이 우민들 이용해 먹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 방자전 (The Servant, 2010) ]

<영 화>

장점 - 아름답고 슬픈 방자의 순애보

단점 - H씬은 좋았지만 너무 적었다! ^^;;;


< 블루레이>

장점 - CJ테리언의 명성을 이어가는 예술적인 패키지

단점 - CJ테리언의 명성답게 위아래로 너무 잘 빠지는 아웃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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