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왜인지 추억을 자극하는 SF영화 -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베리알 2011. 3. 10. 22:01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역시나 영화 예고편 외에는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보게 되었는데... 영화 홍보를 낚시로 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 납득할 만큼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고편 등의 홍보를 보면 국가나 초거대 조직을 상대로 벌이는 음모와 액션의 영화 같은데,

실제 내용은... 추억의 보관소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마치 옛날 환상특급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 하기도 하고... 예고편 보고 가졌던 예상보다는

참 아기자기한 영화랄까. ^^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영화 포스터만 보면 마치 인셉션이나 다크시티 느낌의 거대한 음모를 다루는 영화 같다.



하지만, 여기서 필립 K.딕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이거 미리 알았으면 예고편을 보고 가졌던 기대감의 방향을 수정했을 것이다.


SF작가들의 작품은 놀랄 정도로 소박한 경우가 많다.

아예 장편의 경우는 영화 한편으로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보통 단편이 영화로 만들어지기 쉬운데, SF의 단편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중요하지

그 내용의 규모나 길이는 그닥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SF작가들의 (장편도 물론 좋아하지만) 단편 읽기를 즐기는 나로선 이 영화의 홍보의 가리개를

진작에 벗길 수 있었을텐데... 암튼 그래도 빨리 정체를 파악한 덕분에 재미있게 봤다. ^^



주인공의 사랑을 계획하고 미래를 조작할 정도의 엄청난 조직...

알고 보니 정말 역대 그 어떤 작품의 흑막 조직보다 엄청나긴 엄청나다.

그 정체가 무려 천사(Angel)들이고 그 우두머리는 체어맨이라 불리우는 GOD이기 때문!

 악마들이 힘을 모아 연합 조직이라도 만들지 않는 이상, 이만큼 엄청난 조직은 없을 것이다. ^^;;;



역사를 뒤에서 움직여 온 거대한 조직 혹은 국가적인 규모의 비밀 조직을 예상했다면,

일견 황당해 보이는 내용일 수 있지만 사실 SF 작가들이 이런 종교 혹은 신화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것은 예상보다 흔하다. 종교인의 특수한 관점이 아닌, 일반인의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SF작가들은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경우가 많아 보이지만 그렇기에 종교적인 소재를 더 잘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장면은 마치 예전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를 연상케 했다.

 시간의 흐름을 만드는 존재들을 다룬 에피소드였는데, 거기서 조작중인 시간대로 잘못 뛰어든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잡으려는 장면이 저절로 떠올라서 왜인지 반가웠다.



천사... 체어맨이라고 표현하고는 있어도 결국 야훼라는 신의 부하들이겠다.

천사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들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참 초라하다.

물론,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과 존재감을 가지고 체어맨의 명령을 수행하지만

왜인지 초라한 샐러리맨들을 보는 동질감마저... ^^;;;



영화가 일단 예고편으로 낚시를 깐데다가,

영화 자체가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양념으로 넘기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사용하는 이 소재만큼 종교와 비종교의 괴리감...을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다.


 종교인 아니 콕 집어서 모 종교인의 관점이란 게,

비종교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황당함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이 정한대로 이뤄질 것이라면 무슨 노력과 믿음이 필요할까부터 시작해서,

신이 정해 놓은 운명이 존재하고 거기에 맞춰서 모든 게 이뤄진다면 개개인들의 삶은

실시간 극장인가 오락거리인가. 수많은 피조물들의 괴로움과 좌절은 창조자의 유희인가

창조자의 의지의 구현인가.

 이 모든 걸 신이라는 해답으로 다 해결하는 종교인의 입장에 대한 필립 K.딕 나름의 생각이

이 영화로 표출된 것일까.


 어쨌거나 비종교인의 관점에서 보기에 종교란 참 이상한 세계다.

 문제는 그들만의 세계라고 놔두면 서로 좋은데, 모 종교의 극성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부딪히게

되니 그것이 진정한 문제... 참 꼴도 보기 싫다.



그런 심각하다면 심각한 의문도 사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게 바로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주로 다뤄지기 때문이고 또한 여주인공의 매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발레 장면도 놀라울 정도로 매력 있었는데,

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의 발레 장면들이 전혀 매력이 없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쪽은 장면 하나 하나, 동작 하나 하나마다 정말 매력이 철철... ^^


의상도 참 착한 의상들만 입고 나와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



에밀리 블런트 (Emily Blunt)

그동안의 출연작들에선 별로 인상적인 적이 없었는데, 와우!

이 영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만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빵빵으로 나온다.

 영화 자체만 보면 나중에 블루레이를 구입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에밀리 블런트의 출연 장면들 때문에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



 어찌 보면 소박하고 싱거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때문에 영화의 소재를 더 깊게 음미해 볼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에밀리 블런트의 매력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 ^^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영화>

장점 - 환상특급의 추억을 자극하는 영화, 환상적으로 빛나는 에밀리 블런트

단점 - 예고편과 홍보의 낚시에 깊게 낚이면 낚일수록 영화를 즐기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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