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용호문 (龍虎門 - Dragon Tiger Gate, 2006)인데...
처음 봤을 때도 무척 좋았지만, 사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작품이다.
단점들보다 장점들이, 그리고 잘 눈에 들어오지 않던 부분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안타까운 부분이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이 나왔을 시절에는 장점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게
단점으로 아니, 아쉬움으로 크게 다가온다.
아, 물론 헤어 스타일 얘기는 아니다. ^^;;;
( 이미지 출처 : www.aladin.co.kr )
-국내에 정발된 블루레이...사진인데, 그냥 얘기하는 김에 가져와 봤다.
해외판 블루레이를 진작에 구입했었기에, 국내판은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았는데...
결국 하루 빨리 구입을 해야할 것 같다. 역시 한글 자막은 좋은 것이다.
한국어 더빙은 더 좋은 것이지만... ^^
-언제나처럼, 얘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캡쳐가 DVD만 가능한 환경이라
DVD를 캡쳐한 것이지... 이게 블루레이의 화면은 아니다. ^^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마치 만화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그러나 멋 풀풀 나는 도입부의 식당 액션 장면...
-물리적인 기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견자단의 철학처럼,
정소동이나 원화평과 같은 다른 유명 무술 감독과는 다른,
견자단 스타일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액션들이 참 인상적이다.
-발차기 기술로 무쌍을 찍고 있던 주인공(?)을 단번에 저지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
사용하는 기술은, 가장 유명한 무협 기술이자 가장 유명한 장법 기술인
강룡십팔장(항룡십팔장)!
-이때 정말 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가 나오던 시절은, 한마디로 저쪽 동네의 무협 연출이 나락이던 시절이었는데
그래서 무협 기술 연출이 어색하고 유치찬란한 초보적인 CG로 대충 때워지던 시절로,
이 시절의 강룡십팔장 연출은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대표 참극으로...
그냥 지금은 게임으로도 안 쓰일 어색한 용의 CG가 쐐애액 뻗어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걸작으로 대접받는 천룡팔부2003이나, 주지약이란 캐릭터를 새롭게 인정받게 만들었던
의천도룡기2003에서 실소조차 나오지 않던 유치하게 깨는 부분들...
-그런 와중에 저렇게 직접 자세를 취하고 실제 액션으로 구사되는 강룡십팔장이라니!
정말 감동에 울컥울컥...
강룡십팔장을 예로 들었지만, 저 암흑시대는 다른 기술들도 다 저 모양이었다.
드라마고 영화고... 참 제정신들이 아니던 시절. ^^;;;
-아마 첫감상에서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감상 횟수가 늘어날수록 감성을 자극하는 나찰녀...
볼수록 정말 매력 있다. ^^
-감독의 음성 해설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나찰녀의 화면들은 참...
의도적인 아름다움이랄까 퇴폐미랄까 그런게 가득하다. 그래서 정말 좋다. ^^
-리샤오란 (Xiao Ran Li)이란 배우가 맡았는데, 정말 볼수록 특유의 매력이...
-이 멋진 운동장에서의 혈투도... 그 시절 유행(?)대로 만들어 졌다면,
그냥 어색하게 CG 뿅뿅 하고 말았을 장면이었을 거라 생각하면 정말 오싹하다.
-물론, 난 CG 활용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난 풍운 영화는 정말 선구자적인 역할을 잘 해냈다고 보고
원작도 영화도 참 좋아한다.
하지만 2000년 이후의 저 동네 분위기 겪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저 시절 그 안습의 저질 CG 유행과 그로 인해 유치찬란해지는 연출들을...
-작품의 악당, 화운사신.
원작 용호문을 보지 못 했고, 저쪽 동네 무협 작품들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어서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의외로 저 동네에서 옛날부터 유명한 캐릭터 이름이다.
물론, 모두 저런 식으로 존재했다는 건 아니고 그 이름이... ^^
-단순히 용호문에서뿐 아니라, 과거 무협 영화들 보면 화운사신이란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고... 무협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오마쥬였던 주성치의 쿵푸 허슬에서조차
최강의 악당 이름이 화운사신이다(국내 초벌 번역에선 야수로 퉁쳤던... -.-;;;)
-암튼 단순히 용호문에서만 등장한 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이름이고
이런저런 등장을 보면 인기도 있고 무엇보다 무척 강력한 캐릭터 같은데...
그 오래된 유래의 시초가 뭔지 정말 궁금하다.
-이 작품에서도 파워업한 소룡 외에는 상대가 되는 인물조차 없을 정도로, 용호문 짱도
아기 팔 비틀듯 간단하게 처리할 정도로 절대적인 강함을 자랑하며...
