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보는데 문득!

히어로와 빌란을 누가 구분 짓는가? - MBC혼090819 5회

베리알 2009. 8. 20. 09:46

 

 

 어제까지 5회가 방송된 MBC 수목극 혼.

 1,2회 정도의 연장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무시하고 본다면

드라마는 벌써 절반까지 진행되었고 오늘 6화까지 방송이 되면 후반부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드라마에 요 정도의 짧은 분량 기획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반드시라고해도 좋을만큼 빈번하게 등장해 시간을 잡아 먹는

감초들의 시간 때우기 장면이나 별 필요 없이 삽입되는 억지 늘리기 장면들은 찾아볼 수 없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늘어질 틈이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암튼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이렇게 만족감이 커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여러모로 이 드라마는 정말 굉장한 것 같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각성한 신류의 미소를 보여주며 끝났는데,

어제 방영분에서는 무력한 히어로를 넘어서 힘 있는 빌란의 영역에 들어선 신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히어로 - 초인적인 능력 등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반적으로 선과 정의의 인물로 그려지는 캐릭터들. 수퍼맨이나 배트맨 등등...

빌란 - 히어로의 반대 개념. 히어로들의 반대편에 서는 소위 악당들을 말한다)

 

 

 히어로와 빌란...

 그 둘을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이고 누가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가장 직접적인 대답을 던지는 (유명한) 작품이 데스노트일 것이다.

 작품에서 히어로와 빌란의 대립을 보여주는 게 L과 라이토라고 할 수 있겠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사회 정의를 지키기 위해 초월적인 힘까지 사용하며 노력하는 L은 히어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의 시스템이나 타인의 목숨을 거침없이 무너뜨리는 라이토는 빌란.

 그러나, 정말 그러할까?

 아쉽게도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구분이다.

 작품에서 L은 악당인 라이토를 잡겠다고 하지만, 그런 L이 사용하는 방법은 합법적이고 정의로운

방법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일상다반사에, 사람의 목숨을 실험 도구로 사용하는 것까지 서슴치 않는다.

L이 저지르는 불법적인 일들은 괜찮은 것이고, 라이토가 하는 건 안 된다는 건가?

 내가 보기에 둘의 차이는 이것뿐이다. L은 철저한 기득권자로서(전세계적인 재력과 인맥,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탐정놀이는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그 기득권 덕분에 시스템을 무시하고 자기 좋을대로 한다. 단, 기득권이 유지되기는 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가 파괴되는건 용인할 수 없다는 쪽이다.

 라이토는 소시민으로서 묻힐 수 없다고 자신할 정도의 타고난 재능에,

하늘의 도움(사신의 도움? ^^)까지 더해져 그 자신 스스로가 새로운 기득권자가 되기 위해

기존의 기득권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

 일반적인 도덕이나 정의 같은건 아무 의미가 없을뿐, 둘은 그렇게 서로의 위치와 신념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부딪히는 것이고 그런 그들의 신념과 수단이 지금의 시스템과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또 다를 뿐...

 

 

 히어로와 빌란은 그런 것이다.

 히어로가 아무리 입에 발린 정의와 평화를 내세워 봐야,

정의는 선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위법투성이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악당을 잡으면 그가 아무리 위험한 존재이든 뭐든 간에

시스템의 사법 기관에 맡기는 모습이 참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빌란에는 애초부터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도 있지만,

기존의 시스템과 사회에 절망하거나 깊은 상처를 입고 빌란의 길로 들어선 자들도 있다.

 히어로는 선이고 빌란은 악이다... 이런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야말로,

기득권(대부분 좋지 못한 의미)의 쓰레기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신류의 캐릭터는 무척이나 흥미를 더해 준다.

 

 

 

 

[ TV 캡쳐 화면의 저작권은 MBC에 있습니다 ]

 

 예상했던대로, 신류의 수사팀에는 중대한 배신자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마음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머리로는 욕이 나오던 하나의 모친...

 하나의 모친이 제대로만 상황 재처를 했어도 어제 방영분으로 이 드라마는

합법적인 솜방망이 해결로 끝을 봤을수도 있는데...

 어쩜 그렇게 멍청한 짓만 골라서 하는지, 더 이상 하나에게 짐이 되지 말고

빨리 좀 사라지라고 머리는 외치고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그런 어머니의 눈물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힘없는 소시민으로서 그런 상황에 처한,

그것도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이란...

 

 

 초반에 우상이었던 신류는,

어느 사이에 삼각관계(!)에서 질투(?)의 감정까지 더해져

미묘한 위험성을 발산하고 있다.

 신류를 쳐다 보는 그 눈빛은 이미...

 

 

 회를 거듭할수록 연기도 더 좋아지고 있는 임주은양... 캐스팅 굿잡! ^^

 

 

 하나 가족의 사진을 보며 미묘한 미소를 짓던 신류...

