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문득!

2020년 한국의 감성으로 만나는 조제 - [블루레이] 조제 - 엽서(3종)

베리알 2021. 8. 16. 09:12

 

 

 

 

 

 느닷없이 그 유명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가 한국판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놀랐었는데... 어느 새 더욱 놀랍게도 한국에서 블루레이로

빠박!-하고 출시가 되었다!

 

 개봉 때 못 봐서 아쉬웠기에 바로 구입을 해서 감상을 했는데... 개봉 때의

호불호가 다 이해가 가는 한국판 영화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판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고... 더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도,

왜 리메이크란 걸 하는지 그닥 이해가 가지도 와닿지도 않던 생각을 고치고

이래서 리메이크라는 걸 하는가보다...라고 이성으로도 감성으로도 깨닫게 된 것 같다.

 여러모로 유익한 감상이었던 것 같다. ^^

 

 

[ 조제 Josée , 2020 ]

 

 

 

 

 

 

 

 

[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www.aladin.co.kr과 해당 업체에 있습니다 ]

-[블루레이] 조제 - 엽서(3종)

요렇게 출시가 되었다.

 

 

 

 

-여기에는 노멀 버젼이라고 씌여져 있는데...

 아마 기획 단계에서 축소된 영향인지, 어차피 이 1종만 출시되었고

엽서 수록이 초회한정의 전부다.

 워너가 국내 영화에서 손을 떼기 전에 관여를 했던 건지

이렇게 워너 브러더스의 로고가 박혀 있다.

 모든 영화들이 재미있었던 건 아니지만... 워너의 모험적인 시도 덕분에

색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긴 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디자인이 더욱 더 마음에 든다.

 서플먼트의 경우, 삭제 장면은 DVD에 없는 거라고 하던데... ^^;;;

 

 

 

 

-조제2020의 얘기를 하자면 바로 이 전설의 작품을 언급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조제2020의 부가 영상 중에, 감독이 이런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자기가 조제2003 영화를 20대 때 봤었다고... 흰머리가 엄청 많은 감독이

그렇게 얘길 하니 갑자기 시간의 흐름이 무섭게 실감이 나면서 현기증이... ^^;;;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바로 이 차이가 이 조제2020의 의의가 아닐까 한다.

 일본과 한국이란 차이, 그리고 20여년이란 세월이 존재하는 2003년과 2020년의 차이.

 

-여태까지 수많은 리메이크작들을 보면서 그럴싸하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별로 잘 만들어지지 못한 작품들이 많거나, 또는 리메이크작이 나와야 하는 당위성 같은걸

나 자신이 납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저 리메이크작이 어느 정도의

장점이 있으면 그걸로 납득하고마는...

 그런데, 바로 이 조제 영화들이 그 점에서 날 깨우쳐 준 것 같다.

 

-조제2020을 보고, 연이어 간만에 본 조제2003은... 너무나 아련한 과거의

그 세계였다. 이미 일본에서도 까마득하게 먼, 지나온 사람들만이 그리워할 수 있는

2003년이란 시대... 여기에 한국과 일본의 차이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그 거리가

먼지 새삼 실감이 났다.

 그 시절에 이 영화를 보고 그 시절을 지나온 나로서도 새삼 이랬었나...싶을 정도.

 

-고전을 본다는 건 어떤 작품의 매력을 그 시대를 통해 실감한다는 것일텐데,

아예 머나먼 시대의 고전이라고 하면 그려려니-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어중간한

시공간의 차이는 어떤 면에선 더 머나먼 과거의 고전들보다 오히려 더 머나먼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감독이 말한 한국이란 배경과 요즘이란 시대에 맞춘 조제라는

말이 와닿았다.

 물론, 그렇다고 조제2003이 낡았다거나 과거의 유물이라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

2003년의 일본이 보여줄 수 있는 조제가 있었다면, 2020년의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조제도 있다랄까...

 리메이크작들이 별로 호응을 못 얻는 이유는 이 변화에만 치중하면서 작품 자체의

매력을 살리지 못 했기 때문이겠지만, 이 조제2020은 어떨까.

 

-두 영화는 엄청 다른듯 하지만 또 엄청 비슷하기도 하다. 심지어 러닝 타임까지 비슷하다.

하지만, 조제2003이 두 주인공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연결되어

전체적인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조제202은 주변의 인물들은 두 주인공에게 연결이 될 뿐,

이야기는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때문에 비슷한 내용, 비슷한 러닝타임이지만

실제 영화는 엄청나게 다르다.