저 장면처럼 단순히 나쁜 X가 아니라 나름대로 강자에 목마른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중상을 입고 죽어가던 소룡 앞에 나타난 나찰녀가 그를 살리며
마치 이제 곧 죽을 사람처럼 이런 얘길 하는데... 다 이유가 있다.
-직전에 저렇게 화운사신이 곱게 약을 건네준 게 아니라,
나찰녀에게 죽음의 일격을 날렸던 것... 결국, 나찰녀는 주저없이 소룡을 구한다.
-작품 안에서 내내 묘사되던 두사람의 미묘한 관계였기에
나찰녀의 이런 마지막 말이나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는 소룡의 상황은...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에 비해, 시간이 흐르며 영화를 볼수록 정말 가슴 아팠다.
-이 영화는 견자단의 액션 철학을, 만화적인 상상력과 무협의 판타지와
잘 결합시킨 게 정말 매력적이다.
액션 자체는 판타지적인 강함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에 기반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이렇게 환상의 세계관을 잘 활용한다.
-특히, 그런 조화를 잘 보여주는 게 막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최종 필살기들이다.
금종조는 보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환상의 기술이면서도,
작품 안에서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 현실에 충분히 기반하고 있다.
저렇게 종을 만들어 내는 거나, 그냥 종 수십개를 기로 만들어 내는 거나 다
환상의 기술이지만... 그래도 전자 쪽이 그만큼 땅에 발을 딛고선 세계관이란 걸
실감나게 해 준다.
-금종조를 파해하는 방법 역시, 말도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그럴싸한 현실적인 기반 위에서... ^^
-그리고 또 하나의 최종 필살기인 전광독룡찬...
이 역시 단순히 스트리트파이터2의 베가(M 바이슨)의 사이코 크래셔의 역방이 아니라,
적에게 차넣은 발차기가 회전으로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연출로 선보이고 있다.
어차피 허무맹랑한 기술이지만, 그러면서도 그냥 스크류 다리로 날아가 돌진하는 것과 달리,
뭔가 그럴싸한 느낌을 준다. ^^
-이 전광독룡찬이란 기술 역시 참 궁금한 기술이다.
위에서 언급한 화운사신이란 캐릭터처럼, 무협 세계관 작품에서 의외로 여기저기
등장하는 기술인데... 그 유래가 뭔지 참 궁금하다. ^^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소룡... 강룡십팔장으로 멋지게 화운사신을 상대하는데...
바로 여기서 안타까움이 등장한다. T T
-강룡십팔장이랍시고 용CG가 쐐애액하고 날아다니던 시절,
종합적인 격투 스타일을 첨가하여 단순히 손만 뻗고 마는 게 아닌,
하나의 완성된 격투기로서의 장법을 구현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거기에만 치중한 게 정말 안타깝다.
위에서 언급한 금종조나 전광독룡찬은 둘다 충분히 현실에서의 구동 키를 갖춘
환상의 기술로... 현실적인 발동을 거쳐 환상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구현해 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강룡십팔장은 다르다. 하나의 완성된 격투기로서의 장법은
정말 잘 구현했는데... 앞의 두 기술과 달리, 정말 가장 중요한 환상의 세계로는
전혀 나아가질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펼쳐지는 강룡십팔장은, 환상의 그 강룡십팔장이 아니라
영춘권으로 따귀를 때리는 기술인가...라는 느낌만이 가득하다. 바로 위 장면처럼
강맹한 장법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영춘권식 따귀 치기 느낌... T T
-난 장법이야말로 무협 세계관의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탈피한 환상 그 자체인 기술인데다가, 각종 내공을 이용한 공격과 수비
그리고 그런 내공의 활용으로 적을 절명시키거나 전투불능에 빠뜨리고
상황에 따라선 오히려 적의 기맥을 뚫어 고수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정말 오묘하고 매력이 있는 존재감!
-실제로도 보통의 무협 세계관에서 장법은 대단한 상위의 기술로 설정된다.
풍운에서도 권 퇴 장 중에서 장법이 으뜸이며, 김용 세계관에서도 장법은
고차원의 기술로 묘사된다. 소오강호의 독고구검만 해도 장법을 상대하는 파장식은
검이나 도를 상대하는 방법보다 배우기 어렵고 실제로 독고구검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 영호충은 숱한 고수들의 검술은 깨뜨렸지만 장법은 엄두도
내지 못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환상의 기술인데... 금종조나 전광독룡찬은 충분히 현실에서 발동하여
판타지의 영역까지를 보여주었는데, 정작 강룡십팔장은... T T
-그래서 이 작품을 무척 좋아하고, 여전히 계속 보고 있지만...
그렇기에 이런 안타까움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 같다.
딱 이 부분만 어떻게 수정할 수 없을까 싶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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