 이미 정의의 사법기관의 프로파일러로선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은 빌란의 미소였다.

 

 

 자살하려던 언니를 구해준 신류를 바라보는 두나의 눈빛이 묘한데...

 이거 아무래도 귀신까지 포함된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 ^^;;;

 

 

 자신이 강자의 자리에 있다고 믿을 때(믿고 싶을때)의 모습...

 속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건 어쩌건 간에 말이다.

 

 

 그러나, 응징의 원펀치!

 

 

 그리고, 응징의 투펀치!

 

 

결정타인, 응징의 쓰리펀치!

마치, 슈퍼로봇대전에서 마징가Z - 그레이트 마징가 - 그렌다이저 셋이서

합동 필살기를 쓰는걸 보는 느낌이었다. 여러모로 감동의 물결이... ^^

 

 지옥의 공포 속에서 나타난 신류를 구세자로 보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런 쓰레기에게 썩소를 날려 주며 쓰으윽 문들 닫아 버리는 신류의 장면은,

정말 통쾌 그 자체였다.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밤새 묶인채로 손톱이 빠지도록 철문을 긁어 댄 저 모습...

속이 싸악~ 풀리는 느낌이랄까? ^^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

 과연 '진정한' 사이코패스들은 저렇게 마음 속 어딘가에 공포를 느끼는 구석은 있는 것일까?

 인간인 이상 어떻게든 영향을 받을 무언가가 기억 속이나 생각에 있을 가능성은 있겠지만,

과연 저렇게 자신이 죽이면서 즐거워했던 유희들에 대해서,

그 유희의 대상에 대해서 저런 공포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물론, 위에 나온 저 녀석은 진정한 사이코패스라기보단 덜익은 찌질이에 가까우니 별 상관이 없다.

내가 궁금한건 현재까지 이 드라마에 나온 캐릭터 중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 백도식이란 캐릭터 때문이다. 과연 이 캐릭터가 공포라는걸 느낄 수 있는 구석을

마음 속에 갖고 있을까? 법이란 게 강자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힘 없는 소시민들을 위해

변하게 되는 세상...정도라면 공포를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런 세상이 오면 정말 문자 그대로 지상낙원이 되겠네...)

 

 

 괴담의 응용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혜원이 같은 캐릭터가 반길만한 소재일지도...

 

 

무력한 히어로의 자리를 박차고,

스스로의 의지로 빌란이 된 신류에게 여전히 나타나는 악몽...

 

 이는 역설적으로 신류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란걸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적어도 아직은...말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존재인 신류에게,

사실은 처절하게 배신당했다는걸 알게 된 하나...

 

 인간의 뇌는 하드 디스크처럼 넣었다 뺐다 지웠다가 기계적으로 딱딱 일어나는게 아니기에...

 

 

 수퍼 빌란 신류!

 

 

 수퍼 빌란 하나!

 

 

 하나 앞에서 수퍼 빌란으로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신류...

 

 신류라는 캐릭터가 그분이네 뭐네 하는 소리를 하는 게 뜬금없게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 보여진다. 신앙의 길을 걸으려고 하던 어린 시절이나,

그런 가혹한 일을 당하고도 신앙에 의해 도움을 받고 믿음에서 구원을 찾으려고 애쓰던 모습 등...

 

...종교와 신앙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무수한 비극이 가득한 역사는 논외로 하고 말이다.

 

 

 오늘 방송될 6화를 살 떨리게 기대하게 만들었던 예고편 장면! + +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각성 하나!

 과연 오늘 나올 것인가! + +

(하나 모친의 사고도 그렇고, 예고편에서 은근히 땡겨서 내보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장면이 오늘 나올지 다음 주에 나올지는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듯... ^^;;;)

 

 

 

 

 처음에는 조큼 심드렁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끌어 당기는 혼...

 아쉬운 부분들이 없다는건 아니지만, 드라마의 매력이 너무나 굉장해서

그 매력에 취하기도 바쁠 지경이다.

 간만에 정말 괜찮은 드라마를 만난 것 같다.

 부디 이 느낌 끝까지 가게 해 주기를... ^^

 

 

(싼티 각기가 안 나오고 있어서 더욱 굿! ^^)

 

 

 

 

 

 

 

 

 

 

 

 

 참으로 유감스러웠던 장면... 19세 관람가 드라마에서 칼을 뿌옇게 처리하는게 뭥미?

 메스는 되고 칼은 안 돼는 이유가 뭔지?

 저런거 뿌옇게 처리하면 뭐가 좋아지는지?

 게임에서 빨간피를 파랗게 처리하면 등급이 내려나는 것도 웃기는 짬뽕이고,

암튼 간에 유치뽕짝 웃기는 세상이다.

 저런거 뿌옇게 처리하는 것보단,

 막장 드라마들 없애 버리는게 세상에 훨씬 도움이 될 거다. 비교도 안 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