 특히, 감독이 말한 것처럼, 조제2003이란 영화뿐 아니라, 원작 소설이 가지는 어두운

부분을 좀 더 표현해 보고자 했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2003년의 에너지 넘치던

청춘 로맨스란 느낌의 조제2003과 달리, 2020년 이 암울한 시대의 청춘 멜로랄까...

 

-조제2003이 결국 조제가 변화해 가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면,

조제2020은 츠네오 즉 영석이 변화해 가는 것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것도 이채롭다.

(그렇다고 그러면 두 영화가 각각 걔들 빼고는 다 그냥 가냐...는 얘기는 아니다. ^^;;;)

 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강하고 영악한 조제2003의 조제...와 달리,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고 강한 체 하지만 순수한 조제2020의 조제...

...라고는 했는데, 바로 그런 조제2020의 조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한지민!

 일부러 후줄근하게 빈민스러운 느낌으로 꾸미긴 했지만, 주인공과 처음 만나서

얼굴선이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에선... 뭐랄까, 요사한 마녀의 유혹에 주인공도

나도 빠져 버린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무리 그렇게 꾸며 놓으면 뭘 해,

한지민인데... ^^;;;

 

-그래서 늪에 빠져 들듯이 한발 한발 조제에게 빠져 들어가는 주인공에

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귀엽고 재미나던 조제2003의 조제와는 또다른 매력이다.

일부러 연상으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겠지.

 

-반반한 얼굴로 여자들에게 인기 좀 끌 것 같은 주인공이지만,

실제로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배짱도 없고 인생 경험도 없어서

오히려 여자들에게 계속 휘둘리는 주인공은 조제2003의 츠네오와는

역시 또 대비가 된다.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작품이었다. 

 특히, 남주가 중심이 되는만큼 주인공 배우가 중요했을텐데...

생각 이상으로 잘 어울리고 소화한 느낌.

 조제하면 떠오르는 그 주인공의 울음 장면도 어떤 의미로는

한국판이 더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그 과거 장면이 나오기 직전의 현재 장면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며

살짝 눈가에 눈물이 고이던 장면이었다. 연출한 감독이나 연기한 배우나 대단...

 

-블루레이는 화질 음질 모두 무난하게 잘 나왔다.

 화질은 밝은 부분은 꽤나 좋고 어두운 부분이나 실내는 그와는 좀 느낌이 다른데...

특히 조제의 집 등이 음침한 느낌이 느껴지는 부분 등이 있는 걸 보면 의도대로

어느 정도 살려낸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운드는 화려한 장면은 없지만, 자연스러운 생활 소음들은 의외로 서라운드

구현이 잘 되어 있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BGM의 연주는 훌륭하게 영화를 보는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는 상당히 떨어진다...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노력까지 더해져서... 꽤 알아 듣기 어려워 자막을 켜야 했을 정도. ^^;;;

 서플은 아직 다 보진 않았는데... 영화를 인상적으로 봐서인지 음성 해설이

특히 기대가 된다. 구성도 정보나 재미면에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감독과 주연 배우 조합이라... ^^

 

-원작...이 아니라, 조제2003의 캐릭터들과는 또다른 매력의 캐릭터들,

그리고 2003년의 일본이 아닌 2020년 한국의 그 맛으로 만나는 조제...

 아주 좋았다.

 정말 정말 유일하다시피한 아쉬움은... 조제를 리메이크하며

주연으로 무려 한지민이 나온다길래... 드디어 한지민의 노출 연기를

볼 수 있는 건가!? + +...하고 기대 아닌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그런 거 없다는 거... 조제2003에 있던 자잘한 노출들도 없다. ^^;;;

 

-그리고... 정말 정말 운이 없는 나인데,

묘하게도 워너브러더스 마크가 붙은 한국 영화와는 무언가 있는 걸까?

 초회한정 엽서 3종 증정에서 랜덤으로 감독과 주연 배우 중 1인의

싸인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데... 갑자기 한지민 싸인 당첨!!!

 정말 정말 이런 싸인 운이 없는 나인데... 마녀에서 김다미 싸인도 그렇고,

이번에 조제에서 한지민 싸인도 그렇고... 묘하게 WB 마크가 붙은

한국 영화 블루레이에서 반짝 반짝 운이 솟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