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이야기는... 아 이렇게 시작하니까 예전에 쓴 독일판 블루레이의 시작과
데자뷰네!
http://blog.daum.net/dominna/1036
암튼 원래 이 이야기는 작년 10월에 시작되는데... 국내에 제인 마치 주연의
연인 (L'Amant, The Lover, 1992) 4K 리마스터링판 블루레이가 발매되었다.
워낙에 좋아하는 영화라서 바로 구입을 하고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독일판 블루레이와
뭐가 달라졌나 확인하려고 했는데... 뚜시궁! 계속 심각하게 인식 오류가 심해지고 있던
BD-390에서 독일판 블루레이가 (역시나) 제대로 재생이 안 되는 게 아닌가!
결국, 미루고 미루던 BD-390의 픽업 수리를 시도했고, 척척척 잘도 재생하는 걸
확인한 후...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연인 블루레이들을 들고 가서
비교하려던 걸 진행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뚜뚜시궁!!! 독일판 블루레이가 기존에 재생이
안 되던 증상이 똑같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눈으로 보기에 별 이상이 없어서 몰랐는데, 결국 DVD에 이어 블루레이에서도 벌어졌던
소위 얼룩 사건의 결과였던 것 같다.
그렇게, 독일판 연인 블루레이는 장렬히 산화를 했나 보다...
그렇게, 나의 연인 블루레이에는 슬픈 전설이 생겨 났다.
-뭐, 그건 그거고 그러면 이 신판 블루레이를 돌려봐야 했는데...
-이런 구성으로 나왔다.
아웃케이스는 나름 고급진 느낌의 재질이고, 소책자가 책자라기보단 킵케이스 안에 수납될 정도의
작은 크기에 사진들만 들어 있긴 한데... 사진이나 포토카드 등의 이미지 품질이 좋은 편이라
뭐 아무래도 좋다. ^^
-자, 여기까지라면 이제 그 시점에서 이 4K 리마스터링판 블루레이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독일판 블루레이의 사망으로 좀 충격을 받으니 김이 새버렸다고나 할까. 싫증을 잘 내는
변덕쟁이인 나로선, 이런 상황이 되니 이야기를 할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블루레이도 당장
볼 생각이 사라져 일단 묻어 두고...
그래서 그냥 묻어 두고 오늘날까지 왔던 건데... 근래 다시 꺼내 영화를 보고선 얘기를 할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독일판 블루레이를 소스로 해서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기존에 국내에 발매된 구판 블루레이를 뒤늦에 겨우 겨우 구입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처지에, 내가 무슨 리뷰어도 아니고 단순히 비교하려고 이런 지출을
할 리는 없다. (아, 물론 충동적 변덕쟁이라서 단순 변덕으로 그런 짓을 할 수도... ^^;;;)
다 이유가 있다...
-이게 기존에 국내에 발매된 블루레이. 스펙이나 왼쪽 하단 저 마크를 보면
독일판 베이스라는 게 확실해 보인다.
기존 구판은 그린나래미디어에서, 이번 신판은 아라미디어에서 발매되었다.
-내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구판을 구입한 이유는, 물론 비교를 위한 단순 호기심
측면도 있긴 하지만 두 판본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뭐 결론부터 말해서 신판이 워낙에 뛰어난 건 사실이다. ^^
-일단 나같은 경우, 기존 DVD들 이후로 독일판 블루레이로 넘어갔기에 국내에 발매된
구판 블루레이에 대해 궁금한 구석이 몇개 있었는데... 이번 신판의 자막은
구판 블루레이의 자막 거의 그대로이고, 그 구판 블루레이의 자막은 DVD 시절의
자막과 달리, 새롭게 작업한 자막이다.
