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책을 보는데 문득!

천민소년이 춘추전국시대를 헤쳐 간다! - 킹덤

베리알 2010. 6. 26. 10:29

 

 

 

 

 킹덤 (Kingdom)...

 

 근래 재미있게 보는 만화이다.

 이쁜 여자 캐릭터나 서비스씬이 줄줄 나오는 것도 아닌데도 재미있는 걸 보면,

작품 자체가 재미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

 

 배경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끝자락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 사상 최초의 통일 왕조를

수립한 진나라에 훗날 시황제가 되는 진왕 정이 막 즉위한 시대이다. 이 난세에 대장군을 꿈꾸는

천민 소년 신의 활약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역사와 픽션의 줄타기가 매우 중요하다.

 자료도 별로 없는 옛날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픽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 하지만

무한대의 픽션을 만들어낼거면 굳이 역사를 배경으로 할 필요가 없으니 역사에 대한 고찰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역사에 소홀하고 픽션이 강해지면 아예 판타지가 되니 문제,

픽션에 소홀하고 역사만 따라가다 보면 역사교육만화가 되니 문제, 그 사이에서 작품이 추구하는

바에 맞는 줄타기를 하는 게  생명이다. 이 작품은 아직까진 힘있게 고동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 작품 이미지의 저작권은 대원과 集英社에 있습니다 ]

 첫장면에서 등장하는 장군 이신...

 

 이신은 물론 실제로 역사서인 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단, 과연 이신이 그 시대에 저런 무장을 했을지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

 단, 이 작품에서처럼 천민에서부터 무섭게 출세하여 젊은 장군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다른 인물들은 열전의 번역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지만, 이신은 그렇지 못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신은 굉장히 유명한데... 중국 역사에 흥미 정도만 있어도

아마 전국시대 말기의 진나라와 초나라의 싸움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진왕이 초나라를 치는데 필요한 군사를 묻자, 젊은 장군이 20만이면 OK,

노장인 왕전은 60만은 있어야 한다고 하고 젊은 장군에게 20만을 주어 보냈다가 대패,

이후 진왕이 왕전 장군에게 직접 사과하고 60만을 주어 보내 초나라를 멸망시켰다는 야그...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그 젊은 장군이 바로 이신이다.

 이 에피소드 자체가 유명하기 때문에, 이신은 호언장담했다가 초나라에 대패한 장수 정도로

자연스럽게 기억되어서 무능한 장수처럼 생각되는 게 보통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 유명한 명장들도 패배의 기억은 다들 있는 법이고 이신은 이 이야기 외에서는

활약을 펼쳐 진나라를 위해 공을 쌓았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시대도 아니고 오래 이어진 전국시대의

상황에서 무능한 젊은 장군이라면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도 낮을테고 말이다.

 사기의 다른 부분에 보면 이신의 공적도 나오고... 암튼 그렇다.

 젊은 장수로서 만화책과 비슷하게 실제로도 패기 넘치는 젊은이다운 모험적 스타일이었던득...

 

 흥미로운건 다른 명장들은 그 시대에서 끝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이신은 본인은 물론, 이후의 시대에서도 이신의 자손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는 점...

 

 

 

 

 역사 책에서 보던 사람들이 이렇게 실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만화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백기의 경우 항복한 조나라 포로 40만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렸다고 한다...

 

 

 이신과 함께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진왕 정...

 아버지인 장양왕이 왕에 오르고 금방 죽었기에, 어린 나이에 즉위한 정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실권을 잡지 못 하고 여불위의 섭정에 휘둘린다.

 

 작품에서도 범상치 않은 인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도 시황제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폭군의 대명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아무리 진나라가 강국이 된 상태라고 해도 전국시대를

통일한 임금이라는건 바보천치로서는 절대 불가능하고 그의 정책은 여러 문제점도 많았지만,

또한 장점도 있었으니까.

 

 사실은 장양왕의 친자식이 아니라, 여불위의 자식으로 알려져 있는게 보통인데...

이 작품에선 아직까지 그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여불위를 몰아낼 즈음에 맞추어

그 출생의 비밀을 드러내고 진왕 정을 망가뜨릴 셈일까?

