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맛의 달인 지로가 아니라, 인간 지로와의 만남 - 미식특강

베리알 2010. 11. 2. 22:31



  맛의 달인이란 만화가 있다.

 꽤 오래 전부터 연재를 해서 아직 안 끝난 걸로 아는데(관심 끊어져서 모르겠다),

일본의 수많은 요리 만화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 만화다.


 보통 보면 특정한 요리나 특정한 분야를 다루는 작품이 많지만,

이 작품은 요리라는 대상에 대해 무한할 정도로 다루고 있으며

단순히 요리라는 범주를 벗어나 인간과 역사 등등 암튼 참 폭넓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꽤나 재미가 있고 인기도 있는 것 같은데(100권 이상 나온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모르겠다. 관심 끊어서...), 본편인 맛의 달인 만화책은 물론,

그에 대한 책도 한국에도 출시가 되었었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www.daum.net )


 제목은 한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권으로 끝나지 않고 2권도 나왔다. ^^;;;


 맛의 달인에서 여러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하던 것과 달리,

이 책은 작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풀어 낸다.

 작가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예상대로 맛의 달인 주인공인 지로가 떠오르지만,

지로와는 또 다르다. 인간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작품에서 지로는 회사에서 잠이나 자고 상사 알기를 개X으로 알고,

빚에 쪼들리며 살긴 해도 자신의 이상이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는 등,

단점이 많은 인물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보통이 아닌 인물이다.

때문에, 아무리 인간적인 실수를 하고 인간적인 단점들을 보여도 생각만큼

와닿지 않는다. 일단 뭐 그런 엄청난 미각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그렇게 산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야기에서 그에게 호감을 가진 인물들이 던져 오는 엄청난 유혹들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한다는 것부터 이미 인간이 아니랄까. ^^;;;


 그런 맛의 달인 본편과 달리, 이 책은 정말로 인간적인 지로를 만날 수 있다.

 다원화되는 세상에 맞춰 맛에 있어서도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는 하나라는 다원화 식성을 만끽하며 추구하는 지로와 달리,

작가는 자신의 기호에 푹 빠져 살며 다른 맛을 폄하하기까지 하는,

어떨게 보면 작품 내에서 숱하게 나왔던 나쁜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여기서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랄까.

 물론, 그런 차이점과 별개로 작가는 지로와 많이 비슷하다. 먹을 거에 돈을 너무 써서 곤란을

겪었다는 것도 그렇고... ^^

 또한, 작품에서 정치나 전체주의 등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가 읽혔는데,

작가 보인은 작품에서 보여지던-만화에 맞게 포장된- 수준을 넘어 정말로 엄청나게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반가웠다.


 작품 내에서 다뤘던 다양한 먹거리에 대해 작가의 부연 설명이나 느낌, 기호 등을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덧붙여 진행하는데, 맛의 달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내용인데가, 맛의 달인이 맛의 달인이라는 틀 속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던 것에 비해, 작가 하고 싶은대로 마구 이야기를 풀어 놓기 때문에

좀 더 직설적으로 다가 오는 느낌도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어떻게 보면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인 인간 지로가 아닌,

진짜 사람 같은 지로를 작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그 자체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서점이나 인터넷몰 등에서도 팔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지하철이나 역 등에서 파는 덤핑 도서에서 구입했었다.


 암튼 가격도 비싸지 않고 두껍지도 않고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만하다.


 아, 그리고 작가가 왜 그리 호주에 목을 매나 했더니,

이미 진작에 호주로 이민을 갔다는 야그가 나온다...







...작가와 자로의 결정적 차이점이라면,

경마운이 전혀 없는 지로와 달리, 작가는 경마로 돈을 잃어 본 일이 없다는 것! 어메이징~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꽤나 재미있게 봤었는데, 진작에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다.

사람 사이의 갈등을 음식으로 절묘하게 해결하는 것도 수십권을 넘어 100권에 다다르니

너무 억지 상황에 억지 연장 느낌만 가득해서 흥미가 떨어지는데다가,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결혼을 기점으로 대체로 해결되면서

옴니버스 구성임에도 작품의 흐름을 주도하던 주요 줄기도 실종된 느낌에,

맛의 달인은 어디 가고 일본 지역 명물 소개 시리즈가 된 듯한 지경까지 오자.

정말로 시간낭비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역시 과유불급이나 박수칠 때 떠나라 등등... 그런 얘기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