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코믹으로 위장했지만, 전쟁과 현실의 풍자를 가득 담은 - 평양성 2011

베리알 2011. 1. 27. 17:07

평양성 2011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알고보니 오늘 개봉했다. 개봉을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그냥 극장 상영작에 있길래 그냥 보았는데... 와서 보니 27일 개봉~


 이 작품은 황산벌(2003)에 이어지는 후속작품이며 3부작으로 기획된 이준익 감독의 역사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황산벌 - 평양성 - 매초성(매소성)...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이 지명들은 삼국 시대 후반에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들이다.


 황산벌 이후 8년인가? 김유신이 노망 든 노인네로 나오고 있는데... ^^;;;

 다행히(?) 예정대로 3부작의 마지막이 매초성이 된다면 김유신은 안 나오거나,

아니면 평양성에서 연개소문이 특별출연했던 것처럼 살짝 등장할 수 있겠다.

매초성 전투 전에 김유신은 죽었으니까.


 이준익 감독의 역사 3부작은 영화 자체의 재미를 떠나서, 한국인들에게

특히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의 역사에 있어서 큰 전환점을 맞게 한 삼국통일을 다루고 있는데다가,

배경은 분명 고대의 삼국인데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괜찮았다. 영화의 참혹한 진실이 코믹과 잘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그렇기에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들도 공허하지 않고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삼국이 (원치는 않았지만) 통일을 향해 달리는 이 과정은,

요즘 재미있게 보는 킹덤의 시대, 즉 열국의 통일 과정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기 때문에

더욱 보는 맛이 있었다.

 열국과 삼국, 그리고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기본은 똑같다.

 사실, 인간사라는 게 다 그렇지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우스운 사진과 함께 웃기는 텍스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시무시한 말이다.


 백제가 멸망한 후, 나당 연합군이 고구려를 치려는 이 영화에서 김유신은 고구려에게

저런 제스쳐를 하며 같이 당나라를 치자는 식의 전략을 내세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병신이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당나라에 대항하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다. 김유신이 고구려에 저런 제스쳐를 내미는 것은

고구려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라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제스쳐처럼 보여도, 그 목적에 따라 의미나 전개는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도 김유신은 대단히 감이 좋고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었을 것 같긴 하지만,

영화의 김유신은 사실상 공명이니 뭐니 하는 유명한 전략가(삼국지 정사의 공명이 아니라,

삼국지연의의 공명을 말한다. ^^)들 뺨치는 무시무시한 인물로 나온다.


아예 죽어 버린 계백과 달리, 특별출연한 연개소문...


드라마 연개소문에선 너무 띄워주기는 했지만, 이 인물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수당이라는 대괴물(국가 간 전쟁은 근본적으로 국력 싸움인데, 이 시기의 수당은 지구상의

괴물급 국력을 갖추고 있었다. 고구려 같은 나라 혼자서 맞섰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쪽 전략에 문제가 많기는 했지만...)에 맞선 고구려의 영웅이라는 평가도 있고,

왕을 시해하고 고구려에 심각한 분열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고구려를 망하게 한 원흉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얘기이다.

 하지만, 나로선 전자 쪽에 조금은 더 힘을 실어 주고 싶다.

 왜냐하면, 고구려 말기 고구려 왕이었던 영류왕의 매국노 짓을 생각하면,

연개소문 아니었어도 고구려는 망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힘이 모자랄 때 무조건 굽신굽신하는 것을 놓고, 수모를 견뎌 힘을 길러 복수한다...라는

이상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에서 이런 경우들 중에 정말로 힘을 길러 복수하는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가 훨씬 많다. 이유는 이런 이상을 진실로 꿈꾸고 노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기득권 세력에서 강대국에 빌붙어 기득권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연개소문 사후 고구려는 심각한 분열로 지리멸렬하게 된다.

연개소문이 잘 나고 그 아들들이 못나서라기보다(물론, 연개소문의 아들들은 심각하게 멍청했다...),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이미 고구려는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었지만,

거대한 외세의 침입이라는 현실의 문제와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발로 뛴 연개소문의 능력으로

그 분열의 진행을 살짝 늦춘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열 이전에 이미 중국에 대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으로 분열이 심각했고

그 결과물이 연개소문의 정변이었긴 하다.