DVD 시절의 자막 번역은 워낙에 막장이긴 했는데(모호함과 혼란을 줘서, 영화의 매력을
조금 더 살린 측면도 없다고는... ^^;;;), 그걸 넘어 블루레이의 자막들은 새롭게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력거를 타고
왔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걸 그냥 인력거라고 하면 되는 건데 굳이 영어 단어인
락샤를 타고 왔다...라고 해 놓았다.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9x% 이상은 신판 자막이 좋다는 건 확실하다. ^^;;;)
-구판 블루레이 외형 디자인은 마치 예전 영화 팜플렛을 연상케하기도 하는데,
난잡해 보인다기보단 독일판이나 이번 신판의 디자인이 매우 심플해서인지
반대로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서플은 약간의 자료들이 좀 더 추가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DVD 시절부터 계속
우려먹고 있는 50여분의 메이킹 영상이 그대로...
그런데, 사실 이 영상물 자체가 이 작품에 관해선 워낙에 마스터피스라서 뭐... ^^;;;
-이번 신판에 대해서 무-척 아쉬운 점은, 드디어 새로운 유의미한 서플로
무려 감독인 장 자크 아노의 코멘터리를 수록해 놓았는데!!!
...여기에는 어떠한 자막도 지원이 되지 않는다. -.-;;;
워낙에 DVD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 마스터피스급 서플만 울궈먹는 터라,
이 음성해설이 굉장히 반가웠는데... 결국 무쓸모.
-그리고 드디어 본편 퀄리티 얘기를 하자면...
정말 경이로운 수준으로 잘 나왔다. 구판이 제대로 빡센 디지털 작업을 거치지 않은,
아날로그 영화를 HD 해상도에 담아 놓은 딱 그런 수준이었다면... 이번 신판은 진짜
새로 발굴한 소스로 4K 작업을 해서 만들어낸 것처럼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다.
게다가, 이런 식의 작업에서 색감이나 경향이 크게 바뀌는 일도 흔한데... DVD 신판처럼
기계적인 중립을 추구하지 않고,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색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화질 향상을 보여준다. 아니, 사실 이건 화질 향상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새로운 차원의 화질이니까. ^^
-기존 블루레이가 화질 편차가 어마어마했고, 특히 어두운 장면들은 심각한 경우들도
있었는데... 이 신판 블루레이는 어두운 장면들도 아주 선명하게 살아 있는 건 물론이고,
구판에서 비교적 괜찮았던 밝은 장면들조차 차이가 확연할 정도로 달라져 있다.
정말 그때 그 시절 그 영화가 이렇게???-라는 의미에서, 어떤 의미로는 아재들을 위한
접대용 타이틀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
-단!!! 여기서 내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구판 블루레이를 구입한 이유가 있는데...
기존 DVD에서처럼 신판과 구판이 전혀 다른 색감을 보여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신판은 구판 블루레이에 비해서 색감이 차이가 있긴 있다. 그런데, 그 약간의
차이가 굉장히 영화를 달라 보이게 만든다.
-내가 기억하는 이 영화의 색감은 뭐랄까... 마치 건조한 더운 지역이랄까.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많이 낮아서 건조하고 황량한 그리고 때때로 서늘한 느낌까지
들 정도의 그런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초판 DVD나 구판 블루레이는 바로
이런 느낌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
-신판 블루레이는 이와 다르다. 그야말로 습도가 쩌는 더운 지역이랄까.
기온도 높고, 습도도 엄청 높아서 눅눅하다 못 해 질척대고 숨쉬는 것도 힘이 드는
그런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랄까.
그런데, 사실 이게 맞다. 이 영화의 배경은 인도차이나... 베트남의 사이공이다.
(아재들은 사이공, 요즘 사람들에겐 호치민시티던가? ^^;;;) 그냥 더운 지역이 아니라
습한 기후로 유명한 곳... 즉, 이번 신판 블루레이에서 보여주는 그 영상 느낌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색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리마스터링 광고를 할 때, 이제서야 진정한 색감을 어쩌구 이런 관용적인
광고 문구들이 있는데... 이 블루레이는 바로 그런 표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기억하는 이 영화의 느낌은 나의 것이니까.
아무리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내가 내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서 본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떨어지는 화질에도 불구하고 구판이 더 부합하는 것...
이런 딜레마가 존재하는 게 이번 신판 블루레이의 화질이다. ^^
-구판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놀라운 화질,
그리고 영화가 나오고 수십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제대로 표현되는 진짜 색감...
