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진정한 흑조에 대한 갈증만 남긴 영화 -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베리알 2011. 3. 10. 22:50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이 영화를 보게된 이유는참 단순하다.

아카데미 수상작이라? 난 XX수상작이니 XX노미네이트니 하는 데 관심 전혀 없다.

나탈리 포트만이 나와서? 난 나탈리 포트만 싫다.

발레를 좋아해서? 난 발레 안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거의 이거 하나다. 바로, 밀라 쿠니스! ^^

영화를 보고 났더니 오히려 그녀에 대한 갈증만 더 심해진 것 같다.


 영화는 그닥 재미 없었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아카데미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 영화판이란 전례를 깨고,

벌써 백만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나로선 나탈리 포트만이 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 어차피 아카데미의 취향이니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



백조만의 연기라면 누구보다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발레리나, 니나.

하지만, 그렇기에 백조와 흑조를 같이 소화해야 하는 이번 백조의 호수 공연의 주인공으로는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실제로 주연급이 아닌 발레리나들의 대기는 이런 식일까?

그것도 어디 후진국도 아니고 발레 극장이 이렇게 운영되는 나라에서??


항상 부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고 무대를 위해서도 발레리나들의 체온 유지는 중요할텐데,

이런 추워 보이는 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



하지만, 니나는 뜻밖의 면을 감독 토마스에게 보여줌으로써 모두의 예상을 깨고 주연 자리를 꿰차는데...


뱅상 카셀의 연기는 역시 좋았다. 생김새에서 왜인지 갑수옹이 살짝? ^^


 감독 토마스는 탄탄한 방어벽으로 자신을 감싼 채 백조에 안주하는 니나를 자극해

니나 안의 흑조를 불러내려 하고...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온 순백의 백조, 니나는 그런 감독의 의도대로 온실을 조금씩 부수기 시작한다.



감히 맞설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온실이 아니라 두꺼운 창살이었던 어머니의 과보호에도 반기를 들고...



이제 은퇴하게 된 전직 유명 발레리나를 보면서 자극과 불안도 느낀다.


원래 위노나 라이더를 좋아하지도 않았긴 하지만, 이 베스가 위노나 라이더였다는 것은

나중에 영화 사이트를 보고서야 알았다.

 절도 사건 후 오랜만에 봐서 그럴까. 암튼 정말 몰랐다...



누구나 부러워 하는 주인공의 자리, 여왕의 자리를 꿰찬 니나지만

여왕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기도 전에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감독이 요구하는 흑조를 연기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감,

그리고 그런 니나의 약점을 노리고 그 자리를 탐내는 위험한 릴리...


 이 영화를 보게 한 이유, 바로 릴리 역의 밀라 쿠니스다.

 그녀의 출연 장면이 더 많았으면!!!...하고 영화 내내 속으로 소리칠 만큼 매력적이었다. ^^



시종일관 밝은 색깔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 니나와 어두운 색깔을 입고 나오는 릴리의 대비.

흑조가 되지 못하는 한계에 대한 절망과 조바심에,

니나는 릴리의 어둠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고 서서히 자신의 틀을 깨며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생명의 탄생은 죽음을 전제로 한다고 했던가.

백조의 견고한 틀을 깨기 위해 니나는 많은 것을 버리고 많은 것을 부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전까지의 자신의 정체성 등등...

그것은 그냥 웃으면 술렁 술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니나 본인에게도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아픔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니나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나락의 상황에서,

백조의 자신을 깨부수고 흑조의 자신을 불러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드디어 흑조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 최대의 단점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 토마스가 그렇게 원했던 흑조가,

그리고 백조였던 니나가 어머니를 상처 입히면서, 자신을 상처 입히면서,

어둠의 유혹에 몸을 던지면서까지 되고자 했던 그 흑조가... 보기 흉한 괴물에 불과했단 말인가?


