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
최근 개봉작으로 꽤 재미있단 평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지민양의 기사들이 관심을 끌어
시간을 내어 보러가려고 생각하던 작품인데... 우연히도 기회가 갑자기 생겨서 급하게 보게 되었다.
사전정보 제로에서 본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덕분에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최근에 본 평양성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사회 풍자랄까 비판이랄까 하는 부분을 담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느냐 또 거기서 어떤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조선 후기 영조 시대다.
변질된 유교의 폐단이 극에 달했던 암울한 시기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정조 16년.
정조는 드라마 이산이 아니더라도 조선 말기의 개혁 군주 이미지로 유명한 임금이다.
기나긴 조선의 역사에서 쓸만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임금 중 한명이기도 하다.
조선 말기는 참 암울한 시기였다.
원래 임진왜란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해 낡은 조선을 날려 버리고 새로운 나라나
혹은 기존의 왕조가 아니라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어야 하는데, 선조 인조라는 희대의 찌질이들이
어쩌다 등장한 덕분에 조선은 좀비로 남아 기나긴 시간 동안 연명할 수 있었다.
민초들의 고혈을 잘근잘근 씹고 빨아대며 말이다. 참으로 비극이었다.
이런 비극의 중심에 있는 것이 유교, 그중에서도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변질된 성리학이라고 해야겠지만.
이황이니 이이니 하는 나름 대학자들도 있었지만(그래도 난 이 사람들이 왜 지폐에
떡하니 나와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이후의 대학자란 사람 중에는
정말로 대학자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들보단, 붕당 정치와 전통의 구렁텅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좀 먹던 것들이 많다.
이들은 성리학을 지들 좋을대로 이용하여 조선을 지배했는데, 좋은 점을 뽑아서 발전시켜도
모자랄 판에, 구태의연한 구세력들이 기득권 확립과 강화를 위해 좋을대로 이용했으니
내용이 어떻겠는가. 개판이었다.
원래 유교가 기득권들에게 유리하긴 하지만(이단이니 정통이니 하는 웃기는 분류부터 말이다),
그런 부정적인 부분을 극대화시켜갔으니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붕당으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것도 모자라(붕당, 흔히들 당파싸움이라 말하는 것을 놓고
그로 인해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식의 얘기는 식민사관이라고 얘기하며 붕당의 장점을 얘기하는 게
근래의 추세인가 본데... 냉정하게 말해서 붕당의 폐해와 이득을 저울질했을 때 과연 어땠을까.
붕당 정치라는 것의 장점이야 장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당파 싸움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던 역사를 놓고 굳이 그 폐해를 축소하려는 듯한 시도는 식민사관과 대치점에 있는 국수주의가 아닐지?
붕당정치에서 일당독재, 그리고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막장 테크 트리를 보면 에휴...)
게다가, 여러 루트를 통해 유교독재를 위협할 다양한 학문과 사상이 스물스물 유입되던 때,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다.
영화는 상당히 뻔하다. 나로선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그냥 훤히 다 보였지만,
영화의 연출이 괜찮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신나게 봤는데...
(개인차가 큰 듯하다. 같이 본 사람들은 뻔하긴커녕,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영화 내용이나 전개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들이 아닐까 싶다.
김명민은 발음에서 약간 아쉬움이 있는걸 제외하면(태생적인 한계이니 어쩌겠는가. ^^;;;)
정말 연기본좌라고 불러줘야 하고, 무한도전의 항돈이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는 오달수,
팜므파탈이 뭔지 보여주는 한지민 등등... 그들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미친 매력으로 빛난다.
김상궁의 은밀한 매력...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다. ^^;;;
환상의 커플일까? 이 둘의 조합은 정말 배꼽 잡는다.
다른 사람들이 했으면 아무것도 아닌 농담이었을텐데,
이 둘이 하고 있으면 웃다가 구를 지경이다. ^^
한지민을 처음 보고는 아예 정줄 놓아버린 조선명탐정...
영화를 보던 나도 그랬다. ^^;;;
원래 이런 팜므파탈 매력을 뽐내던 배우가 아니라,
청초 순수 등등 이런 이미지로 쭈욱 이어져 오던(마스크도 딱 아닌가? ^^) 배우인지라,
이런 변신의 효과가 엄청나다. 위험함 매력이 가득하다고나 할까...
캐스팅도 훌륭했고, 한지민의 연기와 캐릭터 소화도 감탄할 따름이다.
언론에 퍼붓던 것과 달리 별다른 노출은 없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팜므파탈 캐릭터가 한동안 없었던 것 같다. ^^
감독(?)과 주연들이 모인 자리?
왼쪽 두명과 오른쪽 두명은 서로 다른 세계릐 사람들인 것 같다. ^^;;;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최근의 어떤 시사적인 사건과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또한 정조 시대의 현실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 출신과 비기득권이란 신분 때문에 계속 기득권에게 부정당했던 누구처럼,
정조는 기득권 세력에게 즉위 전부터(영조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정조는 즉위조차 못 했을 것이다.
영조는 어린 마누라 잘못 들인 걸로 문제의 싹을 만들긴 했지만, 보기 드물게 장수한 임금이자
조선의 역사에서 흔치 않은 강력하고 똑똑한 왕이기도 했다) 인정을 받지 못 했고,
즉위 후로도 여전했으며 또한 정조가 기득권을 침해하는 개혁을 펼치려 했기 때문에
더욱 부정당할 수밖에 없던 처지였다.
영화에서 모 찌질이가 천주쟁이들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내놓던 논리(?)들이
유교의 한계이자 이 시절 성리학의 폐단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삼강오륜 그까이게 뭐라고 말이다. 그저 비기득권들을 제어할 장치로 이용당할 뿐이고,
그렇게 좋은 유교 경전으로 공부를 하고 학문을 닦았던 소위 양반들이란 것들이 어땠는지를 보면
정말 그까이꺼...라는 말이 나올 뿐이다.
뭐, 어차피 학문이나 사상보다는 인간 본인이 문제이냐 아니냐겠지만 말이다.
이건 지금 이 현대에도 모양은 좀 달라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득권이 요구하는 일정한 자격 요건, 한마디로 기득권이 아니면 배척하는 것...
예나 지금이나 이런 안 좋은 부분의 근본은 변한 게 없다. 망할 세상...
뭐, 어쨌거나 그런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웃기도 실컷 웃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킹왕짱 빛나는 한지민에... ^^
*** 잡설 ***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매끄러운 편집을 포기한 채,
페이드 아웃을 남발하고 있는 점이다.
인물이 정신을 잃은 장면 등에 맞추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너무 잦다.
목적이 뭐든 간에 이 부분은 마음에 안 들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1
<영
화>
장점 -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펼치는 코믹과 모험 / 한지민짱!
아, 풍자에 찔릴만한 당사자놈들이나 풍자가 거슬릴 노예들은 싫어하겠구낭. 이건 장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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