이런 무지막지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암튼 추억과는 조금 다른 것도 사실이다.
예전 DVD 때처럼 아예 다른 변화도 아니고, 그저 아주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인데
그게 영화의 느낌을 이렇게나 달라지게 만든다는 건 참 재미있다.
-암튼... 다시 강조하지만, 저런 색감 운운, 추억 어쩌고 이야기는 그저
골방 노인네의 자위 수준 영역이라고 단언해도 좋을 정도다.
그 정도로 기존의 색감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추억 영화의 접대용으로 시연해도
좋을 정도로 뛰어난 객관적 화질은 사실 구판과 비교한다는 게 무의미한 경지다.
정말 놀랍다. 어디서 어떤 소스를 발굴한 건지... 그리고 또 작업을 얼마나
잘도 해낸 건지... ^^
-챕터 숫자는 구판보다 몇개 더 늘었던... 것 같다.
-사운드는 구판 블루레이 즉 독일판 베이스의 스펙이 영어 DTS-HD 2.0 MA이고,
이번 신판 블루레이의 스펙은 영어와 프랑스어 각각 DTS-HD 5.1 MA...이다.
스펙에서 비교가 안 되는데, 재미있는 건 사운드는 화질과 좀 다르다는 거... ^^
-기존 DTS-HD 2.0 MA 사운드는 사실 영화의 성격과 잘 맞는 사운드이고,
내용물로 봐도 2.0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살아 있는 소리들과 제법 명료한 대사들로
딱히 흠 잡을 필요가 없는 사운드였는데...
신판 DTS-HD 5.1 MA 사운드는 채널 분리와 구성이 화질에서처럼 뛰어나게
되어 있진 않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좀 더 현장감을 주고 특히 객체가 시청자를
중심으로 가로 질러 이동하는 몇몇 장면들에선 확실히 멀티 채널의 장점을 들려준다.
하지만...전반적인 밸런스는 오히려 고개가 갸우꿍 해지는 경우가 많다. 2.0에서는
자연스럽던 장면인데, 5.1에선 특정 소리가 너무 과하게 믹스되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로 탈 것이나 기계적인 소리들이 그렇다) 멀티 채널의 효용성보단 오히려 어색함을
주는 장면들이 은근 이어진다.
-내가 만약에 시각장애자인데 이 영화를 좋아해 온 사람이라면... 이번 신판 블루레이를
보면서 당황하거나 고개를 갸웃거릴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암튼... 이 신판 블루레이의 장점은, 구판 블루레이가 있어도 고민할 필요없이
신판 블루레이를 구매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다.
솔직히, 이 영화를 이런 화질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이번에 이 블루레이를 보면서 자동으로 연관지어 생각난 건,
주연을 맡은 제인 마치가 나온 다른 영화인 컬러 오브 나이트였다.
블루레이가 한두개가 나온 게 아니지만, 화질들이 다들 별로라고 알려져 있는데...
연인 못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지라, 이 작품도 엄청난 소스나 엄청난 정성을 들여
새로운, 진짜 리마스터링판이라고 할만한 뛰어난 블루레이가 나올 수는 없을까나... T T
*** 그리고 정말 정말 중요한 사족... ***
최근 출시된 노바미디어의 홍콩 영화 타이틀들을 보면
기존에 스카나보 케이스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카나보가 아닌 케이스들이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데...
(쇼핑몰의 제품 소개에서도 언제부턴가 스카나보 글자가 없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이 아라미디어의 연인 역시 스카나보 케이스처럼 두툼하지만
실제로는 스카나보 케이스가 아니다.
원가 절감의 의지들인지, 아니면 이제 업체들조차 정식 케이스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건지...
내가 굳이 엘리트나 스카나보 등의 케이스를 구하고 싶어하는 건
그게 정품이라서 아니라, 실제로 홀더 성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장식용으로 놔 둘 것도 아니고, 소장용으로 보관해 둘 것도 아니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돌려보는 입장에선, 홀더의 성능과 안전성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근래 이렇게 스카나보로 착각하게 생긴 케이스들의
홀더 성능은 스카나보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거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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