 애초 토마스가 요구하던 흑조는 유혹의 백조였다. 왕자를 잽싸게 유혹해 빼앗을 수 있을만큼,

그리고 발레를 감상하는 관중들도 단번에 유혹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그런 흑조.

 하지만, 그런 요구와 처절한 과정을 거쳐 나타난 흑조는 그저 CG로 도배한 보기 흉한 괴물일 뿐이었다.

 저런 흑조를 보면서 무슨 유혹을 느낀단 말인가.

 

 흔히들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를 보기 흉한 괴물로 묘사하지만,

인간을 유혹해 타락에 빠뜨리는 존재는 사실 그 어떤 존재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은 형용할 수 없이, 지독하게 달다...


 그래서 내게 있어서 이 영화는 실패였다.

 그 기나긴 과정을 거쳐 드디어 백조의 한계를 깨부수고 뛰쳐 나온 그 흑조를 보고 유혹을 느끼긴 커녕,

그저 보기 흉한 괴물에 대한 혐오감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상 다른 부분들을 제쳐두고,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이 부분일 텐데...

 그 클라이막스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었으니, 영화에 대한 맛이 에휴.


(물론, 흑조는 실망이었지만, 백조와 흑조를 모두 불러낸 니나가 마지막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의

연기는 좋았다. 백조도 아니고 흑조도 아니면서 그 둘을 모두 품은 듯한 조화를 표현했다고나 할까.

이것이 동양 철학의 음양조화인가. ^^;;;)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강렬한 실망감과 함께,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한 흑조에의 갈증만이 남았다.

 그렇기에 난 이 영화를 보고 나탈리 포트만 니나의 (CG와 특수 분장의) 흑조가 아닌,

밀라 쿠니스 릴리의 진정한 흑조가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나탈리 포트만에 대한 불호를, 그리고 밀라 쿠니스에 대한 호를 제외하고 생각해 보더라도,

밀라 쿠니스라면 나탈리 포트만보다 훨씬 더 흑조다운 흑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밀라 쿠니스의 흑조를 보고 싶다...



 암튼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고(영화가 질 나쁘게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단지 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다는 뜻이다), 클라이막스를 위해 영화 내내 고조시켜 가다가

정작 클라이막스에서 판을 엎으며 실망감을 주었기에 영화가 참 재미없었다.

 아카데미는 역시 먼나라 얘기다. 난 차라리 괴작들이 더 매력이 있을 것 같다.









*** 잡설 ***

-촬영상 노미네이트? 영화 촬영은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흔들리는 화면은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내가 절라 싫어하는 극단적인 클로즈업...

내가 요즘 주류가 된 2.35:1 와이드를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 얼굴이 잘려 나온다는 것이다.

 옛날 와이드에 대한 장미빛 비젼을 제시할 때는 4:3 화면의 양옆을 계속 붙여 나가는 설명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와이드 역사를 보면 양옆이 붙여져 나가는 게 아니라,

4:3의 아래위를 잘라서 와이드를 만들어 오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4:3에선 충분히 제대로 나오는 얼굴이, 1.85:1에서는 그나마 잘 나오는 얼굴이,

2.35:1에선 위나 아래가 잘려서 나와야 하는 꼬라지가 되었다.

 얼굴 하나도 제대로 못 잡는 게 무슨 와이드의 의미가 있을까.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긴 하지만, 영화 내내 잘린 얼굴들만 나온다면

그건 의도의 수준이 아닐 것이다.

 거기다가 이 블랙 스완은 그런 주류의 분위기를 넘어서 정말 얼굴에 더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내가 아무리 나탈리 포트만을 안 좋아한다고 해도,

아무리 봐도 나탈리 포트만보다 다른 발레리나들이 예쁘던데... ^^;;;









[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


< 영화>

장점 - 밀라 쿠니스가 연기한, 릴리의 아찔위험한 유혹!!!

단점 - 이 흑조 말고 다른 흑조 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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