 (개인적으로 저 온건파라는 명칭 자체에 굉장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단 강경파에 비해서 온건파라는 명칭 자체가 더 나아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 내용은 웃기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적이 으르렁 거리며 덤벼 오는데, 강경이고 온건이고 없는 거다. 살아 남느냐 먹히느냐 뿐이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온건파가 정말로 당장의 수모를 견디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대체로 이런 온건파들은 기득권 세력이며, 그 기득권을 전쟁 속에서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의

표출이 온건파 성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들 기득권은 나라가 망해도 자신들의 기득권만 이어지면

아무 상관이 없고, 적국에서 재물과 여자들 바치라고 그래도 신나게 가져다 바칠 뿐이다.

자기 재물이 아니라 백성들의 피를 쪽쪽 빨면 되는 거고, 여자들이야 내 여자 아닌데 뭔 상관~이라는

심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건파라는 웃기는 명칭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어지는데다가 잡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생략한다. ^^;;;)


 사진의 남건은 영화에서 무식 강경파로 나온다.

 강경파라고 해서 이렇게 아무 전략도 없이 그냥 무식하게 싸워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영화에서와 같은 무식한 강경파들은 강경파가 아니라, 그냥 돌아이파다.



연개소문의 장남이면서 고구려의 배신자인(이거 실제 역사다. 영화적인 픽션이 아니라...) 연남생.


소위 말하는 온건파들이 실제로는 이런 매국노가 되거나,

아니면 매국노라고 딱지는 안 붙어도 실질적으로 하는 짓은 매국노인 경우가 많다.

왜냐? 이들은 애초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던 부류이기 때문에,

그 이익이 지켜진다면 혹은 더 큰 이익이 보장된다면 나라 따위야 알 바 아니라는 인간들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역사에서 이런 매국노들은 말로가 안 좋다.

 실컷 이용하고 목적이 달성되면 매국노들은 죽여야 한다는 본보기로 바로 죽여 버리는 경우가 많고,

살려두더라도 이후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혹은 살아도 산 게 아닌 꼬라지를 만들어 버린다.

 한국처럼, 근현대사에서 열심히 활동한 매국노들이 시대가 바뀌면서도 계속 중용되어,

기득권 세력으로 만들어지고 떵떵거리며 군림하는 이런 막장인 경우가 이상한 경우인 것이다.


 암튼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그나마 앞에서 버티고 있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참 잘들하는 꼬라지였다.



이렇게 주변국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집어 삼키려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당사자인 고구려는 내부 분열로 혼란에 빠져, 심지어 연개소문의 장남이란 놈은 저렇게

나라를 팔아 먹을 궁리만 하고 있고... 고구려가 망할 만하다.


 개인 대 개인의 약속 같은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지만,

나라 간의 약속 같은 것은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힘"밖에 없다.

 강자는 약자와의 약속 따위를 지키려 하지 않으며,

어제의 강자가 오늘의 약자가 되면 약속 따윈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역사의 진리 중 하나이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르고... 떨거지 주제에 당나라를 상대로 땅 받을 약속을 하고

매국 행위를 하는 연남생은 머저리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당장 하나의 나라인 신라와의 약속도

지킬 생각이 없는 당나라인데, 자기네 나라에서도 쫓겨난 떨거지에게 약속을 지키려고 하겠는지.


 암튼 외적들을 앞뒤에 두고 스스로 분열해 알아서 망해 가는 고구려나,

겉으로는 연합군이라고 하지만, 그런 고구려를 놓고 누가 먼저 먹을지에만 열을 올리는

당나라나 신라의 모습은, 단순히 케케묵은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도 적용되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는 그렇게들 놀고 있지만,

그들의 놀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언제나 희생 당하는 것은 이런 일반 백성들인 것이다.



영화에서 거시기는 백제에 있다가 백제가 망하며 신라인이 되고,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고구려인(?)이 되기도 하는등, 실로 역사의 변화를 한몸으로 다 겪는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준다.


 단단한 철기로 단단히 무장한 당나라병사들과 달리,

나무쪼가리로 간신히 몸만 덮고 있는 구백제 병사이자 현신라 병사들의 모습이,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쌀을 사용한 퍼포먼스라고 해야 하나, 작전이라고 해야 하나... ^^;;;



킹덤의 이신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다.

전쟁터에서 공을 세워 팔자 고쳐 보려는 무명소졸...


어디까지나, 이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거지,

실제로 이 캐릭터가 이신같은 활약을 펼치고,

대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정말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전쟁에서 공을 세워 팔자 고쳐보겠다는 생각... 사실 이건 꿈 of the 꿈이다.

 그것도  지휘관이나 고급병과도 아니라, 무명소졸로 시작하는 암것도 없는 평민에게는 말이다.

