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2011)
제목이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는데, 과장이나 허구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난 그저 영화 예고편이 멋져부렀던지라 이 영화를 보려고 했던 건데, 입장해서 보니 떠들썩한
초딩들의 소음... 그제서야 확인해 보니 이 영화가 12세 관람가였다.
그리하여 초딩들과 보는데... 처음에는 무지 시끄럽던 초딩들이 하나둘 조용해져 갔다.
영화에 심하게 몰입해서가 아니라 영화에 심하게 집중을 못 해서 지겨워했기 때문이다.
압권은 결국 위급한 상황에서도 갈피 못 잡고 삽질 하는 주인공에게 던진 어떤 초딩의 이 한마디였다.
"에휴, 지금 그럴 때가 아냐!"
이 한마디만큼 이 영화를 확실하고도 효과적으로도 정리한 말은 없을 것 같다.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예고편은 꽤 잘만들었다. 넘버 포라는 이름의 의미나 그 처지의 긴박함을 잘 보여 주었고,
적당한 특수효과들은 아주 스타일리쉬하게 보였으니까.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처음에 얘기한 초딩의 한마디 그대로였다. 그럴 때가 아닌데 참 별 삽질만 하는 캐릭터들... -.-;;;
이 영화의 각본을 누가 썼을까?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시놉시스를 찾아 보니 영화와 대강 줄거리만 같을 뿐,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도 그 내용은 완전히 달라 보였다.
영화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찌질함과 무뇌의 파이날 퓨전이다.
도대체 말이 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주인공? 어떤 외계인들에게 멸망당한 외계인의 생존자다. 지구에 9명이 있는데,
1번부터 3번까지 차례로 살해 당하고 다음은 자기 차례다. 그런데 하는 짓은?
FuXXing Teenager!!!...라는 말로는 도저히 모자랄 정도로 찌질거린다. 맨날 도망다녀야 하는 처지라면
그 분노 때문에라도 뭔가 해볼텐데 이 녀석은 도망 다니면서 여자만 밝힌다.
넘버 원에서 쓰리까지 죽을 때마다 그 고통의 낙인이 자기 몸에 새겨지고 다음이 자기라는데도,
주인공은 그에 대한 분노나 공포가 전혀 없다. 자기를 노리는 녀석들이 누구인지
그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자기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발휘할 것인지
이런 당연한 반응은 전혀 없이 그냥 여자만 밝힌다.
자기 능력에 눈을 뜨는 것도 미친 X라고밖에는 안 보인다. 겨우 그만한 능력 생겼다고 희희덕거릴 때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을 당사자가, 그 능력들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서 자기를 노리는 원수들을
때려 잡을지 연구해야 할 당사자가... 그런 거 전혀 없이 그냥 여자 꼬시는데 이용한다.
주인공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하다 못해 사채 쓰고 도망 다녀도 이렇게 여유만만하게 살진 않을 것 같은데,
동족이 벌써 몇명이나 살해당하는 경험을 했음에도 마치 슬래시 영화에서 내가 살인자이기 때문에
난 겁이 없지...라는 식으로 도망자의 공포나 어려움은 없이 그냥 수컷짓만 하고 있으니,
도대체 주인공의 처지에 전혀 몰입을 할 수가 없다.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기는커녕, 짜증만 나는 상황에서 그 영화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초딩들에게조차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라는 말을 들을 삽질만 계속 하는 주인공,
그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하나만 그러고 있으면 그래도 다른 캐릭터들이 균형을 맞추면 희망이 보일텐데...
이 영화는 다른 캐릭터들이 주인공과 머저리 경쟁이라고 벌이는 듯 하다.
주인공과 같은 별의 외계인으로 주인공의 수호자라는데... 종족의 최후의 희망을
이런 무능한 머저리에게 맡기는걸 보니 주인공 별이 멸망하는 게 당연하다 싶은 생각까지 든다.
자기 별의 최후의 생존자로서 자기 별의 최후의 희망을 맡았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자기 별에 대한 지식과 유산을 최대한 전수해야 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고 상식이다.
지구별에서도 종족끼리 혹은 나라끼리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상대 종족의 말과 문화를 말살하고
혈통을 끊기게 하는데 주력하고, 반대로 또 어떻게든 자기 종족의 말과 문화를 지키고
자신들의 혈통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한다.
그런데, 그게 부족 단위도 아니고 별 단위인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들을 죽이려고 노리는 적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다가 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훈련이나 방법에 대해선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수호자가 아니라, 그냥 지구에 와서 인터넷에 빠진 은둔형 외톨이랄까?
주인공을 훈련시키고 그 능력을 발현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 줘도 모자랄 판에,
그냥 방임하고 자기는 인터넷만 하고 논다. 보고 있는 내가 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진정한 문제는, 이 영화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이 모양이라는 점이다. -.-;;;
우연히 만난 주인공의 친구 역시 그 계열이다.
외계인에 대한 자기 친아빠 실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꼭 이렇게 왕따 시켜 달라고 떼 쓰는 듯한 병신 짓거리만 골라 해야 하는지?
사고 패턴도 그렇고 주인공을 협박하는 것도 그렇고 암튼 주인공과 같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죽여서 치워버렸으면 싶은 캐릭터다.
주인공, 주인공의 수호자, 주인공의 친구...
벌써 이 정도 분량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짜증만 일으키니, 이 영화를 보는 게 얼마나 고역일지
상상이 되겠는가.