 

 

 난세란 힘없는 자에게는 가혹하지만, 또한 약간의 기회도 제공한다.

 평화로운 시대라면 천민 소년이 이런 꿈을 실현한다는 건 불가능,

애초부터 이런 꿈은 꾸지 못할 것이지만, 난세는 다르다.

 

 물론, 난세라고 이런 꿈이 덜컥 덜컥 실현된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런 꿈을 가져볼 수도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뿐...

 

 어지러운 시대에 누구보다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건 힘없는 사람들이니까.

 

 

 역사상 최고의 장사꾼을 뽑는다면 그 후보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여불위 아닐까.

 진왕 정이 그의 아들이건 아니건 간에, 그의 배팅은 정말 세기의 배팅이었으니까.

 

 

 내가 열전을 다 읽어본 게 아닌지라 자잘한 캐릭터들까지 실제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작품에서 비중 좀 있거나 무게 좀 있는 캐릭터는 대부분 실존 캐릭터다.

 캐릭터 소개에서 언급되는 신릉군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영웅이기도 하다.

 

 

 몽씨 성을 가진 장수들이 등장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서야 드디어 그 몽씨의 염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몽염...

 명문 장군가인 몽가에서도 그의 이름은 단연 유명할 것이다.

 그의 공적이 압도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물론, 몽염에게 공적이 없다는건 아니다),

진시황 사후에 일어나는 권력 승계 과정에서 그가 등장하기 때문으로,

진시황의 아들 호혜와 환관 조고의 음모로 태자가 죽고 태자와 같이 있던 몽염 장군도 죽는 이야기는

진나라 이야기 중에서도 제법 유명한 부분이니 말이다.

 

 

 단,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전형적인 소년지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

 강해지는 주인공에 맞춰서 그보다 강한 인물들을 무리하게 낑겨 넣는 건데,

킹덤도 별 수 없이 그 패턴을 따르고 있다.

 왕 일족의 본가니 분가니는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작품에서 진나라의 육대 장군이라는 왕기를 그렇게 그려놓고도 왕기를 무시하는 이런 본가의

등장이란 허헐~이다.

 

 물론, 왕분은 듣보잡은 아니다. 진나라 최고의 명장인 왕전의 아들로,

공적에서 본다면 나중에라도 이신과 겨룰 레벨이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왕전 부자는 무려 5개국을 멸망시켰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왕전이 이 작품에서 등장했었나? 기억이 없다...

 

 

 이어지는 소년지 스타일...

 진왕 정과 여불위의 싸움에 새롭게 가세한 제3세력 태후...

 역사에 그려진 그녀의 모습(여불위와의 불륜에 색을 밝히는 등등)을 생각하면

나름 이렇게 등장할만도 하겠지만 뭔가 음...

 

 

 실제로는 어떨까?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고, 또한 왕(남성)의 시선에서 그러져 왔던걸 보면,

희대의 악녀들처럼 나오는 게 보통인 왕비들 이야기는 조큼의 과장이 없지는 않을지 몰라도,

실제 역사에서 왕비가 나서봐야 문제만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왕이 자주적인 인사권을 행사한다고 할때, 이는 말로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문제의 소지가 높다. 신하와 왕은 항상 대립하기 때문에, 왕이 아무리 인사권을 단독으로

휘두르고 싶어도 제대로된 인물을 파악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게 바로 외척이고,

그렇기에 별반 검증(신하들끼리 겨루거나 한다면 어느 정도의 검증을 거친다고 하겠지만,

외척의 등용에는 그런거 없다)도 없이 등용된 외척들은 무능과 부패의 대명사가 된다.

권력을 잡은 것 자체가 왕의 마누라 힘을 등에 업은 비정상적인 방법이니만큼,

언제든 흔들릴 그 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음모나 꾸미고... 그런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진행 과정이나 엔딩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진행이 너무 느린(아직 노대조차 등장하지 못 했는데 이미 20여권에 이른다)  감이 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탄탄하고 매력적이다.

 단지, 소년지스러운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조큼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