 잠깐만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전투(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그냥 개별적인 전투)를 거치고 50%가 온전하게 살아 남는다고 가정해 보자.

(무명소졸 얘기를 하는데 생존률 50%면 이거 어마어마하게 후하게 설정한 수치다)

무명소졸이 전투 5번을 거치고도 온전하게 살아 남아 있을 확률은?

 확률로 3%에 불과하다. 처음에 같이 전투를 시작했던 사람들 100명이서

전쟁도 아니고 전투를 5번 거치면 다 죽거나 병신, 실종되고 달랑 3명만 온전하게 남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 3명이서 다 공을 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살아만 남았다는 거...

 힘 없고 돈 없는 백성들에게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가혹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꽤 무겁다.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나와 죽지 않고 살기만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나,

빨리 도망쳤다는 이유로 동료들을 동료들이 처단하는 장면,

그리고 그런 짓을 시키고 있는 당나라의 장수들의 모습은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얽힌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선 웃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게다가, 강제 징병도 억울한데, 전경 의경이라는 희대의 쓰레기 제도까지 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징병제도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전의경 제도는 당장이라도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도 이 영화가 판타지 영화인만큼, 무명소졸들의 비극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는다.

거시기는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어쩌다 보니 다 잘 넘겨,

결국 이런 이쁜 마누라까지 얻고 살아 돌아가게 되고...



거시기의 친구들도 특동대 헐값에 죽을 뻔하지만,

거시기가 이들의 의식에 파문을 일으켜 준 덕분에,

자신들의 목숨값을 몇배로 올려 흥정까지 하고도 살아 남는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판타지라니까... ^^



영화가 판타지라는 게 가장 재미있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오리, 개, 돼지, 심지어 소까지 투석기에 실어 고구려 진영에서 나당 진영으로 보내는 장면인데...

투석기로 날려져 온 오리는 물론, 개 돼지에다가 거구의 소까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

진정 판타지 오브더 판타지다. ^^;;;



그나마 그런 장면들은 판타지스럽다고 봐줄 수 있었지만,

중요한 땅굴의 수비가 이렇게 허술하다는건 좀 너무 작위적인 설정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차라리 낫다.

이 영화 최대의 단점은 연개소문 아들들의 반목과 배신인데...

진짜 상바보 중에 상바보들만 아들로 태어났구나...하고 납득하지 않는다면,

이 멍청하고 무능한 아들들의 머저리짓에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질 지경이다.

 배신에 있어서도 전혀 감정적인 혹은 이성적인 고조가 없이 뜬금없이 이뤄지니 원...



주연들이 한자리에 모인 사진이다.



극중에 "쌀"이 아이템으로 등장해서인지, 이런 좋은 일도 했었나 보다. ^^



 황산벌도 그랬지만, 단순히 역사 책 속의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풍자들이 여전했다.

 보통 한국 코미디 영화하면, 무조건 웃기려고 빽쓰다가 후반에 갑자기 신파로 눈물 강요를 하고

그래서 영화 밸런스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실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풍자, 감동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뒤섞여 있다.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역시 사투리겠다.

 대부분의 경우, 사투리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 해도 내가 한국인인만큼 유추하거나

혹은 평소 알고 있던 사투리 등으로 영화 보는데 지장이 없게 다 해석이 가능했지만...

몇몇 부분에선 무슨 말 하는지 자체가 아예 들리질 않았다.

 뭐, 그런 것도 이 영화에서 의도한 것이긴 하겠지만...


 암튼 요즘 상영하는 영화들 중에서 요런 코믹 영화가 없는 것 같아서

흥행에 꽤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 잡설 ***

-한국 영화 화질이 정말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어두운 장면도 이만하면 볼만하고... 밝은 장면에서는 감탄이 나오는 부분들도 많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사운드가 놀라운 수준이다.

극장이 씨너스 이수5관급도 아니었는데, 5.1채널 효과와 사운드의 묵직함은

헐리웃 블럭버스터 부럽지 않았다. 씨너스 이수 5관의 사운드로 만나고 싶다. ^^


-도회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선우선인데, 의외로 매력적으로 잘 어울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포스는! ^^;;;


-스탭롤이 끝나도 숨겨진 장면은 없다.













평양성 2011

<영 화>

장점 - 코믹과 감동이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 이런 것이 웰메이드 영화!? ^^

단점 - 딱히 단점은 없고... 사대주의만세나 매국노 후손들이 싫어하겠다 정도? 아, 이건 장점이구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