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미스테리가 아니라 멜로 드라마 - 가면 (Rainbow Eyes, 2007)

베리알 2011. 2. 24. 21:14

가면 (Rainbow Eyes, 2007)


 가끔 보면 영화가 내세우는 혹은 겉으로 보이는 장르가 아니라,

그와는 다른 장르로서 영화를 볼때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가면도 그런 경우인 것 같다.


 포스터 등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알려진 대로의 미스테리나 스릴러로서보다는,

한편의 (슬픈) 멜로 드라마로 보았을 때 진정한 매력이 보인다고나 할까.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초반에는 좀 실망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실소가 나올 정도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미달이었지만, 그후 이 드라마가 멜로 드라마로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몰입에는 이수경의 기여도가 크긴 했지만...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등장 인물들의 구도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텍스트는 빵점이 아니라 마이너스였던 포스터라고 하겠다.


 인물들의 표정이나 배치는 정말 좋다. 하지만 텍스트는 진짜 깬다.

 이 영화는 스릴러로서 매력이 떨어지는데다가, 놈의 얼굴이 하나인지 둘인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말이다.



사실 초반에 이 영화를 꺼버릴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미스테리? 스릴러? 그렇게 보면 영화를 발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서 보면 그 허술함 가운데는 나중으로 연결되는 요소들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너무 허술했다.



하지만 점차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굴레를 벗어나서 보게 되며 달라진다.

초반에는 허술함도 특별한 카메라로 찍었다고 자랑하는 이미지 과잉의 장면들도

인물들의 이상한 성격들도 다 이상했지만 조금만 지나면 그것들이 다 영화를 구성하는

조각조각들로 날아와 합체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조강윤 형사...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애인을 옆에 두고도 이상하게 불안해 하고,

타인의 사랑의 방법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그런 것들이 다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역시, 그것들이 필요한 것이었음을 알게 될때까지 영화를 끄지 않느냐일지도... ^^;;;



  조경윤 형사의 동료이자 조형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박은주 형사.

 조형사의 애인이 차수진이라는 것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여성임에도 그 여성성을 주변에, 특히 가장 인정 받고 싶은 대상인 조형사에게 완전히

무시당한 채 남성 취급을 받는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행동들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주인공... 조울증에 빠진 인물로 나오는데,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일반인의 죄책감만 가지고 있어도 당연할 것 같다. 자살시도라도 당연할듯...

사실상 이 비극을 초래한 인물일지도?



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데는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완성도 특히나 떨어지는 초반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쉽게 받아 들일 수 없는 동성애를 중심 소재로 사용한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같은 동성애라도 미소년 미청년들의 그럴듯 말듯한 표현이라면 이미 지상파TV에서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문제로 다루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극중에서 동성애 혐오자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김형사인데,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동성애에 대한 사회 인식은 아직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형사의 동성애 혐오 장면들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엄연히 현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동성애를 놓고 그려지는 극단적인 모습들은 당장은 좀 불편하고

심지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다 멜로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뜬금없는 인물이 된 정미숙...

 심지어 설명이 상당히 생략되어 엔딩마저 붕 떠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어리둥절한 분들은 DVD의 코멘터리를 들어보시길)

 

 사실 뭐 어차피 큰 상관은 없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멜로이기 때문에,

다른 인물들은 그 진행에 도움만 주면 된다? ^^;;;



조경윤 형사의 애인으로 나오는 차수진...

이쁘다. 청순가련하다. 매력있다. 암튼 좋은 수식어는 다 붙이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이다.


 주로 캔디형 혹은 Over하는 여성을 주로 맡아 왔던 이수경으로선 매우 의외의 인물을 연기했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인 캐스팅이었다. 영화에서 정말 선녀가 따로 없다. T T



하지만 애인인 조형사는 꿈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고,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중요한 순간마다 바람 맞히고...

그래서 조형사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는데...



정말 명장면에 명연기였다.

그 캔디형 캐릭터들의 이수경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저 표정...

암튼 흥행만 잘 되었다면 이수경에게 있어서 연기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을텐데,

흥행이 잘 안 되어서 안타깝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영화가 흥행 못 한 이유는...

-동성애란 소재를 미화가 아닌 직설로 다루었기 때문

동성애가 등장한 드라마를 놓고 자기 자식이 그거 보고 AIDS 걸려서 죽으면 책임지라는 미친 소리를

신문에 당당히 광고로 내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수경의 베드씬!!!

 내가 보기에 분명히 대역이다. 베드씬을 놓고 분위기를 띄웠으면 그만큼 노력을 했어야지! ^^;;;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간단히만 말하자면 일반 영화의 스턴트 더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배우가 직접 스턴트를 하는 경우 그 배우임을 알리기 위해 얼굴을 충분히 여유롭게 찍는다.

하지만, 대역이 스턴트를 하는 경우 배우가 아닌 것을 숨기기 위해 얼굴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그 때문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화면 구도를 만들고 그래서 어색한 장면들이 나오게 된다)



여태까지도 없었고,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이만큼 응원하고 싶은 커플은 없을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 뒤에서 이들을 쫓는 경찰들을 다 날려 버리고

이 하늘 아래 이 커플이 쉴 곳을 만들어 인도해 주고 싶었다.


 초반에 심하게 부실한 장면들이나 영화에서 심하다고 생각될만큼 짜증 나던 장면들은,

사실 이 후반부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시사회 장면인가 본데 DVD 서플에 나온다. ^^



카메라를 갖고 놀기도 하고 영화 촬영에 참여도 하고... 역시 DVD 서플에 나온다. ^^



극중 직업인 네일 아티스트의 수업을 받은 이수경양... 역시 DVD 서플에 나온다. ^^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정말 뭉클했던 포옹 장면... T T





 영화는 정-말 괜찮았다. 내 느낌만으로 본다면 왜 망했는지 모르겠단 싶을 정도지만,

소재나 표현을 생각하면 이 유교위선국가에선 당연한 것도 같다.

 영화 정말 좋았다. 미스테리나 스릴러라는 장식을 떼고, (슬픈) 멜로 드라마로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진정으로 만나는 방법일 것이다.


 조경윤과 차수진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 DVD ]


(이미지 출처 : www.technodvd.co.kr)

-한국판

엔터원에서 2 Disc로 발매, 현재는 2 Disc 할인판도 1 Disc 할인판도 판매중.

2 Dics판 가격도 불과 몇천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2 Disc판을 추천.

 영화도 이수경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DVD를 보고 열나게 외국 사이트들을 뒤졌지만,

아직까지 블루레이는 어디서도 출시되지 않았다. T T

-2Disc

-사운드 : 한국어 5.1Ch

-자막 : 생략

-화질 : 생략

-그외 : 타이틀 디자인은 굉장히 괜찮은 편이다. 아웃케이스에 양면 표지까지 갖추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영화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해 만들어졌다. 8장 분량의 북클릿도 제공.

 영화 본편 디스크에는 코멘터리, 두번째 디스크에는 다양한 서플을 제공.









*** 잡설 ***

-이수경 짱!

-이수경 짱!

-이수경 짱!









[ 가 면 (Rainbow Eyes, 2007) ]

<영화>

장점 - 미스테리 그리고 스릴러 분위기를 살짝 풍기는 아름다운 멜로

단점 - 충분히 불편한 소재, 초반부의 허접함 그리고 거북한 표현들


<DVD>

장점 -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한 영화들의 허접한 DVD와는 다른 완성도!

단점 - 객관적으로 봐도 없지만, 할인 가격을 생각하면 절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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