히어로 영화 역대 최악의 히로인에서 Top의 자리를 다투는 인물이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수퍼맨 리턴즈의 로이스 레인이다(크리스토퍼 리브의 로이스 레인이 아니라,
몇년전 개봉했던 리턴즈의 로이스 레인!).
그런데, 그 로이스 레인보다 더 짜증나는 히로인이 이 영화에 있었다.
부창부수, 근묵자흑, 끼리끼리 논다 등등... 그 주인공에 그 히로인이라는 말이 딱이다.
이렇게 매력 없고 짜증 나는 히로인도 오랜만인 듯 싶다.
미모도 내 취향이 아니고...
(그러고 보니 이 양화 감독이 디스터비아 감독이란다.
감독의 여자 배우 취향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독특한 것 같다)
주인공들이 그렇게 바보들에 멍청이들에 삽질만 하고 있으니 영화는 금방 악의 승리로 끝나겠지?
천만의 말씀! 이 영화의 악당들은 그 주인공들과 맞먹을 만큼 멍청하다!
오프닝의 넘버 쓰리 살해 장면이 무슨 조작이나 소발에 쥐잡기인가 싶을 만큼,
이 영화의 악당들인 나쁜 외계인들은 멍청하고 매력도 없다. 이 멍청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넘버쓰리를 죽였는지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 정도...
주인공 편에도 매력은커녕 짜증 나는 인물만 한가득이고,
악당 편에도 매력은커녕 멍청하고 추한 인물만 한가득이고...
그러니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보라는 거야? -.-;;;
이 영화의 유일 아니, 유이한 희망이 있으니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주인공 외계인들의 특수 능력,
레거시라는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정확하게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선 이 능력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안 나온다.
당연하다. 레거시를 사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만 나오지 그후 그 능력을 수련하는 장면도 없고
설명하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설명이 없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다. 레거시의 다양한 효과를 그때 그때 신선하게 볼 수 있기에
후반의 액션씬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냥 막 지루하다가 후반만 좀 볼만했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전반에서 중반, 후반 시작할 때까지는 찌질한 주인공에 무능한 캐릭터들이
초딩한테 지금 그럴 때가 아녀...라는 소릴 들을 짓만 계속 벌이고 있으니 뭔 재미가 있겠는가.
그렇다고 영화를 끌어나가는데 필요한 설명이나 떡밥을 까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게 지루하고 짜증만 나다가 후반에 갑자기 좀 닥치고 액션이 나오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더위에 짜증날 때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 벗으면 실제로 시원하게 온도가 내려간 것도 아닌데도
청량감으로 인한 시원함이 장난이 아니다. 이 영화의 후반부도 그렇다. 후반부 자체가 끝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전까지 너무 짜증만 나기 때문에 후반의 닥치고 액션이 굉장한 청량감으로 다가 온다.
이 영화의 유이한 희망 그 두번째! 그것이 바로 넘버 식스의 존재!!!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이 넘버 식스가 주인공을 감싸며 불길을 막는 장면인데,
영화 본편에서 그 이상의 장면까지 보여준다.
그렇게 불길을 막으면서 S라인을 Full로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는데...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스틸컷을 찾아 보려 했는데 그 컷은 없다. 그 장면 때문에라도(그리고 넘버 식스 때문에라도)
나중에 블루레이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넘버 식스 역의 배우는 마법사의 제자에서 주인공의 짝사랑인 살짝 노안인 미녀 역을 맡았던
테레사 팔머로, 이 영화의 유일한 의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멋지게 나온다.
찌질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일한 정상인(?)으로 나오는데,
넘버 식스만의 레거시(넘버마다 레거시가 다르다고 한다)가 제법폼 나는데다가,
찌질하고 병X같은 주인공과 달리, 적을 해치우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멋진 액션으로
활약해 준다. 쿨한 포스 또한 짱!
만약에 넘버 식스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냥 시간낭비 영화로 끝났을 것이지만,
넘버 식스 덕분에 이 영화는 새로운 생명력은 물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도 심어줄 수 있었다.
암튼 결론은 초딩들도 비웃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내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클 베이가 골 빈 블럭버스터를 만든다는 혹평을 받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골 빈 SF액션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정말 암 생각없는 캐릭터들의 진상짓을 보고 있으면 진정 돈 아까운 생각뿐이다.
그 짜증을 가라 앉혀 주는 게 후반부 액션과 넘버 식스의 존재뿐!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면 바닥은 면했다고 하겠다.
원래라면 뒤도 안 돌아볼 영화라고 하겠지만, 후반부 액션과 넘버 식스의 존재로 인해
영화 자체가 그나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 왔고, 이것은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의 싹도
조금이나마 틔워 주었기 때문이다.
넘버 식스가 계속 나온다면 난 이 영화의 다음 시리즈도 기다릴 용의가 있다. ^^;;;
*** 잡설 ***
-외계인에 빌붙는 쓰레기들의 모습에서 매국노들의 모습이 보였다.이 영화에서 이 지구적 규모의 매국노들은 그 죄값을 받지만,
이 한국에선 수많은 매국노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으니 참 개판이 영화보다 못한 막장의 현실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존 스미스에 대해선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설명을 하지만,
넘버 식스의 이름에 대해선 설명이 없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 거의 없는)
매우 웃기는 장면이다. 존 도우라는 남자 이름이 있는데 한국말로 하면 아무개씨 정도?
이 이름의 여성형 이름이 제인 도우인 것이다. 주인공의 개나 소나 이름의 조합인 존 스미스와
잘 어울리는 이름... ^^;;;
[ 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2011) ]
<영화>
장점 - 후반부 액션씬과 이 영화의 진정한 존재 의의인 넘버 식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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