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퇴마록에 그렇게까지 열정적인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퇴마록을 열심히 봤던 것도 사실...
그 시절 지나온 아재들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이 작품을
아예 안 본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
낭만과 혼돈으로 가득하던 세기말 1998년, 이 작품을 영화로 깨우는 시도가 있었으나...
오히려 처절하게 봉인되는 슬픈 결과를 가져 오고...
그후 이런저런 시도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 작품이 태어난 1993년에서부터 무려 30여년이 흐른 2025년에서야,
제대로된 영화로 눈을 뜨게 되었다.
퇴마록 (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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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www.daum.net )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이 작품을 3D 애니로 만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세기말 낭만 가득한 셀화로 보고 싶었으나... 그때 만들어졌다면,
역설적으로 철저하게 잊혀진 그 세기말 국산 애니 흑역사들의 하나가 되었을테니...
결국, 지금 시점에 만들어진다면 셀화 애니는 당연히 안 되고,
2D 디지털 애니냐, 3D 디지털 애니냐...이 선택밖에 없는데, 그점에 있어선
이렇게 3D 디지털 애니로 나온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2D 디지털 애니들의 약속이나 한 것 같은 어설픈 물빠진 색감은 참을 수가 없는데,
이 작품은 퇴마록에 기대할 수 있는 그런 맛을 상당히 보여주고 있다.
추억 속의 그런 셀화였다면 더 좋았을 장면들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몇몇 장면들은 3D 디지털 애니라서 더 멋지게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될 정도...
-이 작품은 정말로 퇴마록이다.
원작의 시대 배경을 지금 시간으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나,
한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재구성을 하긴 했지만,
온전한 퇴마록이다.
원작의 해동밀교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주인공들이 위화감 없이 모여
팀을 이루는데... 승희는 다음 편을 위해 살짝 미뤄 놓은 그 정도.
무리하게 승희를 여기서부터 본격 등장시켜 합류시키고 싸우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퇴마록을 제대로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만큼의 의지가 엿보인다랄까. ^^
-나는 이미 퇴마록 내용을 알고 있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
각각의 캐릭터들의 사연을 일일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하게 어느 정도 짐작하고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각본이 인상적.
-이번 영화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점 중의 하나가, 이 서교주다.
(서교주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라는 게 아니다! ^^)
원래 이 캐릭터는 그냥 악당이다. 아주 단순하고 분명한 악당이다.
어떤 신파적인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악당이다.
요즘 시대라면 여기에 이런 저런 이유를 덧붙여 어둠에 빠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거나,
마지막에 정신을 차려 주인공들을 위해 희생한다던가... 이런 식으로 만들고 싶은
유혹이 엄청났을 것 같은데... 그런 거 다 뿌리치고 그냥 그 단순한 악당 그대로다.
하다 못해, 그렇게까지 힘을 추구하는 신파 회상 살짝 양념 넣을 법도 한데... 그런 것도 없다.
-원작의 단순한 악당을 꼭 단순하게 그대로 가져올 필요도 없고,
또 아예 풍부한 변주로 공감이 가는 악당으로 만들지 말란 법도 없지만...
이 캐릭터는 그런 게 필요 없는 캐릭터라 그런건 다 시간낭비일 뿐.
서교주에게 할당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준후와 다른 호법들의 관계에 할당하는 게
작품을 위해 훨씬 낫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매력 있는 악당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
-나이를 먹고 이 이야기를 다시 보면서,
그것도 이렇게 영상으로 재창조된 것을 보면서의 느낌은,
당연히 옛날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는데... 그중 하나가 해동밀교의 평범한 신도? 승려?
이들이랄까.
-교주나 호법들은 그나마 얼굴도 나오고 자기들의 의지로 움직이지만...
이들은 개별 얼굴도 나오지 않고, 이리저리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던가
아니면 우왕좌왕하며 어떡해 어떡해 이러고만 있는다던가...
옛날 같으면 이런 잡몹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텐데, 나이를 먹고 보니...
뭔가 현실적인 사람들 그 자체랄까. 뭔가 무서울 정도로...
-본편 보면서,
분명히 GS25에서 제작에 참여했거나 협찬했겠지...했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지원이나 협찬 등등 어디서도 GS25가 1도 안 보여서 당황스러웠다. ^^;;;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대로 계속 퇴마록 시리즈가 나왔으면 싶을 정도로...
원작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렇게 서막을 제대로 열어낸 걸 보면,
이후로도 멋지게 펼쳐보일 것 같다.
국내편에서 초치검을 보고 싶긴 한데, 지금 시점에서 수출까지 생각하면
아무래도 내용상 무리수일 것 같기도 하고... ^^
승희의 합류를 위해 초상화 에피소드가 다음에 바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그걸 꼭 메인으로 할 필요는 없으니 다른 적당한 에피소드로 국내편 - 세계편
- 혼세편 - 말세편을 몇 편의 시리즈로 이어 만들 수 있을지도...
(뭐, 사실 세계편은 거의 다 없어도 되는 거고... ^^)
-그런데 흥행 전망이 그리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아서... T T
퇴마록뽕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4050이 분명할텐데,
가족들 데리고 극장에 오기는 커녕, 혼자 오기도 힘든 시기의 사람들이고...
이 작품이 가족들과 재미있게 보기에는 음...
-암튼 30여년만에 울려 퍼진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이 퇴마록 세계관의 작품들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작품을 블루레이로... 기왕이면 HDR 멋지게 입힌
4K UHD로 소장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